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총,3시간30여분간의 난상토론 .홍대표 체재 유지
한나라당 의총,3시간30여분간의 난상토론 .홍대표 체재 유지
  • 박광원 기자
  • 승인 2011.12.08 2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나라당이 7일 오후 국회에서 개최한 의원총회에서는 홍준표 대표의 사퇴 여부를 비롯한 지도체제와 당의 향방을 놓고 파열음이 나왔다.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등 3명의 최고위원이 이날 오전 연쇄 기자회견을 통해 당 쇄신 차원에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했지만, 홍 대표가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며 즉각적인 사퇴를 거부한데 따른 것이다.



당초 이날 의총은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및 자본소득 과세 강화 등 이른바 ‘부자 증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지만, 참석 의원들의 관심은 온통 ‘지도부 붕괴’ 문제에 쏠렸다.

따라서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홍 대표 사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일었다. 홍 대표가 대표직을 내놓을지 여부에 따라 리모델링론, 재창당론, 박근혜 역할론 등 당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찬반 양측의 날선 갈등은 의총 초반부터 불거졌다.

비공개 의총이 예정 시간보다 10분 지연된 오후 2시40분 시작되자마자 최고위원직을 던진 원희룡 최고위원이 손을 번쩍 들며 “공개를 요청합니다”며 “최고위원 3명이 동시 사퇴한 최대 위기 상황에서 (공개) 논의를 못할 이유가 뭐 있느냐. 사퇴의 변을 밝히겠다”며 회의 공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홍준표 대표는 화가 섞인듯한 목소리로 “기자회견 안했나”고 꼬집었다.

결국 사회를 맡은 황영철 의원은 “처음은 비공개를 하되, 의원 다수가 원하면 공개하겠다”며 비공개로 회의를 시작했다.

의총이 시작되면서 마이크를 잡은 홍 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한 ‘결정권’을 의원들에게 맡겼다.

홍 대표는 “집권여당 대표가 모욕감을 느낀다”며 자신의 거취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하면서 “(나를 제외한) 168명 의원이 한 말씀씩 다 해 달라. 그 결론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발언을 마친 홍 대표는 “내가 여기 있으면 의원들이 마음에 있는 소리를 못할 것 같다”며 곧바로 의총장을 벗어났다.



의총이 시작되기 전부터 의원들은 홍 대표 거취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밝혔다.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굳게 입을 닫은 의원도 상당수였다.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의총 발언자료를 통해 영국 보수당의 변화를 설명하며 “지금 당이 처한 상황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를 연상케 한다”며 “혁명에 당내 기득권층의 저항이 만만치 않겠지만 이 땅에서 보수 가치를 희구하는 수많은 대중이 있는 한 어떤 저항도 성공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인 이경재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 바로 사퇴하는 것은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며 “국민을 위해 예산안을 처리한 뒤 지도부 진퇴를 포함해 당 쇄신안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의총 발언에서는 홍준표 체제 유지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두언 의원은 “최고위원 3명의 사퇴로 새 전기를 만들었는데 대표 진퇴에 대해 논란을 벌이는 것은 다시 추락하는 것”이라며 “한 달 후 홍 대표가 대표로 당에 있을 것이냐. 아니다”라고 대표직 사퇴 거부를 비판했다.

원희룡 전 최고위원은 “‘디도스 사건’은 제2의 차떼기 사건”이라며 “민심의 구도가 잡히면 거기에 순응하고 새롭고 건강한 보수세력에 당을 넘겨야 한다. 홍 대표는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최고위원은 의총에 앞서서도 “누가 사표를 반려한다는 거냐. 착각도 유분수”라며 “(홍 대표는) 두 세 발자국도 못간다고 본다”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남경필 전 최고위원도 “홍 대표가 쇄신 논의의 에너지를 깎아먹고 시간만 보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홍 대표 사퇴에 공감했다. 재창당 요구 10인 중 한 명인 차명진 의원은 “지도부가 바뀌어야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비대위가 아니라 재창당 추진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로는 홍대표 체제 유지와 최고위원 사퇴 비판 발언이 주를 이뤘다. 홍 대표와 가까운 박준선 의원은 “최고위원직 사퇴는 무책임하다. 만약에 전대나 비대위 체제로 가게 되면 뻔히 보인다”라며 “과거 열린우리당이 그랬다.

망해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상황이 생길 때마다 대표가 사과하고 물러난다는 것이 제일 하책”이라고 말했고, 전재희 의원도 “인적쇄신이 핵심이지, 지도부 진퇴여부가 국민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공감했다.

정미경 의원은 “최고위원 3분의 결정에 99% 공감하지만, 1% 공감하지 못하는 건 시기”라고 말했고, 김학용 의원도 “지금 사퇴하는 것은 시기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도 대거 사퇴 반대 입장에 섰다. 중진 홍사덕 의원은 “지도부 총사퇴는 불가능하다. 국민 눈에는 홍 대표를 끌어내리는 것은 권력투쟁일 뿐”이라며 “민생예산 2조~3조원 증액을 전력을 다해 처리하고 지도부가 대안을 찾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김충환 의원도 “유일한 답은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당을 쇄신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친박이 주류가 돼고 친이가 서포트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배영식 의원도 “전쟁 중에 장수가 뒤로 빠지고 부하더러 나가라고 하면 장수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와 가까운 윤상현 의원은 기자들에게 “유 최고위원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당이 어려우니까 지금 와서 박 전 대표 시절의 당헌당규를 완전히 무시하고 박 전 대표가 대표를 맡으라는데, 박 전 대표는 ‘일회용 반창고’가 아니다”라고 비판적 견해를 피력했다.

이런 가운데 의총 말미 일부 의원이 홍 대표 퇴진에 대해 재신임 표결을 요구하자 원 최고위원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의총장을 나오면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발언에 나선 30여명 중 홍 대표 퇴진을 요구한 의원이 10명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의총은 홍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대신, 쇄신안을 책임지고 추진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채 3시간30여분간의 논의를 마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주간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
  • 등록일자 : 2009-4-10
  • 발행일자 : 2009-4-10
  • 간별 : 주간  
  • /  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일자 : 2009-03-25
  • 발행일자 : 2009-03-25
  • 간별 : 인터넷신문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편집위원 : 신성대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