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주가관리에 적신호
보험사 주가관리에 적신호
  • 김상호 기자
  • 승인 2013.04.01 0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실현 이익 등 주주배당 급감…보험사·대기업 ‘직격탄’
▲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보험사 및 대기업 주주 배당액이 대폭 줄어든다.
금감원 개정상법 시행 통보

올해부터 법 개정으로 주주 배당액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보험사들에 “올해 회계연도부터 배당가능 이익과 배당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개정 상법(법 제462조와 법 시행령 제19조)은 배당 가능액에서 미실현 이익을 빼도록 했다.

미실현 이익이란 회사가 보유한 주식이나 채권 및 파생상품의 가격이 올라 장부상(대차대조표)이익이 발생했지만, 팔지 않아서 실제 수중에 현금이 들어오진 않은 이익을 말한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 개정 상법 시행령은 올해 배당부터 모든 회사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준다.

주가 상승으로 고배당이 가능했던 대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 고리인 삼성생명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삼성전자 지분을 6.54% 갖고 있는 삼성생명은 전자 지분을 주당 수천원에 샀지만 지금은 15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런 미실현 이익이 포함된 삼성생명의 ‘기타포괄손익’은 지난해 말 12조2000억원으로 같은 해 3월 말의 9조7000억원보다 25.8% 늘었다.

가격이 오른 주식은 시장에 팔아 실질적인 이익으로 만들면 배당을 늘릴 수 있지만, 순환출자 고리에 맞물려 있는 삼성그룹의 특성상 이런 방법도 여의치 않다.

그 대신 삼성전자 주가가 올라 발생한 미실현이익을 손실과 상계해 배당가능 재원이 더 많이 확보됐고 그 동안 이를 토대로 삼성생명은 최대주주(지분율 20.76%)인 이건희 회장 등에게 적지 않은 배당금을 지급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배당이 어렵게 됐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연결된 순환출자 구조로 그룹의 핵심 지배고리를 구성한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은 1062만주(지분율 7.21%)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삼성생명이 배당을 늘리고자 삼성전자의 주식을 판다면 그룹 전체 순환출자의 고리가 깨질 수 있다.

기타포괄손익은 기업이 일정기간 동안 소유주와의 자본거래를 제외한 모든 거래에서 얻은 자본의 변동액으로, 미실현이익이 여기에 속한다.

태광그룹 계열의 흥국생명이나 한화그룹 계열의 한화생명 등도 마찬가지다.

개정상법은 파생상품 거래가 많은 금융기관이나 대형 조선사·건설사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파생상품 거래로 얻은 이익도 미실현이익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해 말 신한은행이 가진 파생상품자산은 현금·예치금의 19.8% 수준인 1조8천억원에 달한다. 여기서 얻은 이익이 배당 가능 이익을 계산할 때 통째로 빠지게 되는 셈이다.

업계는 장기적으로 생명보험 1조9000억원, 손해보험 2조1000억원 등 총 4조원가량의 배당 재원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한다.

위험기준자기자본(RBC) 제도 강화로 책임준비금 적립 부담도 커진 상황에서 보험사들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된 상법은 금융사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배당 가능 이익을 계산할 때 미실현이익을 제외함으로써 선택적으로 자산·부채 상계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 간 배당의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을 포함한 상장사들은 상법 재개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금융당국과 법무부는 올해까지 금융권과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본 뒤 재개정을 검토해본다는 입장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주간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
  • 등록일자 : 2009-4-10
  • 발행일자 : 2009-4-10
  • 간별 : 주간  
  • /  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일자 : 2009-03-25
  • 발행일자 : 2009-03-25
  • 간별 : 인터넷신문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편집위원 : 신성대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