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전이 속도 빨라진 유럽 위기, 처방은 아직 표류 중’
LG경제연구원, ‘전이 속도 빨라진 유럽 위기, 처방은 아직 표류 중’
  • 유승경 연구위원
  • 승인 2011.12.06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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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재정위기가 유로존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고 프랑스와 독일의 신뢰도까지 훼손시키고 있다. 유럽의 경기 침체는 중국의 성장속도도 둔화시키고 있으나, 유럽 위기의 전염을 차단할 처방은 아직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유로존의 위기가 다른 경제권으로 전이되고 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로존 위기는 유로존 내의 재정취약국인 포르투갈과 아일랜드로 전염되는 데에는 1년 가량 걸렸다. 하지만 지난 여름부터 경제대국인 이탈리아로 전염되더니, 순식간에 프랑스, 벨기에, 그리고 유럽의 최대 경제강국인 독일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그 사이에 서유럽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과 발칸국가으로도 위기가 전이되었으며, 미국과 중국 등 세계경제의 중추국까지 위기의 전염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1월 28일,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와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세계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무디스는 유로존 회원국이 연쇄적인 디폴트에 이어 유로존의 붕괴를 맞이할 가능성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OECD도 결정적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신용경색의 유령이 미국경제를 재침체에 빠뜨려 세계경제의 느린 회복세마저도 꺽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위기의 전염은 한 지역의 위기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특정 경제영역의 위기가 경제의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포함한다. 현재 유로존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로 발화된 경제적 혼란이 다른 이웃국가를 넘어 다른 경제권으로, 재정과 금융부문에 그치지 않고 실물부문의 침체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부문을 통한 전염

남유럽 재정취약국과 아일랜드가 재정위기를 맞이한 뒤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의 지원이 이뤄졌지만 재정건전도는 계속 악화되어 위기는 변방3국의 국채 보유은행들의 모국인 유로존 핵심국으로 전염되었다. 그 중 재정상태가 나빴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올 해 가을부터 위기에 감염되어 두 국가의 국채가격은 크게 하락하고 수익률이 급등했다.

유럽연합은 남유럽 전체가 재정위기에 휩싸이자 EFSF의 기금을 증액하고 구제효과를 배가하기 위해 기금의 레버리징을 결정했지만, 투자자들은 오히려 핵심국가의 안정성을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투자자들은 위기국가의 구제를 위해 자금이 지원되어도, 강도 높은 긴축정책으로 말미암아 경제 침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위기가 해소되기보다는 자금공여국이 재정위기에 빠져들 가능성을 우려했다. 벨기에의 경우 진작부터 국가채무 수준이 높았고 프랑스와의 합자은행인 덱시아가 파산하게 되자 국가신용등급은 최고 수준인 AAA를 상실했다.

또한 이탈리아가 위기 상황에 빠지자 EFSF의 기금을 레버리징하더라도 위기 확산을 저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대두되어 마침내 유로존의 두 지도국가인 프랑스와 독일까지 국가신용도가 의심을 받았다.

프랑스는 자국은행이 PIIGS 국가들의 위기에 크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도 하락의 경고를 받았다. 더구나 유로존 국가들이 위기 타개책 마련에서 난항을 거듭하면서 위기가 심화되자, 독일도 위기 극복 과정에서 재정적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는 인식이 제기되면서 독일의 국채 발행이 실패하는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신용경색으로 동유럽 위기 전염

위기가 처음으로 전염된 지역은 금융부문의 서유럽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이다. 헝가리가 유로존 위기로 IMF에 구제를 요청하는 첫 사례가 되었다.

동유럽은 사회주의 진영이 붕괴한 후, 경제발전을 위한 자본을 대부분 서유럽에 의존해 왔다. 동유럽 은행의 약 80%가 서유럽은행의 지점들이다. 따라서 유로존의 신용경색으로 채무의 만기연장이 중단되면 자금부족에 빠질 수밖에 없다. 유로존 은행들은 PIIGS국가의 채권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규제당국이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것을 요구하자 대외신용업무를 크게 줄였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많은 자금이 회귀했지만, 현재의 추이는 당시보다 크고 빠르다. 올해 들어 서유럽으로부터의 차입금액은 20% 가량 줄어들었다

오스트리아의 정책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오스트리아는 신용등급이 강등될 상황에 처하자 올해 말까지 재정적자 400억 유로를 삭감하는 것을 헌법에 명시했으며, 거대상업은행들은 동유럽으로부터 자금 회수에 나섰다. 이탈리아의 Unicredit도 동유럽 사업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독일의 Commerzbank도 동유럽 대출을 폴란드로 한정했다.

하지만 2012년, 헝가리는 GDP 대비 18%의 차입이 필요하며, 불가리아는 13%가 필요하다.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는 이미 주요 은행에 대한 구제조치를 취했다. 폴란드, 체크, 슬로바키아는 건전한 국가로 평가되고 있지만 서유럽 은행들은 철수하고 있다. 더군다나 동유럽은 서유럽을 주요 수출시장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유로존 회원국인 키프로스도 금융위기의 문턱에 서 있다. IMF는 키프로스가 “그리스 위기에 크게 노출되어 있어 중대한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와 같은 구소비에트 연방국과 발칸국가들도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 유동성 공급 조치로 위기 차단

미국경제는 아직까지 위기의 전염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재정 긴축이 계획되어 있는 등 경기회복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 있어 유로존의 금융적 충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2월1일 미연준(FRB)는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선진국 5개 중앙은행과 공조하여 달러 유동성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조치의 영향으로 전세계가 증시가 예외적인 폭등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유로존 위기가 주요 선진경제권에 주는 위협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준다.

유로존의 주요은행들은 달러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달러 자산의 대량 매각이 불가피해져 위기가 미국으로 전이될 수 있다. FRB가 달러 스왑라인의 이자률을 1%에서 0.5%로 낮춘 것은 위기 전염을 막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경기침체에 의한 위기 전이

유로존 위기의 파급이 금융부문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유로존 국가들이 재정 정상화 조치로 강도높은 긴축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유럽경제의 침체는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 한 지역의 경제침체는 수출입관계로 맺어진 타 경제권까지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11월 29일 유로존의 10월 경기체감지수(ESI)가 2년래 최저인 93.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지수는 9개월 연속 하락하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외 기업신뢰지수 등 다른 수치도 모두 악화되었다. OECD도 최근 보고서에서 2012년 유로존 성장률을 6개월 전의 2.3%에서 1.6%로 낮추면서, 유로존이 깊은 침체에 빠져들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중국은 2009년 이후 글로벌 침체 이후 가장 저조한 경제성과를 기록했다. 중국의 성장동력인 수출이 유로존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국 제조업의 구매자관리지수는 지난 10월보다 1.4 낮아진 49로 하락했다. 이 수치는 지난 32개월 간 최저 수치로 상당히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이 내수의 위축과 함께 중국제품에 대한 유럽과 미국의 수입수요가 줄어 경기후퇴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중국이 내수진작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될 가능성은 낮지만, 성장속도는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OECD 등 주요 경제기관들은 중국의 성장률이 8.5%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2월 1일, 중국당국이 지급준비률을 21.5%에서 20%로 낮추었고 같은 시기에 브라질도 기준금리를 0.5%를 낮추었다. 이러한 양상은 신흥개도국도 이제 인플레이션보다 성장 저조를 우려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기로 미국경제 호조세 꺽일 수도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는 통상적인 기대보다 개선되고 있다. 미국의 산업생산은 10월 상대적으로 좋게 나타났고, 4분기에는 3.0%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 같은 개선은 소비지출이 매우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가 소득의 증가가 아닌 저축률 하락에 의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경기흐름이 반전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한편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의회 슈퍼위원회가 여야 합의에 실패함으로써 내년에는 재정지출이 자동적으로 1조 3천억원이 줄어들게 되어 경기 회복에 어려움이 따르게 되어 있다.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것도 재정적자 감축안 합의 실패로 근본적인 개혁이 지연되었고, 유로존 위기로 인해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양 대륙의 경제침체는 상호간의 무역을 위축시켜 경제침체를 가속할 것이다.

처방은 아직 표류 중

최근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는 12월 재무장관회의에서는 국채 가격의 20%에 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EFSF기금을 레버리징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벨기에 신용등급이 강등되었고 회원국의 신용등급이 추가로 강등될 가능성이 높아 기금의 레버리징 규모는 1조 유로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재정위기를 수습하기에는 부족한 규모이다. 유럽지도부들도 이 점을 파악하고 유럽중앙은행에 의한 국채매입과 유로공동채권 발행을 두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논의중인 두 방안은 재정건전국이 동의하기 힘들다.

유럽공동채권의 경우, EU위원회의 네덜란드 대표였던 볼케슈타인이 지적하는 것 처럼 “유로공동채권을 발행은 네덜란드가 매해 70억 유로에 달하는 이자를 더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중앙은행의 국채매입도 마찬가지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 회원국이 공동으로 자금을 출자한 은행이다. 유로화가 재정위기국을 위해 계속 발행된다면 재정건전국의 유로화 표기 자산의 가치는 줄어들게 된다.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재정건전국은 출자를 중단하고 자국통화를 복원해버릴 수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에 트라우마가 있는 독일로서는 채권매수는 정서적으로도 용인이 안 된다.

유로존 위기의 원인은 유로존이 제도적 구조적 결함에 있다. 현재 유로존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은, 유로공동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재정을 완전히 통합하거나, 유럽중앙은행이 개별국가의 이익으로부터 완전히 자율적인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국가의 벽이 이를 허용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만큼 유로존은 위기 해소의 길을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할 것 같다.[LG경제연구원 유승경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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