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모트롤의 '두 얼굴'…‘사람이 미래다?’
두산모트롤의 '두 얼굴'…‘사람이 미래다?’
  • 김선재 기자
  • 승인 2016.03.22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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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직원, 내부적 업무부적격자 판단…명퇴명단 포함된 것”
명퇴거부 직원 ‘면벽’수양
‘반인권적 조치’논란 확산

유압·방산업체로 유명한 두산그룹 계열사 두산모트롤이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에 ‘면벽(面壁) 대기발령’ 조치를 취하고 경력과 무관한 부서로 재배치하는 등 사실상 사직을 종용하는 행위를 해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두산모트롤 측은 해당 직원은 내부적으로 업무부적격자로 판단됐기 때문에 이번 명예퇴직 명단에 포함됐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사측은 또 기존 부서에 계속 둘 경우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분위기를 해칠 수 있어 대기장소를 구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반인권적인 조치’에 대한 논란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두산모트롤은 지난해 12월 사무식의 10%에 해당하는 20여명에게 명예퇴직을 통보했는데, 차장급 직원이었던 이 모 씨는 이를 거부했다.

▲ 해당 직원의 사무실 자리 (자료=금속노조 경남지부)
그러자 사측은 이 씨에 대해 곧바로 대기발령을 내고, 자리를 사무실 한쪽 구석, 사물함이 있는 쪽으로 옮기도록 하고는 아무 일거리도 주지 않은 채 계속 대기시켰다. 하루 종일 벽만 바라보고 아무 것도 하면 안 되는 이른바 ‘면벽 대기발령’이었다. 심지어 컴퓨터도 배치되지 않았다.

회사가 이 씨에게 요구한 행동수칙을 보면 ‘이래도 회사에 계속 나올 것이냐’는 일종의 사직 압박이었다.

이 씨는 오전 8시 30분까지 회사에 출근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리에 앉아있는 것뿐이었다.

10분 이상 자리를 비울 경우에는 팀장에게 보고한 후 승인이 떨어져야 움직일 수 있었고, 개인적인 전화나 카톡, 흡연도 할 수 없었다. 책을 읽어서도 안 되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해서도 안 되며, 어학공부나 인터넷 사용도 금지였다.

시간사용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10시 30분까지 대기, 15분 휴식, 12시 30분까지 대기, 점심시간 1시간, 또다시 3시 30분까지 대기, 15분 휴식, 5시 30분까지 대기, 이후 퇴근하는 것이 명예퇴직을 거부한 이후 회사가 이 씨에게 허락한 시간이었다.


▲ 해당 직원 근태시간 및 행동수칙 (자료=금속노조 경남지부)


이런 회사의 조치에 이 씨는 소명자료를 만들겠다면서 개인 노트북을 가지고 오자, 사측은 보안규정 위반을 들어 감봉 1개월의 징계도 내렸다.

결국 이 씨는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대기발령 구제신청’을 했다. 두산모트롤은 ‘단순한 인력 재배치’, ‘재교육을 위한 조치’라고 해명하고 이 씨 한 명을 대상으로만 교육을 실시했다. 대기발령 조치를 한지 2개월이 지난 후였다.

교육도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금속노조 경남지부에 따르면 재교육 내용 중에는 이 씨 본인이 만든 교육자료도 포함돼 있었을 정도였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관계자는 “해당 노동자는 보복성 대기발령과 형식적 재교육을 실시한지 3개월 만에 자재관리업무에 배치됐다”며 “해외방산영업을 위해 경력직으로 입사한 사람에게 기술직들이 담당하는 자재관리 업무는 생소한 분야로, 일부러 엉뚱한 직무를 부여한 뒤 직무성과가 낮다며 재차 징계 및 해고를 하는 것은 악랄한 인력퇴출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월 25일 이 씨가 낸 ‘부당대기발령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인권 침해적 대기발령 처우가 아니라는 취지이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법률원은 “‘면벽 자리 배치’는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사직을 종용하는 강한 심리적 압박 수단”이라면서 “두산모트롤의 대기발령은 ‘보복성 대기발령’으로, 사측은 징계사유를 근거로 면벽근무를 지시했고 증계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에게 소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위반에 해당, 무효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징계가 아닌 인사명령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법원에서 명예퇴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2개월 이상 장기간 대기발령을 내린 경우 정당한 인사권으로 볼 수 없다고 일관되게 판결하고 있다”면서 “노동위원회가 자본의 편에서 눈을 감았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두산모트롤 측은 “자세히 밝힌순 없지만 사무실 내부에서 자리를 따로 배치한 이유는 아무래도 방산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곳이다 보니 보안 관련 문제도 있고, 근무 분위기를 해칠 우려도 있어 그렇게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근무수칙을 제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기시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니고 교육과 함께 전공서적은 볼 수 있도록 했다”면서 “대기하는 동안 과도하게 사적인 행동을 하면 다른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데 지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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