의결권 자문회사가 기업 지배... ISS ‘현대모비스 합병 반대’ 권고 결정적

임권택 기자 | 기사입력 2018/06/13 [11:37]

의결권 자문회사가 기업 지배... ISS ‘현대모비스 합병 반대’ 권고 결정적

임권택 기자 | 입력 : 2018/06/13 [11:37]

[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21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안 철회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왔다.

 

증권가에서는 주주 동의의 중요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번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취소의 배경에는 글로벌 의안 분석기관인 ISS의 합병반대 권고가 결정적으로 작용을 했다.  

 

이와 관련, 의결권 자문회사의 과도한 영향력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9일 현대모비스 합병에 대한 주주총회가 예정되어 있으나 이에 앞서 ISS의 합병반대권고 등 의견을 받아 들여 취소했다.(사진=임권택 기자)

  

자본시장포커스 12호 송홍선 선임연구위원의 “국내 의결권 자문회사의 신뢰성 제고방향‘에 따르면, 의결권 자문회사의 책임이 따르지 않는 과도한 영향력은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한 나라의 기업지배구조의 수준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봐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의결권 자문회사는 기업지배구조의 사실상 네비게이터”라며 “미국 기업의 지배구조 수준과 방향을 좌우하는 투자자는 미국 상장기업 지분의 60%, 특히 지분의 23%를 보유한 상위 10대 기관투자자들이다”고 밝혔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 최대 기관투자자인 블랙록이 주주총회에서 찬성한 의안 중 87.9%가 ISS가 찬성 추천을 한 것이고, 반대의안 중 69.2%가 ISS가 반대한 의안이라는 사실, 그리고 뱅가드 역시 찬성 의안의 88.2%, 반대 의안의 80.3%가 ISS의 추천을 그대로 따랐다”고 실상을 전했다.  

 

이는 “기관투자자가 아닌 의결권 자문회사가 기업지배구조를 좌우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송 선임연구위원은 밝혔다. 

 

명목상으로는 기관투자자가 주주권을 행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의결권 자문회사가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두고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는 의결권 자문회사를 사실상 지배구조 감독기관, 사실상의 지배구조 결정자(arbiter), 사실상의 행동주의자(activist)라고 쓰고 있다.  

 

보고서는 “시장점유율은 ISS 60%, Glass Lewis 37%로 빅 2가 미국시장의 97%를 차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국, 캐나다 등에서 로컬 자문사의 존재감은 미미하다”며 “이들 빅2 중심의 독과점시장은 그 자체가 경쟁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영향력 확대 그 자체를 경쟁정책으로는 문제 삼을 수 있으나 감독정책 차원에서 문제 삼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문제는 이들 기관에 안건이 집중되면서 분석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2017년 블랙록이 의결권을 행사한 건수는 49만4천752건으로 엄청한 데이터마이닝이 필요한데 이를 담당하는 블랙록 내부 직원은 31명이 전부이다. 이런 상황에서 블랙록은 대부분의 의안분석 업무를 자문 커버리지가 큰 대형 의결권 자문회사인 빅2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있다.  

 

결국 문제는 의결권 자문회사들이 그 영향력을 공정하게 행사하는냐에 있다. 

 

여기에 대한 지금까지의 실태 조사 결과는 의결권 자문회사들이 다양한 이해상충과 분석 오류에 노출되어 있으나 이를 관리하는 내부통제가 불충분하며 공적 규제는 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판단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따라서 보고서는 “기업지배구조에서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커지고 있고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에서 의결권 자문회사가 갖는 절대적 위치로 볼 때 의결권 자문회사는 우리 자본시장의 수준을 결정하는 매우 소중한 정보인프라로 성장하고 있다”며 “감독당국이나 의결권 자문을 받은 기관투자자들은 앞서 언급한 의결권 자문업이 직면한 이해상충 문제나 업의 속성에 비롯되는 데이터 오류, 방법론의 불투명성 등의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검토하고 공감대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최근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건에 대한 국내 의결권 자문회사의 추천 근거는 조금씩 달랐고 강조점도 달랐다. 방법론이나 분석의 깊이, 근거에 있어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미흡한 부분도 있었을 수 있다”며 “스튜어드십코드에 가입한 의결권 자문회사도 있지만, 코드에서 밝힌 이해상충 가능성과 관리정책은 구체성 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의결권 자문회사에 대한 감독은 시장규율이든 규제규율이든 지금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 방법으로 송 선임연구위원은 “우선, 의결권 자문회사 자발적으로 스튜어드십코드에 가입하고, 코드를 다른 가입자보다 엄격하게 이행하여 독립성, 투명성, 전문성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해상충의 경우 잠재적 이해상충을 유형화하고 그것의 관리방법과 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데이터 오류는 ISS나 Glass Lewis처럼 피드백 장치를 도입하고, 추천 방법론 역시 글로벌 사례에 부응하는 수준으로 개발하고 공개토록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기관투자자가 수탁자책임의 일환으로 위탁계약과정에서 의결권 자문회사의 독립성, 전문성, 투명성 내역의 공개 혹은 보고를 요구하는 방안”이라며 “이 방법은 기관투자자에게 감시비용을 부담시키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송 선임연구위원은 “공적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공적 규제의 도입도 지금의 SEC처럼 투자자문업자 등록을 강제하지는 않지만 의결권 자문회사들이 투명성 등에 관한 시그널로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방법과 트럼프 금융선택법안처럼 등록을 강제하는 방법”있다고 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세 정책 옵션은 규제의 강도 면에서는 단계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세 옵션을 절충하거나 동시적으로 추진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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