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2012년 경제전망 : 국내경제 성장률 3%대로 하락’
LG경제연구원, ‘2012년 경제전망 : 국내경제 성장률 3%대로 하락’
  • 이근태 연구위원
  • 승인 2011.09.2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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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선진국의 재정긴축기조가 본격화되면서 세계경제는 올 하반기 이후 성장활력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먼쇼크 당시 위기해결사로 나섰던 정부 부문이 부채급증으로 경기를 떠받치는 능력이 약화되어 선진국 가계와 기업의 수요 심리가 쉽게 살아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선진국의 소비 및 투자부진은 세계교역과 금융시장 불안정성 확대,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 악화 등을 통해 세계경제로 파급될 것이다.

중국 등 거대개도국이 제한적으로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급격한 침체는 막을 것이지만 세계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5% 수준에서 올해와 내년에는 3%대 중반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국내경제도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내구재와 관련 부품, 자본재 등 경기에 민감한 우리 주력 품목의 세계 수요가 위축되면서 수출증가세가 크게 낮아질 것이다. 원자재 및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면서 물가상승압력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내수경기가 부진에서 크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출부문에서의 소득창출이 어려워지고 가계부채 억제로 소비자 신용도 제약되면서 소비 부진이 지속될 것이다. 건설투자는 지난 3년간의 마이너스 성장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보이나 경제불확실성 증대, 건설사 구조조정 지속 등으로 빠른 반등은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경제 성장률은 올해 3.8%, 내년에도 3.6%로 소폭 하락할 전망이다.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줄어들고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입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의 하락속도는 현저하게 둔화, 원화가치는 내년 평균 달러당 1,070원 수준이 예상된다.

세계경제 전망,성장모멘텀 약화 불가피

올해 세계경제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외적, 내적 충격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경기회복의 힘을 약화시켰다. 상반기 중 기상이변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중동사태로 국제유가도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실질구매력이 떨어지고 소비가 위축되었다. 일본대지진은 세계 3위 경제국인 일본을 마이너스 성장하게 했을 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시켜 세계적인 생산차질을 빚게 했다. 이러한 사건들이 세계경제에 공급능력을 떨어뜨리는 충격으로 작용하면서 올 상반기 물가상승과 성장 둔화를 초래한 바 있다.

하반기 들어 이러한 경제 외적 사태에 따른 충격은 점차 진정되는 양상이다. 국제 농산물 가격과 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가격의 상승세는 한풀 꺾였다. 대지진에 따른 제조업 공급차질도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8월초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과 세계적 주가 급락이라는 형태로 나타난 일련의 사건들은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를 급격히 변화시키면서 수요 부문에 대한 충격으로 작용했다.

미국 국가부채 상한 확대 과정에서 발생한 신용등급 강등은 기축통화국인 미국도 국가부채가 계속 늘어날 경우 신뢰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각인시켰다. 향후 중장기 재정긴축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재정을 통한 정부의 경기조절 능력이 현저하게 제약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2차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0.4%로 하향조정된 것은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하락으로 이어졌다.

세계 경제가 리먼 쇼크에서 벗어나 빠르게 반등할 수 있었던 것은 선진국 정부의 위기극복 능력에 대한 신뢰감이었으나 최근 정부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약화되었다.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선진국의 소비자와 기업 등 민간 경제주체들은 저축을 늘리고 소비 및 투자를 줄이는 디레버리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경기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였던 소비자 기대가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 기업들은 소비회복을 확인하고 투자에 나서는 조심스러운 경향을 보여 왔는데 이를 고려할 때 기업수익의 축적에도 불구하고 투자도 살아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 소비의 1/4를 차지하는 수요견인국가이다. 미국의 수요 둔화는 교역의 위축, 금융시장 불안정성 확대,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 악화 등을 통해 세계경제로 파급되면서 전반적으로 세계경기의 활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와 경기둔화의 이중고

유럽 재정위기도 단기간내 해결되기 어려우며 내년에도 역내 국가들의 재정위험 증가에 따른 불안과 긴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구제금융이 당장의 유동성 부족을 해결해 주기는 하지만, 위기국가들의 부채상환능력을 근본적으로 개선시켜 주지는 못한다. 또한 현재 조성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규모는 PIIGS 5개국을 지원하기에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아울러 유럽 내 대형은행을 비롯한 민간금융기관의 대규모 손실 또한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은 올해 말과 내년에도 빈번하게 재연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진행되어 온 국가신용등급 하락 추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작년 이후 대다수의 선진국들이 긴축적 재정운용 기조로 선회하고 있지만, 경기부진이 심화될 경우 세수가 감소하고 재정건전성이 도리어 악화될 위험도 있다. 재정위기 확산 우려에 직면해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외에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 그 동안 안정적인 등급을 유지해 온 여타 선진국들도 현 등급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제금융 증액을 둘러싼 회원국들간의 이해관계의 대립과 정치적 갈등도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2012년에는 프랑스, 스페인, 아일랜드 등이 대선을 치를 예정이어서 재정위기 해법을 둘러싼 갈등이 보다 강하고 명시적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위기국 국민들은 강도 높은 긴축정책에 반발하는 의사를 표출할 것으로 보이며, 독일을 비롯한 핵심국가 국민 입장에서는 구제금융 증액에 대한 반대의사를 보다 분명히 할 유인이 커질 전망이다. 향후 유로본드 발행을 통한 추가 재원조달 등 재정통합을 강화하면서 문제해결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나, 정치적 갈등의 증폭과 선거의 향방에 따른 부정적 파장도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구제금융 체제의 지속 또는 확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득세하게 되는 경우 금융시장은 다시 한 번 큰 불안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정위기의 장기화 조짐은 유럽지역의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유럽 위기국은 강도 높은 재정긴축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할 것이며 신뢰저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개도국, 제한적인 버팀목 역할

개도국은 상대적으로 고성장하면서 선진국 경기 부진을 어느 정도 상쇄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 인도 등 거대개도국은 고성장 유지를 위해 내수 확대 정책기조를 강화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은 농산물 가격 상승세 진정으로 하반기 이후 물가불안이 점진적으로 해소되면서 긴축기조를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침체 및 위안화 절상으로 수출부문의 성장기여는 점진적으로 약화될 것이나 내수가 성장을 견인하면서 내년에도 8%대 성장세는 기록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각종 소비 부양책의 시효만료 등으로 민간 소비심리는 다소 위축되겠지만 지역간, 계층간 격차해소 및 내륙개발을 위한 재정지출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대외의존도가 낮은 인도는 세계경기 둔화의 영향을 덜 받을 전망이다. 연평균 15%에 달하는 임금 상승으로 가계 구매력이 빠르게 늘고 있어 자동차, 가전 등 내구재 중심으로 소비의 꾸준한 확대가 예상된다. 도로, 항만, 철도 등에 대한 대규모 예산 책정으로 SOC 투자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개도국 중 내수의존도가 큰 국가들과 자원부국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내수규모가 큰 나라들은 세계경기 둔화의 충격을 덜 받을 것이며 중국, 인도 등 거대개도국에 대한 교역의존도가 높은 아시아국도 상대적으로 선전할 것이다. 고유가가 유지되면서 자원보유국도 꾸준한 성장을 유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선진국 경기 둔화로 개도국의 성장활력도 어느 정도 낮아지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선진국과 개도국간 성장률 격차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교역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개도국 화폐가치 상승이 가격 경쟁력 저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내수확대를 통해 고성장을 유지하려는 개도국은 인위적 부양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재정적자 확대 등으로 정부부채 증가, 국제수지 악화 등 기존 선진국의 부작용이 개도국에서도 심화되는 가운데 선진국 자금 유출입 확대로 자산시장 혼란과 외환시장의 불확실성 증가 등 리스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침체 가능성 상존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세계경제는 올 하반기 이후 성장세가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중동사태, 대지진 등 경제외적 충격의 영향이 줄어들고 개도국의 내수 주도 성장이 이어지면서 3%대 중반 수준의 성장세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내년에도 상당히 클 것이다. 리먼쇼크 이후 위기해결사로 나섰던 정부 부문이 부채 압력으로 인해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안전판이 없어진 상황이다. 경제주체들의 심리 변화에 따라 경제 흐름이 결정될 것이며 이에 따라 향후 경제의 변동성 및 불투명성이 확대될 것이다.

세계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선진국들은 경기방어와 재정건전화라는 상충하는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국가신뢰도 회복을 위해 긴축기조를 강화할 경우 급격한 침체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재 주요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을 약 30%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도 전반적 경기침체가 심화되면 위기국에서는 재정긴축에 대한 저항이 커지고 독일 등 지원국에서는 구제금융 및 재정통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대될 수 있다. 경기침체와 국가신뢰도 저하의 악순환으로 유럽 주요국까지 신뢰위기가 확산되면 국가부도 위기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미국과 유럽은 모두 국가부채와 관련된 신뢰위기를 겪고 있어 양 지역의 리스크는 상호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 경기의 심각한 침체는 국가신뢰도 하락, 재정위기 심화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확대될 것이다. 이와 함께 세계교역이 급격히 위축되고 환율급변 등 외환시장 혼란이 커지면서 개도국으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

신흥국 외환시장 변동성 클 전망

주요 선진국들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지될 전망이다.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저금리 유지 및 추가 양적 완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재정위험 증가로 인해 불거질 금융시장 혼란을 완화시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불안이 지속됨에 따라 국제 투자자금의 이동은 내년에도 유동적인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풍부한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흐름이 예상되지만, 금융불안이 확대되는 경우에는 다시 급격한 유출이 발생하면서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위험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주요통화간에도 강, 약세의 흐름이 나뉠 것으로 보인다. 달러 및 유로화가 흔히 안전통화로 간주되는 엔화와 스위스프랑에 대해 약세를 나타내는 상황이 올해보다 더욱 빈번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특히 유로화는 스페인 및 이탈리아로의 위기확산 우려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 가능성 등으로 내년중 달러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엔화는 2012년 상반기까지는 달러당 80엔대 미만의 강세국면이 지속될 것이나,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완화되고 미일간의 단기금리 차이가 다시 확대되면서 하반기 이후 약세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위안화 절상폭은 지금까지 예상했던 연 5%보다는 다소 낮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 전망

올들어 국내경제는 내수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는 가운데 수출의 경기주도 현상이 지속되어 왔다. 수출의 높은 성장이 내수경기로 파급되지 못한 것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실질 소득 증가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실질국민소득(GNI) 증가율은 1.2%에 그쳐 경제성장률 3.8%를 크게 하회했다. 국내적으로도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가 위축되었다.

경제성장률 3%대로 하락

내수 부진이 상반기 국내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다면 하반기 이후에는 수출 둔화가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선진국 경기 둔화로 내구재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구재 완성품과 관련 부품 등 우리 주력 제품의 세계교역이 둔화될 전망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주가가 위기당사국인 유럽과 미국 못지 않은 급락세를 보인 것은 금융시장의 높은 개방도 외에도 높은 수출의존도와 수출 주력제품의 경기민감성 등의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적으로는 향후 부채축소 노력이 강화되면서 수요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빠른 증가를 지속했던 가계부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이를 축소시키려는 정책 당국의 의지가 강하다. 균형 재정 달성도 예정보다 1년 앞당기는 것으로 계획하는 등 경제 전반적으로 지출을 줄여 부채를 축소시키려는 노력이 커질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건전성을 높이는 효과가 예상되지만 단기적으로는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국내경기는 급격하게 침체하기보다는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는 모습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고성장이 유지된다는 점이 수출의 급락을 막아주는 요인이다.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질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원자재 의존도가 높아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의 충격을 크게 받았는데 향후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진정되고 작황 개선으로 농산물 가격도 점차 안정되면서 공급충격이 완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고물가 부담으로 가계가 소비를 늘리지 못했으나 이러한 영향은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올해와 내년 3%대 중후반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과 유사한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수출증가율 10% 내외로 저하

수요부문별로 볼 때 수출증가율 둔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통관기준 수출은 올들어 8월까지 24.3%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향후에는 수출활력이 뚜렷이 낮아질 것이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 경제 재침체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수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구재 및 부품 중심의 우리 수출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세계 경기 혼란의 진원지인 對선진국 수출 비중이 4분의 1까지 줄긴 했지만, 글로벌 공급사슬의 특성상 신흥국을 통해 우회 수출되는 물량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출단가도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세계경기 변화에 따라 수출물량 뿐 아니라 수출단가의 변동폭도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우리 수출단가는 9% 가량 상승하면서 높은 수출증가세에 일조했지만 향후에는 하락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진정되면서 석유제품과 화학제품의 수출단가 상승이 멈추게 될 전망이다. IT 부문의 가격하락 추세도 재개되는 모습이다. 반도체, LCD 등 세계적 공급과잉이 발생하고 있는 IT 부품의 경우 향후 수요마저 위축되면서 가격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일본 대지진의 반사효과도 일본의 조업이 정상화되면서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리먼 쇼크시기에는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상대적인 수출경쟁력이 높아졌지만 지금은 선진국 통화의 전반적 약세로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내년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은 10% 내외로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내수경기도 뚜렷한 회복 어려울 것

올해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내수경기는 내년중 추가적으로 하락하기보다는 올해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의 경우 수출부문에서의 소득창출이 위축되면서 회복을 제약할 것이다. 수출둔화로 제조업 부문에서의 고용창출이 멈추면서 가계 구매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한 세계경기 불안 지속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가계부채 억제 대책으로 소비자신용도 제약되면서 가계의 소비성향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자산가격 상승세 둔화 등으로 자산효과에 따른 소비증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올해 가계의 실질 구매력에 큰 충격을 주었던 유가 및 식품 가격 상승세가 멈출 것이라는 점은 소비에 긍정적 측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년 민간 소비 증가율은 3% 초반으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이다.

건설투자는 하반기부터 재개발/재건축 착공이 늘고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위한 청사 착공이 진행됨에 따라 지난 수년간의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 완만하게 나마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전망이다. 최근의 전세가격 상승, 미분양 주택 감소는 그동안 지속된 신규투자 부진으로 주택공급 과잉 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주택공급 부족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건설사들이 공급을 크게 늘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공공부문의 공급도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LH공사의 부실이 쉽게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정부의 추가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설경기가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이지만 회복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난 3년간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플러스 성장을 회복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금리 및 환율 변동성이 증대되는 등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설비투자 심리 역시 악화되고 있다. 세계적인 부채조정 현상은 단기간내 마무리되기 어려우며 중장기적으로 경제의 활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도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은 투자계획을 보수적으로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적 공급능력 과잉이 우려되고 수요위축도 클 것으로 보이는 전기전자 부문에서 양적 확대를 위한 투자를 자제하는 움직임이 늘어날 전망이다.

경제의 고용흡수 여력 높지 않을 전망

경기활력 저조로 고용상황도 올해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그동안 국내 고용 확대를 주도해왔던 제조업 부문에서 추가적인 고용창출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하반기 들어 제조업 취업자수 증가세가 크게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인 내수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서비스 부문의 고용흡수 여력도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고용유발 효과가 큰 건설부문 경기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상승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신규고용의 대부분을 이끈 보건업 및 사회서비스업의 고용 증가세가 2분기부터 둔화되고 있어 사회서비스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시장 수급에 따라 올해만큼의 고용 창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반기 고용 증가를 이끌었던 수출이 둔화되면서 내년 신규 취업자 수는 올해에 비해 감소한 20만 명 초반, 실업률은 3.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 내년 3%대 초반으로 하향 안정

올 8월 5%를 넘어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후 점차 하향안정될 전망이다. 8월 채소류 가격이 전월 대비 31.8%나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의 절반 가량을 기여했다. 그러나 작년에 비해 채소류의 재배면적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고, 8월 이상 강우 이후 뚜렷한 작황 피해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채소류 가격은 앞으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농산물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외식비 등 서비스 가격으로 파급되면서 핵심물가 상승 추세는 금년중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집세와 공공요금 인상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 초반에 이를 것이다.

2012년에는 물가의 하향 안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우선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로 유가 등 국제원자재가격이 안정될 것이다. 올 상반기 국제유가(두바이 기준)가 전년대비 36.9%나 올라 물가상승압력을 높였으나 향후 원자재가격 상승률은 하향 안정되면서 물가안정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또한 원화환율 역시 물가상승압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세계경기 둔화와 환율의 급등현상이 동시에 나타나 경기하강기에도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으나, 2012년에는 원화가치가 완만하게나마 절상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여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이다. 저금리 상황의 지속으로 인해 풍부해진 통화량이 물가에 미칠 영향이 우려되지만 실물경기의 둔화로 인해 전반적인 수요 압력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명목 임금 역시 국내외 경제의 성장세 둔화를 고려할 때 큰 폭으로 오르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2012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3%대 초반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시중금리 상승 제한적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및 자금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향후 기준금리 정상화는 당분간 제동이 걸리거나,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더딘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의 리스크가 더욱 확대됐을 뿐더러, 대외 충격 발생시 신용경색과 같은 상황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2012년까지 기준금리를 한 두 차례 인상하는 데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금리의 상승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과 높은 물가 상승률 등으로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겠지만, 최근의 대내외적 불안요인이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 힘든 문제라는 점에서 안전자산 선호 역시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 그리스 부도 등의 충격으로 대외 불안요인이 크게 확산될 경우,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금리가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존재한다. 또한 경기침체 및 금융불안 우려와 더불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거나 금리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2012년 국고채(3년 만기) 금리는 3.8%, 회사채(AA- 등급, 3년 만기) 금리는 4.7%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원화절상 기조 완만해질 전망

대외불안의 확대로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 이상으로 급등하면서 그간 이어져 온 원화절상 흐름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원화환율의 향방은 단기적으로는 외국인투자자금 유출입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경기둔화 및 금융불안 확대로 인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지면서 국내주식을 비롯한 원화자산에 대한 외국인투자자의 수요는 상당부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한 자금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발생하는 경우 단기차입에 대한 상환압력이 다시 급속도로 높아질 수 있다.

외환보유액 확충, 은행부문의 건전성 강화, 자본이동 규제 도입 등의 성과에 힘입어 최근 우리 외환시장은 리먼사태 당시에 비해서는 상당부분 안정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민간 금융부문의 신용위험이 동시에 증폭되면서 글로벌 자금경색이 발생하는 경우 원/달러 환율의 폭등양상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외국인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채권시장에서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의 투자자금은 순유출로 전환될 위험을 안고 있다. 한편 중국,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유입되는 장기투자자금은 국내 채권시장 안정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달러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무역수지 흑자기조가 약화되고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입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향후 원/달러 환율의 하락속도는 작년과 올해에 비해 현저하게 둔화될 것이다

경상수지는 내년에도 흑자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원/달러 환율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선진국 경제의 둔화흐름과 일부 IT산업에서의 경쟁력 약화로 인해 향후 수출증가세가 둔화되고 흑자기조가 약화되어, 올해 180억 달러로 예상되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내년에는 100억 달러 남짓한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유사시 부족할 수도 있는 외환시장에 대한 외화공급과 준비자산의 점진적인 증가세 유지를 감안할 때, 원화환율은 올해 4분기에 달러당 1,100원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평균 1,070원 수준으로 올해보다 3% 남짓 하락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원화가 달러나 유로, 엔 등 주요통화에 대해서는 절상이 예상되나, 위안화와는 비슷한 절상폭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 5%를 넘어서고 당분간 핵심물가 상승률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년에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는 미시대책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 다만 연말경부터 물가가 점차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제정책의 초점은 물가안정에서 경기대응으로 점차 옮겨가야 할 것이다.

향후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경제정책의 방향도 경제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바뀌어야 할 것이다. 우선 국내경제가 급격히 침체하는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 한 재정건전화 기조는 계획대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근 수립된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2014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GDP 대비 국가부채 수준을 30% 초반 대로 낮추어 재정여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재정지출 증가율을 수입 증가율보다 3%p 이상 낮게 유지하는 재정준칙을 적용하였다.

심각한 경기침체가 예상된다면 확장적 재정으로 정책기조가 전환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러한 재정건전성 기조 자체를 바꿀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내년 4% 중반의 성장세 유지를 가정하여 재정수입이 9% 증가할 것으로 보았지만, 국내외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다소 완화된 준칙 설정을 통해 재정지출의 증가세를 일정 수준 유지할 필요는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재정의 조기집행과 같이 운용의 묘를 살려 재정건전성과 경기부양효과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되는 2012년 상반기 중 재정지출 집행률을 높인다면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금리정책은 경기동향과 물가, 가계부채 상황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당장은 선진국 국가부채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금리인상을 미루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물가상승세가 진정되면 실질금리가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완화되는 시점에서 점진적인 금리인상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위기 이후 다섯 차례 정책금리를 인상하여 3.25%에 이르렀지만, 중립적인 정책금리 수준이 4%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까지도 낮은 수준이다.

가계 연체율 등을 고려할 때 당장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자산가격의 변동성이 커지고 부채규모가 국가신뢰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인만큼 부채의 빠른 상승은 억제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 대출의 양적 규제보다는 신용도에 따라 준비금 적립을 차별화 하거나 부실충당금 적립 비율을 높이는 등 자금공급에 따른 비용을 높이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공급억제 정책이 지속될 경우 규제가 느슨한 부문의 자금공급 비중을 높여 가계부채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고 또 공급제한 정책들이 결국 대출금리의 상승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 확대의 근본적인 해법은 역시 금리를 높여 차입 수요를 줄이는 것이 될 것이다.[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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