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개인 의지로 끊지 못해” vs 회사 “누구나 끊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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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이 국내외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9월부터 치열한 공방이 시작된다. 건보는 담배의 유해성과 개인의지로 쉽게 끊지 못한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겠다고 주장한 반면, 담배회사들은 개인의지로 누구나 끊을 수 있다는 점과 담배의 유해성이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불꽃 튀는 공방이 벌어진 전망이다.
19일 건보공단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오는 9월 12일 오후 2시 첫 변론기일을 지정함에 따라 건보공단과 담배회사들 간의 본격적인 법정 공방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 4월 14일 담배회사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제조사 포함)를 상대로 537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으며, 내·외부 변호사로 소송대리인단을 구성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피소된 담배회사들은 소송대리인을 통해 지난달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하며 건보공단의 주장에 맞섰다.
담배회사들은 답변서에서 “지난 4월 10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담배의 결함이나 담배회사의 불법행위에 대해 더 이상의 판단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면서, “공단이 직접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음에도 다른 정치적인 이유로 무리한 소송을 제기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담배연기에 들어있는 화학성분이나 유해물질이 인체의 유해성은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로, 담배에 존재하는 유해성의 정도는 사회적으로 허용된 위험의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담배의 중독성과 관련해서도 “흡연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개인의 의지로, 누구나 자유의지로 담배를 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암모니아 등의 첨가물을 통한 유해성 및 중독성을 증가시킨 사실도 없을 뿐 아니라, 흡연의 위험성에 대해 관련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알렸고, 이미 소비자들은 각 시대별 의학적·과학적 수준을 반영한 언론보도를 통해 그 유해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소송을 맡은 법무지원실 안선영 변호사는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에 대한 담배회사들의 답변은 우리 국민들이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또한 안 변호사는 담배회사들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우선 “담배회사들의 주장처럼 담배에 사회적으로 허용된 최소한의 유해성 밖에 없다면 굳이 세계보건기구가 흡연의 폐해로부터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보호하기 위해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이라는 국제조약까지 마련해 규제를 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흡연자가 자유 의지로 그리 쉽게 흡연을 끊을 수 있고, 흡연 피해로 인한 책임 또한 개인이 부담하는 것이 옳다면, 미국 담배회사에게 24조원의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최근의 판결은 어떻게 내려졌겠는가”라고 재차 되물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변론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이번에 제출된 담배회사들의 답변내용은 1990년대 초반까지 미국 담배소송에서 담배회사들이 주장했던 논리와 동일하다”면서, “그 이후 미국의 상황이 변화했음에도 과거주장을 반복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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