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저축은행 예금인출(뱅크런) 사태 발생
대형 저축은행 예금인출(뱅크런) 사태 발생
  • 이성재 기자
  • 승인 2012.05.0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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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저축은행 4곳 정도에 대한 퇴출(영업정지)이 이번주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4일 솔로몬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에서 예금인출(뱅크런) 사태가 발생했다.

저축은행업계 자산규모 1위 솔로몬저축은행에서는 이날 1500억원 이상의 예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전날 500억원의 2배 수준으로 평소의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틀간 2000억원이 인출되는 것이다.

전날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업정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한데 따른 결과다.

또다른 퇴출 대상으로 거론되는 H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자산규모 2조원 이상)에서도 예금이 대거 인출됐다.

금융권에서는 이들 대형저축은행의 퇴출이 결정될 경우 동시다발적인 뱅크런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들 대형저축은행은 전국 주요 도시에 계열 저축은행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업계 10위 이내 대형 저축은행 3곳과 소형 저축은행 1곳 등 4곳이 이번 주말 영업정지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많으면 5곳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할 경우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없는 5000만원 초과 예금(원금과 이자 합계액)과 후순위채권 규모는 총 6000억원에 달해 막대한 피해와 사회적 혼란이 예상된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솔로몬저축은행을 비롯한 대형 저축은행들의 주가가 대부분을 하한가를 기록했다.

솔로몬저축은행 예금 이틀간 2000억원 빠져나가

서울 선릉역 근처에 위치한 솔로몬저축은행 본점에는 영업 개시 전부터 고객들이 몰려들어 오후 4시30분 기준 대기고객만 2000명을 넘어섰다.

이 시간까지 창구에서 업무를 마친 고객 수는 1300여명이다.

지점 내에는 약 100여명의 고객이 어깨를 부딪치며 발디딜 틈 없는 좁은 공간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고 건물 밖에서도 고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혼잡한 모습이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접수 대기번호를 영업개시 20여분 전쯤인 오전8시40분부터 나눠주기 시작했다.

오전 10시쯤 하루에 처리가능한 접수번호가 600번대라며 추가로 번호표를 나눠주지 않자 고객들이 항의하는 소동도 있었다.

솔로몬저축은행측은 고객들을 위해 금융결제망이 막히는 밤 11시30분까지 업무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50대의 한 여성은 "오전 7시30분쯤부터 이곳에 왔다"며 "어제부터 언론에 전해진 소식을 듣고 가슴을 졸이다 아침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80대의 한 남성은 "오늘 만기인 5000만원이 안 되는 예금을 찾으러 왔다"며 "영업정지된다는 소식을 듣지 않았다면 그대로 놔뒀을 텐데 불안해서 돈을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인근의 솔로몬저축은행 테헤란로지점도 고객이 몰려 혼잡한 모습이다. 오후 4시30분 기준 대기번호가 600번을 넘었고 영업 개시 후 200여명의 고객이 업무를 마쳤다. 지점 내부에는 고객 100여명이 차례를 기다리며 모여있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오후 4시 기준으로 1000억원이 인출됐는데 밤까지 이 속도로 인출이 된다면 오늘 하루 최종 인출액이 15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000만원 이하로 예금한 고객들이 중도에 인출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전날 밤 기준으로 솔로몬저축은행의 유동성은 80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H저축은행 등에서도 예금 인출 이어져

이날 솔로몬저축은행은 물론이고 H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자산규모 2조원 이상)에서도 예금 인출이 이어졌다.

H저축은행의 경우 오후 4시30분 기준 약 800억원의 예금이 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을지로의 본점을 찾은 고객 수는 400여명이다. 전날보다 150여명 늘어났다.

또 다른 H저축은행의 경우도 이날 본점을 찾은 고객이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대기번호 숫자는 오후 1시경 700번을 넘어섰으나 실제로 돈을 찾은 고객은 많지 않았다.

이외에도 대형 저축은행 중 한 곳인 M저축은행의 한 지점에서도 평소보다 많은 고객들이 몰렸다.

고객 불안 심리 최고조‥곳곳서 직원과 실랑

이번 주말에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예정돼 있다는 언론의 보도 때문인지 고객들은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전 11시경 접수번호 기기가 고장이 났다가 다시 작동하자 고객들이 서로 받으려고 몰려들어 기기 옆의 화분이 깨지기도 했다.

저축은행 영업 마감시간(오후4시)이 다가오자 지점 밖에서 기다리던 고객들이 한꺼번에 지점 내부로 몰려들기도 했다.

지점 문을 닫아 순서에 맞춰 인출을 못할까 봐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점 안은 한여름을 연상시키는 바깥 날씨보다 더 더운 상태다.

직원과 고객간의 실랑이도 이어졌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대상이 된 줄을 직원들이 알면서도 속이고 있다는 고객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대기번호를 나눠주지 않을 때는 고객들의 항의 목소리가 컸다.

한 남성 고객은 "모든 언론에서 저축은행이 이번 주말에 퇴출당할 것이라고 하는데 직원들만 모른다고 하는데 그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오후에 지점을 찾은 50대의 한 여성은 "지금 받은 번호가 1000번대가 넘어가는데 오늘 안에 인출을 못 하는 게 아니냐"며 "주말에 영업정지되면 다음 주에 돈을 찾을 수 없어 일단 지점에서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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