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처럼 대규모 분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을 근절하기 위해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25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의 주최로 열린 ‘분식회계 근절을 위한 회계제도 개선방안’ 토론회 장면.

‘분식회계 근절 개선방안’ 개최
회계시장투명성제고 공시 강화
감사인 등 ‘업무수임권한’ 분리
손해배상책임준비금 적립 대두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이 경영진의 비리 수사에 이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회계법인까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분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을 차단하기 위해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이번 대우조선해양 분식 의혹처럼 대규모 분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을 일부 경영진과 감사인 개인의 도덕성 문제에서만 찾을 게 아니라 감사인의 업무수임권한을 회사로부터 분리시키는 등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요구되고 있다.

아울러 분식에 연관된 임원에 대한 보수 환수, 취업제한, 양형 및 과징금 상향 등 임원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고, 회사의 재무정보 작성 인력 공개 등 공시의무 강화 및 내부통제 강화, 손해배상책임준비금 등이 하나의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25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분식회계 근절을 위한 회계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내 회계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각계의 의견을 듣고, 이를 토대로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보장을 포함한 회계투명성 강화 등 제도개선 방안을 위해 마련됐다.

채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최근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의혹 등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분식사건과 더불어, 우리나라는 IMD(국제경영개발) 회계투명성지수 평가에서 61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는 오명을 쓰게 됐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발제를 맡은 이총희 회계사는 “대우조선해양 분식 의혹 같은 대규모 분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보다 강화는 것으로, 감사인의 업무수임권한을 회사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이 제도개선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정감사제도의 확대와 미국식 감사위원회를 통한 감사인 선임 두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감사위원회가 ‘형해화’ 돼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할 때 ‘지정감사제도’를 확대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계사는 또 “상장회사 및 금융회사부터 지정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당장에 무리가 따른다면 6년간 회사의 자유수임 권한을 보장해 주고 이후 3년은 감사인을 지정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감사인 선임·교체시 투명성 제고, 감사인의 권한강화와 그에 상응하는 책임 강화, 감사법인의 독립성 강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경영학부)는 발제자의 원인 진단과 대안 제시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외부감사인 스스로의 성찰과 비판도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전적 규제보다 사후규제에 좀 더 집중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토론회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감사인 지정제도 강화 방안의 경우 정부가 시장수요와 공급을 직접 규제하는 것으로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한다”며 “소위 6+3 지정안의 경우에도 감사인의 잦은 변경으로 인해 기업의 국제신뢰도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감사위원회의 권한강화가 근본적인 치유책”이라고 주장했다.

구의청 한국공인회계사회 연구위원은 현행 감사인 자유선임제도의 경우 회계감사를 받는 경영진이 회계법인을 선임하고 보수도 결정하는 ‘이해상충’의 근본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정제도를 활용해 현행 자유선임제도와 감독기능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 연구위원은 “한시적으로 자유선임제도의 현 체제를 유지해 경쟁을 유도하되, 갑을관계 개선 및 감독기구의 감리기능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상장법인의 경우 3분의1씩 3년에 한번 지정받기 위해 6년 단위로 지정하고, 비상장법인의 경우 공공성이 높은 회사에 대해 지정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분식회계 발생 법인과 임원에 대한 처벌 강화 및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시장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고 전제했다.

정 전무는 “지정제도 강화의 경우 우리 스스로 기업, 감사위원회 및 외부감사인이 정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을 전제로 정부가 감사계약 과정에 개입하는 것인데 이는 세계적으로 전례도 없고 우리 경제위상에도 맞지 않은 지나친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못하면 이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과 외부감사인이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본질적인 대안마련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석란 금융위원회 과장(공정시장)은 “우리나라는 회계정보 생산과 관련된 기업의 의무, 외부감사, 감리 등 제도적 체계는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면서 “다만 이러한 제도가 현실에서 제대로 기능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보완이 필요하고, 현재 대규모 분식회계와 부실감사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추가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채 의원은 최대 쟁점이 된 6+3 지정제도(혼합제도)와 관련해 회계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제안된 의견을 토대로 향후 ‘개정법률안’ 작업에 적극 반영할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