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중국 물가상승률 6.2%의 의미’
LG경제연구원 ‘중국 물가상승률 6.2%의 의미’
  • 박래정 수석연구위원
  • 승인 2011.09.1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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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경제의 동반침체가 깊어지면서 글로벌 경제 내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발표된 중국의 8월 물가동향은 전달보다 상승률이 하락했지만, 하락세가 왔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애매한 상황이다. 중국의 정책기조 변화를 기대한다면 최소한 한 달은 더 기다려야 할 판이다.

‘6.5%에서 6.2%로’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가 8월 들어 주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8월 6.2%의 상승률은 물가가 여전히 상승국면에서 일시적으로 숨을 고른 것인지, 이제 정점을 찍고 내리막으로 돌아서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애매한 수치이다. 중국 내 경제전문가들도 상승세가 멈춘 것을 반기면서도 이제 하강국면에 들어섰다고 단언하지 못하고 있다.

불과 0.3% 포인트의 차이지만,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중국 정책당국의 긴축의 고삐가 달라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향후 중국 거시경제는 물론 세계경제 회복세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치게 된다.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중국 물가상승세는 식품물가가 주도해왔으며, 식품 중에서도 돼지고기의 상승세가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식품 물가는 지난해 7월 0.7% 이상 상승세(전월 대비)를 보이더니, 올해 2월까지 연속 월 2, 3%대의 폭증세를 유지했다. 그 결과 식품물가가 31%(지난해까지는 34%)의 높은 영향력을 미치는 소비자물가가 정부 억제선인 4%를 넘어 6%대를 넘실대기 시작한 것이다.

연초 중국 물가당국은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한 것은 돼지콜레라의 여파가 컸고 식품 외 기타 부문의 물가가 안정적이었던 만큼 늦어도 여름께 상승세가 한풀 꺾이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7월 물가 상승률이 6.5%를 기록,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의 과열 물가가 재현되면서 비상이 걸려버렸다.

하반기 물가가 하향세로 돌아설 것을 단언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럿이다. 무엇보다 물가상승을 주도했던 돼지고기 가격이 뚜렷하게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콜레라 파동을 거치면서 돈육가격이 치솟자 농가에서 돼지 사육두수를 크게 늘렸으나 그 효과는 연말쯤에나 가시화될 전망이다.

식품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주거비의 경우(18%) 부동산가격은 물론 주택건설에 투입되는 건자재,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에 연동돼 있다. 올해 들어 중앙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수요억제책이 이어졌지만, 부동산 거래면적이나 판매가격 등은 여름 들어 오히려 완만한 상승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거래가격의 상승은 임대비 부담을 늘려 대도시 중산층의 허리띠를 압박한다.

아울러 에너지 가격 역시 최근 선진국경기의 침체와 리비아 등 중동 아프리카 산유국 정세 안정화 등으로 하향세를 타고는 있지만 빠듯한 공급사정으로 연말쯤엔 완만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더 우세하다.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중국 소비자물가가 가까운 시일 내 과거와 같은 3%대 상승세로 회귀하기는 어려우며, 임금 토지 등 생산원가의 상승추세 등을 고려하면 2000년대 초 중반에 누렸던 ‘고성장, 저물가’ 국면은 상당기간 재현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대 6% 물가의 위험성

최근 물가상승 추이는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정치사회적인 혼란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가에 민감한 정치도시 베이징의 지난 30년 소비자물가 및 식품물가지수를 보면 1985년, 1988년, 1994년 등 대략 3차례의 큰 고비가 돌출돼 있다. 이중 천안문사태라는 대규모 유혈사태를 겪었던 1989년 외에는 인플레가 사회정치적 혼란과 연동되지는 않았다. 1989년 당시 물가상승률이 20% 안팎이었다.

최근의 6%대 물가상승률을 당시와 비교하면 수치상으로는 ‘온건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현 물가상승세를 용인하고 고도성장을 지켜내는 완만한 정책기조로 돌아가는 것이 합리적 선택일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선 개혁개방의 초창기였던 1980, 1990년대와 중진국 사회를 향해 달려가는 2010년대 사이에 벌어진 중국경제의 운영메커니즘과 규모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가령 1994년대의 인플레는 정부의 시장개혁과 각급 정부의 투자 붐이 맞물린 결과였다. 1991년 80%가 넘는 소매상품의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개혁조치가 취해졌고, 이중환율제 폐지, 주식시장 개설 등 혁명적 정책이 잇따랐다. 에너지 및 투자인프라의 품귀현상은 개도국 중국으로선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물가상승을 무릅쓰더라도 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당위론에 더 큰 무게가 실렸던 시절이다. 이보다 앞선 1985년의 인플레도 사회주의 상품경제의 개념이 공산당에 도입된 뒤 첫 실시된 시장개혁의 결과였다. 계획경제가 조성해놓은 만성적인 공급부족 상황에서 시장개혁은 단기간 가격현실화, 즉 가격 급등을 초래했던 것이다.

2010년 중국경제는 1994년 규모의 8.3배(경상 GDP 기준)로 커졌다. 그렇지만, 정부의 가격 조절기능은 직접적 통제에서 대부분 시장메커니즘을 거치는 우회적 개입으로 바뀌어 있다. 국가경제의 중추인 국유기업의 지위도 많이 약화돼 GDP 창출의 주력은 이제 민영기업들이다. 국유기업을 통한 가격조절도 과거보다 용이하지 않은 것이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중국경제는 급격히 글로벌경제에 편입돼 왔다. 최종수요에서 차지하는 해외수요의 비중은 WTO 가입 전 19% 미만에서 이젠 30%대를 넘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세계 각국과 쌍무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면서, ‘시장경제국 지위’를 강력히 희망해왔던 만큼 과거 가격통제로의 회귀는 가능하지도 않고, 매우 부담스런 선택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중국경제의 운영체제 및 구조가 현저히 바뀐 뒤에 맞는 물가불안은 2008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다. 2008년 초의 앙등은 폭설피해와 설날 귀향수요가 맞물리면서 광저우 지역에선 폭동의 위험까지 제기됐으나 ‘봄날 눈 녹듯’ 조기 해소됐다. 이번엔 당시보다 상승폭이 완만하나 거의 1년째 지속되고 있고, 경기둔화의 우려까지 겹쳐 대응은 더욱 어렵다.

도농간 물가상승 격차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2005년 12월 물가를 기준으로 올해 8월 도시와 농촌의 물가가 각각 얼마나 올랐는가, 그 폭을 비교한 결과, 기호품인 담배주류와 가정설비용품을 제외한 전 물가 구성항목에서 농촌지역 물가상승폭이 더 컸다. 이는 도농 소득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현상과 맞물려, 도농간 실질소득 격차를 키우는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다. 현 4세대 지도부가 주력해온 도농격차 해소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물가상승 지속 시 구조개선에도 암초

중국의 물가상승이 갖는 또 다른 해악 중 하나는 중장기적으로 경제구조 개선의 성공 가능성을 떨어트린다는 점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이 올해 시작한 12차5개년 규획의 핵심과제는 내수확대와 에너지 효율제고 등으로 요약된다. 전자와 후자의 대표적 정책수단이 각각 저소득층 임금상승 정책과 에너지가격 현실화를 들 수 있다.

2008년 1월 노동합동법 발효 이후 각 성 및 특별시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상향조정 사례를 시기와 금액에 맞춰 본 결과 최저임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중국 수출에 먹구름을 드리운 2008년 11월부터 2010년 1월까지 요지부동이었으나 이후 경쟁 하듯 상향 조정됐으며, 12차5개년 규획기엔 지방정부마다 연례행사로 발표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상하반기 최저임금 조정사례가 각각 12, 19회로 나타난다. 올 상반기엔 14회로 지난해보다 많았지만, 하반기엔 9월까지 3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7~9월 새 16건이나 발표됐던 것에 비하면 격감했다. 하반기 들어 물가상승 우려가 해소되지 않자, 임금인상 추세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휘발유 가격의 자유화(국제가격 연동화)도 가격안정기에는 탄력을 받았지만, 가격 상승기엔 물가상승 압력을 높일 우려가 있어 퇴보하는 양상이 엿보인다. 오랜 기간 산유국이었던 중국은 원유를 수입하기 시작한 뒤에도 수입가격을 그대로 자국시장에 반영하지 않고 3대 국유 석유기업이 충격을 흡수하는 체제를 유지해왔다. 자국산 원유 정제 시 가격차에 따른 수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다 2000년대 후반 수입의존도가 50%를 넘어서고 갈수록 에너지난이 심각해지자 휘발유 시판가격과 원유 수입가격의 연동성을 높이는 개혁을 추진해왔다. 따라서 둘 사이의 상관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져야 구조개선 정책에 일관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수입원유가와 휘발유 가격 인상률 추이 비교 결과 물가안정기(2008.11월~2010년 9월) 시의 둘 사이의 상관계수는 0.71로 높게 나타나지만, 이후 물가불안기(2010년 10월~2011년 7월)엔 상관계수가 0.36으로 크게 떨어진 점이 나타난다. 단기 경기대책에 중장기 구조개선이 밀려나는 모양새이다.

6.2%는 글로벌 경제에도 부정적 수치

6.2%에 대해 중국 정부 역시 명확한 판단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물가가 하락세를 탔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만큼 당장 현재의 긴축기조를 변화시킬 뚜렷한 이유도 없어 보인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물가상승이 대세로 굳어질 경우 중국경제가 당면해야 할 위험은 중장기적 구조개혁과 사회정치적 안정성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 반대로 물가를 잡겠다고 경제성장률을 희생시킬 때 따르는 위험 역시 무겁고 관리하기 버겁다. 중국 금융당국이 최근 물가상승기에 이자율 인상보다는 직접적인 금융권 대출물량 조절에 나섰던 것도 두 가지 위험을 모두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로서는 물가의 향배가 보다 분명해질 9월의 지표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대응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8월 물가상승률 6.2%는 중국에 글로벌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바라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제로서는 실망스런 수치일 수밖에 없다.[LG경제연구원 박래정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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