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높은 엔화의 배경과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삼성경제연구소 ‘높은 엔화의 배경과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 정영식 수석연구원
  • 승인 2010.09.1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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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가 2010년 9월 15일자로 발표하는 seri 경제포커스 제309호 ‘엔고의 배경과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최근 들어 엔화의 두드러진 강세가 진행되는 가운데, 엔/달러 환율이 ‘역사적 저점’에 근접했다. 2010년 9월 9일 엔/달러 환율은 83.8엔으로 1995년 5월 30일 이후 1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역사적 저점(종가 기준)인 80.63엔(1995년 4월 18일)에 근접한 것이다. 엔화는 주요 통화 중에서도 절상률이 가장 높다. 2010년 9월 10일 현재 엔화는 2007년 고점(123.8엔) 대비 47.1% 절상(달러화 대비)됐다. 반면, 위안화는 12.6% 절상에 그쳤고, 유로화와 원화는 도리어 각각 5.8%, 20.4% 절하됐다.

최근 미-중경제의 둔화와 유럽 재정위기 재연 조짐 등으로 안전자산선호현상이 재개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됐다. 미국경제는 고용시장의 부진과 주택시장의 침체 지속 등으로 더블 딥 우려가 제기됐다.

미경제성장률(전 분기 대비 연율, %): 3.7%(1/4분기) → 1.6%(2/4분기). 중국의 주택가격 상승세 둔화, 산업생산 증가율 둔화 등에다 s&p의 아일랜드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8월 24일)까지 가세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현상 재개로 주춤하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다시 고조됐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본격화됐다. 2010년 일시 재개되던 엔 캐리 트레이드가 5월 유럽 재정위기 심화 이후 다시 청산됐다.

미 연준이 미국경제 둔화를 막기 위해 달러 유동성 공급을 지속한다고 발표한 점도 엔화 강세요인으로 작용했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은 현재 미국경제가 이례적으로 불확실(unusuallyuncertain)하여 필요하다면 성장 촉진을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7월 21일)했다.

8월 들어 미 연준은 만기 도래하는 모기지 증권의 원리금을 장기국채에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8월 10일)했다. 미 연준의 유동성 공급 발표 이후 달러 금리의 급락으로 달러와 엔 금리간 격차가 급격히 축소되면서 캐리 트레이드가 엔에서 달러로 일부 대체됐다.

최근 들어 중국의 일본 채권 매수가 확대되는 가운데 투기적인 엔화매수까지 가세했다. 중국은 2009년 일본 채권을 787억 엔 순매도했으나, 2010년 들어서는(1~7월 누적) 2조 3,158억 엔을 순매수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05년 연간 전체 순매수(2,557억 엔)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일본 대내요인은 경상수지 흑자 확대, 엔화 강세에 대한 일본정부의 소극적 대응으로 요약된다. 2010년 들어 신흥시장의 고성장에 따른 수출 호조로 일본의 경상수지흑자 폭이 확대(달러 공급 증가 요인)했다.

일본정부가 엔화 강세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점도 엔화의 두드러진 강세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 일본정부는 ‘지나친 엔화 강세를 우려한다’ 라는 구두 개입과 함께 엔화 유동성 공급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04년 1/4분기 이후 일본정부의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중단된 상태이다.

단기적으로는 엔/달러 환율은 하락 압력이 고조되는 가운데 역사적 저점을 경신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당분간 글로벌 금융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반복될 전망이다. 미국경제의 더블 딥 우려, 중국경제의 둔화, 유럽 재정위기 재연 가능성 등이 글로벌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국의 일본 국채 매입과 국제자본의 투기적인 엔화 매수 등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6월 말 현재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09년 7월(9,399억 달러) 대비 962억 달러 감소한 8,437억 달러로 조사됐다.

이는 중국이 2008년 이후 크게 늘어난 보유외환 중 대미투자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미국 이외의 지역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임을 시사→ 특히 일본, 한국, 유럽 등의 국채 매수를 의미한다.

하지만 엔/달러 환율이 급락할 경우 일본정부는 그동안 취하지 않았던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해 환율 급락을 억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지나친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의 공조를 요구하거나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엔화 강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2011년 세계경제는 저성장이 예상되나, 최근 우려가 고조되는 미국경제의 더블 딥, 중국 부동산시장의 경착륙 등이 발생할 소지는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재개요인, 즉 엔화 약세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국의 일본 채권 매수가 지속되겠지만, 그 강도는 약화될 전망이다. 최근 집중되고 있는 중국의 일본 채권 매수가 ‘중장기채 매도+단기채매수’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투자 확대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일본의 취약한 재정건전성, 초엔고에 따른 일본경제의 성장 둔화 및 경상수지 흑자 축소 등도 지속적인 엔화 강세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gdp 대비 일본 재정수지는 -9.8%, 국가부채는 227.3%(2010년 기준)로 조사됐다. 일본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2.9%(2009년 기준)로 낮은 반면, 순수출의 성장기여율은 114%(최근 1년 기준)로 매우 높다.

과거 엔高시기에 비해 높은 수준에 있는 원/엔 환율(초엔고현상)은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제고시켜 한국의 수출 확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100엔 환율은 1,400원 선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월의 1,313원보다 높은 수준(월평균 환율 기준)이다. 원화대비 엔화 절상률도 과거 1985년 플라자 합의 당시와 1990년대 초반과 비슷한 수준인 82.3% 이다.

세계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수출경합도는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2008년 이후 한-일 수출경합도는 다시 상승 추세로 반전되어 2010년(1~7월 누적 기준)에는 0.56을 기록했다. 특히, 업종별로는 자동차(0.91), 조선(0.86), 철강(0.72), 전기전자(0.64)업종의 수출경합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세계시장에서 한-일 간의 수출경합도가 높은 상황에서 엔고현상은 한국의 수출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통계적 분석 결과 엔/달러 환율의 변화율이 1%p 하락할 때 한국의 전체수출 변화율은 0.5%p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정보통신, 가전이 엔/달러 환율에 더욱 민감하게 영향을 받았다.

엔고는 일본의 대한국 직접투자 확대와 일본인의 한국 유입 확대에 일조했다. 원/엔 환율 상승은 일본기업의 원화표시자산 구매력을 강화시켜 대한국직접투자 확대로 연결됐다. 원/엔 환율 상승기인 2007~2009년 일본의 對한국 투자가 꾸준히 증가:9.9억 달러(2007년) → 19.3억 달러(2009년)로 95.3% 증가했다.

원/엔 환율 상승기에는 일본인의 한국 여행비용 절감효과 등에 따라 일본인 입국자 수가 크게 증가해 한국의 여행수지 적자 개선에 도움이 됐다. 외국인 전체 입국자 중 일본인의 비중은 국별로는 가장 큰 35.1%로 두번째인 중국(19.9%)보다도 월등히 높다. 통계적 분석 결과 원/엔 환율의 변화율이 1%p 상승하면 방한 일본인 입국자 수의 변화율이 0.45%p 증가했다.

대일 수출의 경우 한-일 산업구조가 비슷한데다가 복잡한 유통구조, 일본인들의 자국제품 선호 등으로 한국제품의 일본 내 엔화표시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수출이 크게 늘지 않는다. 한국의 주요 대일 수출품목은 전기전자, 광물성연료, 일반기계, 철강 등 한-일 수출경합도가 높은 품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일 수입의 경우 한국 수출기업의 높은 대일 수입의존도 특히, 높은 부품소재 의존도 등으로 인해 엔고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급증했다. 한국 수출이 1% 증가하면 대일 수입은 0.96% 증가했다. 이를 금액으로 표시하면 한국 수출이 100억 달러 증가할 경우 대일 수입은 13.4억 달러 증가했다. 대일 수입구조도 대체하기 힘든 부품소재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전체 대일 수입에서 부품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59.7%(2010년 1~7월 누적 기준) 수준이다.

엔고현상은 한국의 엔화 부채 상환부담을 가중시켰다. 한국의 대외 채권 및 대외 채무 중 엔화의 경우 채무가 채권을 상회한다. 2009년 말 기준 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상 엔화표시 자산은 0.37조 엔, 부채는 2.72조 엔으로 한국은 2.35조 엔의 순채무를 보유했다. 이로 인해 원/100엔 환율이 100원 상승할 경우 한국의 엔화표시 순채무는 2.35조 원 증가한다.

일본이 과거 엔고시기에 취한 다양한 극복 조치가 최근 엔고로 인한 일본의 충격을 일부 흡수했다. 과거 엔고시기의 일본기업들은 해외생산 비중을 꾸준히 확대했다. 일본 제조업의 해외생산 비율은 1990년 6.0%에서 2004년 16.2%, 해외진출기업의 경우에는 동 기간 15% 선에서 31% 선으로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수송기계, 전기전자의 해외생산 비율이 두드러졌다.

과거 엔고시기의 수송기계 부문은 11.2%(1990년) → 36.0%(2004년), 전기전자부문은 10.2%(1990년) → 21.3%(2004년) 증가했었다.

일본은 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수출입 결제통화로 엔화의 비중을 높였다. 일본의 수출 결제 통화는 달러화(48.6%), 엔화(41.0%), 수입 결제통화는 달러화(71.7%), 엔화(23.6%) 순(2010년 상반기 기준)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다양한 극복 조치들이 엔고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무역수지 흑자를 지속하는 비결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일본은 초엔고현상을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수출 경쟁력 제고, 대일 무역수지적자 축소의 기회 등으로 활용했다. 한국기업은 초엔고를 일본기업과의 기술 및 경쟁력 격차를 좁히거나, 우리가 앞선 경우에는 확실하게 따돌리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일본과 한국 기업 간의 기술력 격차는 2006년(평균 3.0년) 이후 다시 확대되어 2008년에는 평균 3.7년을 기록(일본이 한국보다 우위)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품소재 국산화를 통해 부품소재의 대일 의존도를 줄이는 계기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대일 무역수지 적자 중 부품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2.7%(2009년)이다. 엔고를 일본기업 및 기술자본의 한국 투자를 유치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초엔고로 일본 내 가격경쟁력이 약화된 기업들 중 한국에 필요한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향후 예견되는 국제사회의 환율 갈등, 다가올 원화 강세에 미리 대비해야 할 때이다. 미국은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에 대해 대외시장 개방과 환율 조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3월 11일 향후 5년간 수출을 2배로 늘려 2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과거 닉슨 정부 때가동되었던 수출각료회의를 부활시켰다. 2009년 미국의 5,009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 중 54.8%가 동아시아 주요국들과의 무역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다. 9월 8일 미국 재무장관 가이트너는 또다시 중국에게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일본도 자국의 초엔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환율 조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초엔고문제 해결 방법은 대규모 시장개입을 통해 엔화 강세를 억제하거나 국제사회의 환율 조정 합의를 통해 저평가된 주변국 통화의 절상을 유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기업들은 최근 일부 일본 수출기업의 옛 사례를 교훈 삼아 다가올 원화 강세에 지금부터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현재 주요 일본 수출기업의 어려움은 엔고와 세계경제 저성장기에 기인한 바가 크지만, 2005~2007년 글로벌 호황기이자 엔저시기에 긴장이 완화되고 다가올 초엔고를 예상하지 못한 점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영식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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