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시장을 선도하려면 고객에게 묻지 말라’
LG경제연구원 ‘시장을 선도하려면 고객에게 묻지 말라’
  • 박광원 기자
  • 승인 2012.07.08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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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설문조사를 하기도 한다.

정작 고객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고객을 통해 들을 수 있는 것은 대부분 기존 제품에 대한 평가와 개선 사항 정도이다. 미래를 담는 혜안을 고객의 소리에서 얻는 경우는 드물다.

고객 자신들도 모르지만 분명히 내재하는 그 무엇인가를 읽어내는 것은 고객의 몫이 아니라 기업의 몫이다. 애플은 ‘손가락 하나로 펼쳐지는 무한한 확장성’ 이라는 고객들도 몰랐던 본원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제품으로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다이슨은 ‘날개 없는 선풍기’로 선풍기 날개로 인한 번거로움과 위험성의 문제를 없애주었다. P&G는 배관시설과 물이 부족한 인도 남성들을 위해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면도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고객에게 보여줬을 때 “이거였어!” 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혁신제품들이다.

고객의 잠재 욕구를 찾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묻기보다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기업들이 단순히 지켜보는 것을 넘어 고객과 함께 생활하며 본원적 욕구를 위한 혁신 컨셉을 찾고 있다. 그러나 지켜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미래의 니즈를 볼 수 있는 혜안을 담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기업 내부 인력의 기술, 경험 뿐만 아니라 철학까지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내부 아이디어가 때로는 엉뚱하고 무모할지라도 수용하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이키의 ‘이노베이션 키친’, 페이스북의 ‘헥카톤’, 구글의 ‘구글 X’ 연구소 등은 내부 아이디어들의 용광로와도 같은 곳이다.

혁신 제품을 만들었다고 고객이 찾아주기만을 바라거나 기업이 하고 싶은 말만 해서는 안된다. 대부분의 혁신제품에 대해 고객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불안함을 느끼기 쉽다. 따라서 고객이 방어기제를 극복하도록 도와주고 고객조차도 알지 못했던 본원적인 욕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임을 고객이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와 접점을 마련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들은 왜 실패하는가?

거대 제국들의 몰락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잘해왔고, 현재규모가 크다고 해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31년 경제학자 로베르 지브라는 기업들의 역사 분석을 통해 기업의 규모와 성장 간에는 어떠한 상관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브라 법칙’을 발표하였다.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성장과 유지가 쉬울 것이라는 일반 통념에 반하는 이 법칙은 오랫동안 학계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5년 만에 세계 500대 기업의 1/3이 바뀐다는 미국 Fortune의 발표나 노키아, 코닥 등 MBA에서 성공 사례로 소개되었던 많은 기업들의 몰락 소식을 접하면 이 법칙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들지 못하거나 전달하지 못하거나

모든 기업들은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 노력이 반드시 고객 가치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로버트 서튼 교수는 “가치는 고객이 정한다. 고객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업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에 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세계 최초, 천재적인 발명에도 관심이 없다. 고객 본인이 원하는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도 적절한 시기에 고객의 니즈를 위한 혁신제품을 만들지 못하거나 그러한 제품을 만들고도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여 시장형성에 실패한다. 그리하여 시장 선도의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모토롤라는 2004년 혁신적인 디자인을 갖춘 ‘레이저’로 세계적인 히트를 쳤지만 이후 타 경쟁사와 차별적 경쟁 우위를 가지는 후속 제품을 내놓지 못하다가 스마트폰이라는 역풍을 맞고 2011년 구글에 인수되었다. 1인용 운송수단인 세그웨이는 도심의 삶을 바꿀 혁신적인 제품으로 출시 전부터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으나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사장될 뻔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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