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값 외에 추가 비용 등 산정하면 소비자 부담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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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 신차 구입후 1년후 새차로 교환…재고 털기 지적도
현대자동차가 그랜저HG를 대상으로 5월 한달 간 ‘스마트 익스체인지’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지난 3일 밝힌 가운데, 인터넷 블로그를 중심으로 이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 익스체인지’는 5월 중 그랜저HG를 구매한 고객에 대해서 1년 뒤에 현대차 중고차 가격보장 서비스를 통해 최대 75%까지 중고차 가치를 인정해줘 보다 적은 부담으로 동급 신차인 그랜저IG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보면 소비자들에게 상당히 유리할 것 처럼 귀에 솔깃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스마트 익스체인지’ 프로모션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의 지적이다.
찻값 외에 추가되는 비용 등까지 산정하면 절대 소비자들의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랜저HG의 최대 75%까지 중고차 가치를 인정해준다는 부분도 그랜저HG의 남은 할부를 차감해줄지 아니면 그랜저IG의 가격을 깎아줄지도 아직 정확하게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 어떤 업체에서도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라면서 “신차가 출시되면 먼저 구입해서 타 보려는 ‘얼리 어답터’군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미래 고객 확보 차원에서 ‘스마트 익스체인지’정책을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익스체인지’는 두 가지 상품으로 구성되는데, 하나는 그랜저HG를 선수금 20%만 내고 36개월 무이자 할부로 구입한 후 1년 뒤 신차로 교체하는 ‘무이자 프로그램’, 또 하나는 1년간은 선수금 25%만 내고 추가 비용 없이 차량을 타다가 1년 뒤에 교체하는 ‘무이자 거치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그랜저HG 2.4 모델을 3,000만원에 구입했다고 가정할 때 ‘무이자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선수금으로 600만원을 내고 한 달에 66만원(남은 금액 2,400만원의 36개월 무이자 할부)씩 1년간 792만원을 내면 동급 신형 그랜저IG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무이자 거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찻값에서 선수금으로 750만원을 내고 추가 비용 없이 쭉 타다가 1년 뒤에 신형 그랜저IG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남은 찻값은 12개월 동안 언제든지 상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좀더 부연설명을 하면 그랜저HG를 3,000만원에 구입했다고 가정했을 때, ‘무이자 프로그램’의 경우 선수금 600만원과 매달 할부금액 66만원 등 1년에 총 1,392만원이 지출된다. 여기에 취·등록세와 보험료까지 계산에 넣으면 새 차 구입과 관련해서 1년 동안 들어가는 총 비용은 거의 1,700만원에 육박한다. ‘무이자 거치 프로그램’ 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1년이 지나고 나면 그랜저HG의 찻값으로 1,608만원(3,000만-1,392만)이 남게 되는데, 하반기에 출시될 그랜저IG를 구입하면 현대차 중고차 가격보장 서비스를 통해 최대 2,250만원(찻값의 75%)까지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과연 이 2,250만원을 현대차에서 고객에서 현금으로 줄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만약 현금으로 준다면 그랜저HG의 남아있는 할부금을 털어내고 남은 금액을 그랜저IG 구입에 보탤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그랜저IG 가격을 깎아주는 방식이라면 그랜저HG 할부와 그랜저IG 할부 두 개를 소비자가 안게 되는 셈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소비자의 부담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특별 프로모션이 시행 중이기는 하지만, 아직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지는 않았다”면서 “아무래도 후자(그랜저IG 가격에서 중고차 가격을 깎아주는 방식)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이 더 높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후자의 경우라면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가성비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판단할 몫”이라며 말을 아꼈다.
더욱이 현대차의 올해 4개월 연속 전년대비 판매 실적은 녹녹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 익스체인지’ 시행에 대해 출시 1년이 지난 그랜저HG의 재고를 털어내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랜저의 최근 판매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이고, 하반기에 그랜저IG 출시가 계획됨에 따라 대기 수요 등으로 판매량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4월까지 그랜저의 판매실적은 3,000대 후반에서 5,00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그랜저의 판매실적은 1월 4,419대, 2월 3,331대, 3월 4,006대, 4월 3,982대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상품모델 체인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볼 수 있는 여지도 있고 그런 시각에 대해서고 인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소비자들의 차량 수요 트렌드 변화에 따라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지 재고를 털기 위한 의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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