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떨고 있니?...대대적 물갈이 신호탄
공공기관장, 떨고 있니?...대대적 물갈이 신호탄
  • 김상호 기자
  • 승인 2013.03.27 1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맨 수공사장 사표이어 잔여 임기 1년 미만 줄사표 전망
▲지난 11일 오후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장은 새 정부 국정철학과 맞는 사람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생사 가른다

올해 7월말로 임기 4개월을 앞둔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지난주 국토교통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기관장에 대해 ‘코드 인사’를 예고한 뒤 보름 만에 나온 첫 사의다.

정부가 교체되고 각 부처의 골격이 잡혀가고 있는 상태에서 국토부 산하기관장의 물갈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공공기관장의 ‘줄사표’ 행렬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26일 국토부와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김건호 사장이 지난주 국토부에 새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겠느냐”라며 사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008년 7월 처음 수자원공사 사장으로 취임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인물이란 점에서 사의 표명은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연임한 장수 기관장이다. 올 7월27일 임기가 끝난다.

김 사장의 사의 표명으로 ‘공기업 물갈이’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공기업 간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전에 공공기관장 임기 보장을 언급해 이번에는 조용히 넘어가나 했는데, 물갈이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김건호 사장 개인적으로 사표를 제출한 것이고 사표 수리 여부는 4대강 감사나 태국 물관리사업 수주, 국정운영 방향등 여러 가지 상황을 검토해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공공기관 인사와 관련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언급,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사한 바 있다.

또 지난 15일에는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공기업사장을 전부 갈겠다는 것은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물갈이를 예고한 직후인 14일 감사원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지적사항이 많았다. 수출입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 정권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임기를 넉 달 남겨놓고 지난주 국토부에 사표를 제출, 물갈이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도 조만간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대적인 인사 물갈이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김건호 사장이 사표를 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새 기관장 임명에 대비해 산하기관들의 물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산하 공기업 기관장은 줄줄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지송 사장은 오는 9월말,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은 7월말, 한국공항공사 성시철 사장은 8월 중순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 모두 임기를 6개월여 남기고 있다. 또 두 차례나 연임에 성공한 한국가스공사 주강수 사장, 한국지역난방공사 정승일 사장 등도 ‘MB 라인’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지송 사장은 “자리보전에는 관심이 없다”고 그간 말해왔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MB 라인’들은 밀려나는 모양새보다는 ‘명예로운 퇴진’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직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기관장으로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정창영 사장, 대한지적공사 김영호 사장,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 김광재 이사장, 한국교통안전공단 정일영 이사장 등이 있다.

이중 한국도로공사 장석효 사장은 대표적인 ‘MB맨’으로 분류된다. 코레일 정창영 사장도 ‘MB맨’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수서발 KTX경쟁체제 도입을 놓고 정부와 충돌하고 있어 거취에 귀추가 주목된다.



공공기관 정보 누리집 ‘알리오’를 통해 확인한 결과, 2013년 기준 295개 공공기관 가운데 남은 임기가 1년 미만인 공공기관장은 모두 50명에 이렀다. 박근혜 정부 공기업 물갈이의 1차 대상자들이다.

이 가운데 인체국제공항공사 이채욱 사장과 국민연금공단 전광우 이사장은 지난해 말 각각 임기 만료를 6개월, 9개월 남긴 상황에서 일찌감치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금융권에도 눈길이 쏠린다. 신임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새 정부 국정철학과 전문성을 금융기관장의 교체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따라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사장,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 등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공기업 범주에 들지 않는 KB금융의 어윤대 회장도 이명박 정권의 인사로 꼽혀 교체설에 휩싸여 있다.

한편 공기업·공공기관들은 지난해 경영평가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8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평가단을 구성해 각 기관의 경영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이르면 5월께 청와대에 전달될 평가 결과는 ‘공기업 수장 살생부’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 안팎에서 또 이르면 내달부터 공기업과 각 부 산하기관 수장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평가 대상은 111개 공공기관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재직한 기관장 100명, 상임감사 58명이다.

경영자율권이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 등 4개 기관의 경영실적도 함께 평가한다.

경영평가단은 리더십·경영효율·주요사업·노사관계·계량(재무상태 등 각종 지표) 등 5개평가반으로 나눠 일주일 동안 각 기관을 방문 조사할 예정이다.

방문조사 후에는 대상기관의 이의신청과 보강자료를 제출받은 뒤 오는 6월 20일까지 평가결과를 확정한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해당 수석실별로 각 부처산하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현황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후보군이 압축이 되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본격적인 검증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새 정부가 극심한 ‘인물난’을 겪고 있어 이들 중 일부는 연임될 가능성도 있다.

새 정부 조각 과정에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후보자, 김용준 국무총리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후보자,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 등 핵심부처 관료들이 각종 비리 의혹으로 줄줄이 자진사퇴하면서 야당은 물론 여권에서도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고위관계자는 “이번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미리 물갈이 대상을 정해놓고 짜맞추는 형식으로 진행돼서는 안된다”며 “연줄과 계파에 의한 나눠먹기가 아닌 능력위주의 인사시스템이 도입될 수 있도록 당청이 함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27일 정부 세종청사에서는 서 장관과 이지송 LH사장, 정창영 코레일 사장, 김건호 수공 사장 등 14개 공기업과 준정부기기관장이 만나는 간담회가 열린다. 국토부는 “상견레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공공기관장에 대한 거취 문제도 언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주간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
  • 등록일자 : 2009-4-10
  • 발행일자 : 2009-4-10
  • 간별 : 주간  
  • /  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일자 : 2009-03-25
  • 발행일자 : 2009-03-25
  • 간별 : 인터넷신문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편집위원 : 신성대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