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웨어러블의 미래, 패션에서 길 찾아야’
LG경제연구원, ‘웨어러블의 미래, 패션에서 길 찾아야’
  • 정재훈 선임연구원
  • 승인 2013.12.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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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들이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를 시장에 내놓기 시작하면서 모바일 산업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구글은 구글 글래스(Google Glass)라는 안경 타입의 기기를 출시한 후 다양한 신개념 콘텐츠/서비스1를 선보이고 있으며, 주요 제조사들도 스마트 워치, 헬스케어 밴드 등의 웨어러블 기기를 이미 출시하였거나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러한 대기업들의 움직임을 보면 마치 웨어러블 기기는 IT 업계의 미래로만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분명 기존 모바일 기기 시장의 특징과는 큰 차이가 있다. IT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과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시장이 전개되어 나갈지 전망해보자.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차별적 특징

정해진 폼팩터 없는 ‘Out-of-the-Box’ 상품기획이 핵심스마트폰, 태블릿은 소위 DOP(Display Only Product)라는 정형화된 폼팩터(FormFactor)로 제작된 기기이다. 물론, 화면의 크기, 가로/세로 비율(Aspect Ratio), 버튼의 위치, 베젤(Bezel) 모양 등 디자인 차별화를 위한 일부 요소는 제조사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직사각형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네모난 기기라는 측면에서는 제조 브랜드 간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즉, 기존 모바일 기기는 제품 형태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어느 정도 정해진 틀(FormFactor) 내에서 조금 더 디자인을 예쁘게 하고 그립(Grip)감을 향상시키는 등의 부분적인 개선이 점진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웨어러블 기기는 기존 모바일 기기와는 완전히 다른 제품 카테고리이다. ‘웨어러블’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처럼,몸에 착용할 수 있는 모든 형태 및 디자인이 폼팩터가 될 수 있다. 손목에 차는 기기만 하더라도 △작은 디스플레이가 있는 시계 형태, △플렉서블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를 이용하여 손목 전체를 휘감는 형태, △디스플레이가 없고 LED 조명만 있는 밴드 형태, △아무런 출력방식 없이 센서(Sensor)만 있는밴드 형태 등 다양한 폼팩터가 가능하다. 웨어러블 기기가 손목 외에도 온 몸에 걸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얼마나 다양한 폼팩터가 가능할 지 상상이 안될 정도이다.

이제까지의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정해진 틀 안에서 더 좋은 제품을개발하기 위해 경쟁해 왔다면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는 완전히 오픈된 기기 형태를두고 기존의 틀을 벗어나 ‘Out-of-the-Box’ 경쟁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웨어러블 시장은 소수의 독과점 기업이 시장을 독식하는 ‘Winner Takes it All’형태와 다른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마치 웹이라는 오픈된 환경 하에서 수많은 기상천외한서비스들이 쏟아졌던 것처럼, 웨어러블 기기 시장도 기상천외한 형태의 기기들이 쏟아질 것이다. 이미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참신한 상품기획을 통해 탄생한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반지(Ring)형 골전도2 헤드셋, △진동형 커뮤니케이션 속옷, △신체부위 인식 헬스케어 동글(Misfit社의 Shine) 등의제품들은 이미 상용화되었거나 크라우드 펀딩3을 받을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소품종 대량생산의 한계… 다양한 개성표현 중요

사용자 관점에서 웨어러블 기기를 기존 모바일 기기와 비교할 때 크게 다른 점은 많은 경우 외부에 드러내 놓고 다닌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스마트폰은 보통 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니기 때문에 그날 그날의 패션과 상관없이 사용자는 하나의 기기만 갖고 있으면 충분하다. 하지만, 항상 드러내놓고 다니는 웨어러블 기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같은 기능을 제공하더라도 그 날의 옷 차림, 기분에 따라 다른 것을 착용 하고 싶게 될 것이다.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나와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괜히 민망하고, 같은 안경을 썼거나 시계를 찬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웨어러블 기기는 이러한 사용자들의 감정이나 느낌까지 치밀하게 고려하여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즉, 사용자 개개인이 하나 이상의 스마트 워치를 보유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장을 입었을 때에는 클래식한 분위기의 스마트 워치를 차고, 운동할 때에는 밴드 타입의 디스플레이가 없는 것을 착용하며, 캐주얼한 의상에는 밝은 계통의 워치를 더 선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기기들이 내 개성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결국, 기존 모바일 기기처럼 ‘소품종 대량생산’을 한다면 사용자 개개인의 다양한 개성, 취향을 충족시키기 어렵게 된다. 사용자 개개인의 아이덴티티를 살릴 수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시장에서 터를 잡기가 쉬워지고 소수의 대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기기를 제조/판매하던 전략이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는 잘 먹히지 않을 수 있다. 항상 외부에 드러나는 의류/잡화 품목의 경우, 수많은 의류 생산기업이 있고, 개별 기업에서도 생산하는 제품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여야 할 것이다.

오버스펙 보다 ‘Function with Style’이 핵심

공급자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있다. 제품에 더 많은 기능, 스펙을 적용하면 소비자들이 더 좋아하고 많이 구매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공급자와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콘텐츠/서비스를 웨어러블 기기에서 중복적으로 이용하고 싶지않을 수 있다. 오히려 예쁘고 멋진 시계, 안경, 반지를 우선적으로 원하고, 여기에꼭 필요한 추가 기능, 예를 들어 헬스케어 측정 센서가 추가되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가치를 느낄 수도 있다.

‘Function’에 지나치게 매몰되다 보면 사용자의 근본적인 니즈를 놓치기 쉽고 오히려 불편함만 야기할 수도 있다. 결국 ‘Style’이라는 기본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완성도 높은 ‘Function’을 점진적으로 추가하는 것이 핵심일 수 있다. 어쩌면 이렇게 되었을 때 현재 웨어러블 기기가 고민하고 있는배터리, 무게 등의 이슈도 쉽게 해결될 수 있을 지 모른다. 꼭 필요한 기능만 탑재하게 되면 배터리 소모도 줄어들고, 무게 역시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맞춤형 접근 중요

웨어러블 기기는 항상 몸에 착용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센서 데이터에 기반한 다양한 콘텐츠/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는 점도 기존 모바일 기기와 대비되는 차이점이다. 신체 및 위치 정보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시선, 음성, 방향 등 사용자의 행태와 관련된 다양하면서도 깊이 있는 데이터를 확보/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가 이슈가 될 수 있다. 또한 데이터 확보/활용에 기반한 콘텐츠/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상이한 규제를 고려해야 한다.

스트리트 뷰(Street View)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해 준다. 네이버, 다음과 같이 국내 포털기업에서는 활용 가능한 지역정보 데이터 영역이 미국기업인 구글의 스트리트 뷰에서는 제한되어 있다. 구글은 지역 커버리지, 실시간 도로 교통정보, 항공뷰 등 여러 측면에서 국내 포털기업 대비 데이터 확보/활용에 제한이 있다.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는 이러한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훨씬 더 엄격한 잣대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 사용자별 신체, 위치 정보가 해외 특정 기업에서 독점 활용되고 만약 해킹될 경우 재앙 수준에 가까운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지역별 데이터 확보/활용에 대한 규제까지 훨씬 더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거대 IT기업들은 스마트폰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해 가면서 새로운 돌파구로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차별적 특징들을 종합해 보면, 몇몇 IT기업이 독식하기는 어려운 시장이다. 창의적인 상품기획이 가능한 중소 스타트업(Start-up)이 패션기업과 역량을 결합시켜 시너지를 창출시킬 수 있다면, 더 의미 있는 시장을 형성해 나갈 수 있을 지 모른다.

거대 IT 진영과 스타트업/중소기업 진영이 어떤 구도로 시장을 형성해 나갈 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이유이다.

초기 시장을 형성하는 상반된 움직임

웨어러블 초기 시장인 현 단계에서 나타나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크게 두 가지 진영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기존 스마트폰 시장의 방식대로 접근하는 거대 IT기업 진영, △웨어러블의 새로운 특성에 발빠르게 적응하는 스타트업/중소기업 진영이다.

거대 IT기업 진영: 웨어러블 기기의 스펙/기능 중심

구글, 삼성, 소니 등의 기업들은, 기술적 강점을 이용한 신시장 형성, 기존 모바일기기와의 시너지 효과 등을 위해 웨어러블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구글은 구글 글래스를 통해 사용자의 시선 정보를 서비스로 구현하는 것에 초점 을 맞추고 있다. 사용자가 바라보는 시선 정보를 판독하여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길거리로 나가면 사용자가 가려는 최종 목적지까지의 방향을 증강현실 형태로 알려줄 수 있어 길을 헤매지 않게 해주고, 외국에서 글래스를 착용하고 신문이나 표지판을 보면 실시간으로 번역/통역을 해주어 외국어를 모르더라도 해외 여행을 손쉽게 할 수 있게 해준다. 구글은 이처럼 글래스가 가능케 하는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들로 시장에 어필하며, 앞선 IT 기술을 과시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소비자들도 구글 글래스를 통해 보게 될 새로운 세상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 대중들이 구글 글래스에 신기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 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정 업무 목적으로 구글 글래스를 착용할 수는 있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다닌다는 것은 여간 어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북미에서는 구글 글래스를 두고 ‘Do not make people look like robots’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또 구글 글래스를 쓴 사람을 만났을 때, 감시 당하고 기록 당한다는 불편한 느낌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즉, 웨어러블 기기라는 것은 기능/스펙에 앞서 패션적인 요소와 일상 생활과의 조화가 훨씬 중요한 것이다. 사용자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고, 착용감과 편안함이 기능/스펙 구현보다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삼성, 소니 등 주요 제조사들도 앞다투어 스마트 워치를 출시하고 있다. 이 제품들도 스마트폰과 연계하여 사용자들이 조금 더 편하게 모바일 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 호환에 역점을 두었다. 스마트폰을 가방에서 꺼내지 않고 손목을 드는 것만 으로도 메신저, SNS 등의 알림을 확인할 수 있다.

통화할 때는 스마트폰에 손이 매여 있는 때가 많았지만, 워치를 통해서는 두 손으로 다른 일을 하면서도 편리하게 통화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워치가 스마트폰의 리모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워치에서 스마트폰에 담긴 음악을 골라 들을 수 있고, 스마트폰을 어디에 두었는지 모를때 진동과 벨소리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이 같은 기능들은 스마트폰만을 이용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보다 편리한 모바일 라이프를 기대하게 해준다.

그러나, 대중들은 이러한 기대치에 비해 실제 구매에는 다소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시계들은 성별이나 연령에 따라, 캐주얼, 정장 등 각각의 스타일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이 상당히 넓다. 하지만 IT 기업의 시계들은 주로 남성 캐주얼에 어울리는 스타일로 출시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여러 가지 편리한 기능들에는 매력을 느끼나, 본인의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는 시계를 사는 것에 망설일수 있다. 비슷비슷한 DOP 형태로 전세계 시장을 커버했던 스마트폰 시장과는 사용자 니즈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소품종 대량생산에 익숙한 거대 IT 기업에게 웨어러블의 이러한 특성은 낯설다.

스타트업/중소기업 진영: 패션 요소에 충실하며 특화 기능으로 승부

실리콘 밸리를 필두로 한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들의 움직임은 거대 IT 기업과는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각 스타트업이 내 놓는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들은 대기업 제품들만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거나, 높은 스펙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하지만 웨어러블만이 할 수 있는 한 두 가지의 특화된 기능에 집중하며 디자인, 착용감, 확장성 등에 더욱 신경을 쓰는 모습니다. 이처럼 새롭게 시장에 뛰어든 만큼, 기존 IT 시장, 스마트폰 시장의 룰에 빠지지 않고, 세분화된 고객층을 공략하며 웨어러블시장의 특성에 발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이다.

먼저 디자인을 강조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웨어러블 기기는 오랜 시간 손목을차지해 온 손목 시계, 눈을 차지해 온 안경, 발을 차지해온 신발 등 오랜 시간 신체 부위를 점해 온 패션 아이템들과 경쟁해야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웨어러블이 기존에 갖고 있던 패션 아이템들과의 조화를 깨뜨리는 것은 부담스럽고 어색하다.

MisFit社가 내 놓은 ‘Shine’은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패션 요소에 충실하면서도 운동량 측정까지 정교하게 구현하며 시장에 안착하였다. Shine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 영역을 개척하였다. 별도의 디스플레이가 없고, 밴드 형태도 아니며, 신체 어떤 부위에도 착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다.

사용자의 스타일 또는 상황에 따라 목걸이, 시계, 귀걸이, 브로치 등의 형태로 다양한 신체 부위에 착용이 가능하다. Misfit社는 이 같은 Shine의 디자인 강점을 활용하여 정장, 드레스 등과 함께 다양한 부위에 Shine을 착용한 모델의 모습을 패션화보와 같이 담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 북미에서 열리는 주요 웨어러블 컨퍼런스에서도 성공사례로 각광받고 있다.

지금까지 신체 변화를 측정하기 위한 웨어러블 기기들은 대개 기존에 사용하지않던 하나의 제품을 추가적으로 들고 다녀야 하고 몸에 밀착되어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런데, 대만기업인 AiQ社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운동복에 Activity Tracking 기능을 담아 단순히 ‘입을 수 있는(Wear-able)’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존에 옷을 입던 방식대로 ‘편하게 입을 수 있는(Wear-comfort-able)’ 제품을 선보였다. 신체적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옷이 몸에 밀착되어 불편함을 야기할 것 같지만, 다른 옷과 똑같이 지퍼를 열고 편안하게 입어도 본래의 기능을 잘 수행해낸다.

이 같은 상품은 착용상 불편함이 없으면서도 웨어러블 기능이 다양하게 활용될 수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의 기존 행동 패턴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추가적인 효용을 제공하는 이러한 제품은 사용자의 ‘웨어러블’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웨어러블 기기의 기능이 좋고 남들이 예쁘다고 해도 사용자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나, 기존 옷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면 구매를 망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MaxVirtual社의 ‘CYNAPS’는 이러한 사용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잘 극복한제품이다. CYNAPS의 기능은 매우 간단하다. 모자를 쓰면 별도의 이어폰 없이도내장된 골전도 스피커를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간단한 기능의제품이 최근 뉴욕에서 열린 Wearable Tech Expo 2013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 그 이유는 바로 사용자가 원하는 스타일에 얼마든지 잘 적용할 수 있도록 반제품 형태 의 제품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MaxVirtual社는 반제품의 형태로 제품을 만들어 원하는 어느 모자에나 부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반제품은 기존 IT 시장에서 소품종 대량생산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한다. 이는 패션업계가 내놓는 다양한 모자에 손쉽게 접목되어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웨어러블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힘겹게 내 스타일에 맞는 웨어러블 모자를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모자에 웨어러블 기능을 더할 수 있는 것이다. 향후 이러한 반제품 모듈이 소형화될 수 있다면 헤어밴드 등으로도 충분히 확장할 수 있다. 이처럼 반제품 형태의 웨어러블 모듈은 패션업계의 ‘웨어러블’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줄 수 있으며, 웨어러블 기술이 보다 광범위하게 패션 아이템으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이 출시하는 웨어러블 제품들은 웨어러블 시장의 특징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초기 시장에서의 호평을 끌어내고 있다.

공통의 화두는 역시 ‘패션’

이처럼 거대 IT기업, 스타트업/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거대 IT기업 제품의 기능이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이 뜨겁지 않고, 간단한 기능을 구현한 스타트업의 웨어러블 기기가 의외로 주목을 받는 것은 바로 패션의 특성을 웨어러블에 잘 흡수했는지의 차이 때문이다. 패션이 웨어러블의 핵심경쟁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더 두고 봐야 겠지만 현 시점을 기준으로만 본다면 기능을 앞세우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웨어러블 기기들이 폭넓은 고객층의 지지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반면, 니치(Niche)가 모여 메인스트림(Mainstream)이 된다는 말처럼 특정 세그먼트에 특화된 스타트업들의 시도가 오히려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는 복잡한 기능의 구현으로 인해 생기는 크기, 무게 등 디자인에 대한 제약이 줄고, 그만큼 패션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패션이 웨어러블 시장에서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는 것을 감지한 패션업계도 웨어러블 시장에서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들이 주요 패션쇼에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패션업계도 ‘웨어러블’은 패션의 진화 방향으로 그 가능성을 인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에서 열린 주요 웨어러블 컨퍼런스4에 서는 전체 참석자 및 발표자의 절반 가까이가 패션 관련 업계의 종사자일 정도였다.

미래 패션 시나리오

앞에서 전망한 것처럼 패션의 미래에 ‘웨어러블’이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이 펼쳐질 것인지 시나리오를 통해 예상해 보자.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사람들은 웨어러블 기술이 적용된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착용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당연하게 여길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일상 생활 속에서 입는 옷이나 소품, 액세서리 전반에 완성도 높은 웨어러블 기술기반의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모습들을 상상해 본다.

결혼 반지는 당연히 스마트 링(Smart Ring)

승훈과 예진은 결혼을 약속하고 커플링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 귀금속 매장에 같이 들어갔다. 진열된 반지의 대부분은 스마트 링이었다. 스마트 링을 통해 서로에 게 간단한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고, 반영구적인 O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그날 그날의 기분에 따라 색깔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키네틱(Kinetic)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별도로 충전을 할 필요도 없어서 편리하다.

승훈은 돈을 좀 아껴보려고 스마트 기능이 없는 반지를 살까 예진에게물어보지만, 예진은 스마트 링이 아닌 것은 예쁘지도 않고 구식이라면 서 발끈하였다. 실제로 예진의 친구 중에 스마트 링이 아닌 반지를 구매한 친구는 거의 없었다.

스마트 벨트 덕택에 척추 건강 이상무

재훈은 하루 종일 컴퓨터를 이용해야 하는 사무직 종사자이지만, 허리와 목 척추는 매우 건강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재훈은 몇 년 전부터 스마트 벨트를 구입해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생긴 모양은 일반 벨트와 똑같지만, 작은 감지 센서가 벨트 안에 적용되어 있어서 재훈의 자세가 장시간 흐트러지거나 바르지 않으면 진동을 통해 경고를 해 준다.

단순한 기능이지만 평소 자세를 지속적으로 교정해 주기 때문에 사무직 종사자들은 대부분 스마트 벨트를 착용하는 것이 대세이다. 벨트를 만드는 대부분의 패션잡화 기업들은 스마트 벨트 라인업을대폭 확대하는 추세이다. 왜냐하면, 자세 교정에 대한 수요가 어린 초등학생 부터 노약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웨어러블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벨트 제조기업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목도리/장갑/가방 분실 걱정 끝

목도리, 장갑, 가방 등 잃어버리기 쉬운 소품들에 아주 작은 통신 모듈칩이 탑재되면서 이제 더 이상 분실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사용자의 ID 정보를 각 소지품의 통신 모듈칩에 기본적으로 입력해 두면 언제든지 내 소지품의 위치를 파악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지갑, 우산 등 개인이 소지할 수 있는 품목 전반에이러한 칩은 기본 장착되어 분실물이 과거 대비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치도 나오고 있다. 개인 ID 등록 방법도 간단하다. 제품번호(Serial Number)만 웹에 등록하면 그 소지품은 더 이상 분실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하나의 시계로도 다양한 스타일 연출 가능

예전에는 옷 스타일에 맞게 시계도 바꿔 차야 했지만, 이제는 하나의 시계로도 스타일 변화가 어느 정도 가능해져서 많이 편리해졌다. 이것은 모두플렉서블 OLED가 장착된 스마트 워치 덕택이다. 스마트 워치는 플렉서블 OLED로 구현이 되어서 팔목 사이즈에 맞게 구부려서 착용하면 되고, 그날의 옷 스타일에 따라 디스플레이 되는 스타일을 선택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날에는 검은 톤 중심의 아날로그 형태가 디스플레이 되고, 운동복 차림일 때는 운동복 색깔에 맞는 스타일이 연출될 수 있다. 게다가 고효율의 솔라셀이 장착되어 있어 배터리 충전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골전도 모자는 효도 선물로 제격

골전도 모자가 효도 선물로 인기다. 골전도 모자에는 지향성 마이크와 골전도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어서 귀가 어두우신 노년층에게 단연 인기 아이템이다. 골전도 모자를 쓰면 보청기나 이어폰을 끼지 않아도 바라보는 방향에서 나는 소리를 잘 들을수가 있다. 그리고, 골전도 스피커 모듈만 별도로 구매해서 집에 있는 모자에 끼워쓸 수도 있어서 노년층 뿐만 아니라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젊은층에서도 인기 품목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연인들끼리는 커플 디지털 목걸이

커플 디지털 목걸이는 대학생 연인들 사이에서 필수 아이템이 되어 버렸다. 목걸이에 걸려있는 앙증맞은 이페이퍼(e-Paper)에는 연인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놓을 수 있고, ‘사랑의 서약’을 간단하게 녹음해둘 수도 있어서 커플들이 가장 선호하는 액세서리가 되어 버렸다. 연인이면서도 커플 디지털 목걸이를 끼고 있지 않으면 바람 피고 있다는 의심을 할 정도로 대중화된 액세서리가 되어 버렸다.

눈 건강을 위해 스마트 콘택트 렌즈

눈 건강을 위해 일부러 콘택트 렌즈를 끼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끼고 있으면 시력 측정 뿐만 아니라 백내장, 녹내장, 망막 질환 등 예방이 필수적인 난치성 질환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컬러 렌즈 기능까지 있어서 멋 부리기 좋아하는 20~30대, 눈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장년/노년층에서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일부러 스마트 가발을 쓰고 다니는 신세대

가발은 이제 대머리를 가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가발에 탑재된 센서를 통해 뇌파를 측정하여 착용자의 스트레스를 관리해 주고, 사용자 인증(Authenticaton) 기능을 통해 가발만 끼고 있으면 어떤 기기라도 개인화(Personalization)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가발을 쓰고 태블릿을 들면 사용자 본인에게 맞는 앱/서비스들이 등장하고 로그인 아이디/패스워드를 입력하지 않아도 자동 로그인이 된다. 그래서 머리 숱이 많은 사람들도 스마트 가발을 많이 구입하는 기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보온 효과까지 제공해 준다.

이 외에도 안경, 팔찌, 장갑, 속옷, 신발, 양말, 물안경 등 다양한 패션 아이템에 웨어러블 기술 적용이 보편화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안경에는 자석(Magnet)이있어서 필요 시 언제나 글래스 모듈을 붙여서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볼 수가 있고, 속옷에 기본 장착되어 있는 심박수 센서는 부정맥 등 질환을 조기에 파악하여 사용자 및 의료기관에 알려줄 수 있게 된다. 지금 보기에는 이러한 시나리오들이 비현실적으로 여겨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패션산업과 IT산업은 그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각종 융합 제품들을 시장에 내놓고 있으며, 사용자들의 수용도도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추세이다. 웨어러블은 ‘기기(Device)’가 아니라 ‘기술(Technology)’ 관점에서 점차 확산 및 고도화되고 있고, 그것에 ‘패션’이라는 요소가 자연스럽게 결합이 된다면 우리가 앞에서 상상해본 시나리오보다 더 빨리 더 파격적인 모습으로다가올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필수 기능 담은 멋진 디자인으로…

일반 대중들에게 아직 ‘웨어러블’은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이젖어가듯 조금씩 조금씩 패션의 중요한 한 축으로 이미 다가가고 있다. 광범위한 패션 아이템에 녹아들 웨어러블은 기존 IT 기기와는 분명 그 특성이 크게 다르다. 사용자 개개인의 개성에 맞게 수많은 패션 아이템이 존재하는 것처럼, 웨어러블도 셀 수 없이 다양한 아이템과 스타일로 분화하며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거대 IT기업들이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와 비슷한 방식으로 웨어러블 시장 전략을 추진한다면 사용자들의 외면을 받을 지도 모른다. 웨어러블 시장에서는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으로 유사한 기기를 찍어내듯 생산하는 기존 IT기업의 방식이 통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로벌 IT기업만의 독식 무대가 되지 않는다면, 웨어러블 시장만의 게임룰은 어떻게 될 것인가? 기존 IT 시장에서와 같이 혁신적인 기술과 기능 중심으로만시장에 접근한다면 시장에서 실패할 공산이 크다. 패션 아이템에 무리하게 기능을 탑재하면서 디자인을 해치고 배터리 이슈 등의 문제를 야기시키기 보다는, 꼭 필요한 기능만을 멋진 디자인에 담아내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존IT 시장의 타성에 젖지 않고 웨어러블의 새로운 게임 룰 안에서 출발하는 수많은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들이 패션업계와 맞물려 의미 있는 시장을 형성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얼마나 이종산업 간에 시너지를 잘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게임 룰이 될 수도있는 것이다. 더 큰 관점에서 본다면 ‘웨어러블’은 IoT(Internet of Things) 세상의 중요한 한영역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Things)에 컴퓨팅 파워가 추가되고 서로 연결되려는큰 흐름 속에서 웨어러블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웨어러블 시대, 더 나아가서 는 IoT 시대에서도 우리나라가 IT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발상의 전환, IT기업과 디자인, 패션, 스타트업 기업들의 다양한 교류와 시너지,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정책 환경이 어우러져야 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정재훈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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