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가 몰고올 변화의 물결’
‘전기자동차가 몰고올 변화의 물결’
  • 박광원 기자
  • 승인 2009.11.2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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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전기자동차의 확산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의 자동차연비 및 배기가스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전기자동차의 입지는 갈수록 확고해질 전망이다. 당분간 하이브리드형의 전기자동차가 주류를 이루겠지만, 향후 10년 후면 전기로만 가는 자동차의 비중이 이에 못지않게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전기자동차의 확산과 진화는 자동차산업은 물론 관련 산업에 적잖은 변화의 물결을 예고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의 하나인 전지를 둘러싼 공급사슬 구조가 기술 발전과 충전인프라의 영향을 받아 재편될 것이다.

전력산업의 경우 충전인프라는 전력판매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이며, 이를 지능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것과 관련된 산업들이 성장할 것이다. 전기자동차 확산으로 인해 명암이 나뉘는 분야도 있을 것이고, 정유 산업처럼 사업모델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수 있는 영역도 있을 것이다. 기업들로서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잘 간파하고 기술 개발이나 인프라 구축, 사업모델 개발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미리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17일 우리 정부는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05년 대비 4% 낮은 수준으로 하는 감축안을 확정, 발표하였다. 2020년 배출 전망 대비로는 30% 수준에 이르는 부담스런 목표이며 개도국 중 최상위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세계 10위 권의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는 앞으로 발전, 수송, 산업 생산 등 다방면에서 감축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친환경 노력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수송 부문의 경우, 배기가스를 거의 나오지 않게 하거나 대폭 줄일 수 있는 자동차,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전기자동차는 전기를 동력원으로 움직이는 차량을 말한다. 전기자동차는 battery로만 가는 전기자동차(battery electric vehicle 혹은 bev), 동력원으로는 전지에 저장한 전기만을 사용하고 필요에 따라 충전을 시켜줄 수 있는 조그만 내연기관을 가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ev 혹은 phev), 그리고 전기모터나 내연기관을 동시에 사용하는 엔진이 둘 이상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hybrid ev 혹은 hev) 등 크게 3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이하에서의 전기자동차는bev, phev, hev를 통칭한다.

전기자동차가 어제오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세계적인 자동차기업인 지엠(gm)은 1996 최초의 양산 bev인 ev1을 출시하였다. ev1은 출시 당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1999년 성능과 가격이 좋아진 2세대 모델이 나오기도 하였다. 리스 방식으로 판매되었던 지엠의 ev1 프로그램은 리콜 등 다양한 문제가 겹치면서 2003년 공식적으로 종료되었다. 그러는 사이 도요타의 hev인 프리우스가 혜성과 같이 나타나 ‘하이브리드 열풍’을 자아내었다. bev인 ev1보다 hev가 현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전기자동차 엔진 유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자동차의 비중이 아직은 1% 내외에 불과하다. 최근의 에너지 및 환경 관련 규제의 흐름은 전기자동차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다.

올 들어 모든 국제 모터쇼에서 단연 주목을 받은 것은 전기자동차이다. 미국의 빅3는 물론 도요타, 혼다, vw, bmw 등 내로라하는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앞 다투어 자신들의 전기자동차 모델을 발표하였다. 1월에 있었던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9월프랑크푸르트, 10월 도쿄 모터쇼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 전기자동차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인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신규 전기자동차 모델을 들고 나왔다. 세련된 디자인에 성능도 일반 가솔린 차량에 뒤지지 않을 정도이다. 일각에서는 엔진 모터쇼가 아니라 전기 모터쇼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라는 평이다. 마치 모든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자동차에 올인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2008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 출시된 모델이 13개에 불과했고 올해 판매되고 있는 모델은 고작 29개 정도이다. 그러나 자동차 기업들의 계획을 살펴볼 때 2012년이면 120개가량의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가히 폭발적인 모델 증가라 할 수 있다.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작년까지만 해도 모델 라인업이 하이브리드(hev) 일색이었지만 올해부터는 phev나 bev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올해 새로 선보인 모델 16개 중 8개가 phev나 bev였다. 2012년에는 hev가 시장의 주류를 이루기는 하겠지만, phev나 ev의 모델 비중도 40%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이후에도 이러한 자동차 기업들의 전기자동차에 대한 개발 및 출시 추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견해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우선, 미국, 일본, 유럽 등 각국이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2008년 iea 자료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의 23%를 수송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송 부문은 향후 실질적인 변화를 수반하지 않는다면 지구 온난화 억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각국 정부들이 수송부문의 규제를 보다 강도 높고 일관되게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 각국 정부들이 내놓은 2020년 온실가스 배출 기준은 현재의 내연기관 자동차의 효율 증대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목표로 평가되고 있다. 배기가스가 전혀 없는 자동차를 라인업에 추가시켜 생산, 판매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목표라는 이야기다.

일본 정부는 그 동안 2020년 전기자동차의 비중이 40% 정도면 되는 배기가스규제 목표를 제시하여 왔지만, 최근 50% 이상이 되어야만 하는 목표를 내놓았다. 미국의 경우 국가 연비 기준을 2016년 당초 목표보다 상향 조정하기로 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내에서도 가장 엄격하기로 소문 난 캘리포니아의 규제 기준이 미국 내 표준으로 선정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연방 정부는 캘리포니아의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기준을 채택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하였다. carb(californiaair resources board)의 계획만 놓고 본다면 매우 도전적인 목표가 아닐 수 없다.

2017년경 온실가스 40% 가량을 감축하려면 hev의 비중이 30% 수준으로 높아져야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미국 도로교통안전관리청(nhtsa)이 좌우하던 자동차 관련 규제에 대하여 환경청(epa)의 영향력이 높아진 것도 앞으로의 미국의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un기후변화 협약에 미온적인 반응으로 일관해왔던 미국의 태도 변화는 단순히 기후 온난화 대응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아니라 산업 자체의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선진 각국 정부는 자동차 배기가스 감축을 위하여 당근과 채찍 모두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 정부는 자동차기업들이 일정 수준의 연비 기준을 맞추지 못 할 경우 과징금을 물리고 있다. 유럽은 2015년 기준으로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km 당 130g을 넘으면 초과 배출량 수준에 따라 누진적인 벌금을 자동차 기업에 부과할 계획이다.

세계 각국 정부는 전기자동차 보급을 위해 파격적인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은 물론 심지어 중국까지도 전기자동차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향후 5년간 150억 달러 가량이 기술 개발, 세제 혜택, 보조금, 소비자 보너스 등과 같은 명목으로 전기자동차에 투자될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중국, 미국, 프랑스와 같은 국가들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한다.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의 경우 공용 전기자동차에 대해 6만 위안(약 900만원)의 재정적 지원을 계획하고 있을 정도이다.

결국, 공급 측면에서 전기자동차의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인다. 정부 정책 환경이 자동차 기업들로 하여금 전기자동차 개발과 출시에 압력을 넣고 있으며, 자동차 기업들도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지난 5월 미국에서는 2016년까지 적용될 연비 기준과 배기가스 배출량 정책을 확정 발표하였다. 여기서 미국 정부는 캘리포니아 주정부, 환경보호단체, 자동차 기업 등 연비 및 온실가스 규제와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향후 일관된 정책 추진을 예상할 수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기존 내연기관의 효율을 대폭 향상시키던가, 클린 디젤이나 전기자동차의 생산 비중을 높이던가 하는 것으로 좁혀진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현재보다 30%~40%만큼 줄이기 위해서는 소형경량화, 파워트레인 개선, 혁신적 직접 연료분사 기술 등과 함께 하이브리드 기술이 꼭 필요하다. 전기 모터와 내연기관 엔진의 작동 특성을 살펴보면 저속에서는 전기모터가 내연기관보다 훨씬 출력이 좋다. 고속에서는 상황이 역전된다. 현 내연기관 연비의 대부분은 저속 주행 시 잃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전기모터와 내연기관 엔진을 조합할 경우 출력과 연료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녹색 바람은 소비자들의 친환경 소비에 대한 인식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요동치는 유가 또한 한 국가의 경제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에너지 소비행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요타의 프리우스에 대한 열풍을 보더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미 미국 판매 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기다려야 살 수 있었던 프리우스는 이미 3세대까지 이르렀다. 일본자동차 딜러협회에 따르면 프리우스는 올 7월부터 10월까지 넉 달 연속으로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의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10월에만 2만 7,000 대 가량이 팔렸는데 이는 지난 해 같은 달보다 4배나 많은 양이었다. 불경기의 여파도 작용했겠지만 친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일본 소비자들의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9월 시장 조사기관인 pike research의 서베이 자료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의 48%가 한 번 충전으로 40마일을 달릴 수 있는 phev40에 대하여 적극적인 구매 의사를 밝혔다. 구매 의사를 보인 응답자 중 49%는 가솔린 자동차보다 5~10%의 프리미엄에도 살 의향이 있다고 하였다. 17%의 사람들은20~50%의 높은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phev40을 사겠다고 하였다. 일반 차량과 비슷한 가격이어야만 사겠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34%에 불과하였다. 85%의 응답자가 연료 효율이 차량 구매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답하였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연비와 경제성에 대한 인식을 통해 볼 때 자동차의 미래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겠다.

전기자동차 시장은 정부의 연비 및 배기가스 규제 강도와 인센티브, 유가 변동, 전지 등 핵심 부품의 기술 발전 및 수급 상황, 충전인프라 구축 속도 등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선진 각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자립 노력의 하나로 자동차의 연비 및 배기가스 규제는 갈수록 강화될 것임에 틀림없다. 소비자들의 구매 진작과 자동차 기업들의 참여를 위한 인센티브나 보조금과 같은 지원책도 늘어날 전망이다.

유가가 일시적으로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소비자들의 전기자동차 구매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내 도요타프리우스의 판매와 유가와의 관계에서 이를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유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정책이나 에너지 등 외부 주요 환경 변수들은 전기자동차 확산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기자동차 내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전기자동차의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충전 인프라와 전지가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전기자동차의 연료탱크라 할 수 있는 전지의 가격과 신뢰성 문제이다. 현재는 가격이 kwh당 1,200 달러에 이른다. 많은 전문가들은 재료 혁신, 규모의 경제 실현, 최적 전지 솔루션 확보 등으로 10년 뒤 절반 이하로 전지 가격이 하락하리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다소 낙관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전기자동차의 전지 유형으로 리튬이온 기술이 가장 적합한 솔루션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상기의 가격 예측은 과거199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이루어진 모바일 it 기기에서 리튬이온 전지가 경험한 가격 하락 속도를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 말의 전지 기술은 초보적인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단위 셀 기술 측면에서만큼은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고 할 수 있어 향후 기술 발전 속도가 예전보다는 더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의 hev는 용량 1kwh 내외의 전지를 장착한다. phev나 bev는 hev보다 적게는 5배 많게는 20배만큼 많은 용량의 전지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은 그만큼 더 중요해지게 된다. 현재의 일반 소비자들은 전기자동차로서는 몇 안 되는 hev 모델에서 골라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 차량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 붙은 차량을 소비자들이 선뜻 받아들일 수 있을까? 게다가 안전성이나 신뢰성이 아직은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라 연비가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쉽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전기자동차에 적합한 출력과 용량을 모두 높일 수 있는 전지 솔루션의 개발은 아직까지는 미흡한 게 현실이다. 과거 고성능 전지가 소형기기에 주로 적용하려다 보니 에너지 밀도에 치우친 기술 개발이 이루어져왔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전지의 성능은 에너지 밀도와 출력의 2개의 축으로 볼 수 있다. 자동차의 제한된 공간에서 많은 양의 전기를 담는다는 것은 주행 거리를 그만큼 늘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고출력은 가속에 있어 필수적인 항목이다. 현재의 전지 기술은 이들 두성능지표가 trade-off 관계에 있는 상황이어서 개발 방향이 이들을 어떻게 최적으로 조합하느냐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다양한 양/음극 재료, 분리막 등의 재료 혁신과 설계를 통해 이를 구현하고자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기자동차의 성능에 직결되는 전기 모터, 인버터 등 파워일렉트로닉스, 충전 기술 등의 성능도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지고 있다. 소규모 벤처 기업들은 물론 대형 기업들까지도 전기자동차 관련기술 개발 경쟁에 뛰어들면서 기술적 문제의 해결은 시간문제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눈을 돌려 phev나 bev로 가면 충전 인프라라는 문제가 겹쳐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차량 가격도 가격이지만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불편함이 여간 아니다. bev의 보급과 충전인프라의 확충은 닭과 달걀의 관계로 볼 수도 있다. phev나 bev는 hev가 아닌 이상 충전을 어떻게든 해야 하기 때문이다.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다면 전기자동차의 전지 용량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흥미로운 실험이 일본에서 있었다. 도쿄전력이 요코하마시에서 전기자동차 실증사업을 하면서 사용자의 이용 행태를 조사하였다. 충전 인프라가 적을 때에는 사용자의 주행 범위가 좁았고 재충전 이전의 저장 잔량도 50~80% 수준이었다고 한다.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고 나서는 전기자동차의 활동 범위가 훨씬 넓어졌음에도 재충전 시 저장 잔량은 10~50% 수준으로 오히려 떨어졌다는 것이다. 충전 인프라확충이 전기자동차 사용자의 심리적 불안감을 줄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pike research결과에서 흥미로운 것은 응답자의 82%가 하루에 40마일 미만을 운전하고 있었으며 평균 주행 거리는 27마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epri(미국전력연구소)의 자료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찾아볼 수 있다. 하루 주행 거리가 40마일미만인 사람들이 전체의 78%이며, 51%는 기껏해야 20마일을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지의 용량과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충전 인프라만 갖추어진다면 bev나 phev의 확산이 가속되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선진 각국의 연비 및 배기가스 정책, 기술 발전 속도, 충전 인프라, 자동차 기업들의 개발 동향 등을 고려할 때, 2020년이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할 수 있을 전망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연비와 배기가스 규제를 가장 크게 고려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는데다, 자동차 기업들이 이제는 전기자동차 개발과 출시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싼 차량 가격과 전지 기술 혁신의 불확실성, 충전 인프라 미비 등이 보급 속도를 낮추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전기자동차 유형 측면에서 볼 때도 당분간 hev가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예측이다. bev나 phev는 가정이건 도로이건 간에 충전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고용량 전지의 높은 가격이 수년 안에 급격하게 떨어지기는 어렵다는 측면이 고려되었다. 2020년경에야 bev와 phev가 전기자동차의 절반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기업들이 hev와 phev/bev 모델을 라인업에 함께 추가하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데 반해유독 르노닛산은 ev에 집중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르노닛산의 까를로스 곤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가솔린에 의존하는 하이브리드(hev)가 너무 과장된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자사 모델인 leaf와 같은 bev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제 많은 전문가들이 닛산의 bev 라인업이 도요타의 프리우스나 혼다의씨빅과 같은 저급의 친환경 모델들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냐는 데 의문을 품고 있다. 오히려 인프라 측면이나 시장 동향을 볼 때 하이브리드 기술을 통해 bev로의 가교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충고도 던지고 있다.

전기자동차 시장은 hev가 주류를 이루면서 내연기관의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진화할 것이다. 자동차기업이나 정유기업들과 같은 영향력이 높은 이해 관계자들의 충격을 줄이는 효과도 생각해볼 수 있다. 상당기간 동안 hev가 기존 자동차와 경쟁하면서 확산되고 충전 인프라가 구축되는 시점에 전지로만 가는 전기자동차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유산업의 이해관계로 인해기존 연료 인프라의 변화가 더딘데다 전지, 인버터, 모터 등과 같은 핵심 기술들의 발전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있을 정도로 발전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는 것이다. 기존 자동차 업계에서의 압력도묵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hev건 bev건 전기자동차 모두는 현재 자동차 산업을 좌우하는 기업들의 손에서 움직이고 있는 현실이고 보면, 자동차 유형이 hev를 거쳐 점진적으로 전기화가 된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기자동차가 주류 중의 하나로 편입됨에 따라 전기자동차 라인업이 향후 자동차기업들의 경쟁력과 가치를 판가름할 좋은 잣대가 될 전망이다. 기존 자동차의 성능과연비를 높이는 기술과 더불어 친환경 이미지 및 관련 기술을 얼마나 잘 다루는가가 소비자들의 구매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디자인과 성능, 초기 구매 가격에서 크게 구별되지 않는다면 보다 적은 유지비를 가진 모델을 선택할 것이다. 매력적인 성능과 디자인을 겸비한 전기자동차 라인업을 누가 잘 갖추느냐가 기업실적과 브랜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연이어 열린 국제 모터쇼에서 전기자동차 모델들이 즐비했던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동차의 기술적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도태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는 주요 구성 요소들이 지속적인 기술 발전을 경험하였고 디자인 기술, it 기술까지 접목되면서 더욱 고도화 되어가는 모습이다. 과거의 자동차와 현재의 자동차를 비교해보면 확연하게 발전된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나 100년을 훌쩍 넘는 자동차 역사 속에서 엔진과 파워트레인, 안전하고 튼튼한 구조, 심지어는 연료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컨셉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엔진이 2개 이상인 hev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제는 hev와 함께 bev를 현실적으로 거론하기에 이른 것이다. 도요타프리우스의 상품성과 기술 장악력에 대한 기억을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갖고 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이 남들이 도저히 넘볼 수 없는 그러한 기술이 아닐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먼저 개발하고 적응하여 확보한 기술을 팔면서 시장을 좌우할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을 높인 것이다. 포드와 같은 경쟁 기업들이 손을 벌릴 만큼 다급해했다. 이러한 것이 hev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ev에서도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기업들은 그 동안 경쟁력의 핵심으로 여겼던 엔진, 변속기 혹은 파워트레인, 전장 등과 같은 영역이 미래에도 핵심이 될 것인지 재정의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들 영역에서 다른 여타 경쟁 기업들과 차별되지 않거나, 브랜드 이미지제고 또는 부품 채널 장악력에 별다른 강점을 찾지 못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탄소 배출량 규제에 따른 벌금을 회피하려는 소극적 태도를 갖고 있더라도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핵심에 대한 재투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동차 기업들이 더 이상 자동차 산업이나 관련 금융 등 제한적인 영역에 머물지 않고 보다 다양한 산업과의 연결고리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정유 네트워크에 연결되었다면 전기자동차는 전력망에 손이 닿을 수밖에 없다. 프랑스 전력회사인 edf는 도요타, 르노닛산, psa 등과 함께 공동으로 전기자동차 및 충전인프라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드는 15개의 주요 전력회사와 협력하여 자사가 개발한 phev 상용화를 시도하고 있다. 르노닛산은 2008년 1월 자동차 인프라 사업 벤처인 better place와 제휴하면서 이스라엘의 청정 수송 프로젝트인 electric recharge grid operator (ergo) 모델에 참가하고 있기도 하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다른, 전기자동차의 구조적 특징에 의하여 부품산업의구조 변화가 예상된다. 전기자동차에만 있는 부품은 전기모터를 비롯하여 전력 제어장치, 충전기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전지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도 볼 수있지만, 동력원으로 사용됨에 따라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고성능, 고출력의 제품이 사용된다. 전기자동차가 확산되면서 이러한 주요 부품들을 공급하는 기업들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다.

delphi, continental, bosch, denso 등 내로라하는 대형 부품기업들의 행보가 바빠질 뿐 아니라 초기에는 소규모 기술 벤처들의 증가도 예상된다. 향후 매년 30%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부품으로는 내연기관엔진과 배기 및 연료 시스템, 트렌스미션 등이 대표적인데, 이와 관련한 전문 기업들의 입지 위축은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도 중요한 고강도 경량 소재는 전기자동차에 이르러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자동차가 가벼울수록 연비는 좋아질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전기자동차 모터는 내연기관 엔진의 폭발력을 능가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게다가 주행거리의 최대 변수인 전지의 용량이 아직까지는 내연기관자동차에서 느낄 수 있었던 이동의 자유로움을 충족시키는 수준은 아니다. 전기자동차가 늘어날수록 그 운행 효율과 경제성이 시장 확대는 물론 경쟁 기업 간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현재도 경량 소재에 대한 니즈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구조적 안전성과 가격 사이의 상관관계 속에서 적당한 타협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전지에 대한 지배력을 놓고 자동차기업, 대형 부품기업, 전지 전문기업들이서로 얽혀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효율 향상과 시장 확대를 병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자동차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혹은 지분 참여 등을 통하여 전지 기술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전지는 연료탱크를 대신하는 부품인데다 전기자동차의 확산을 조율하는 부품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자동차 기업들이 안정적인 전지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다. 대형 부품 기업들은 자동차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전지 기업들과 손을 잡으면서 주도권을 확보하려하고 있다.

전지를 둘러싼 각축전은 지분 참여나 제휴 형식을 통하여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은 전지 기업들이 대접받고 있는 형국이다. 전기자동차용 전지를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현재까지는 정형화된 전지 기술 유형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 전지가 빠른 기간 내에 표준화가 된다면 전지 전문기업들은 가격 경쟁에 휘말릴 것이고 자동차 기업들은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울 만한 부분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다양한 기술로 무장한 기업들이자동차용 전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표준을 주도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전지 공급사슬의 구조는 충전 인프라의 특성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만일, 충전 인프라가 기존 주유소의 연장선상에서 전지 교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대형부품 기업이나 전지 기업들이 직접 유통 네트워크에 공급하는 형태가 주류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주유소나 사람들이 집결하는 곳이 전지 교환 장소이자 충전소 역할을 하는 환경이다. 이 경우 사양이나 규격은 자동차 기업들이 결정하겠지만 다양한공급원에서 호환 가능한 전지 팩을 공급할 수도 있다. 자동차 기업들은 다양한 전지공급원의 제품들에 대하여 인증을 직간접적으로 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자동차메이커들이 전지 공급원을 배타적으로 가져간다면 오히려 자사 자동차의 판매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상기의 경우 자동차와 전지를 분리하여 유통 채널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에 대한 전기자동차 확산도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개념이다.

자동차와 전지가 일체형으로 수명을 같이 할 경우, 결국에는 힘의 중심이 자동차 기업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자동차 산업도 거대한 피라미드 형태로수만 개 이상의 부품산업이 연결된다. 자동차 조립 공장이 들어서면 이를 중심으로 수많은부품기업들이 클러스터를 형성한다. 전지도 수많은 자동차 부품 중의 하나가 틀림없기에 거대한 부품 사슬의 일부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전지 기업 입장에서는 얼마나 확실한 자동차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느냐가 성패의 열쇠가 될 것이다.

전지 기술과 유통을 지배하는 기업이 자동차용 전지 시장을 좌우하게 된다. 초기에는 전지 자체를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힘을 가지며 공급 사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자동차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지 기술의 차별화가 흐려질 경우 자동차 기업이나 대형 부품 전문 기업들이 주도권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충전 인프라의 진화도 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가격이나 성능 측면에서 혁신적인 전지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들보다는 전체 공급사슬에서의 파워에 따라 조달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전지기업 입장에서는 혁신적이면서 확장성이 높은 기술을 갖고 경쟁력 있는 규모를 확보해야만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phev나 bev와 같은 전기자동차는 충전인프라의 확산과 운명을 함께 한다. 충전인프라는 기존 에너지 유통에 일대 변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전력서비스 측면에서 볼 때 충전인프라는 전력판매 채널이며, 충전기는 판매 단말인 셈이다. 서비스기업이 충전기를 요소요소에 설치하고 이를 관리하며 수익을 낼 수 있다. 실제 독일의 한 전력 서비스 기업인 rwe는 주유소 네트워크와는 별도로 전기자동차의 충전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에센(essen)에만 11개의 충전소를 설치, 운영하면서,‘autostrom’이라는 전기자동차용 요금제도 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rwe는 독일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2020년까지 독일 전역의 충전 인프라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다. 덴마크 최대의 에너지 기업인 dong 에너지는 올해부터 전기자동차 인프라 시범사업에 뛰어들었으며, 2011년부터는 상용 판매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유형의 전력 서비스에서는 그 운영이 다소 복잡해진다. 실시간 소비 양상을 모니터링하고 대처해야 한다. 부하 초과로 단전이나 정전이 될 경우 그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인프라는 대부분 현재의 기술과 시스템으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충전에 필요한 고압 선로가 거미줄처럼 뻗어있는데 이들 말단 대부분에 중앙 제어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통신할 수 계량기가 설치되어 있고, 현재도 전력인프라 운영에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력서비스 입장에서는 새로운 매출 원천이 생기는 동시에 관리의 복잡성도 함께 높아지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사업 모델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기자동차용 전력을 인증하고 정산하고 사용자에게 요금을 청구하는 모든 단계에 걸쳐 새로운 기회가 엿보인다.

충전인프라의 구축은 이 인프라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시스템과 사업의 성장을 수반하게 된다. 충전기는 길가나 일반 가정 혹은 공동주택 주차장에 설치할 수 있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마트나 백화점, 각종 체육 시설이나 공원 등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규모가 큰 소비 단위일 수 있고 소규모로 야간에만 작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제어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전력 부하가 일시적으로 쏠릴 경우 전체 전력망에도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충전 부하의 지역별, 시간대별 편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필요한 지능화 된 기술을 많은 전력서비스 기업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누가 혹은 어떤 차량이 언제 어디에서 충전하고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지게 된다.

전기자동차는 한 번에 대략 15~20kwh, 많게는 30kwh의 전기를 충전하는데 일반 가정의 하루 전력 소비량에 해당하는 양이다. 값싼 시간대에 충전하면 경제적일 수 있지만 전기란 본래 무차별하기 때문에 소비 기기별 인증이나 검침 없이는 전체 양으로 밖에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전기자동차 자체, 사용자, 충전 위치를 파악하고 소비량 정보를 수집, 분석, 관리하는 시스템과 관련된 사업의 성장도 점쳐볼 수 있다.

한편, 전기자동차의 확산은 전력산업에서 직류 전원 공급의 성장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전기는 교류지만 전지를 드나드는 전기는 직류이다. 교류-직류 변환 시 약 10% 가량의 전력이 소실된다. 전기자동차에 충전하려면 직류 전원이 필요하며, 충전할 때 컨버터를 거치면서 직류가 만들어진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는 반대다. 인버터를 통해 직류를 교류로 바꾸어 전력망에 공급해야한다.

세 번만 전환해도 27%의 전력이 손실되는 셈이다. 가장 효율적인 것은 교류-직류 변환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최근 들어 일본 등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공장, 백화점, 빌딩 등에 직류 전원 공급 방식이 빠르게 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tv, 세탁기 등 가전제품 거의 모두에 컨버터가 내장되어 있다. 직류로 공급받는다면 그만큼 에너지 효율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전기자동차의 확산을 전력소비 효율의 관점에서 본다면 직류전원 공급방식이 더욱 각광받을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휘발유과 같은 에너지 유통 측면에서도 사업 모델의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겠다.우리는 주유소에 들러 부족한 기름을 채운다. 전기자동차도 충전소에 들러 필요한 전기를 충전하게 된다. 현재 전기자동차와 관련하여 다양한 사업 모델이 검토되고 있는데, 단순히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고 정해진 인증 절차를 거쳐 충전하는 방식과전지 자체를 통째로 바꿔주는 방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양자 모두 인프라 구축에는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연료 네트워크에 그대로 연결할 수 있는 모델들이다. 전자의 경우 충전소에서 15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후자는 교환이 용이하게끔 전지와 자동차 디자인 사이의 호환성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고압 쾌속 충전과 자동차와 전지 사이의 연결 설계에 대한 표준화는 양측 모두에서 중요해질 것이다.

먼저, 충전기를 설치하고 기름대신 전기를 주입하는 단순한 전환을 생각해볼 수 있다. 휘발유나 디젤유와 같은 기름을 파는 대신에 전기를 소매하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탱크로리가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송배전 선로에서 굵은 고압 배전선을 충전소에 끌어오기만 하면 된다. 이 경우 경쟁 인프라가 쉽게 구축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전기는 조건만 되면 어디서나 끌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길 가에서도 충전기만 설치된 곳이라면 어디서든 충전이 가능하다. 대규모 주차공간을 충전소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의 주차장은 충전시설과 전력 서비스사와의 연결 시스템만 갖춘다면 그대로 전용이 가능하다. 기름 탱크를 지하에 묻지 않아도 된다. 충전소에서 담배를 피워도 된다. 결국 기존의 정유기업의 경우 사업모델 전환 시 소비자들의 활동 양상을 고려하여 다양한 업체들과 제휴하는 것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다음으로는 전지를 통째로 교환하는 유통 방식의 대두 가능성이다. 기존의 주유소에서 연료를 보충하듯 전지라는 연료를 탱크째로 교체하여 보충하는 방식이다. 충전 관련 서비스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충전을 위해 15분에서 30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이 곧바로 충전이 가능한 구조다. 교환소에서 충전된 전기 가격과 약간의 서비스 요금을 지불함으로써 전기라는 연료를 보충하는 것이다.

전기자동차 입장에서 보면 소비자들로 하여금 고가의 전지와 차량 구매에 대한부담을 완화하여 수용도를 높일 수 있어 그 확산을 가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자동차와 연료탱크인 전지를 따로 구매하고 사용하는 방식이다. 전지 가격의 상당 부분을 일종의 서비스 가입료와 사용료를 통해 장기간 나누어 내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소재 벤처 기업인 better place가 이스라엘, 하와이, 덴마크 등지에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모델이다.

르노닛산은 내년 미국에 출시할 자사 전기자동차모델인 leaf에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르노닛산의 논리는 전지 특히 리튬이온 전지기술이 향후 빠르게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장착된 전지는 얼마 안 되어 구식이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전기자동차 구매 시 소비자들은 7,500 달러만큼의 세제 혜택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자동차에서 전지 가격을 빼고 나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도 가격 측면에서 경쟁할 만하다는 것이다.

또한 에너지 유통 기업 입장에서는 주유소 모델의 전환을 부드럽게 이행하여 기존 서비스와 병행 혹은 점진적 전환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정유 기업들이 나서서 이러한 사업 모델의 변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물론 기존 정유 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구축해놓은 연료의 조달과 서비스 네트워크는 기름을 유통하는 것 말고도 해당 사의 마케팅이나 부가 연계 사업으로 그 가치를 더 하고 있다. 즉 서비스의 고도화와 융합에 주유소 네트워크가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주유 할인, 각종 마일리지, 음식점이나 편의점 등 다양한 마케팅 채널이 연결되어 있다. 정유사들이 현재의 고수익 구조를 버리면서까지 모험을 강행할 이유는 그리 많지 않다는 판단이다.

지금까지 전기자동차 시장 전망과 관련 산업의 변화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 어느 누구도 하루아침에 전기자동차가 주름잡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간과하면 안될 것은 부지불식중에 완전히 달라진 환경의 한 가운데서 섬처럼 동떨어진 스스로를 만드는 것이다. 전기자동차의 확산에는 위에서 언급한 이슈 말고도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기존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하기 위해 각국 정부들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원의 보급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 발전원은 계절이나 시기에 따라 불규칙한 발전량을 보인다. 전력망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보통 성가신 게 아니다. 이동형 전력저장 장치인 전기자동차가 전력수급의 시간적, 지역적 편재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전기자동차의 가치는 보는 각도에 따라 얼마든지 새롭게 찾을 수 있다.

자동차 사용 문화가 변한다는 것은 인터넷처럼 사회 전체가 돌아가는 방식이 바뀐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듯하다. 전기자동차 확산의 출발점은 에너지 및 환경 문제로 인한 정부의 규제였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그 여파가 자동차 및 관련 부품 산업은 물론 주변 산업에 까지도 적잖은 파장을 예고할 정도로 강해졌다. 전기자동차의 성장은 교통은 물론, 전력 및 에너지 인프라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길 위를 달리는 hev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이나 미국에서 불었던 hev 열풍을 실감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전지 등 관련 부품의 혁신과 가격 하락, 정부의 규제와 지원으로 인한 충전 인프라 구축 등이 빨라진다면, 내연기관에서 전기자동차로 전환하는 속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 추진과 함께 기업들로서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잘 간파하고 기술 개발이나 인프라 구축, 사업모델 개발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미리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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