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상승 경계해야 하는 이유?
원화가치 상승 경계해야 하는 이유?
  • 신정훈 기자
  • 승인 2013.01.1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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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산업 가격경쟁력 약화 …경기침체 심화 부작용 초래
최근 원화와 엔화의 상승과 하락 추세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정부가 이를 조정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엔화가 내리면 원화가 동반하락 하던 추세에서 요즘에는 이와 반대되는 모습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원화가 오르면서 엔화가 떨어지는 ‘원고(高) 엔저(低)’ 현상은 국내 수출기업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지난 1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보다 5원70전 내린 1054원70전으로 마감했다. 지난 2011년 8월 이후 17개월 만에 1060원선이 깨졌다.

특히 지난 1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전날 보다 0.76엔 떨어진 달러당 89.04∼89.05엔에서 거래를 마쳤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89엔대로 하락한 것은 2010년 7월 이후 약 2년6개월 만이다.

원화 가치 상승이 나쁜 면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원화 가치가 상승할 경우 원화 기준 수입원자재의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물가안정에도 기여한다. 특히 원자재와 부품소재 등을 중간재로 이용하는 기업은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국민의 소득 재분배 효과도 있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국민은 주어진 소득으로 외국의 상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구매할 수 있게 되므로 실질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는 산업 경쟁력 및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과도한 원화 가치 상승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원화 가치의 상승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국내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기술 경쟁력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비교우위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원화 가치의 상승은 수출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를 초래해 경기침체를 더욱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여기에 다시 악재로 작용하는 것이 엔화가치 하락이다. 이에 따라 일본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 부문과 철강 선박, 운수장비, 화학 분야의 산업은 위축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 부문이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러한 영향은 주가에서 곧 바로 나타난다. 자동차 관련 주가는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12월 중순 23만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1월 들어 2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아차는 같은 기간 6만2000원에서 5만4000원으로 하락했다. 국내 자동차업체의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어선인 ‘달러당 90엔’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철강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시아 통화가 모두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주요 철강 수출시장인 아시아 지역에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 국내 철강 수출단가 경쟁력이 일본 업체에 비해 떨어져 수출량 감소로 이어진다. 하지만 엔화 약세로 환차익이 발생해 갚아야 할 외화 차입금이 줄어든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원화와 엔화의 환율변동에서 이전과 다른 것이라면 가치가 정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두 통화의 국제적 위상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력이 예전보다 많이 커졌다고는 하더라도 아직 원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화폐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국내로 수입하는 외국산 제품의 대금을 결제하는 데는 원화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달러나 유로, 엔같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화가 필요하다.

반면 엔화는 달러, 유로와 함께 긴축통화에 속한다. 물론 그 위상이 달러에는 미치지 못한다 할지라도 적어도 엔화는 외국과의 거래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통화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위상 차이는 세계경제가 금융위기를 겪을 때 환율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엔화약세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 위해서는 과거의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엔화가 원화에 대해 약세를 나타낸 대표적인 시기는 2004년 초부터 2007년 7월에 이르는 3년여에 걸친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원엔 환율은 1123원(2004년 1월 초)에서 746원(2007년 7월)으로 약 34% 하락했다.

2004년 초를 기준으로 그 이전의 원엔 환율이 일정한 범위 내로 유지되던 기간과 이후의 원엔 환율 하락 시기에 국내 경제의 모습을 비교하면 전반적인 성장률 수준은 세계경제의 경우 원엔 환율이 하락한 엔저시기에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의 경우 원엔 환율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안정되었을 때의 성장률이 더 높았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엔저시기에 세계수요 여건이 우호적임에도 불구하고 2006~2007년 무렵 ‘원고 엔저’가 심화되면서 국내 수출이 상당부분 제약을 받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며 “아울러 세계경제가 호황을 누리는 과정에서 과잉 유동성으로 인해 발생한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이 국내 경제를 제약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눈여겨볼만하다. 2004~2007년 기간 동안 지속된 세계경제의 호황국면에 힘입어 2004년까지는 원엔 환율 하락에도 국내 수출은 높은 신장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원화강세와 엔화약세가 심화되는 2005년 이후에는 수출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될 뿐만 아니라 수출제조업의 영업이익률도 둔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이러한 경향은 일본과의 경합도가 높은 전기전자 부문이나 자동차, 철강 등의 업종에서는 경향이 보다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엔저 현상이 달러당 90엔 내외의 수준에 그치고 원화가치도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 원엔 환율이 100엔당 1100원을 크게 밑돌지 않을 경우에는 한국의 경제와 산업에 큰 영향을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엔화를 달러 기준 90엔 선에서 하락세를 멈추기로 하는 금융정책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최근처럼 세계경제의 회복속도가 느린 시기에 외채증가를 동반한 원화강세 심화와 원화 고평가 국면이 계속될 때에는 국내 수출 위축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전기전자 업종이나 자동차, 선박 등 운수장비, 철강, 화학 등 일본과의 경합도가 높은 업종 및 품목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엔화가 단기적으로 달러당 92엔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는 평균적으로 90엔대로 올라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향후 ‘원고 엔저’ 현상에 대한 예측이 엇갈릴 수 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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