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생명공학과 IT로 날개 단 진단기술’
LG경제연구원 ‘생명공학과 IT로 날개 단 진단기술’
  • 윤수영 연구위원
  • 승인 2012.03.0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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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소변, 생체조직 등의 시료를 분석하는 진단기술은 분자진단 분야를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진단기술은 질병의 빠르고 정확한 진단, 질병의 진행상태 분석 및 치료에 대한 반응 예측 등을 통해 건강한 삶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신종 질병들이 지속적으로 출현함에 따라 진단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질병에 걸렸을 때 대응하는 방법은 어떻게 발전되어 왔을까? 질병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질병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을 없애기 위한 대증요법이 주를 이루었다. 즉, 열이 나면 해열제, 통증이 있으면 진통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인체 내에서 그 원인을 찾아내는 기술, 그 원인을 치료하는 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질병에 대응하는 방법은 크게 변화되어 왔다.

간염을 예로 들어 보자. 바이러스성 간염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중 가장 먼저 발견된 B형 간염 바이러스는 1965년에 발견되었고, 이후 A, C, D형 등 다양한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 또한 인체 내에 이러한 바이러스가 존재하는지 밝혀내는 진단기술이 확립되었고, 그에 따라 적절한 항바이러스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즉,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증상만 경감시키는 대증요법이 아닌 원인을 치료하는 원인요법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발전에 있어, 진단기술이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진단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질병의 정확한 원인 및 종류, 진행상태 등을 파악하여 그에 맞는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거나 발생하지 않은 질병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어 미리 조치를 취하는 것도 점차 가능해지고 있다.

진단기술의 종류

혈액, 소변, 생체조직 등의 시료를 채취하여 검사를 수행하는 진단기술은 어떤 시료로 어떻게 분석을 하느냐에 따라 생화학진단, 면역화학진단, 분자진단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사용 장소에 따라 대형병원이나 전문검사센터에서 사용하는 대형기기와 중소형 병·의원 또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현장진단기기(POCT, Point-of-care Test)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진단기술은 엑스레이, 초음파, MRI 등의 영상진단기기로 신체 내부의 해부학적 구조나 기능적 움직임을 보며 진단을 수행하는 체내진단(In-vivo Diagnostics, 주로 영상진단이라 칭함)과 구별하여 체외진단(In-vitro Diagnostics)으로 불리기도 한다.

더 편리하고 정교해지는 진단기술

진단기술은 여러 관련 학문 및 기술의 발전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전문검사실용 대형기기는 상당 부분 자동화/통합화되고 있고, 현장진단기기는 빠르게 사용자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바늘을 이용하여 혈액이나 생체조직을 채취하는 침습적인 시술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채취한 시료, 즉 침이나 호흡 등을 이용한 진단기술의 개발에도 많은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다.

최근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분야로는 분자진단을 들 수 있다. 유전체학(Genomics) 등 생명공학의 발전에 기반하여 분자진단은 진단기술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 대형진단기기의 자동화, 통합화

대형기기의 발전현황은 자동화와 통합화로 정리할 수 있다. 인체에서 채취한 시료를 검사하기 좋은 상태로 가공하고 시약을 넣어서 분석하고 결과를 기록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일의 비중이 매우 낮아지고 자동화되는 추세이다. 또한 예전에 진단기술 별로 각각 다른 기기로 따로 분석하던 것이 점차 통합화되어, 하나로 연결된 대형기기에서 마치 컨베이어 벨트 돌아가듯이 많은 종류의 검사가 자동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자동화, 통합화를 통해 검사 시간이 단축되고, 사용되는 시료의 양도 줄어들며, 사람의 손을 거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오류의 가능성도 더 낮아지게 되었다.

대형진단기기의 자동화, 통합화에는 IT 기술의 역할이 매우 크다. 바코드 시스템 및 오류검사 시스템 등을 통해 시료와 사람의 이름이 바뀌거나, 검사 항목이 잘못 입력되는 등 환자의 안전을 저해하는 오류가 줄어들고, 검사결과가 전자의무기록에 자동으로 입력되게 함으로써 적시에 정확한 결과가 환자에게 전달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 전문검사의 상당 부분이 현장진단화

검사결과를 신속하게 얻고자 하는 니즈, 대형병원이나 전문검사센터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손쉽게 진단검사를 하고자 하는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서 POCT가 개발되었다. POCT의 쉬운 예로는 혈당계와 임신진단키트를 들 수 있다.

POCT는 개인들이 자가검사를 위해 사용하는 가정용과 병·의원에서 주로 쓰는 전문가용으로 나눌 수 있다. 가정용 POCT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혈당계이고, 그 외 임신진단, 배란진단, 혈액응고, 콜레스테롤 검사 등이 있다. 전문가용으로는 혈당계뿐 아니라 감염질환, 콜레스테롤, 혈액응고, 심장표지자(급성심근경색증 등 진단) 검사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기존에 대형병원과 전문검사센터에서 진단검사 전문가에 의해서만 가능하던 검사들의 상당부분이 POCT화되면서, 응급실, 수술실, 진료실, 가정 등 환자 바로 옆에서 신속한 검사 및 치료가 가능하게 되었고, 자체 검사실을 갖추지 않은 중소형 병·의원에서도 독자적으로 필요한 검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은 대형기기에 비해 검사 가능 항목이 적고 정확도도 낮은 경우가 많지만, 더 다양하고 정확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현장진단기기들이 지속적으로 소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 혈액검사에서 침, 호흡, 머리카락 검사로

아프게 피를 뽑지 않고 침이나 호흡만으로 모든 검사가 가능하면 얼마나 좋을까? 혈액이나 생체조직을 이용한 진단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침, 호흡, 소변, 머리카락 등을 통해 검사를 하는 비침습적인 방법이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침은 인체에서 가장 채취하기 쉬운 시료 중의 하나일 것이다. HIV, 알코올 및 약물중독, 감기 바이러스, 성호르몬 등은 이미 침으로 검사가 가능하며, 미국 오라슈어(OraSure Technologies)에서 출시한 오라퀵(OraQuick) 제품을 예로 들 수 있다.

숨을 내쉬어 음주 여부를 측정하는 음주 측정기처럼 날숨을 이용하여 질환을 진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염, 위궤양과 같은 소화기 질환,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 등이 호흡을 통해 진단될 수 있다. 영국 베드폰트(Bedfont Scientific)의 스모커라이져(Smokerlyzer)는 담배나 마리화나 흡연을 검사할 수 있는 기기로, 고등학교 등에서 학생지도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침이나 호흡 이외에도 구강점막도말(Buccal Smear) 샘플을 이용한 분자진단, 머리카락을 이용한 약물중독과 유전자 검사, 소변을 이용한 성병검사 등 다양한 비침습 시료들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피부에 붙이는 패치나 입는 의복 형태의 진단기기들이 꾸준히 연구, 출시되고 있다. 아직 의료계나 대중들로부터 큰 호응은 받지 못하고 있지만, 진단 가능 항목이나 정확도, 편의성이 개선될수록 호응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 분자진단, 지놈 프로젝트로 비약적 발전

분자진단은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핵산(DNA, RNA)을 검사하여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이다. 분자진단의 대상은 크게 인체와 인체에 감염된 병원체로 나눌 수 있다. 인체의 핵산을 분석함으로써 질병발생 및 치료와 관련된 진단을 할 수 있고, 병원체의 핵산 분석을 통해 특정 병원체에 감염되었는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진단분야인 만큼, 분자진단의 발전에는 유전체학이 기반이 되었다. 유전체학은 생물체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생물체 별로 다른 유전자형을 밝혀 내며, 특정 유전자가 생체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 등을 분석하는 학문으로, 2003년 완료된 휴먼 지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와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한 분야이다.

유전체학의 발전으로 질병에 대한 이해가 분자 수준으로 깊어졌다. 즉, 인체의 DNA 염기서열에 생긴 약간의 변이 또는 유전자 발현의 시기와 정도의 차이에 따라 특정 질병이 걸린다는 사실, 예전에는 같은 것으로 알고 있었던 질병이라도 인체나 병원체의 유전정보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사실 등을 알게 되었고, 그에 따라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결정하거나 질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게 된 것이다.

조기진단과 맞춤의료를 향한 새 지평

감염질환의 효과적인 치료 및 감염 방지

특정 질병에 걸렸을 때 그에 맞는 효과적인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감염질환의 경우 효과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될 수 있으므로 조기진단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감염질환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검사하기 위해, 예전에는 병원체를 직접 배양하여 검사하는 배양법 또는 병원체를 분리, 배양한 후 항원항체 반응을 거치는 면역화학진단법을 주로 이용하였는데, 이 경우 민감도와 특이도가 낮은 경우가 많았다( 참조). 분자진단에서는 병원체 자체가 아닌 그 유전자를 증폭하여 진단하므로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고, 화학적으로 불활성화된 시료나 추출물을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2009년에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종플루의 경우,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하여 타미플루 등의 항바이러스 제제를 투여하면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인플루엔자 검사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신속항원검사(Rapid Antigen Test, 면역화학 진단법의 일종)로는 신종플루 확진이 어렵다. 신속항원검사는 계절독감과 신종플루 바이러스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종플루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RT-PCR(역전사 중합효소연쇄반응)이라 불리는 분자진단 기술을 이용하여야 한다. 신종플루 창궐 초기에 신속항원검사로 음성 결과를 받은 환자가 신종플루로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여, 분자진단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다음은 AIDS(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를 일으키는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를 예로 들어보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검사결과상 양성으로 나오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를 창문기(Window Period)라고 한다. 이 기간 동안에는 검사를 해도 음성으로 나오기 때문에 감염사실을 모른 채 다른 사람들에게 옮길 수 있으므로 이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진단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HIV 감염 진단을 위한 기존의 면역화학 진단법은 창문기가 매우 길어 3~6개월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진단기술이 세대를 거듭하며 발전하여 면역화학 진단법으로는 15일, 분자진단으로는 11일로 단축되었다. 이렇게 창문기가 줄어드는 것은 환자 본인의 빠른 치료에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감염 위험도 크게 낮춰 준다. 각국 혈액원에서도 헌혈된 혈액을 빠른 시간 내에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하여 분자진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암의 조기진단을 향하여

감염질환 이상으로 조기진단의 기대가 높은 분야는 암일 것이다. 유방암의 경우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8%에 이르지만, 전이가 된 후 발견하면 이는 23%로 떨어진다. 암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CT와 같은 영상진단, 생체조직검사, 혈액을 이용한 종양표지자 검사 등이 복합적으로 사용되는데, 종양표지자 검사, 즉 체외진단을 통한 암의 조기발견은 아직 충분히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종양표지자 검사 중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PSA 검사(전립선암 진단)의 경우 민감도는 20%, 특이도는 94%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아직 암 진단 분야에서는 혈액을 이용한 체외진단이 주체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고, 건강진단용 기본검사, 암 치료에 대한 효과 평가 등의 보조적 역할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이후 민감도와 특이도를 높인 다양한 종류의 진단기술들이 소개되고 있다. 전립선암의 경우 미국의 캐리스(Caris Life Sciences)에서 민감도 85%, 특이도 86%인 진단기술을 허가 받았고, 대장암의 경우 독일의 에피게노믹스(Epigenomics)에서 민감도 70%, 특이도 90%인 진단기술을 허가 받았다. 이러한 기술들은 아직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암에 대한 연구와 종양표지자의 발굴이 지속될수록, 암의 조기진단에서 체외진단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효과적인 만성질환 관리의 토대

진단기술, 특히 현장진단기술의 발전은 만성질환의 관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성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예인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상태의 경중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게는 하루 3~4회 이상 혈당 검사를 하고 그에 맞게 인슐린 등의 약물 투여나 식사량, 운동량 등을 보정함으로써 질병을 관리한다. 철저한 관리를 통해 질병의 악화와 합병증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가정용 혈당계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이러한 철저한 관리는 거의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가정용 혈당계에 무선통신 기술이 결합되어 측정결과가 바로 스마트폰이나 개인용 컴퓨터로 전송되고, 혈당계 제조회사나 질병관리 서비스회사에서 제공하는 웹서버 또는 병원의 전자의무기록에 축적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더욱 체계적인 질병관리 또는 병원 진료 시 참고자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헬스케어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불리고 있는 Connected Health 또는 u-Health의 기본이 되는 개념이다.

철저한 질병관리를 돕기 위해 혈당계는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첫째는 ‘연속혈당계 + 자동조정 인슐린펌프 시스템’의 개발이다. 즉, 상시적으로 혈당량을 체크하고, 그에 따라 적당량의 인슐린이 자동 투여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아직은 인체의 인슐린 분비를 완벽히 재현할 만큼 정교화되지는 못하여 완전자동으로 구현되지는 못하고 있다.

둘째는 바늘로 찌르지 않는 비침습 혈당계의 개발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검사해야 하는 특성상 비침습 혈당계의 개발은 수많은 당뇨병 환자들의 숙원일 것이다. 피부에 붙이는 패치 형태, 시계처럼 손목에 차는 형태 등 다양한 형태의 비침습 혈당계가 개발되고 있고, 이미 출시되었다 시장에서 사라진 것도 있다. 아직 정확도 등의 측면에서 시장을 선도할 제품은 개발되지 못했으나, 수많은 진단기업들이 비침습 혈당계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머지 않은 미래에 비침습 혈당계의 상용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맞춤의료 구현의 동반자

맞춤의료(Personalized Medicine)란 각 개인별로 다른 유전정보 등을 기반으로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사람에게 적절한 치료를 적절한 용량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진단기술은 의약품 사용 시 가장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을만한 사람을 선별해 줌으로써 맞춤의료의 완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고전적인 예로는 항응고제인 와파린(Warfarin)을 들 수 있다. 시토크롬 P450 2C9라는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환자가 와파린을 복용하면 와파린의 대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급성 신부전증, 출혈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와파린 복용 전에 이 유전자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와파린 제품 설명서에 추가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최근의 예로는 미국 화이자(Pfizer)의 폐암치료제인 잴코리(Xalkori)를 들 수 있다. 이 약은 ‘ALK 양성 비소세포성 폐암’ 환자에게 사용되는 약이다. 이 타겟 환자군은 전체 폐암 환자의 4~5%에 불과한데, 임상시험에서 타겟 환자군의 83%에 효과를 보임으로써 2011년 8월에 미국, 12월에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만약 ALK 변이를 밝혀내는 진단기술이 없어서 전체 폐암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다면, 이 약은 당연히 치료효과가 너무 낮아 항암제로 허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설사 허가를 받았더라도 95% 이상의 환자는 효과도 보지 못한 채 약값과 부작용의 위험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분자진단기술을 이용하여 전체 폐암 환자 중 이 약에 효과가 있을만한 환자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 환자들은 하마터면 세상에 소개되지 못했을 약으로부터 큰 효과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질환 예측 및 예방은 이제 시작 단계

분자진단을 이용하여 향후에 걸릴 확률이 높은 질병이 무엇일지 미리 알 수 있을 경우 생활습관 교정이나 예방약 복용 등을 통해 질병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23andMe의 경우 당뇨병, 파킨슨병 등 110여 가지 질병에 대한 위험성, 눈동자 색깔이나 알코올에 대한 반응 등 50여 가지 신체특징, 20여 가지 약물에 대한 효과 및 부작용 가능성, 자녀에게 40여 가지 유전병이 유전될 가능성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아직 질환 예측 분야는 초기 단계이고 신뢰도가 충분히 높다고 보기 어렵다. 기술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 사람의 전체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데에는 긴 시간과 높은 비용이 필요하고, 유전자와 질병의 상관관계가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23andMe에서도 서비스를 의뢰하는 사람의 전체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정보를 분석하여 대략적인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일 뿐 질병의 정확한 진단이나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질환 예측 및 예방 분야는 많은 소비자들과 과학자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개인의 건강을 위해 충분히 적용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으로 진단기술의 종류 및 발전현황, 그 의미들에 대해 살펴 보았다. 진단기술은 개인의 질병을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하게 함으로써 더 쉽고 저렴하게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돕는다. 만성질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질병을 관리할 수 있도록 기본 데이터를 제공해 주고, 특정 의약품에 대해 적은 부작용으로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환자군을 선별해 준다. 또한 미래에 걸릴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 분야도 아직은 초기단계이지만 빠르게 발전해 나가고 있다.

질병의 원인 등 질병 자체에 대한 이해, 그 원인을 정확하고 빠르고 저렴하게 찾아내는 진단기술, 질병의 원인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치료법 또는 예방법, 이들은 상호보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또한 인간의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신종 질병들이 계속 출현함에 따라 진단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LG경제연구원 윤수영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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