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에 놀아난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기업사냥꾼에 놀아난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 홍성완 기자
  • 승인 2016.03.3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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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 200억원…한화저축은행 100억원 손실
디지텍시스템스, 금융권까지 파장 확대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디지텍시스템스 관련 불법 대출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300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던 수출입은행은 2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했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 100억원 어치를 인수했던 한화저축은행은 관련 채권을 전액 손실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되면서 우량 기업에서 1년여 만에 파산해버린 디지텍시스템스 관련 수사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박길배 부장검사)는 전 금감원 부국장을 지낸 K(60)씨를 특가법상 알선수뢰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디지텍시스템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K씨는 2013년 주가가 급락하자 금감원 조사를 무마해주겠다면서 회사 회장으로부터 9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디지텍시스템스는 한 때 스마트폰 터치스크린 생산 국내 1위였던 기업이다.

그러나 기업사냥꾼 최씨가 2012년 2월 사채를 통해 디지텍시스템스를 인수하면서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져 파산하고 말았다.

최씨는 2013년 4월 무자본 인수합병(M&A)을 통해 엔피텍의 소유주가 됐고, 디지텍시스템스 최대주주를 비상장사였던 엔피텍으로 교체해 회삿돈을 빼돌리기 시작했다.

최씨가 이렇게 두 회사에서 빼돌린 것으로 확인된 돈만 54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엔피텍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우량 기업이었다.

그러나 최씨가 회사 돈을 횡령하면서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진 두 회사는 상장 폐지에 이어 결국 도산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등 금융권에서 거액의 은행 대출이 이뤄지기도 했다.

디지텍시스템스는 수출입은행에서 300억원, 산업은행 250억원, 국민은행 263억원, 농협 50억원 등의 대출을 받았고, 무역보험공사가 50억원 가량의 지급보증서를 발급했다.

또한 100억원 규모의 부실기업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한화저축은행이 인수하기도 했다. 당시 이를 알선하고 5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금융브로커 김(33)씨가 최근 구속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금융권에도 큰 손실이 발생했다.

수출입은행은 디지텍시스템스에게 대출해준 300억원 중 100억원이 조금 넘는 돈만 회수하면서 나머지 200억원 가량의 금액이 손실 처리됐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디지텍시스템스에 가장 많이 대출이 나갔을 때가 300억원이었다”며 “이후 이뤄진 대출상환과 2014년 초 당시 문제가 확인되면서 채권회수 조치 등으로 100억원이 넘는 돈을 회수해 실질적인 손실액은 190억원이 조금 넘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에만 하더라도 휴대폰 디스플레이에서는 유망한 기업으로 정상적인 대출이 이뤄질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되면서 지원부터 파산까지 1년 만에 이뤄져 당혹스러웠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200억원이 조금 안되는 대출금액은 수출입은행에서 더 이상 회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300억원에 대한 대출에 대해 수출입은행은 재무성과와 현장실사 등을 통해 이뤄진 정상적인 대출이라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출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다른 은행들처럼 이미 어느 정도 혐의점이 나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텍시스템스에 250억의 대출이 이뤄진 산업은행은 관련실무자가 현재 구속된 상태다.

최씨 등 브로커에게 돈을 받고 대출을 진행했던 이모(49) 팀장은 약 2000만원 정도의 소개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대출 자체는 정상적으로 이뤄져 산업은행은 대출금을 모두 회수한 상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당시 이 팀장이 회사를 지점에 소개하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정상적으로 이뤄진 대출로 2014년 초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졌을 때 250억원에 대한 대출금을 모두 회수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팀장이 산업은행 소속이긴 했으나, 소개비 형태로 받은 개인적 비리이기 때문에 검찰 조사에서 산업은행은 혐의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100억원의 BW를 인수하면서 손실을 본 한화저축은행은 2년 전 내부감사를 통해서 이미 실무자를 퇴사 처리했다.

한화저축은행 관계자는 “실무자 뿐만 아니라 당시 이와 관련된 관리자들을 내부 징계 처리했다”며 “퇴사 처리된 실무자가 내부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노려 이뤄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100억원의 채권은 모두 손실 처리됐고, 한편으론 우리도 피해자”라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당시 실무자에 대한 재수사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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