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자동차 전문기업 육성 포기하나?
현대차, 자동차 전문기업 육성 포기하나?
  • 윤종우 기자
  • 승인 2010.11.0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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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현대건설 m&a가 제기될 때마다 현대건설 인수를 부인해 왔었다

2005년 윤주익 당시 엠코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현대건설을 인수할 여력이나 계획이 없으며 검토된 바 없다”고 말했다. 2006년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건설 인수는 메리트가 적고 대북사업에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라고 밝혀 스스로 사업연관성을 통한 시너지가 없음을 자인하기도 했다. 2008년, 김창희 현대엠코 부회장은 “한마디로 현대건설을 인수할 의향이 전혀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강호돈 현대차 부사장은 올 7월, 노조가 인수설 참여 여부에 대해 묻자 “사실무근이며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자신도 “현대건설을 인수할거면 엠코를 왜 설립했겠느냐”고 말하는 등 현대건설에 관심을 드러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무관심했던 표면적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현대엠코라는 건설 계열사를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자동차 전문기업으로서 현대건설을 인수할 필요성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2000년 9월 1일 현대그룹에서 공식적으로 계열 분리되던 첫 날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세계 5위권에 드는 자동차 전문업체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했다.

이 후 정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현대차그룹을 초일류 경쟁력을 갖춘 자동차 전문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선언해 왔다.

계열분리 10년 만에 국내 1위이자 세계 5위의 자동차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현대차는 이제 업계 1위 도요타를 뛰어넘어 세계 자동차 시장을 재패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자동차 산업과 무관한 현대건설 인수전에 나서는 것에 대해 안팎에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미래형 자동차인 친환경자동차 개발 등 r&d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2040년경이면 친환경 자동차가 가솔린 자동차보다 많아진다.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는 업체가 세계 자동차시장을 지배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친환경차 수준은 선진국 대비 76% 수준으로 이미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장악한 도요타와 전기차를 판매중인 닛산, 미쓰비시, gm에 비교해 한참 뒤처져 있다. 아직 전기차 양산도 시작하지 않은 현대차로서는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길이 험난하기만 하다. 2008년 기준 현대차의 r&d 투자액은 12억 1천만 파운드로 도요타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이준협 연구위원은 “현대차 r&d 집중도(매출액 대비 r&d 투자 규모)는 2.75%로 선발기업들은 물론 후발기업인 혼다(4.90%), 닛산(4.23%)보다 낮아 추격을 허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의 가용현금은 8조원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해외 20여곳의 현지공장 투자와 계열사인 현대제철 제2고로 추가 설치 등 막대한 설비투자를 고려할 때 턱없이 부족하다. 만약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보유현금의 절반을 쓴다면 자동차 분야 경쟁력 강화는 요원해진다.

해외 현지공장 정상화가 우선이다.

연간 생산 30만대 생산능력의 자동차 조립공장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서는 70% 이상 가동율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현대차 58.8%, 기아차 46.6%에 불과해 적자경영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들어서만 러시아 공장 준공(5천억원), 브라질 공장 착공(7천 1백억원), 중국 제3공장(9천 4백억원) 착공 등 지난 1997년 이후 해외공장설립에 약 8조원을 투자해왔다. 지난 8년간 매년 경상이익이 약 2조원라고 가정할 때, 벌어들인 돈의 절반 가량을 해외공장 건설에 투자한 꼴이다.

무모하게 추진되는 해외생산 확대전략이 현대차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잇따른 리콜사태 대비가 중요하다.

올 초 있었던 도요타 리콜 사태의 주 원인은 무리한 글로벌 확장 정책으로 인한 품질 관리 소홀 때문이다. 생산공장을 전 세계로 확장하면서 현지 부품 협력업체들의 품질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 20년간 도요타 모방전략을 채택해 해외확장 전략을 펼쳐온 현대차그룹도 리콜로 비상이 걸려있다. 올해 도어 결함으로 k5 7천대, 배선용접 불량으로 쏘울⋅쏘렌토⋅ 모하비⋅k7 1만 8천대(국내), 3만 5천대(미국)를 리콜했다. 기아차의 전체 해외 리콜 규모는 8만~9만대로 추산된다. 이에 정 회장은 정성은 기아차 부회장을 경질시키기도 했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미국에서 소나타의 조향장치 결함이 발견되어 14만대의 리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도요타의 글로벌 리콜사태 대응 비용은 3조~5조원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또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그에 상응하는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외 자동차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내수 점유율은 45.23%로 지난해 동기의 50.5%에 비해 6개월 새 5%이상 곤두박질쳤다. 반면 수입차의 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올해 8%를 넘었고 한·eu fta체결로 벤츠, bmw, 아우디의 수입량은 급증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도 심각하다. 미국과 유럽 각국의 중고차 교체 보상제도는 이미 폐지되었거나 폐지될 예정이다. 그동안 이 제도의 가장 큰 수혜기업이었던 현대차의 세계시장 판매감소는 불가피하다. 특히 현존하는 가장 까다로운 환경규제인 ‘유로5’에 부합하지 못하는 차는 내년부터 유럽 내 판매가 전면 금지되지만 현대차의 경유차종 중 이 규제를 완전 충족하는 모델은 투싼ix와 스포티지r 등 2종에 불과하다.

환율도 하락세다.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현대차의 연매출이 1200억원 줄어들 정도로 환율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하지만 작년 평균 1277원의 환율이 올해 하반기에는 1070원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환율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노조단체를 중심으로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반대 수위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진보측 인사 1000명과 함께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편법 경영승계 위한 현대건설 인수에 앞서 동희오토 사내하청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7일에도 금속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그룹총수 일가의 배만 불리는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를 분명히 반대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힌바 있다.

현대차 노조 역시 내부소식지를 통해 4차례에 걸쳐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포기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현대차 노조는 “현대건설 인수는 현대차 그룹을 사지로 몰아가는 행위”이자 “과거 개발독재 시대 문어발 경영방식”이라고 비난했다. “현대건설 인수는 정몽구, 정의선 부자가 손쉽게 내부 승계를 이룰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현대건설 인수추진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는 비정규직 문제에도 시급한 해결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4일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 1941명은 정몽구 현대차 대표이사 등 사측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상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건설업황의 불확실성이 높고 사업 연관성도 낮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하는 등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어느 때보다도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시장에 알려진 것처럼 장자로서의 현대가 적통성 확립, 후계구도 강화를 통한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해 난데없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나설 때가 아니다. 자동차 전문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재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편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신성장동력이 되게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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