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소재 그래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
꿈의 소재 그래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
  • 신영수 기자
  • 승인 2011.12.21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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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일 오전 10시 코엑스 그랜드 볼룸에서 지식경제 R&D 전략기획단 (단장 황창규) 주관으로 “2011 그래핀 워크샵”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황창규 단장,지식경제부 남기만 주력산업정책관,지식경제 R&D 전략기획단 부품소재 담당 MD 홍순형 박사(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등 정부 측 인사,

한국 출신으로 그래핀 연구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김필립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EU Graphene Flagship 과제 기획 책임자인 이태리의 팔레르모박사 등 그래핀 분야 해외 석학, 조길원 포항공대 교수, 홍병희 서울대 교수 등 국내 학계의 그래핀 전문가,

그리고 삼성테크윈, 포스코, LG 화학, 엔바로텍, 동진세미켐 등 그래핀 상용화의 첨병에 서 있는 국내 산업계 전문가들을 비롯,

약 1,000여명의 국내외 그래핀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하여 우리나라가 그래핀 분야에서 나갈 방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번 행사는 한국의 그래핀 연구개발 수준을 총체적으로 재점검 하고 선진국 정부의 그래핀 상용화 R&D 지원 동향을 분석함과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의 글로벌 그래핀
기술 선도를 위한 정부, 학계, 산업계의 협력 방향을 도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20세기 산업 발전의 원동력 '석유, 21세기는 '그래핀'

20세기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을 가능하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은 ‘검은 황금’이라 불렸던 석유였다. 자동차 등 교통수단에서부터 냉·난방용 연료, 전기 발전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삶은 석유를 기반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무한정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던 석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며,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등의 주범 으로까지 지목되고 있는 지금 석유의 뒤를 이을 ‘21세기의

새로운 황금’은 무엇일까?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도 않았던 물질 ‘그래핀’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꿈의 소재’ 라고도 불리우는 그래핀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이 혁명적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그래핀, 왜 '꿈의 소재'인가?

흑연을 뜻하는 ‘그래파이트’(graphite)와 탄소 이중 결합을 가진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 ‘-ene’을 결합해 명명된 ‘그래핀’(graphene)은 두께가 0.3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할 정도로 얇다.

그러나 그래핀은 단순한 얇은 막이 아니다. 화학적, 물리적 특성이 기존 물질에 비해 월등하게 우수하여 현재 사용되는 재료의 한계를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래핀은 상온에서 구리보다 약 1,000배나 많은 전류를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보다 150배 이상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이는 그래핀 위에서 전하를 운반하는 전자의 질량이 ‘Zero'에 가깝게 되면서 저항을 없애 전류의 이동 속도가 무한대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강도와 열전도도 또한 탁월하다. 그래핀은 강철보다 100배 이상 강하며, 열전도도는 이제까지 가장 빠르다고 알려진 다이아몬드 보다 2배 이상 빠르다.






















또한, 그래핀은 빛의 98%를 통과시킬 정도로 투명하고 다른 물질과 결합하여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물질을 생산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에 0.1%의 그래핀을 넣으면 내열성이 30% 향상되고, 1%를 섞으면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그래핀의 미래 시장

이 같은 특성으로 그래핀은 실리콘 반도체의 가장 강력한 대체 소재가 될 것으로 예상됨은 물론, 휘는 디스플레이나 전자종이, 입는 컴퓨터, 각종 전극 소자 등 그야말로 그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빠른 속도, 더 큰 용량, 더 작은 크기 등 ‘혁신’을 의미하는 모든 조건을 이 그래핀을 통해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핀은 ’15년경 투명전극, 복합소재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이 본격 형성될 것으로 보이며, 15년 300억불을 시작으로 ‘20년 900억불, ’30년 경에는 무려 6,000억불의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그래핀, 한국이 왜 잘 할 수 있는가?

'11년 기준 그래핀 관련 논문 수에서 한국은 중국, 미국, EU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핵심 특허 보유 건수에 있어서는 미국에 이어 2위다.

특히 특허 보유 순위 세계 Top10 기관 중에는 삼성, 성균관대, KIST 등 한국 국적의 3개 기관이 속해 있다.

우리나라가 그래핀 분야에서 이렇게까지 성장하게된 데는 학계와 산업계의 다양한 노력이 있었으나, 그 중 하나의 일화를 소개하면,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08년 5월 現 지식경제 R&D 전략 기획단장인 황창규 박사는 삼성종합기술원장(삼성전자 CTO)에 취임하자마자 그래핀 연구개발 관련 논문, 특허 등에 대한
현황을 보고받게 된다.

▲ © 중앙뉴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의 그래핀은 아직 초보적 수준이었다. 삼성기술원 내부에서조차 부장급 연구원 한명만이 그래핀 관련 업무를 하고 있을 정도였으며, 그나마 자기 업무 중
절반도 안되는 비중만 차지하고 있어 전혀 힘을 받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그래핀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대단한 Impact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황창규 당시 삼성기술원장은 우선 그 연구원으로 하여금 네이쳐紙에 논문 게재를 추진하도록 함과 동시에 핵심 기본 특허들을 조속히 출원하도록 지시하였으며, 이와 이울러 그래핀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팀을 꾸리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우리나라의 그래핀 연구는 최근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그래핀 상용화 연구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 중 하나로 평가된다. 한국 연구진이 발표한 그래핀 관련 연구 성과는 올해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그래핀 분야의 세계적 석학 김필립 컬럼비아대 교수는 세계 최초로 그래핀의 전기적 특성을 이론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반도체, 투명전극 등의 응용을 위한 기초 이론을 제공하였고,

대면적 그래핀의 결정구조와 입자 배열에서 드러나는 독특한 물리적 성질을 우리나라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규명해 냈으며,

그래핀을 재료로 전자회로 전체를 한번에 통째로 합성하는 새로운 방법에 성공한 나라도, 상용화 공정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그래핀 전극 생산에 최초로 성공한 나라도 바로 한국이다.

특히 그래핀 전극 생산에 관련된 연구 성과는 전세계 반도체업계가 고민 中인 ‘Sub 20나노급 반도체’ 개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그래핀을 잘 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우리나라는 반도체 (세계 2위), 디스플레이 (세계 1위), 이차전지 (세계 2위), 자동차 (세계 5위) 등 그래핀이 응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요 산업에서 이미 탄탄한 경쟁력을 보유
하고 있다.

둘째, 롤투롤 대면적 전사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우리나라는 30인치급 대면적 그래핀 제작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Nanoplatelet 제조 기술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시장 선점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산업계 전반의 상용화 의지가 다른 어느 산업보다 높다는 것이다. 현재 IT, 에너지, 자동차, 복합소재 등 30여개 국내 기업들은 정부가 상용화 R&D 투자를 선도한다면 3,000억원 규모의 매칭 투자를 시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선진국 정부의 그래핀 연구개발 지원 현황

그래핀 선진국들은 지금 그래핀의 상용화를 위한 R&D 투자 지원에 팔을 걷어 부치고 있으며, 이미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에 들어 갔다.

1) EU
EU 경제위원회는 향후 10년간 총 10억 유로(1.6조원)에 달하는 EU Graphene Flagship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는데, 이 프로젝트에는 29개국의 60 여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도 그래핀 산업 육성을 위한 R&D 투자가 매우 활발하다.

대표적인 사례만 들면, 영국은 5,000만 파운드(약 900억원), 덴마크는 약 120억원, 스웨덴은 약 70억원 규모를 이미 그래핀 상용화를 위한 R&D에 쏟아 붓고 있다.

2) 미국
미국 국가과학재단(NSF, National Science Foundation) 주도로 최근 5년간 2천8백만불 (3.2조원)을 이미 지원 中에 있으며,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그래핀을 이용한 RF 소자

개발을 위해 올해까지 총 3천만불을 투자하여 8인치급의 그래핀 웨이퍼 및 고속 RF 소자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3) 일본
최근 경제산업성 산하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를 중심으로그래핀의 기초 및 응용연구를 지원하고 있는데, 2010년 약140억원의 정부 R&D 자금을 투자, 그래핀 합성 및 응용 기술
개발을 현재 추진 중이다.

4) 싱가포르
싱가포르 국립대 그래핀 센터를 중심으로 향후 5년간 약 1,000 억원을 투자하여 그래핀 상용화 선도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있으며, 노벨상 수상자급 연구자들을 초빙하여 그래핀 기초 및응용 연구를 집중 육성할 계획으로 있다.

우리나라의 그래핀 산업 발전 방향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조선, 자동차, 휴대폰, TV 등 완제품 분야, 그리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부품 분야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글로벌 경쟁력을 쌓아 왔다.

그러나, 대한민국 역사상 핵심 소재에서는 이렇다 하게 내 놓을만한 성과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그래핀과 같이 소재 분야에서 우리가 초기 단계에서 경쟁 우위에 섰던 사례는 사실상 처음이니만큼, 우리는 이 절호의기회를 잘 살려야 할 것이다.

지식경제 R&D 전략기획단은 “그래핀 시장 선점을 통한미래소재 산업 선도국 실현“ 이라는 야심찬 비전을 수립해 놓고 있다. 비전의 주요 내용을 보면,

2025년까지 60개의 핵심 상용화 기술과 20개의 세계 1등 제품의 개발을 완료하고, 이를 기반으로 그래핀 산업의 선순환적Value Chain을 구축함으로써 ~2025년 누계 기준, 40여 개에
달하는 글로벌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고 63조원의 매출을 실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약 16만명의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
황창규 단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그래핀이 이 정도 수준까지 오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학계 및 산업계 관계자들을 치하한 뒤,

“꿈의 소재인 그래핀은 이제 더 이상 ”꿈“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소재 분야에서 이렇게 초기 단계에서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었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래핀이야말로 우리나라가 “完製品 强國”, “部品 强國”에 이어 “素材 强國”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우리나라가 지금 그래핀 분야 선두 주자 中 하나이긴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경쟁이다.

그래핀 경쟁국인 선진국 정부는 너나 할 것 없이 21세기 산업 발전의 핵심 원동력이 될 그래핀 시장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그래핀 상용화 R&D에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이미 쏟아붓고 있다.

이제는 국가 전체가 나서야 한다.

한국의 그래핀 연구개발 수준은 지금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데, 정부가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굳이 선진국의 사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먹여 살릴 대형 미래 먹거리, 특히 우리나라 소재 산업 역사상 최초로 초기 단계에서부터 비교 우위를 가지고 출발한 이 그래핀이 미래 시장을 확실히 선점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정부의 Risk 분담 차원에서도 정부의 상용화 R&D 투자 선도는 너무도 당연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Fast following" 시절의 R&D 투자 프로세스 에서 조속히 탈피하여 “First moving" 시대에 걸맞는 도전적이며 先進化된 제도의 과감한 도입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선진국과의 경쟁에만 몰입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래핀 선진국들과의 효과적인 협력과 건전한 경쟁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 학계, 산업계의 지혜를 모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경우, 최근 전세계 그래핀 핵심 인력들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하며 스카우트 손길을 뻗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싱가포르로부터 이러한 제의를 받은 우리나라의 그래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그래핀을 가장 먼저 상용화시키는데 앞장서겠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우리 과학자들의 애국심에만 기댈 수는 없다.

이들의 愛國心과 所信이 헛되지 않도록, 정부, 학계, 산업계 모두 힘을 합쳐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 주어야할 때가 이제는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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