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1%대가 일상화된 물가 디플레 가능성은 낮다
LG경제연구원, 1%대가 일상화된 물가 디플레 가능성은 낮다
  • 박광원 기자
  • 승인 2013.06.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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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말 이후 1% 대의 낮은 수준을 지속해 왔으며, 지난 5월에는 1.0%까지 낮아져 0% 진입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수정 중기 물가목표범위(2.5~3.5%) 하한보다 1.5%p나 하회하는 등 물가상승률이 이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경기부진이 지속되고, 물가상승률이 계속 낮아지면서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 물가상승률이 낮았던 점은 2011년 중동사태로 인한 석유류 가격 상승, 구제역에 의한 축산물 가격 급등으로 기저효과가 나타났으며, 무상급식, 보육료 지원 등의 정책적 요인이 컸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반사효과들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의 물가안정 현상의 원인을 살펴보기 위해 국내외적 요인을 점검해 본다.

低인플레, 세계적인 현상

사실 최근의 물가안정은 대부분의 선진국들에 공통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매우 공격적인 통화팽창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늘어난 통화량이 인플레이션 현상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1.1%(4월)를 기록하였고, 유로존 역시 1.4%(5월)로 정책 목표치 보다 낮은 매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의 저물가는 글로벌 수요부진으로 인한 초과공급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 못함을 보여준다.

유로존은 2011년 4분기 이후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는 등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타선진국 보다는 빠른 회복을 보이고는 있지만, 높아져 있는 실업률 등 고용상황을 감안할 때 수요압력에 의한 물가상승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수요부진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바이 기준 국제유가는 지난 5월 이후 배럴당 100달러 내외로 움직이는 등 지난해 대비 약 8%(1~5월 평균) 낮아졌다. 수요가 둔화되는 데다 타이트 오일 등 비전통석유의 공급도 늘고 있다. 미국 등 비OPEC국들의 세계석유 공급능력이 확대되면서 당분간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국제곡물가격도 주요 생산지의 작황사정이 개선되고 파종 면적이 늘어나면서 작년 말 이후 하향 안정되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물가요인 모두 디플레 압력으로 작용

우리나라도 원자재가격 하락이 물가안정의 주 요인이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올해 들어 감소폭이 계속 커지고 있다. 국제곡물가격 하락으로 가공식품은 작년 말 이후 2%대의 안정적인 물가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농축산물 가격도 최근 들어 하락세로 전환되었다. 돼지의 사육두수 증가 등 축산물의 초과공급 상황이 지속되면서 축산물 가격은 지난해 대비 5.6%(1~5월) 하락하였다. 그 동안 물가불안요인이었던 채소류 및 과실류 가격도 재배면적 증가와 작황사정 개선으로 인해 안정되는 모습이다.

수요측 물가상승압력도 크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요가 공급에 미치지 못하는 디플레이션 갭이 지속되고 있다. 올 1분기 디플레 갭은 GDP의 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에 비해 수요가 따라주지 못하면서 기업들이나 자영업자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반기 완만한 경기회복을 고려하면 크기는 줄어들겠지만 디플레갭이 올해에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행태방정식을 이용하여 물가상승 요인을 분해해 보면, 올 1분기 중 총수요압력, 환율, 유가 등 주요 요인들이 모두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요인들의 변화가 1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반적인 물가안정세는 하반기 초반까지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6월 물가도 1% 내외, 디플레 가능성은 제한적

주간 물가지수인 생활물가지수를 살펴보면 이 달 둘째 주까지 주요 제품가격이 5월과 유사하게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6월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 내외에 머물 전망이다. 휘발유, 경유 등 석유류 가격이 다소 반등하는 모습이나, 최근의 국제유가 안정세를 감안할 때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축산물의 초과공급 상황이 지속되고, 채소류 등의 작황사정도 개선되면서 농축수산물 가격은 작년 대비 감소세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디플레이션과 같은 극단적 상황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반기 중에는 물가상승률이 상반기보다는 다소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시퀘스터(정부예산 자동삭감)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2분기 이후 완화되면서 미국경기가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등 신흥국들의 성장세도 유지되면서 하반기 세계교역 회복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수출도 5월 들어 증가율이 3.2%로 오르는 등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수출이 경기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회복으로 하반기에는 물가상승률이 반등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근원물가는 올해 들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여전히 3% 내외로 높게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는 국내경기가 점차 회복될 경우 기업들이 그 동안 미루어 두었던 가격조정에 나서면서 물가상승압력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기 중 기업들이 위기 기간 동안 미루었던 가격 조정이 일시에 이루어지면서 물가가 빠르게 상승한 바 있다.

공공서비스 요금 등 비용측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도 예상된다. 그동안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공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등 부담이 커지고 있다. 택시 및 버스통행료, 상하수도요금 등 그 동안 인상폭이 제한적이었던 공공요금을 중심으로 하반기 중 인상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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