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빅데이터 시대의 스마트 비서 경쟁 시작되었다’
LG경제연구원, ‘빅데이터 시대의 스마트 비서 경쟁 시작되었다’
  • 이종근 책임연구원
  • 승인 2012.12.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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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나우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출시되었다. 서비스의 일부만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잠재력이 표출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신기하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향후 사용자들에게 편리함을 넘어 놀라움과 감동을 주기 위한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구글 나우의 등장

애플 시리(Siri)가 출시된 지 반년 남짓이 지난 시점에 구글은 I/O(연례 개발자 컨퍼런스)를 통해 ‘구글 나우(Google Now)’라는 신개념 서비스를 발표하였다. 애플 시리가 음성인식 기반의 대화형 서비스라면 구글 나우는 음성인식에 국한되지 않고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나 서비스를 찾아 적시에 제공하는 ‘Intelligent Assistant’ 컨셉이다. 발표 초기에는 시리의 유사 서비스(Copycat)가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젤리빈(Jelly Bean)에 탑재되어 정식으로 출시된 이후 전문가들은 시리를 능가하는 신개념 서비스로 구글 나우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 나우는 ‘유능한 비서’, ‘뛰어난 부하직원’ 역할

구글 나우는 구글이 운영하고 있는 60여 개 서비스에서 축적된 사용자별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여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한 다음, 사용자에게 필요한 콘텐츠나 서비스를 알아서 제공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평소에 구글 검색을 통해 LA레이커스 경기 결과를 자주 검색한다면, 구글 나우는 사용자가 LA레이커스 팬임을 인지하고 경기 전에는 예매 방법(Buy tickets) 및 관전 포인트 정보(Preview)를 제공하고, 경기 진행 중에는 스코어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그리고, 평소 사용자의 이동경로 및 출퇴근 시간을 스스로 학습/인지하여 귀가 직전에는 주요 교통상황을 감안한 최적 경로를 알려줄 수도 있다. 게다가 평소에 많이 살펴본 주식종목이 있다면, 해당 종목의 주가가 1% 이상 변화할 경우 미리 알려주어 매수/매도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지진, 태풍 등 긴급 상황 및 재해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사전에 사용자에게 주의하도록 경고(Public Alert)해 준다. 그 외에도 매월 운동량, 실시간 택배 운송 현황, 해외 출장 관련 정보(예: 통번역, 환율, 시차), 인근 명소 안내 등 광범위한 서비스 영역에서 사용자에게 유용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구글 나우는 개인화 된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

구글 나우는 개인화된 빅데이터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보한 다음 사용자의 성향 및 행태를 분석할 수 있다. 사용자가 인터넷을 통해 어떤 콘텐츠,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고, 시간대별 주로 활동하는 지역이 어디인지를 파악한다. 그리고, 구글 검색엔진에서 어떤 키워드를 주로 입력하며, 어떤 내용의 지메일(Gmail)을 주로 받고 보내는 지도 알아낸다. 구글 플러스를 통해서는 누구와 친하게 지내는 지, 그리고 관심있는 장소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구글 캘린더에서는 향후 일정도 속속들이 파악해 낸다. 그 외에도 구글TV, 유투브(YouTube), 구글 맵, 구글 파이낸스, 구글 쇼핑 등 굵직굵직한 서비스에서 사용자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지도 알아낼 수 있는 구조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의 사생활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알아챌 수 있기 때문에 무섭기도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사용자 스스로도 알기 어려운 본인의 취향을 추가적인 노력 없이 구글 나우가 알아서 잘 파악해주므로 편리한 점도 꽤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1년 간 구글 플레이스토어 내 모바일 앱의 개수는 약 3배 증가하였고, 모바일 웹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의 양도 폭증하였지만, 사용자 스스로 본인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찾아서 이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스마트폰 유저들이 5개 남짓한 앱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번거롭고 귀찮다는 이유로 앱을 자주 다운로드 받아 이용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큰 노력 없이도 구글이 알아서 사용자의 성향을 잘 파악해주고 콘텐츠, 서비스를 적시에 잘 제공해 줄 수 있다면 사용자도 새로운 경험(UX)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구글의 시도는 오래 전부터 다양한 기업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추진되어 왔다.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것을 추천한다는 것이 새로운 개념은 전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 나우가 지향하는 Intelligent Assistant 컨셉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급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진화

기존의 추천 방식은 공급자 중심으로 데이터를 확보하였고, 사용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가치를 제공하기 보다는 공급자 측면에서 마케팅 기회를 찾고 영업을 강화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물론, 이벤트 마케팅(Event-triggered Marketing) 등을 통해 사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그 것 역시 사용자 관점에서는 귀찮은 스팸 메시지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개별 공급자 중심으로 사용자 정보가 확보되다 보니 사용자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없는 구조였다. 시네매치(CineMatch)로 유명한 넷플릭스 조차도 사용자가 넷플릭스 서비스 내에서 보이는 멀티미디어 콘텐츠 이용성향만 파악할 수 있으며, 그 외 경로를 통해 사용자가 어떤 것을 선호하는 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궁극적으로 사용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정 공급자의 제한된 서비스 중심이 아니라 철저하게 사용자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상에서의 이용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에 기반한 행태 분석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도 이러한 산업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 ‘Accenture Technology Vision 2012’ 보고서를 통해 빅데이터가 사용자 중심으로 구성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특정 기업이 사용자의 모든 행태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점차 ‘DB 자체가 산업화(Industrialized Data Services)’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DB도 하나의 중요한 수익모델이 될 수 있고, 기업 간 DB 제휴도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향후 HTML5가 표준화되고 확산될 경우, OS플랫폼에 상관 없이 사용자가 웹 기반으로 어떤 행태를 보이는지 파악하기가 훨씬 더 용이해질 것이다. 실제로 SNS의 서비스 영역이 확대되면서 사용자가 오프라인에서 보이는 행태까지도 알아낼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해 가고 있다. 예를 들어, SNS의 지역 서비스와 연계된 상점에서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Smarter Life 단계별 전망

물론, 구글 나우를 포함하여 개인화된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Intelligent Assistant)가 아직까지는 충분한 사용자 가치를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다. 기존과는 일부 다른 사용자 경험(UX)이 가능해 지므로 “신기하다”는 느낌은 주고 있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느끼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하지만, 빅데이터의 잠재력을 감안해 본다면 향후 지속적인 진화가 예상된다. 진화 방향성을 크게 세 단계로 구분하여 전망해 보았다.

● 1단계: “신기하다”

지금까지 구현된 Intelligent Assistant 서비스는 대부분 “신기하다” 수준이다. 과거 SK텔레콤의 ‘1mm’, MSN메신저의 ‘심심이’, 애플의 ‘시리’, 그 외 제조사의 음성인식 기반 비서 서비스는 사용자들에게 컨셉의 특이함으로 인해 신기하다는 느낌은 강하게 주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 제공에는 한계를 보였다. UX 자체는 신기하지만, 오히려 서비스 이용이 불편하거나 정보의 정확도가 떨어지다 보니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일상생활에 활용하지는 않고 있다.

● 2단계: “편하다”

사용자가 직접 앱이나 콘텐츠를 찾아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을 Intelligent Assistant가 대신 잘 수행해 주면 “편하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용자가 식단을 스마트폰으로 찍기만 해도 혈당, 영양소 분석이 실시간으로 가능하여 큰 노력 없이도 식단 관리가 가능해 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신용카드, 할인쿠폰 정보를 스마트폰이 다 인지하여 사용자의 자금 관리 전반을 지원해줄 수도 있다. 이러한 사례는 사용자가 직접 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귀찮거나 실수하기 쉬운 일이므로 Intelligent Assistant가 대행해 준다면 가치를 느낄 것이다.

● 3단계: “놀랍다”

대기업 사장님 비서 중에는 다국어에 능통한 사람도 꽤 많이 있다. 비서가 언어, 지역정보 등 특정 영역에 대해서는 사장님보다 훨씬 뛰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Intelligent Assistant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이렇게 사용자가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수행해 주는 “놀라움”의 단계이다. 현재도 실시간 통번역 서비스가 일부 제공되고 있지만, 궁극의 모습은 사용자가 자국어로 말하면 실시간으로 상대방의 스마트폰에는 해당나라 언어로 통번역되는 모습이 될 것이다.

한편, 사용자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구매 품목과 관련된 유용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평소 성향을 분석하여 ‘자린고비’ 기질이 있을 경우, IT제품 구매 시 곧 다가올 프로모션 기간이나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를 구매 직전에 알려주는 것도 가능한 시대가 올 것이다. 실제로 Decide.com에서는 이와 유사한 시도를 추진해 오고 있다.

Decide.com에서는 온/오프라인에서 물품 구매 직전에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핵심정보를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 최신 스마트폰 구매를 시도할 경우, 해당 제품과 관련된 주요 뉴스, 블로그 의견, 가격 변동 추이, 프로모션 계획, 신모델 출시예정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즉시 구매(Buy)’ 또는 ‘구매 보류(Wait)’ 등의 의견을 제공해 준다. 이러한 컨셉이 Intelligent Assistant에 향후 적용된다면 사용자의 성향을 고려하여 중요한 의사결정 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구글 나우와 같은 Intelligent Assistant 서비스는 이제 걸음마를 막 시작한 수준이다.

하지만, 퍼스널 빅데이터(Personal Big Data)가 지닌 잠재력을 감안해 본다면 수년 내로 지금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가치를 제공해줄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개인정보보호 이슈는 해결해야 할 과제

물론, 개개인의 상세 정보를 모아서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보니 사생활 보호 관점에서 사용자들의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 Intelligent Assistant 서비스를 이용해 본 사람들의 반응은 “신기하다”도 있지만, “무섭다”도 많다. 예를 들어, 구글 나우에서는 사용자의 지역 이동 패턴을 자체 분석하여 사용자의 집과 회사 위치를 자동으로 파악한다. 심지어 걷고 있는지, 자전거를 타고 있는 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지도 알아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사용자는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누군가에게 감시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된다. 결국 Intelligent Assistant 서비스가 생활 깊숙이 침투하여 활용될수록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이슈는 부각될 수 밖에 없다. Intelligent Assistant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구글 스트리트뷰(Street View) 사례처럼 정보 보안 이슈로 인해 특정 지역에서 서비스 자체가 고사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혁신에는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다. Intelligent Assistant도 개인정보보호라는 암초가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이 충분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Smarter Life가 가능해질 것이다. 자동차 사고로 인해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자동차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PC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가 폭증하였을 때, 사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웹 상에서 일일이 찾아 헤매지 않고 ‘인터넷 포털’에 많이 의존했다. 앞으로는 PC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자동차,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 등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기도 다양해 지고, 이로 인해 쌓이는 데이터도 많아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 인터넷 포털이 한 역할을 ‘Intelligent Assistant’가 대신해 준다면 사용자들은 분명 많은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결합으로 Intelligent Assistant가 어느 정도로 진화해 나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LG경제연구원 이종근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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