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외면하는 금융위의 '정책금융' 개혁
현실 외면하는 금융위의 '정책금융' 개혁
  • 홍성완 기자
  • 승인 2015.11.0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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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는 산업은행 비금융회사 지분 매각 추진 진통 예상
현실을 외면한 정부 정책으로 실무 현장에서는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지난 2일 정부가 창업과 성장 촉진을 위한 정책금융 개혁 일환으로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의 역할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산업은행이 장기 보유 중인 비금융회사는 3년간 집중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위는 ‘신속매각·신속가치매각’ 원칙에 따라 정상화된 출자전환기업 5개, 5년 이상 투자한 중소·벤처 등 86개 회사를 우선 매각 등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산은 내에 ‘자회사관리위원회’(가칭)를 신설하고, 이들이 보유 중인 금융회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 매년 매각계획을 수립해 주기적으로 이를 점검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계획이다.

금융위가 대상으로 거론한 출자전환 후 정상화된 자회사는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한국항공우주산업, 한국GM, 아진피앤피, 원일티앤아이 등이다.

특히 한국GM의 경우 산은이 지분 17.02%를 보유한 2대주주로, 지분을 매각할 경우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GM에게 넘겨야한다.

정부의 계획대로 한국GM 지분을 전량 매각할 경우, GM은 한국GM을 100% 자회사로 두고 생산물량이나 구조조정을 포함한 경영 결정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동안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고, 국가 산업력을 위해서라도 ‘비토권’(거부권)을 가져야 한국GM의 한국 철수, 무상기술사용권 등에 대한 견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GM은 한국GM 지분 전량을 인수하겠다고 타진했으나, 산은이 이런 우려를 반영해 이를 거부한 바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 매각도 정부의 정책대로 흘러갈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KAI의 경우 방산 업체로 외국 자본에 넘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범정부협의체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이나 산은이 자체적으로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에서도 한화테크윈이 이미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고, KAI 인수 후보군인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 등도 인수 여력이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사태만을 잣대로 들어 산은의 자회사 지분 매각을 강요하는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만약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산은이 자회사 지분 매각을 추진할 경우, 이에 대한 후폭풍은 누가 감당할 것이냐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업계와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은 대부분 사실”이라며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넌센스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한국GM의 경우 매각할 수 있는데 안한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매각을 추진했으나 매수자도 없었고, 또한 일각에서 제기하는 문제들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대우조선의 문제가 이어지면서 이와 같은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이해되지만, 이제와서 매각을 하지 않으면 방만 경영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한 “‘시장가치 매각’이라는 말도 M&A 전략상 기간을 정해놓고 시장가치에 따른 매각을 진행하는 곳이 어디에 있냐”고 반문하면서, “산은 내부적으로는 최대한 지분 매각을 추진하겠지만, 3년 내 매각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 보도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기간을 정해 매각을 진행하겠다는 건 무책임한 정책 보도”라면서 “산은에서 현실을 반영해 매각 계획을 잡고는 있지만 애로사항이 많아 금융위를 설득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큰 틀에서 산은도 정부의 방침대로 추후 정책 목적이 달성된 기업에 대해서는 매각을 추진한다는 목표는 같다”며 “이번 정부 발표도 정부가 이런 속내를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방향성만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다른 방법을 찾거나, 매각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정부 방침대로 모든 게 결정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산은이 현재 보유한 비금융회사들의 매각 추진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에 대상이 된 출자전환기업들의 매각은 좀더 고려해 봐야 한다”면서 “산은이 지분 매각을 결정하더라도, 채권단의 자율협약에 따라 산은 단독매각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적인 입장은 5개 기업이나, 매각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정상화의 의미는 구조조정과 워크아웃 등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이에 대한 평가와 산은의 매각 계획을 금융위가 검토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산은의 비금융회사 지분 매각 추진은 많은 진통이 예상돼 정부의 계획대로 흘러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산은 지분 매각 정책은 허술한 점이 많다”며 “지분관계는 쉬운 구조가 아니므로, 정부가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유보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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