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주제별로 즐겨라! JIFF2009 추천작
전주국제영화제, 주제별로 즐겨라! JIFF2009 추천작
  • 정선기 기자
  • 승인 2009.04.30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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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서 개막...가족, 사회, 음악 주제변주
싱그러운 봄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어디 '여심(女心)' 뿐일까. 10회째를 맞이한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특별한 영화를 찾는 '시네필'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며 30일, 배우 김태우와 이태란의 사회 아래 2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개막식을 갖고 9일간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 등지에서 열린다.

올해 영화제는 전국관객 290만여 명을 기록한 <워낭소리>, 똥파리 등 독립영화의 개봉관 흥행세와 노동절, 어린이날 등 5월 황금 연휴 기
간이라는 호재가 겹쳐 그 어느 해보다 영화제의 성공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출품된 작품 만도 개막작 <숏! 숏! 숏! 2009>를 비롯해 전 세계 40개여 국가의 200여 편에 이른다.

▲ 제 10회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 jiff2009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대안, 실험, 디지털을 화두로 '자유, 독립, 소통'이라는 주제 아래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재조명할 예정이다. 매년 프리미어 작품이 86편(43%)으로 역대 최다이다. 장편 프리미어는 52편(월드 12편, 인터내셔널 1편, 아시안 39편), 단편은 34편 외에도 김
창완밴드와 장기하와 얼굴들 등을 초청한 공연들을 마련했다.

오는 5월 8일 폐막식에서는 배우 오만석과 서영희가 사회자로 나서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섹션 등 각 부문의 시상식과 함께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마찬>을 끝으로 9일간의 축제를 마감한다.

무엇을 볼까 고민되는 시네필들에게 정수완ㆍ유운성ㆍ조지훈 프로그래머 등이 이번 영화제를 주제별로 즐길 수 있는 추천작을 선정했다.


▲ 10회 전주국제영화제 초청된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작, 도쿄 랑데부 © jiff2009

#1. '가족’을 주제로 한 영화

가정의 달을 맞아 개봉관에서도 <똥파리><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리틀 비버> 등 '가족'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하는 가운데, 소통을 테마로 한 독립영화들이 대부분인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가족'이 대세이다.

1) 프린스 오브 브로드웨이(prince of broadway, 미국, 2008), 감독 션 베이커(sean baker), 아시안 프리미어

뉴욕에서 가짜 명품을 아프리카 출신 불법체류자가 두 살 짜리 아들이 돌연 나타나면서 겪는 인생역정을 그린 영화로 아마추어 배우들의 설익은 연기가 생동감 넘친 영화를 탄생시켰으며, 작가의 클로즈업 장면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미묘한 감정를 담아내고 있다.

다소 현실적이면서도 위트 섞인 에피소드들은 삶의 아이러니를 잘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로카르노영화제 특별언급상 수상작이다.

2) 도쿄 랑데부(tokyo rendezvous, 일본, 2008), 감독 이케다 치히로(ikeda chihiro),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이렇다 할 꿈도 희망도 없는 3명의 젊은이들이 노인과의 만남을 통해 인생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잔잔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두 세대에 걸친 내면적 교감을 아주 따스하게 표현한다.

일본의 촬영감독 타무라 마사키가 빛을 소재로 구성한 영상은 일본 개봉 당시 구로사와 기요시 등으로부터 찬사를 얻었다고. 니시지마 히데토시, 카세 료와 베테랑 배우 카가와 쿄코 등 연기파 배우들의 섬세한 캐릭터 연기가 돋보인다.

3) 거울(the mirror, 러시아, 1974), 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andrei tarkovsky)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에 참여한 라브 디아즈 감독의 추천작으로 시인이자 철학자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이 망명 전 구 소련에 시절 제작했다.

극중 시인인 아버지 아르세니 타르코프스키의 자작시 낭송을 영화 속에 삽입하고, 마지막 장면에 자신의 어머니 마리아 이바노브나를 출연시키기도 하면서 감독은 영화를 자전적인 에세이처럼 연출한다.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듯 현실과 꿈을 넘나드며 경계를 허무는 장면과 초현실적인 미장센, 슬로우 모션 기법은 신비롭다.

4) 날아라 펭귄(fly penguin, 한국, 2009), 감독 임순례, 월드 프리미어

임순례 감독 생애 최고 히트작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에서 호흡을 맞췄던 문소리, 박원상이 이제 페르소나가 되었을까.

영화는 사교육과 조기 교육 열풍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우리 교육의 현실을 되돌아보는 한폅 채식주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황혼 이혼 등 현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예리하게 들춰내며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감독 특유의 포근한 시선과 관찰력으로 그려낸다.

<여섯 개의 시선>(2003), <별별이야기>(2005) 등 단편 위주의 옴니버스 영화에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을 지원하는 첫 장편 인권영화로 문소리, 박원상 외에도 박인환, 정혜선 등 베테랑 배우들의 출연으로 촬영 시작부터 화제이다.

5) 마마스 맨(momma's man, 미국, 2008), 감독 에이저젤 제이콥스(azazel jacobs), 아시안 프리미어

너무 평범해서 동정심마저 드는 외모를 지닌 서른 중반의 마이키란 한 수상한 행동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 댁을 방문했던 마이키가 하루만 더 머문다면서 더부살이 기간이 늘어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얹혀 살아가야 하는 그의 속사정은 무얼까. 극중 주인공을 걱정하는 부모 역에 감독 자신의 부모님을 직접 출연시켰다. 미국 실험영화의 대부 켄 제이콥스가 아들의 작품에 출연하며 미국 사회의 단면을 현실적이고 코믹하게 그려낸다.


▲ 자본주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영화 '돈을 법시다!' © jiff2009

#2. 현대 사회를 예리하게 조명하는 영화들

베를린국제영화제가 '정치 이슈'를 소재로 한 신랄한 사회 비판 작품들을 선호하듯,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그런 기대를 할 수 있을까. 내년 베를린영화제 출품 경향을 미리 점쳐볼 수 있는 세계 각국의 영화들을 찾아본다.

1) 페라리 디노 걸(the ferrari dino girl, 체코, 2009), 감독 얀 네메치(jan nemec)

1968년, '프라하의 봄'을 맞은 체코슬로바키아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프라하를 무차별 침공한 소련군의 점령을 입증할 수 있는 촬영 필름을 갖고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향하는 영화인의 이야기를 그렸다.

특이한 것은 최고급 승용차인 페라리를 타고 섹시한 여자 야냐, 영화 감독 일행은 거리에 시체로 넘친 프라하의 모습을 전 세계인들에게 무사히 전할 수 있을까. 얀 네메치 감독의 전작 다큐멘터리 <프라하를 위한 오라토리오>(1968)에서 가상의 캐릭터들이 펼치는 드라마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얀의 회상>(2001), <마음의 풍경>(2004)에 이은 얀 감독의 세 번째 자전적 이야기다.

2) 레일라의 생일((laila's birthday, 발레스타인 외, 2008),감독 라시드 마샤라비(rashid masharawi)

딸의 생일에 케이크와 선물을 무사히 집으로 가지고 갈 수 있을까. 팔레스타인이라는 독특한 정치적 상황이 영화제를 찾는 시네필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한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전직판사 아부 레일라는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다. 그 동안 팔레스타인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봐왔듯 아부 레일라가 딸에게 가기 위해서는 건너야 할 장애물들이 많다. 감독은 사소한 한 남자의 일상임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긴장감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위트있고 따스하게 그려낸다.

3) 레이첼(rachel, 프랑스, 2008), 감독 시몬느 비통(simone bitton), 아시안 프리미어

2005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 <벽>을 연출한 감독의 신작. 이스라엘 점령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콘크리트벽을 세우고 주변의 모든 팔레스타인 집들을 허무는 장면이 대비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증오의 벽을 허물려던 감독의 전작과 달리 후퇴하는 역사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미국의 청년 평화 운동가 레이첼 코리가 맨몸으로 불도저를 막아서다가 집들과 함께 뭉개
져 죽음을 당하지만 현지 언론은 침묵한다. 힘없이 허물어지는 콘크리트벽 앞에서 죽음을 맞이한 레이첼 코리의 일기, 사진, 관련 증언은 이방인들에게 '거꾸로 가는 세계사'를 전한다.

4) 돈을 법시다!(let's make money, 오스트리아, 2008), 감독 에르빈 바겐호퍼(erwin wagenhofer), 아시안 프리미어

미국발 금융위기로 현재까지 몸살을 앓고 있는 금융시장을 배경으로 돈의 궤적을 쫓으면서 자본주의의 무자비한 속성을 고발하는 한 편의 르포르타주이다.

금융시장에 돈을 투자하는 순간 세계적인 금융시장에 편승하게 되는데 특히 감독은 돈이 약소국으로 흘러 들어가 세금을 피하거나, 공공시설을 사유화하는 방식으로 이윤을 남기는 자본주의의 폐헤를 고발한다. 자본주의 매커니즘 이면에 인간의 탐욕은 인도에서 오스트리아까지, 부르키나 파소에서 워싱턴 dc까지 이어진다.

5) 문라이팅(moonlighting, 영국 외, 1982),감독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jerzy skolimowski), 1982 칸영화제 각본상

동토의 나라, 폴란드의 참담한 현실과 노동자들의 애환을 비판하며 페이소스를 담은 블랙코미디 영화. 톱스타 제레미 아이언스가 자본주의라는 신세계에서 방향을 잃고 헤맸던 80년대 폴란드의 자화상을 대표하는 노동자 노박으로 변신한다.

1981년 겨울, 폴란드 전기기사 노박은 사장의 집을 수리하기 위해, 세 명의 인부를 이끌고 런던에 밀입국한다. 이 때에 조국 폴란드에서 군사혁명이 일어나고 설상가상으로 생활비마저 떨어져 어려움에 처한다. 노박은 영국에서 행복한 삶을 보낼 수 있을까.

▲ 눈과 귀가 즐거워지는 민환기 감독의 음악영화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이야기' © jiff2009

#3. 귀와 눈이 즐거운 음악 영화 퍼레이드

'음악영화'로 특화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외에 최근 국내 영화팬들에게 영화의 내러티브와 함께 배경음악(ost)은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과거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됐던 작품들이 다시 전주를 찾았다. 인디밴드부터 고전 음악의 거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뮤지션
을 소재로 한 음악영화에서는 색다른 삶의 풍경이 펼쳐진다.

1)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이야기(sogyumo acacia band's story, 한국, 2009), 감독 민환기, 월드 프리미어

어릴 적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던 감독 자신이 한 인디밴드를 관찰하고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객원보컬 요조와 새 멤버들을 영입하면서 개성있는 음악세계와 대중 음악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디 뮤지션들이 겪는 갈등을 담았다.

특히 , 감독은 멤버들의 일상 모습을 스케치하고 개별 인터뷰를 통해 뮤지션으로서 꿈과 그들이 오선지에 그려가는 세상에 대한 묘사도 잊지 않는다.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은 이 영화
를 공감가는 이야기와 달콤하고 감미로운 음악에 눈과 귀가 행복해지는 영화라고 추천한다.

2) 하바나 블루스(habana blues, 스페인 외, 2005), 감독 베니토 잠브라노(benito zambrano)

뮤지션으로서 뜰 기회를 잡은 가수 지망생 루이와 티토의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이색적인 이 영화에서 과연 그들은 자신들의 음반을 만들 수 있을까? 유수 영화제의 오리지날 스코어링 부문에서 수상했을 만큼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로 채워진 배경음악은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이다. 잠브라노 감독은 영화를 위해 50여 개의 밴드와 인터뷰를 했으며 2006년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으로 관객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2005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폐막작.

3) 트랜스(1-10):trance (1-10), 칠레, 2008), 감독 호세 루이스 토레스 레이바(joseluis torres leiva), 아시안 프리미어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하늘, 땅, 그리고 비>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호세 루이스 토레스 레이바 감독의 세번째 장편 영화.

열 명의 사람이 서로 다른 음악을 각각 들으며 귀와 화면을 채우고 있다. 음악과 화면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서로에게 의미를 부여하면서 화면 밖 관객들에게 전달되며 백 곡, 천 곡으로 무한 분열한다.

이 영화는 단순히 음악 혹은 음악을 듣는 사람을 관찰하는‘영상물’이 아니라 음악과 이미지의 힘을 보여준다. 숨겨진 의미나 복잡한 설명 따위는 필요 없이 듣고 보는 즐거움을 찾는 것은 어떨까..

4) 바흐 이전의 침묵(the silence before bach, 스페인, 2007), 감독 페레 포르타베야(pere portabella)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후 2년 연속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 바흐의 음악에 관한 재연과 픽션, 다큐멘터리, 에세이를 조곡 형태로 모아놓은 옴니버스 영화이다.

고전음악의 거장, 바흐 본인을 포함해 그의 음악과 인연을 맺은 이들이 등장하는데, 바흐 이전의 유럽은 반향이 없는 텅 빈 땅에 불과했으며 신을 비로소 위대하게 만든 것이 바흐라고 강조한다.

5) 엘도라도(eldorado, 프랑스, 2008),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olivier assayas), 아시안 프리미어

독일의 작곡가 칼하인츠 슈톡하우젠과 프랑스의 안무가 앙줄랭 프렐조카주가 만든 현대무용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물리적 공간을 음악에 적용한 슈톡하우젠의 초현실적인 전자 음악은 몸짓 동작으로 전환되고, 카메라는 음악과 무용을 온전히 영상에 담아낸다.

영화는 공연 리허설 장면과 두 예술가의 창작 인터뷰가 담긴 , 그리고 핸드헬드로 촬영된 공연 실황 으로 구성됐다. 슈톡하우젠의 오페라 <빛 : 한 주간의 7일>가운데 일곱 번 째 곡인 '일요일의 이별'은 이브와 미카엘의 신화적 연합에 초점을 둔 작품이다.

이 밖에도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은 스타들의 등장 만으로 즐거움을 주는 영화, 생생함이 살아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주제별로 분류해 놓는가 하면 폴란드 거장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스페인의 페레 포르타베야, 필리핀의 야 마틴 회고전과 스리랑카 영화 특별전 등 시네필들에게 영화 선택을 위한 지침서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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