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2010년 중국 경제 9대 이슈’
LG경제연구원 ‘2010년 중국 경제 9대 이슈’
  • 박광원 기자
  • 승인 2009.12.2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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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은 ‘중국의 해’가 될 성 싶다. 중국 정부는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g2로 부상하는 게 내년이다. 유일 강대국으로 떠오른 미국이 아프간 전쟁과 월가의 파산이란 난제와 씨름하는 동안 중국은 세계 경기회복의 버팀목 역할을 자임하면서, 국제사회의 발언권을 높일 것이다.

중국 경제 사회의 미래는 동북아를 넘어 세계적인 이슈로 등장하는 중이다. 당장 위안화 절상문제가 각국 지도자들의 통상 이슈로 부각됐으며, 공산당이 내세운 산업 구조조정의 대원칙들은 인접국에게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중국 정부의 내륙개발 의지와 정책, 새로운 소비자 계층의 출현은 내수시장의 질적 한계를 넓히는 데 일조하고 있으나, 후유증 역시 만만찮다.

개혁개방 30년 동안 중국 공산당은 비교적 효과적인 경제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g2에 어울리는 산업경제와 소비환경을 구축하려면, 기존의 성공 메커니즘에 안주할 수는 없다. 내년엔11·5계획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국정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는 이미 슈퍼파워로 부상한 중국경제가 내년 당면하게 될 각종 이슈들을 9가지로 정리했다. 중국의 구조적 고민과 이를 해결하려는 장기전략, 거기에서 파생되는 기업의 기회 등이 9가지 이슈에 녹아있다.

1. 거시경제‘안정적 성장(穩增長)’가능한가

올해 1분기 급강하했던 중국 경제는 하반기부터 상승 전환에 탄력이 붙었다. 중국공산당이 연말에 내건 2010년 거시경제 관리목표는 안정적 성장, 즉 ‘원쩡장(穩增長)’이다. 금융위기의 충격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했지만, 이제 그 후유증을 줄여야한다는 문제의식이 배어있다.

중국 당국의 안정성장은 성장유지, 물가관리, 구조조정(또는 구조개혁) 등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가능하다. 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중국 정부의 내년 성장률 목표는 8%대 유지이다. 중국 경제는 미 투자은행들의 연쇄도산이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주로 공공 soc 투자를 통해 넘겨왔다. 3분기부터는 부동산 투자가 살아나면서 성장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공공투자는 지방정부의 재정여력이 부족하고, 국진민퇴(國進民退)에 대한 따가운 비판 등이 제기되는 만큼 점차 줄여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도 과열 기미가 뚜렷해지면서 최근 세제혜택 감소 등 규제책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따라서 설비투자나 민간소비가 얼마나 빨리 살아나느냐가 내년 성장률을 좌우하게 된다. 이중 설비투자는 수요부문, 특히 해외수요의 반등신호 없이 탄력 있는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결국 소비가 제 역할을 해줘야 기대했던 성장률이 가시권에 들어오게 된다.

이달 9일 국무원이 발표한 소비진작책의 골자는 ▲가전하향(家電下向)은 가격한도를 대폭 높이고, 지역별로 대상 품목을 하나씩 추가해 계속 시행하고 ▲가전제품이구환신(以舊換新)은 내년 5월 시범사업 만료 후에도 지역을 확대해 연장 실시하며▲자동차하향 정책도 내년 말까지 연장하되 이구환신에 따른 보조금 한도를 인상한다는 것이다.

올해 소비 자극책의 효과를 감안할 때 이 같은 부양 연장책은 내년에도 소비 확대를 이끌어 예상되는 투자 둔화세를 보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여기에 선진국 경기가 올해보다 살아나면서 중국 수출도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순(純)수출의 성장기여가 플러스대로 돌아온다면, 내년 연간 9%대 성장은 큰 무리 없이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 우려는 하반기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줄곧 그 가능성을 낮춰 잡았지만, 최근 집계된 1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0개월 만에 플러스(전년 동월 대비 0.6% 증가)로 전환되면서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이번 물가급등의 주원인은 폭설로 인한 채소 가격 급등 같은 계절적 요인과 정부의 에너지 가격 인상 등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의 물가안정 공언에도 불구하고 석유 등 국제상품 가격의 앙등이란 복병이 남아있다.

물가 불안은 내년 중국의 정책금리 인상과 위안화 평가절상 등 시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민은행의 내년 물가관리 목표구간은 3~5%로 추정되는데, 5%에 근접할 때 금리나 환율 등 정책변수에 조정을 가할 것이다. 생필품 가격이 들썩거릴 설날 전후가 첫째 고비가 될 것이다.

2. 가시권에 들어온 위안화 절상(升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들어 위안화 환율문제로 큰 홍역을 치렀다. 위안화 달러환율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달러화에 사실상 고정되면서(peg) 시장가치를 전혀 반영하지 못해 수출부문의 비대화를 가져왔다는 비난이었다. 수출부문의 비대화는 중국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크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아 결국 2005년 7월 중국 통화당국은 마치 ‘쫓기듯’ 평가절상을 단행해야 했다. 중국은 당시 2.1%나 위안화 가치를 올리면서, 향후 주요 교역국 통화가치 변동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위안화 환율을 결정하는 ‘바스켓 통화제’로 이행한다고 선포했다.

평가절상 이후 위안화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미 달러화대비 20% 가까이 추가적으로 절상됐다. 중국시장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해외기업 직접투자액의 증가와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 등을 감안할 때 이는 자연스런 추세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위기가 중국 수출부문에 타격을 가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위안화절상에 부정적인 여론이 제기되더니, 급기야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혼란을 겪은 뒤부터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82~6.84위안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2,591억 달러)에 비해 적지만 여전히 막대한 규모(1,780억 달러)에 달한 것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이 환시에 개입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방증이 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 등이 중국 지도부와의 전략회의에서 우회적이지만, 여러 차례 환율절상이란 정책수단을 채근하는 것은 위안화 환율을 가격변수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 경제 지도부는 위안화 절상과 관련된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현재 중국의 최우선 거시경제 목표는 내수확대이다. 그러나 내수가 제 구실을 하기까지 수출은 여전히 중요한 성장엔진이다. 전통적으로 중국이 수출 진작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환율과 증치세 환급이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현재와 같은 글로벌 수요 침체기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 미 달러화는 미 통화당국의 ‘달러화 남발’에 대한 우려 탓에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달러에 위안화 환율을 고정시키면 사실상 평가절하 효과를 거두는 셈이 된다.

문제는 이 같은 인위적인 위안화 저평가가 절상에 대한기대를 낳고, 국제 투기자본의 유입을 불러와 더욱 절상압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2조2,700억 달러를 넘어선 중국 외환보유액의 월별 증가액을 직접투자액 및 무역수지흑자 규모(fdi+tb)를 더한 부분과 나머지로 나눠 표시한 결과를 보면 올해 3월 이후 외환보유액의 증가에는 직접투자나 무역수지 흑자로는 설명되지 않는 대목이 점차 늘고 있음이 나타난다. 이미 미국 홍콩 등 선진국통화당국의 저금리 정책으로 해당 시장의 조달 금리는 상해시장보다 크게 낮아져 비합법적인 채널을 통해 중국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는 핫머니는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5년 초 국제적인 평가절상 압력에 대한 중국 당국의 방어 논리는 평가절상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진행돼온 글로벌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핫머니의 투기이익만 실현시켜준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평가절상을 수년간 미룬 결과 과도한 투기자본 진입과 이를 해소하려는 불태화 정책으로 자국 내 통화량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미 지난 11월 총통화(m2)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29%나 증가했다. 이는 2005년 평가절상 직전 14~15%보다도 훨씬 높은 것이다. 소비자물가도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중국 외환당국이 평가절상을 마냥 미루다간 스스로 함정을 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005년 평가절상 당시 중국 지도부는 미국 등의 요구를 반영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외환개혁의 일환으로서 바스켓제도를 도입한다는 점을 유독 강조 했다.

그러나 절상의 시기와 폭을 놓고 베이징과 워싱턴 간 긴박한 사전 조율과정이 있었음이 후속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중국 당국에게 위안화의 가치를 결정하는 문제는 경제적 득실뿐 아니라 국내 정치적 파장도 따져봐야 하는 사안이다. 이런 점에서 위안화 절상은 오히려 미국 유럽 등의 공개적인 언급이 잦아지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빠르면 중국 수출회복이 가시화하는 올 연말~내년 설날이 단행시기가 될 수도 있다.

3.‘신흥산업’에 담긴 중국의 선진화 전략

향후 5, 6년간 중국 산업정책의 두 가지 키워드는 ‘과잉’과 ‘신흥’이 될 것이다. 과도하게 규모를 키운 낙후산업의 비중은 줄이고 잠재력 큰 신흥산업의 비중을 늘려 산업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 한다. 올해 연초 내놓은 ‘10대 산업 진흥계획’이 경기부양의 성격을 띤 지원책이었다면, 내년에 윤곽을 드러낼 두 가지 정책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구조조정 대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국 산업경쟁력의 취약한 기반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

해외수요가 급격히 위축되자 생산능력 과잉이라는 고질병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번 위기가 오기 전 지속된 호경기 속에서 이루어진 몇몇 업종의 투자열기는 통제력을 상실해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큰 옷을 지어 입히는’ 식으로 거품을 만들었다.

중국의 과잉생산 능력은 올 하반기 들어 세계 경제가 예상 외로 빠르게 회복되는 가운데서도 크게 줄지 않았다. 8월 말 중국 정부가 공포한 1분기 생산능력과잉 업종수는 19개로, 2005년에 지목된 업종 수 10개의 갑절에 가깝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3분기 현재 과잉생산능력 산업은 21개로, 1분기의 19개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 고정자산투자가 경제 회복속도보다 빨리 늘어온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철강업의 경우 올 10월 현재 과잉 생산능력이 2억 톤(2008년 말 중국의 생산능력은 6.6억 톤)에 달하는데도 5,800만 톤의 생산설비가 추가 건설 중이다.

중국 정부는 과잉이란 낙인을 찍은 업종에 대해선 내년부터 단호하게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강철, 코크스, 탄화칼슘, 풍력 발전설비, 전해알루미늄, 조선 등의 과잉업종은 이듬해까지 신규설비는 물론 기존설비 확장도 불허한다. 시멘트, 평판유리, 다결정실리콘, 조선 등에 대해서는 동량도태(同量淘汰) 원칙이 적용된다. 이번 과잉은 산업연관 고리가 긴 중화학공업 부분에 끼어있어 자칫 정리 타이밍을 실기(失機)하면 후유증이 클 것이다.

생산능력이 남아돈다는 사실은 중국에서 중후장대형 중화학공업 만능시대가 완만하게 퇴조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앞으로 ‘장강(長江)의 뒷물이 앞 물을 밀어내듯’ 중화학산업을 밀어내며 부상하는 것은 소위 ‘신흥 전략산업’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면면을 보면 중국은 물론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시장이 형성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대량투자가 필요한 데도 예상 수익은 불투명한 게 공통된 특징이다. 기술집약적 성격이 강해 중국의 전통적 비교우위 산업들에 비하여 고용효과가 낮을 것이란, 따라서 굳이 육성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중국은 유선전화가 전국에 보급되기 전 무선전화 시대를 열었던 나라이다. 산업발전단계에서 몇 계단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정부가 시장을 좌지우지할 힘이 있고13억 시장이란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물론 경쟁국들도 차세대 산업이 성공한다면, 중국시장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월 말 중앙 및 지방정부 연합으로 20여 개의 창업투자기금이 설립됐다. 향후 2~3년 내 200여 개의창업기금을 마련해 모두 1조 위안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중국의 중장기 산업정책은 국제사회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수 있다. 생산능력 과잉규제는 수입품에 대한 반덤핑조치 등 보호주의 조치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신흥산업 육성이 ‘실험’으로 끝난다면 성장 잠재력을 훼손시키는 데 그치겠지만, 성공한다면 중국에 부가가치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는 한국 기업들의 생존공간은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7천만 관람객이 빚어낼 박람회(世博)효과

내년 5월부터 중국 경제의 중핵도시인 상하이에서 세계 엑스포가 열린다. ‘종합’ 엑스포로서는 처음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열리는 데다 역사상 최대 규모라는 점이 남다르다.

사실 중국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 행사에서 느껴지는, 중국인들의 규모에 대한 집착은 역사적으로 소국에 머물러왔던 한국인들에겐 유별스럽다. 그러나 세계 최강국 의 지위를 오랫동안 지켜왔으나 근대 들어 수모를 당했던 중국인들에게 ‘최대 최고’란위상은 자존심을 살리는 특효약이다. 중국 정부는 여기에 더해 베이징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경제,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수준을 높이는 기폭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상하이는 최근 수년 새 거대한 공사장이었다. 지하철 3배 확충, 공항 재건 등 각종 인프라의 직간접 투자규모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450억 달러(대전 엑스포의 26배)에 달한다. 엑스포 부지면적도 여의도의 두 배로 사상최대다. 현재까지 참가의사를 밝힌 국가 수(242개)와 예상관람객(7,000만 명) 역시기네스북에 등재될 것이 확실 하다. 그렇다면 중국경제엔 어느 정도 파급영향을 미칠까.

엑스포는 올림픽처럼 개별 도시에서 열린다. 상하이 엑스포는 상하이 gdp를2~5%p 상승시킬 것으로 관측되지만, 상하이 gdp가 중국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4.6%(‘08년)에 불과해 전국 gdp 상승효과는 0.2%p에 그칠 것 이다.

그러나 흔히 ‘경제올림픽’으로 불리는 엑스포는 내수확대 및 서비스산업에 대한견인효과 등에서 올림픽보다 더욱 강력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행사가 스포츠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 사회 문화를 총망라한다는 점에서 ‘판’이 크다. 또 행사기간도 올림픽보다 훨씬 긴 6개월이며, 참가자 수도 올림픽의 10배에 이른다. 올림픽의 경우 tv 시청자가 많은 반면 엑스포는 현장 관람 중심으로 이뤄진다. 관광, 외식, 교통 등 인근 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관람객 고객층도 올림픽과 차원이 다르다. 기업인, 공무원 등 구매력을 갖춘 계층의 비중이 높아 소비확대 기여도가 높다. 관람객 수를 7,000만 명으로 가정한다면 이들이 구매하는 재화 및 서비스 가치만 1,800억 위안(상하이 gdp의 1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엑스포 사무국 측은 이 같은 효과로 일자리가 20만 개 이상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 정부가 기대하는 엑스포 효과는 이 같은 경제적 효과뿐 아니다. 중국기업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상하이의 국제적 위상 강화, 중국사회의 국제화 수준 제고 등 소프트파워 확대를 염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내세운 엑스포 슬로건은 ‘better city, better life’이다. 삶의 질 향상은 현 공산당 지도부의 일관된 국정운영 노선이다.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엑스포 행사장 안팎에 태양광 발전기와 풍력 발전기를 설치했다. 행사 개막 전부터 전기자동차와 수소버스를 등장시켜 중국의 환경보호 의지를 각국 참관인들에게 각인시킨다는 의도이다.

상하이 엑스포는 장강 삼각주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상하이~항저우 구간 고속철도가 개통되고 방사형 모양의 고속도로가 확충되면, 이 일대는 ‘3시간 생활권역’으로 묶이게 된다. 장강삼각주 지역은 인구가 7,500만 명으로 중국 gdp의17.8%, 수출입의 34%를 차지하는 핵심 경제권이다(<표 3> 참조). 특히 투자환경이 좋아 중국 전체 외국기업 투자의 거의 절반이 집중돼 왔다. 한국기업 직접투자도31.6%가 이 지역에 집중됐다.

내년엔 상하이 엑스포와 함께 광저우 아시아 게임도 열린다. 총투자 금액이 2,200억 위안으로 엑스포 투자만 못하지만, 역대 아시안게임 중엔 최대 규모이다. 화동경제와 함께 화남경제도 겹경사를 맞은 셈이다. 광저우 시 정부는 아시안게임 투자로 광저우gdp가 3.5%p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중국수출입의 28%를 차지하는 인근 주강 삼각주 지역이 ‘1시간 생활권’으로 묶이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양대 수출기지의 물류경쟁력은 대형 국제행사를 통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엑스포 아시안게임 등 국제행사는 개최국 국민들의 국제화 수준 제고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한국의 88 서울 올림픽과 93 대전엑스포가 대표적 경우다. 지난해 북경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두 행사는 ‘중국’이란 국가브랜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가브랜드 파워의 향상은 중국 대기업의 글로벌 영업력 제고로 이어질 것이다.

5. 2020년 중국의 청사진, ‘12·5 계획’

2010년은 중국 제11차 5개년 계획(11·5 규획)을 마무리 짓는 해이다. 과거 경험을 따른다면, 내년 중반쯤엔 ‘12·5 계획’의 윤곽이 드러나 전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할 것이다.

12·5 계획 입안절차는 이미 9월 중앙정부 각 부서와 지방정부의 카운터 파트들이 계획안 마련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부문별 계획은 올해 말 국무원에 제출되며 국무원은 내년 중 이를 종합해 전국 계획을 마련한다. 국무원 계획안은 2010년 가을공산당 공식 의결기구인 17기 ‘5중 전회(五中全會)’에서 논의된 뒤, 2011년 3월 헌법기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1953년 시작된 중국의 5개년 계획은 단순히 경제 분야에 국한된 ‘경제개발 계획’이 아니다. 정치, 사회, 외교 등 국정 전 영역의 중장기 이슈들을 포괄하는 ‘국민경제와 사회발전을 위한 종합계획’이다. 따라서 대내외 환경변화나 정치사회 기류에 의해 좌우되며 당내 사상투쟁 결과에 따라 방향과 내용이 급 수정되기도 했다. 중국의 각종 현안들에 대한 공산당 지도자들의 상황인식과 처방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올 여름 이후 중국 지도자들의 발언이나 언론들의 보도내용을 종합해볼 때, 12·5 계획의 초점은 구조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5 계획을 수행하면서 특히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드러난 중국의 갖가지 구조적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2020년 샤오캉(小康)5 사회건설’은 공염불에 그치게 된다는 게 공산당의 판단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두 가지 키워드가 ‘민부국강(民富國强)’과 ‘지속가능발전’이다. 민부국강은 현대의 중국이 안고 있는 각종 모순을 함축한 말로서, 30년의 눈부신 개혁개방 성과로 국가는 강국이 됐지만 인민들은 그 과실을 누리지 못하고 있음을 반성하는 표현이다. 현재 중국 인민들이 중국 전체 부(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못 미치며, 60~70%는 국가가, 나머지 20% 남짓은 자본가 계층의 수중에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농, 연해내륙, 정부와 인민, 국유와 민영부문간 소득 및 기회의 격차를 좁혀 민생을 개선하고 사회정치적 갈등 소지를 줄인다는 것이 12·5 계획의 중대 과제가 될 것이다.

‘민부’는 또 현재 중국의 경제성장 모델이 직면한 구조적인 난관을 타개할 대안이다. 금융위기를 통해 국유기업 투자를 동력으로 한 성장모델이 한계를 드러냈다.6가계소득 수준이 낮고 국내 소비시장 발달이 늦어지다 보니, 해외수요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금융위기처럼 해외시장 여건이 악화되면 대국 경제가 여지없이 휘둘리게 된다. 12·5 계획은 소비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사회보장 강화, 호구제 개혁 등과 같은 민생과제 외에도 공직자 재산등록 등 반부패 개혁등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부’ 다음의 ‘국강(國强)’은 산업구조 고도화와 관련이 깊다. 산업정책의 중심을 노동 또는 설비 집약적인 과거의 비교우위 산업들에서 r&d 및 기술 집약적인 신흥전략산업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이슈 3. 참조).지속가능발전은 현 4세대 공산당 지도부의 문제의식을 그대로 담고 있어 대대적인 수정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co2 배출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커지는 반면, 현재 에너지 절감 목표의 달성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12·5 계획에선 더욱 강력한 규제가 도입될 수 있다.

‘11·5 계획’의 목표 성장률은 연평균 8%였다. 차기 5개년 계획도 무리한 성장률수치에 매달리지 않을 것이다. 성장 지상주의의 후유증이 더욱 괴롭기 때문이다.

6.‘2, 3급 시장’의 부상

‘13억 인구가 콜라 한 병씩만 마셔도…’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기업들은 이미 20여 년 전 이런 허황된 믿음을 버렸다. 13억 명이 대도시에 몰려 있으면 좋으련만, 불행하게도 모자이크처럼 파편화(fragmented)된 시장에 흩어져 있는 것이다.

시골 구석구석까지 판매거점을 세울 수 없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구매력이 탄탄한 일부 계층이나 거래기업이 몰려 있는 동부 연해지역 영업에 힘을 기울였다. 소위‘1급 시장’이다. 이 지역은 수출형 제조거점을 세우기도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연해지역 대도시를 벗어나면, 소득수준도 낮고 소비 인프라도 취약할 것이란 선입견이 오랫동안 기업 시장전략의 핵심 전제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소매를 걷고 내수확대에 나선 요즘 전통적인 대도시 시장을 벗어나 시장외연을 확대하려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전략적 타깃시장이 1급 도시 일변도에서 2, 3급 도시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가전기업은 물론, 자동차 등 소비재기업이 이 대열에 올라탔다. 유통기업들도 2, 3급 시장 입지 선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2, 3급 시장이 화두로 부상하는 것은 중국 정부가 경기하강을 막기 위해 의욕적으로 시작한 인프라 확충사업과 관련이 깊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책정된 4조위안대 정부 투자사업 중 1조8,000억 위안이 인프라 확충에 투입되는 것이다. 교통이 발달하면, 시장의 외연도 그만큼 쉽게 확대된다.

중국 철도부의 철로망 확충계획은 경기대책보다 뿌리가 깊다. 2020년까지 모두2조5천억 위안을 들여 동부 연해지역과 서부 내륙을 엮는 우물 정(井)자 모양의 노선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각 지방정부도 30여 개의 지하철 노선을 새로 건설한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철도노선의 비약적인 확충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항공운수와 철도운수 간 가격전쟁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교통물류 비용의 하락은 해당 지역 구매력 증가로 이어진다.

1, 2, 3급 시장을 나누는 통일된 기준은 없다. 중국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1급의 기준은 인구가 500만 명 이상이고, 소비수준이 상당히 높은 대도시나 성회(省會·성급 행정단위의 수도)급 도시를 말한다. 2급 도시는 인구 300만 명 이상,소비수준이 제법 높은 도시나 성회급 도시이며, 3급 도시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이다. 2급 인구기준에 포함된 도시 중 인당 gdp가 1만 위안을 넘으면서 지역 gdp가 1,000억 위안 이상인 도시를 추려낸 결과에 따르면 개혁개방을 상징하는 선전을 비롯해 동관 샤먼 등 개혁개방으로 ‘천지개벽을 이룬’ 연해 고소득 도시들이 인구 부족으로 2급 도시에 머물게 된다. 중국의 지역별 인구통계는 호구가 없는 유동인구를 제외해서 발표한다. 선전과 같이 경제규모가 크고 소득은 높지만, 법적 상주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의 소비잠재력이 자칫 저평가될 수 있다.

중국의 1급 도시는 이미 한국의 평균과 거의 비슷한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다. 소득증가에 따라 교통통신비 지출이 줄면서 교육비와 보건의료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 엇비슷하게 나타난다. 중국의 대도시 인구 중 주변부 상당수가 ‘농업 호구’를 지니고 있음을 감안하면, 대도시 도심 인구의 소비패턴은 한국 평균을 넘어설 수도 있다. 선전 광저우 닝보 상하이 수저우 베이징 등 연해 대도시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대도시 매출증가세가 과거보다 둔화될 수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중국 진출 기업들이 2, 3급 도시 진출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 것은 이 때문이다.

7.‘사이비 시장화(僞市場化)’논란

개방과 시장개혁은 중국 사회주의시장경제의 ‘금과옥조’이다. 공개석상의 지도자들 발언에서 여간 해선 빠지지 않는다. 현 4세대 지도부가 불균형성장의 폐해를 시정하겠다며, 3세대 그룹과 차별화를 시도했을 때에도 시장개혁의 대원칙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 노선은 11·5 계획의 골간을 형성했고, 물권법 및 반농단법 제정과 각종 시장개혁적 입법 조치를 통해 굳건해지는 듯 보였다.

개혁개방 30년이 흘러오는 동안 정부의 통제영역에 머물러있던 원유 석탄 전력 등 기초 원자재 가격도 국제가격과의 연동을 목표로 완만히 상승하기 시작했고, 주식시장에서는 대형 국유주의 소유분산을 도모하는 유통주 개혁조치가 이어졌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위기로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실시하면서, 시장개혁의 취지에 어긋나는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중국 언론이 지적한 수많은 ‘국진민퇴(國進民退)’ 사례가 그 것으로서, 사이비 시장개혁(僞市場化)에 머무르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독과점 석유회사의 하나인 중스요우(中石油)가 하류부문 시장진출을 시도하면서 민영주유소 소유권을 매집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력 철강회사인 바오강(寶鋼)이 민영 철강사인 닝강(寧鋼)을 인수하는가 하면, 식량 유통을 책임진 국유기업 중량(中粮)은 알짜배기 낙농회사인 멍뉘(蒙牛)를 사들였다. 중화공(中化工)도 부동산 관련 자회사를 동원해 북경의 노른자위 대지를 사들여 눈총을 받았다. 올 상반기 전국 부동산시장에서 낙찰가 기준으로 상위 10위에 오른 거래 건 중 6건의 매수자가 국유기업이었다.

심지어 거대 석유 메이저들은 금융 부문에도 손을 뻗쳐 ‘금산겸업’을 금지하는 국제관행에서 이탈하고 있다. 중화공이 최근 수년 새 금융업 진출의 깃발을 올리자, 올해엔 중스요우가 신장의 소형 은행을 매입해 계열에 편입시켰다. 3위 업체인 중국석유가스도 이에 질세라 주하이 은행 매입협상을 벌이고 있다. 감독기관인 국자위(國資委)는 이들 석유회사들의 행보를 묵인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는 실정이다.

물론 전국 단위 통계를 보면 여러 지표에서 국유부문의 비중이 눈에 띠게 늘어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뚜렷하게 하락해온 국유부문의 비중이 지난해부터 큰 변화 없이 정체돼 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시장개혁 중 가장 중요한 소유제 개혁이 지지부진한 것이다. 국진민퇴는 일차적으로 국유기업들의 이윤동기가 빚어낸 것이다.

이들의 먹이가 된 민영기업이나 지방 국유기업들도 중앙 국유기업에 인수된다면 ‘대우’가 달라진다. 금융기관의 대출 시 지방정부보다 강력한 중앙정부의 암묵적인 보증을 받을 수 있고, 그 주주는 목돈을 챙길 수 있다.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지방정부로선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연초 중앙정부는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금융권의 신규자금 대출을 독려했다. 은행으로선, 불확실한 경기흐름 속에서 각급 정부의 보증을 담보로 국유기업에 대출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영업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경기대책의 초점을 맞춘 내륙의 교통 인프라 확충사업은 대부분 국유기업들의 사업목적에 부합하는 것들 이다.

정부와 금융권의 암묵적 지원을 받고 있는 국유부문은 2010년에도 왕성한 ‘사업다각화’ 의지를 숨기지 않을 것이다. 특히 원자재 기초소재 등 분야의 글로벌 알짜기업이 타깃이 되기 쉽다. 올해 11월 말까지 61건, 151억 달러 규모로 커진 중국과 외국 간 인수합병 시장에서 32건, 133억 달러가 중국 기업이 매입자로 등장한 것이었다.

국유부문의 팽창이나 기득권 유지는 소비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구조개선 정책에 배치된다. 국유부문이 거두는 수익이 종업원들에게 충분히 배분되지 않고, 덩치 키우기 식 재투자에 투입될 경우 ‘소비 잠재력이 발현되지 않는 성장’이란 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국유기업의 존재감이 두드러질수록 ‘무늬만’ 시장개혁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것이다.

8. 소프트파워(軟實力)에 눈 돌리는 중국기업들

2009년 미 시사경제지 포천이 발표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중국 본토 기업이 모두34개 포함됐다. 위안화 절상 덕택에 ‘공룡기업’ 중국화공총공사(sinopec)는 랭킹 10위 내에 턱걸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다른 평가기준을 적용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2009 글로벌 500대 브랜드’ (world brand lab 선정)에는 고작 18개, ‘2008 글로벌 100대 csr 기업’(포천 선정)에는 3개만이 포함됐다.

중국 기업은 그 동안 주로 토지, 설비, 자금력 등 유형자산, 즉 하드웨어 측면에서 경쟁해왔다. 철강, 조선 등 자본력과 설비경쟁력이 중요한 산업분야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 것이 좋은 사례이다. 물론 무분별한 사업확장이나 심지어 타 기업의 디자인과 기술을 모방해 이익을 챙기고도 전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경우도 빈발했다. 기업들의 이런 전략적 방향성은 대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 창출을 독려해온 정부정책과도 관련이 깊다.

그러나 양적 성장이 언제까지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중국 산업발전 단계로 볼 때 고객가치 창조, 브랜드 관리, 기업문화 구축 등 무형자산의 중요성을 더 이상 뒷전에 미뤄둘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 가전업계에서는 2004년 중국 가전업체 tcl이 프랑스 가전업체인 톰슨을인수한 것을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간주하고 있다. 경영관리 능력이란 소프트 파워가 부족한 데도 덥석 인수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올림픽 폐막과 거의 동시에 터져 나온 싼루(三鹿)그룹의 멜라민 분유사건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에 대한 신뢰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기업경영의 최고 목표가 이윤창출만은 아니라는 반성과 자각이 점차 중국 기업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중국 기업들은 ‘지속가능 발전’이 외형추구를 통해선 보장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닫고 있다. 기업의 외형이 아니라 소프트 파워가 위기국면에서 생존력을 키운다는 교훈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 산업계의 화두는 선진적인 경영관리, 브랜드 이미지, 사회책임(csr)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베이징 대학 등 주요 교육기관들이 선구적으로 개설한 ‘기업소프트파워 연수과정’엔 고가의 학비에도 불구하고 신청자가 줄을 잇고 있다. 중국소프트 경쟁력 연구센터의 덩정홍(鄧正紅) 주임이 쓴 ‘소프트 파워, 중국기업의 돌파구’란 책은 올해 경영분야 베스트 셀러로 선정됐다. 이 같은 열풍에 고무돼 베이징대학은 인터넷 포털인 인민망(人民網)과 공동으로 ‘중국기업 소프트 경쟁력 100강’을 선발했다. 소프트파워로 랭킹을 매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중국 최초로 기업의 ‘사회책임 관리시스템(www.csr9001.com)’이 도입돼 사회책임국제기구(sai)의 공식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csr를 실천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2006년 국유 전력망회사인 국가전력망(國家電網)이 첫 csr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올해엔 무려 582개 보고서가 앞 다퉈 출간됐다. 올해 기업 자선 랭킹에서 1억 위안 이상 기부한 기업은 20개에 달했으며, 그 중 민영기업 기부금이 41.3%를 차지했다.

브랜드는 기업실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소프트 경쟁요소이다.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은 수년째 브랜드 파워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두 명의 하이얼 형제가 세계여행을 하면서 부딪히는 여러 위기를 극복하는 줄거리를 가진 212부작 ‘하이얼 형제’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브랜드파워 제고를 열망하는 중국 로컬기업들에게 훌륭한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중국 it업계의 아이콘인 화웨이(華爲)의 ‘늑대문화’는 중국적 기업문화의 전형으로 간주되고 있다. 늑대 무리 같은 철저한 팀워크,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생존력, 극한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등이 ‘화웨이판’ 늑대의 속성들이다.

중국 소프트파워산업협회가 업종별로 300대 기업을 선정, 조사한 결과 30%의 기업들이 소프트 경쟁력 구축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중국 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진전될수록, 중국 경제의 시장개혁이 강화될수록, 중국 기업들이 더욱 국제경쟁에 노출될수록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은 강조될 것이다.

9. 자동차를 타고 오는‘전위(前衛)’소비자

중국을 ‘평균’으로 인식하면, 실상을 놓칠 때가 많다. 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지역과 계층이 넓게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1인당 gdp는 강조할 필요가 있다. 내년 도달할 1인당 gdp 4,000달러 수준은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이 사회주의시장경제의 중기목표에 해당하는 샤오캉(小康)사회로 진입하는 기준으로 설정했던 것이다. 소비시장이란 측면에서 샤오캉 사회는 기초 생필품 외 기호품이나 내구재 소비도 늘어나기 시작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2007년 17대 공산당대회는 2000년보다 4배 높은 인당 gdp를 샤오캉 사회로 간주하고, 2020년까지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목표도 내년 조기 달성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도시는 이 평균을 넘어서 인당 gdp 1만 달러 시대를 열고 있다. 2008년13,000 달러 고지를 밟은 선전과 함께 상하이, 광저우 등 총 10여 개 도시가 ‘만 달러클럽’에 가입했다. 내년엔 베이징, 다렌(大連) 등도 1만 달러의 고지에 올라서면서 평균적 한국 소비자들의 2000년대 초반과 엇비슷한 구매력과 소비성향을 갖춘 소비자들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대도시 주민들 사이에서도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진(2008년 상하이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격차는 4.6배) 상황을 감안하면 대도시 중·고소득 계층의 소비패턴은 웬만한 선진국 수준에 맞먹는다.

이중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자동차 대중화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이다. 베이징 동쪽 4환로를 달리다 공업대학 출구에서 빠져나오면, 자동차 쇼핑객을 겨냥한 대규모아웃렛 단지들이 막아선다. 종합 패션용품부터 스포츠 용품, 가정용품 매장 등이 줄지어 섰고, 그 사이엔 대형 극장체인이 고객을 끌고 있다.

상하이 도심과 26km 떨어진 근교에 위치한 명품 아웃렛도 하루 평균 2만 여명의 쇼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도심 곳곳에 들어선 월마트 까르푸 등 유통매장 앞은 주차난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자동차 유람여행을 뜻하는 ‘즈쟈요우(自駕遊)’도 익숙한 용어가 됐다. 통상 인당 gdp가 중소형 자동차 가격의 절반에 이르면 자동차 보급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다고 한다. 중국 대도시가 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중국 도시인구 100명 당 자가용 보유 대수는 8.6대(2008년)로, 한국의1993년(9.2대) 수준이지만, 베이징 같은 대도시는 인구 100명당 20대로 2002년의 한국 수준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중국 정부의 자동차 구매 촉진책도 내년까지 유지된다.

자동차문화가 촉발하는 서구형 소비패턴은 더욱 빨리 정착될 전망이다. 이미 스타벅스 등 서구형 커피 전문점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켜놓고 무선 인터넷으로 자료를 검색하는 젊은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른바, 소비의 첨단을 달리는 ‘첸웨이(前衛)’ 소비자들이다. 상하이 ‘낭만의 거리’로 불리는 헝산루(衡山路) 양쪽엔 고풍스런 유럽식 카페와 와인 바가 즐비하다. 작년 중국의 와인 소비량은 인당 0.53l(08년).한국의 1.3l보다 적지만, 연평균 30%씩 급성장하는 중이다. 중국인의 식탁에도 어느덧 와인에 걸 맞는 캐비어, 치즈, 스파게티 등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상하이expo를 비롯한 각종 지역 국제행사를 계기로 서구형 소비 패턴은 더욱 빨리 중국도시사회에 뿌리내릴 것이다.

서구형 소비가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곳이 바로 성형 시술이다. 작고 갸름한 얼굴에 콧날이 선 서구형 미인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중국 시장조사 기관‘영점(零點)조사’의 지난해 조사에선 대도시 거주 청년계층의 44%가 ‘성형할 의사가 있거나 긍정적으로 생각 한다’고 답했다. 보다 간단한 보톡스 시술은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서구형 소비는 정보화 바람을 타고 자동차보다도 빠르게 확산될 기세다. 중국 네티즌 수는 이미 3.38억 명(올 6월 말 기준)을 넘어섰다. 온라인 쇼핑 경험자만 8,788만 명으로 6개월 전보다 무려 1,388만 명이 늘었다. 내년엔 인터넷 쇼핑객이 1억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아울러 내년이면 중국 내 통용되는 신용카드가 1억 장을 넘게 된다.

자동차, 인터넷, 신용카드 등이 중국의 소비 고도화를 더욱 앞당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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