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전방위 세무조사 ‘살생부’에 전전긍긍
재계, 전방위 세무조사 ‘살생부’에 전전긍긍
  • 김상호 기자
  • 승인 2013.02.22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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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대기업‧금융권 등 내부거래 고강도 압박수사
▲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재계가 몸을 움츠리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과 감사원이 국내 주요 대기업과 금융권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에 나서자 해당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차기정부, 재원확보 차원 분석도

국세청, 국민·SC은행 세무조사...은행권 긴장

고강도 세무조사·...공정위 ‘대기업 전담’ 검토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재계가 몸을 움츠리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과 감사원이 국내 주요 대기업과 금융권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에 나서자 해당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새는 세금을 막아 복지재원을 확보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에 맞춰 국세청이 ‘맞춤용’ 조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한 전담조직 신설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대기업 집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일감 몰아주기와 통행세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대기업의 내부거래를 통한 계열사 부당지원, 경영권 승계를 위한 내부거래 등이 주요 타깃이다.

국세청도 양팔을 걷어붙였다. 고강도 기업 세무조사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국세청은 최근 세무조사와 체납 징수 업무에 500명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하는 등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돌입 했다.

검찰 역시 보폭을 크게 하고 있다. 검찰은 공정위 고발사건의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공정위의 대기업 고발 건수가 급증하리란 관측에서다. 신설되는 부서의 수사 대상은 대기업의 계열사 부당지원과 총수의 관련성 등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세청은 SC은행에 대해 오는 22일부터, 국민은행 오는 25일부터 각각 정기 세무조사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천징수 내역이 집중 점검 대상이다.

르노삼성, 롯데호텔, SC·국민·신한은행 고강도 조사

22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르노삼성과 롯데호텔, 스탠다드차타드(SC)·국민·신한은행 등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푸르밀(옛 롯데우유) 신준호 회장 일가에 대한 국세청의 증여세 부과와 관련해선 감사원이 확인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국세청은 지난 21일 롯데호텔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롯데호텔 측은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라며 “2012년에 예정됐던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섬자동차 전경.
르노삼성차 5년만에 국세청 세무조사
2007년 39억 세금추징···경영정상화 ‘난항’


르노삼성차는 지난 몇 년간의 손실을 털고 경영정상화에 목표를 두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세무조사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연말부터 부산지방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을 서울시 가산동 신사옥으로 보내 오는 3월까지 약 120일 간의 일정으로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지난 2007년 이후 5년만에 실시되는 ‘정기세무조사’라고 업체 측은 밝히고 있다.

하지만 르노삼성차가 부품대금과 기술료 등의 명목으로 프랑스 본사로 송금하고 있는 부분이 적법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경기도 기흥 출고장과 일부 영업지점 건물 등의 매각 등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적지 않아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르노삼성차의 몇몇 임원이 내부 감사에서 문제가 불거져 물러난 점도 이번 세무조사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차 측은 “2007년에 이어 5년 만에 이뤄지는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며, 세간의 이런저런 의혹들과 이번 세무조사는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르노삼상은 지난 2007년 실시된 세무조사에서 국세청으로부터 37억6500만원을 추가로 과세, 그해 총 447억원에 달하는 법인세를 추징당한 바 있다.

금융권에 대한 국세청의 조사는 고강도에 광폭이다.

22일 SC은행에 이어 국민은행에도 25일 세무 조사 착수를 통보했다. 신한은행도 조만간 조사가 예정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C은행은 지난 2009년 이후 4년 만에 조사를 받는다. 최근 경영자문수수료 및 브랜드 사용료와 관련한 과세 논란이 불거진 터라 조사 강도와 방향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C은행, 자문수수료 세금대상 결정시 수백억 세금 추징 불가피
수천억원 송금 경영자문수수료 세금 논란 불 지피나


SC은행은 지난 2009년 이후 4년 만에 조사를 받는다. 최근 경영자문수수료 및 브랜드 사용료와 관련한 과세 논란이 불거진 터라 조사 강도와 방향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세무조사는 특히 최근 수천억원에 달하는 경영자문수수료와 관련해 과세당국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착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SC은행의 세무조사 이력은 그다지 순탄치 않았다.

지난 2004년 국세청은 ‘먹튀’의 원조격으로 불렸던 뉴브리지캐피털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뉴브리지캐피털은 2000년 제일은행을 인수해 5년여만인 2005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1조18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매각하고도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국내를 떠났고, 이로 인해 먹튀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후 국세청은 먹튀 논란이 거세게 일자 불과 2년여만인 2006년에 은행매각부분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는 등 심층조사를 벌였다.

SC은행은 고배당 논란으로 금융당국과 신경전을 펼친데 이어 곧바로 세무조사가 이어지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SC은행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어 1000억원의 연말 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2000억원의 중간배당과 연말배당을 추진하려다가 금융당국의 제지를 받고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SC은행의 주주배당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은 이유는 순익의 75% 가량을 배당액으로 설정하는 등 과도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SC은행의 지난해 3분기 당기 순이익은 40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64% 줄어들었으며 3분기까지 누적 당기 순익은 약 54% 감소한 1663억원에 불과하다.

SC은행은 지난 2010년에는 62.0%(당기순이익 3224억원, 배당금 2000억원), 2011년 78.1%(당기순이익 2560억원, 배당금 2000억원) 등 매년 고배당을 실시했고, 지난해 상반기에도 1000억원을 배당하며 배당성향 81.6%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근에는 경영자문수수료에 대한 세금 문제까지 이슈가 됐었다. SC은행은 경영자문수수료 및 브랜드 사용료 명목으로 매년 1000억원 이상을 영국 본사에 보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세금 논란이 불거져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 대부분이 경영자문과 같은 지원용역에 부가가치세를 내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SC은행 관계자는 “경영자문수수료는 지난 2007년 4분기부터 발생했지만 지급은 2009년부터 지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법률자문을 구한 결과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어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던 것이고 만약에 법률적 판단이 과세대상이 맞다는 결론이 난다면 세금을 납부하겠다는 것이 SC은행의 기본 입장이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에 대한 세무 조사는 오는 7월 24일까지 약 150일간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는 지난 2007년 이후 6년만의 일이다. 국세청은 2007년 7월 세무조사에서 지난 2003년 9월 국민카드 합병 당시 적립한 대손충당금이 부적절했다는 점을 들어 법인세 등의 명목으로 4419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22일 국세청은 지난 21일 롯데호텔을 대상으로 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한데 이어 같은날 롯데정보통신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롯데그룹 계열 롯데정보통신 ‘특별세무조사’
감사원, 대선주조 관련 신준호 일가 증여세 조사 중


국세청이 올해 초부터 롯데그룹 주력 계열사를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

22일 국세청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은 롯데그룹 계열의 롯데정보통신에 대한 대대적인 특별세무조사를 시작했다.

21일 국세청이 들어간 롯데호텔은 정기적인 세무조사이나 롯데정보통신의 세무조사는 특별세무조사이다. 특별세무조사를 전담으로 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맡고 있다. 특별세무조사 규모도 이전과 다르게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롯데정보통신에 대해 특별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투입한 배경은 그룹 전체의 자금흐름 등 데이터정보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국내 주요그룹의 경우 대부분 자체 IT서비스계열사를 두면서 외부로 주요정보를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 또한 자금흐름 뿐만 아니라 거래물품내역과 핵심적인 재무정보까지 모두 파악이 가능하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그룹에서는 IT서비스 계열사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면서 내부의 핵심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며 “대부분 그룹 계열사 소속인 IT서비스기업의 데이터센터에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조사요원들도 롯데정보통신의 데이터센터를 관리하는 구로쪽에 상주하며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롯데정보통신과 롯데그룹은?부인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 관계자는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 자체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감사원도 서울국세청이 푸르밀 신준호 회장 일가의 주식매매 과정에 증여세를 제대로 부과했는지 여부에 대해 1년 이상 감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신 회장의 자녀에게 1천100억 원이나 양도차익이 발생했는데도 국세청이 부과한 증여세 규모가 너무 적다고 보고 있다.

적극적으로 증여세 부과 기준을 마련했다면 더 많은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거액 편법 증여 논란이 일고 있는 신준호 푸르밀 회장 일가의 주식 매매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를해놓고도 제대로 증여세를 부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서울국세청은 신 회장 측이양도세를 이미 납부했지만, 두세 살밖에 안되는 손자가 거액의 이익을 본 점 등을 감안해 증여세를 물릴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법률 검토에 들었다. 하지만 증여 가액을 산정하는 명확한 근거가 없었다.

결국 국세청은 신 회장 자녀 및 손자가 올린 1100억원의 차익 가운데 600억원은 회사 가치의 자연 증가분이지만, 500억원은 신 회장의 경영 활동으로 회사 가치가 높아진 것으로 판단했다.

이 500억원을 증여세법상 ‘타인의 기여’로 간주해 과세했다.

이 가운데 신 회장 자신에게 돌아가는 몫을 제외하고 자녀에 대한 증여분을 계산한 뒤 증여세 120억원을 부과한 것이다. 고 해명했다.

감사원 등에 따르면 신 회장의 아들과 딸, 며느리, 손자는 신 회장에게 빌린 돈 50억여 원에 자기 돈을 합친 120억여 원으로 부산의 대선주조 주식 31%를 지난 2005년에 사들였다.

이후 신 회장 자녀는 2007년 지분을 팔아 1천100억 원 규모의 양도차익을 올렸다. 이들은 신 회장에게서 빌린 돈 50억여 원을 갚고, 양도세 200억 원을 납부하고도 800억여 원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국세청과 감사원의 움직임에 대해 재계 일부에선 “차기 정부가 내세운 각종 복지정책 시행을 위한 재원 확보와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대해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최근 세무조사에 대해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은 인정 한다”면서도 “그러나 정치적 판단은 전혀 깔려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박 당선인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생각처럼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해법은 덩치가 큰 대기업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재계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추측 일뿐 세무조사의 배경이 무엇인지, 어디까지 확산될지에 대해선 전혀 알 길이 없다. 따라서 재계는 잔뜩 웅크린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차기 정권의 시작과 맞물려 재계엔 피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살생부에 이름이 오른 기업들은 비상 상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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