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비효율적 기업문화 개선 시급하다"
[기자수첩]"비효율적 기업문화 개선 시급하다"
  • 홍성완 기자
  • 승인 2016.04.04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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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등 근본적인 문제와 핵심 정작 놓쳐
청년실업률이 예사롭지가 않다. 정부가 청년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정작 근본적인 문제와 핵심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이 12%대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공채가 시작되고 보통 취업률이 올라야 하는 2월에 오히려 청년실업률이 증가하는 건 그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정부는 청년들의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이중 하나가 바로 임금피크제 도입과 노동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다. 이 정책들의 핵심은 바로 성과제 도입으로 생산력이 떨어지는 연봉제에 의존한 50~60대의 급여를 성과에 맞게 줄이고, 여기서 발생하는 절감된 재원을 통해 청년들의 취업을 늘리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나 막상 기업들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리기 보다 이를 구조조정에 따른 판관비 축소에 이용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권을 비롯해 대부분의 기업들의 판관비는 감소하고 있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기업의 재무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으로 발생하는 퇴직금, 위로금 등의 일시적 상승분을 빼면 기업들의 판관비는 인력에 따른 비용에서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여기에 또 하나 발생하는 문제가 기존업무를 수행하는 근무자들의 업무 과중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동개혁이 일어나고 있으나, 오히려 우리나라는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과 가정을 모두 잡아야 생산성이 오른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기업들은 직원들을 쥐어짜내면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증권회사 정보보안팀에서 일하고 있는 A(33)씨는 경기지역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다 보니 출근 소요 시간만 약 1시간 40분 정도가 걸린다. A씨가 회사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은 실제로 7시 40분 이전. 그러다 보니 집에서 나오는 시간은 오전 6시 정도다.

출근 후 A씨의 퇴근시간은 보통 일찍 끝나면 오후 9시, 늦을 때는 12시에 끝나는 경우도 다반사다. A씨는 집에 도착해서 2~3시간만 자고 다시 출근해야 한다. 부족한 잠은 광역버스 안에서 채운다.

이처럼 기업들은 사람을 늘리기는 커녕, 기존에 있는 인력들을 무리시키면서까지 일의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청년들은 우리나라를 비하하는 ‘헬조선’이란 말을 자주 쓴다. 지옥을 뜻하는 헬과 한국을 뜻하는 조선의 합성어로,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빗대어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핵심적인 문제들은 짚어내질 못하고 있다.

막상 늘어나는 일자리는 비정규직 아니면 인턴 자리다. 실제 대기업 건설사에서 근무하던 B(32)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건설업종에서만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는 중소업체에서 근무하면서 시간을 쪼개 야간대학교를 다니며 대학졸업장을 따냈다. 그러나 불안정한 경기 상황에 회사에서 제대로 된 임금지급이 안되자 H건설사에 계약직으로 취업했다.

B씨는 H사가 대기업인만큼 계약직이라도 안정적이라는 판단을 내렸으나, 그의 기대는 무참하게 무너졌다. H사는 B씨가 들어간 지 6개월만에 현장이 완공되자, B씨에게 다음 현장에 대한 발령을 내지 않았다.

비교적 일찍 결혼해 아이가 2명이 있는 B씨는 2주 이상 다음 현장 발령을 기다리다가, 회사에서 아무런 이야기가 없자 어쩔 수 없이 다른 직장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불안정한 고용실태와 경직된 회사문화로 인한 야근의 일상화, 업무의 과중 등 수직적이고 비효율적인 기업문화가 바뀌지 않는 이상 청년실업률이 줄어들진 않을 것이다.

3D업종을 기피하는 것에 대해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는 요즘 청년들은 나약하다’고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기성세대들의 시각 자체가 이미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3D업종 기피는 고된 현장의 일 때문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를 최저시급으로 쓰면서 인력 단가를 낮춘 탓이다.

즉, 일이 고되고 힘들어서가 아니라 일한 만큼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현실이 문제라는 것이다.

보통 한달에 4일을 쉬면서 일하는 건설업에서 20대 청년들이 받는 급여는 200만원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야근수당 자체는 주어지지 않고, 현장에서는 안전보다는 공사기한을 단축하기 위해 무리한 일정을 강행한다. 그러다가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산재 신청을 하지도 못하게 한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급여와 복지문제는 차지하고서라도 이런 현실이 청년들을 더욱 좌절하게 만든다.

기업들은 분명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렇게 근로자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살아남을 기업이 없다고 하소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제대로 법을 지키지 못하면서 기업을 운영해 나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경쟁력을 잃은 기업이기 때문에 정리돼야 할 대상이다.

우수한 기업들은 살리고, 경쟁력 없는 기업들은 과감하게 정리돼야 산업의 밑바탕인 중소기업이 오히려 살아남을 수 있다. 임금이 체불되고, 경영할 능력이 없으면서 직원들에게 노력을 강요하는 경영인이 스스로는 제대로 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글로벌 시대라고 외치면서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에 묶여 있는 우리나라의 기업문화 현실을 개선할 생각 없이 청년들에게 ‘나약하고 불만들만 제기하는 존재’라며 자신들의 잘못을 덮어씌우는 부조리함이 계속되는 한, 청년실업 문제는 해결될 수가 없다.

정부는 통계수치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비효율적인 기업문화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여기에 기업들의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불합리한 부분을 시정하고, 사후징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작은 부분들이 개선될 때 청년실업의 해결점은 자연스럽게 도출되고,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는 기업의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강화시키게 돼 선순환이 이뤄지고, 기업과 장년, 청년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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