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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에서 교체선수는 흔히 ‘조커’라고 표현한다. 불리한 패를 들고 있다 하더라도 원하는 카드로 변할 수 있는 조커가 있으면 높은 족보를 이루어 게임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듯이, 교체된 선수가 팀의 활력을 불어 넣거나 결정적인 한방으로 경기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순탄치 않았던 gm대우의 대형차 라인업에 알페온이 조커로 등장했다. 과연 알페온은 오랫동안 이어진 대우 대형차의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까?
gm대우의 엠블럼을 달고 2005년 6월 출시한 대형세단 스테이츠맨은 gm의 호주계열사인 ‘홀덴’으로부터 완제품을 수입한 모델이었다.. 당시 국내 대형차로써는 가장 긴 차체(5195mm)를 가지고 있었으며 후륜방식 채택으로 편안한 승차감, esp(차체자세제어장치)장착 등 각종편의·안전사양을 갖추었던 모델이었다. 호주 대형차시장에서 베스트셀러 인만큼 한국에서도 인기몰이를 할 것으로 기대를 받았지만, 조수석 가까이 붙은 사이드브레이크, 팝업식 안테나 등 한국운전자의 정서와는 잘 맞지 않던 스테이츠맨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2006년 에어백접지와, 범퍼에 결함으로 천여대의 리콜을 실시하면서 판매도 급감, 결국 2007년도 상반기에 소리 없이 사라지게 되었다.
2008년 9월 야심차게 출시된 ‘베리타스’는 스테이츠맨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듯 중저속에서의 힘을 더 키우고, 뒷좌석 안마시트, 18인치 알로이 휠등 새로운 사양을 추가했다. 스테이츠맨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안테나, 사이드 브레이크등의 옵션도 개선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윈도우 조절부가 중앙에 위치해 있고, 오디오 볼륨레버가 조수석 가까이 있는 등 호주차의 특징을 버리지 못했다.
또한 국산 신차의 트렌드에 따라오지 못한 하이패스 단말기, ecm룸미러등 편의사양의 누락도 감점요인이 되었다. 결정적으로 기판 과열위험으로 역시 천대가 넘는 대규모 리콜이 이루어져 프래그쉽세단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결국 2010년내 총 680여대 판매라는 저조한 실적을 올린 베리타스는 800만원의 추가할인까지 한 후에야 재고물량을 털어내고 사라지게 되었다.
국내 준대형세단 시장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기대되었던 gm대우 알페온의 9월판매 성적표는 955대였다. 동기간 k7는 2,725대, 그랜저 2,003대, sm7은 868대 판매했다. k7이 출시 첫 달 5,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것과 알페온의 판매대수가 그랜저나 k7의 절반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잔혹사가 또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대형차가 실패할 경우 그 중고차가치는 다른 차종보다 더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소비자 신뢰도를 회복하는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일례로 2009년식 베리타스 중고차의 경우 중고차사이트 카즈(http://www.carz.co.kr)가 제공하는 시세표에 따르면 현재 신차가격의 50~60%에 해당하는 3천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불과 2년 만에 가치가 급감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10월 알페온은 1,285대 판매하며 전월대비 34.6% 상승했다. sm7 전월대비 하락, 그랜저와 k7도 소폭 상승한 와중에 가장 두드러지는 증가세다. 또한 알페온 2.4모델을 내놓아 중형급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알페온과 라세티 프리미어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gm대우의 내수판매는 전월대비 15.7% 상승했다.
이번 알페온의 판매량이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그 동안 gm대우 대형차의 판매성적과 비교했을 때는 상당히 긍정적인 출발이다. 대형차의 판매량은 브랜드 이미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알페온의 성공적 안착이 gm대우의 중고차 가치까지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준대형시장의 절대강자 그랜져가 풀모델체인지된 그랜져hg로 ‘왕의 귀환’을 예고하고 있어 알페온의 힘겨운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과연 알페온이 대형차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해 80년대 초 로얄시리즈로 한국 대형차시장을 주름잡았던 대우차의 명성을 되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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