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안정과 금융상품 규제강화
금융시장 불안정과 금융상품 규제강화
  •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승인 2011.05.1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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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교수
요즘 금융시장이 다시 출렁거리고 있다. 지난 2~3년 동안 세계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시달린 데다 최근에는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의 재정위기와 우리나라 천안함 사태로 인한 동북아시아 불안 고조 등으로 금융상품 가격이 큰 폭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에서는 여러 각도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도입해 앞으로 유사한 금융위기의 발생을 막으려 애를 쓰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과 우리나라도 국제적인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미국의 금융 규제 시도에 협조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기억해야 하는 바는 아무리 강력한 규제를 사용하더라도 금융시장 자체를 폐쇄하지 않는 한 금융시장의 완전한 안정을 확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인데 그것은 근본적으로 금융시장의 기능과 관련이 있다. 그럼에도 금융시장의 규제 강화를 통해 위기를 방지하고자 하는 시도는 중요하고, 또 이런 시도는 분명히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

금융시장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참여자들 간에 위험을 나누고 자기가 필요한 시기에 소비할 수 있도록 조정해주는 것이다. 우선 보험 상품은 내가 사고를 당해 돈이 필요한 경우 사고를 안 당한 다른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고, 반대의 경우에는 내가 다른 사람들을 도와줌으로써 서로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도록 한다. 한편 예금의 경우 내가 현재보다는 미래에 사용하고 싶은 여분의 돈을 은행에 맡겨 차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예금주의 상대편에는 현재 모아둔 돈은 없지만 앞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계획을 가진 기업가들이 있는데 이들은 사업계획으로 미리 돈을 빌려 사업을 벌이고 차후에 수익이 발생하면 꾼 돈을 갚는다.

미래의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안정 확보의 어려움

이런 금융시장의 기능은 근본적으로 위험과 깊게 관련돼 있다. 여러 사람이 위험을 나누는 보험의 경우 직접적으로 불확실한 미래의 위험을 다루는 일이 분명한데 두 번째의 시간적 공조에서도 위험 관리는 불가피하다. 왜냐하면 미래의 일은 불확실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이 경우 현재와 미래 사이에 역선택(adverse selection)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 채무자들 중에 미래에 돈을 갚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적은 사람들일수록 현재 높은 이자를 내고도 돈을 빌리려 하기 때문에 역선택이 발생하고 일단 돈을 빌린 후에는 나중에 꾼 돈을 갚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 않을 유인이 있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

이렇듯 금융시장에서의 거래는 본질적으로 위험한 것이기에 금융거래에서는 그 위험에 적절히 대비하고자 여러 장치를 마련하곤 한다. 예를 들어 보험의 경우 계약 조항에 자기 부담금에 관한 항목이 포함되고 은행이 대출을 할 때는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을 심사해 특정 기준 이상의 사람에게만 대출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위험한 행동을 방지하려는 모든 시도가 있더라도 근본적으로 금융시장에서의 위험은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보험을 통해 가입자를 보호하려는 사고의 위험은 없어지지 않고 또한 기업가들이 아무리 원대한 사업계획을 품고 열심히 일한다고 모두 성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위험 분산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 증가

그러나 최근 발견되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이런 근본적인 위험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이다.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위험이 경제 내에서 확산되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보험을 통해 분산하려고 했던 근본적인 위험(사고)이 발생하거나 대출을 받아 시행한 사업이 실패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 위험이 실제로 실현되는 경우 금융계약의 상대방은 계획했던 자금의 회수가 이뤄지지 않고 이들이 만일 대출을 받은 금액이 있다면 이들이 갚아야 하는 대금의 상환 역시 어려워진다. 따라서 일단 발생한 근본적 위험의 실현은 제2, 그리고 제3의 위험을 발생시킨다. 더욱이 제2, 제3의 위험의 크기와 그 위험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관련자가 확실치 않다면 사람들이 서로를 의심하는 결과가 벌어지게 된다. 또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은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싸게라도 판매하려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자산을 매각하려하면 이들 자산의 가격은 더 하락해 위기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위험의 확산은 애초에 발생한 위험을 크게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는데 위험이 얼마나 증폭되는가는 애초에 얼마나 많은 금융거래가 상호간에 이루어졌는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금융시장이 발달해 사람들이 많은 금융거래를 하고 위험을 서로 교환할수록 근본적 위험의 실현은 크게 증폭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금융상품 규제 강화의 필요성

최근에 들어 금융시장은 소위 금융상품의 혁신을 통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대규모의 자본을 가진 기관뿐 아니라 개인들까지 혁신적인 금융기법을 이용해 엄청난 규모의 돈을 꾸어 투자를 하게 됐다. 이런 금융시장의 성장 뒤에는 금융시장의 혁신이 개인 혹은 개별 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위험을 분산시켜 준다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혁신적인 금융기법으로 주어진 크기의 위험을 거래한다면 개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위험은 많이 분산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금융혁신 덕택에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위험이 작아졌다는 믿음으로 보다 많은 위험을 부담하기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금융시장 내 총체적 위험은 결과적으로 크게 늘어나고야 말았다.

이제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금융거래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물론 금융거래가 위축될 경우 경제가 어느 정도 침체될 것이다. 우선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는 기업가들이 이전보다 사업 규모나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 또 금융시장에서 거래를 중계하는 금융사업자들의 소득 역시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금융시장의 위축은 다른 한편으로 경제 전체의 위험을 줄여, 많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실직을 하고 평생 모은 돈을 모두 날리는 경우도 줄어들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감독 당국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실물거래를 매개하는 금융거래 이외 돈놀이에 버금가는 금융상품의 거래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적어도 대규모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금융상품의 구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모아 위기 발생 시 이들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해두는 것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찾기 위해 꼭 필요한 대책이라고 생각된다.

※ 본 칼럼은 경제 현안에 대한 필자의 견해로 정부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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