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과 가계부채
출구전략과 가계부채
  • 김경수 칼럼
  • 승인 2010.03.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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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여 지난 1년여 동안 세계 주요국들은 전례 없는 확장재정, 통화정책공조를 통해 세계경제가 극단적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을 막는데 성공하였으나 대신 확장적 정책의 후유증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후유증은 일부 유로지역 국가 및 주요 선진국의 국가채무와 같이 이미 위기 이전부터 안고 있던 구조적 문제가 확장정책대응의 결과 불거진 것이다.

향후 세계경제의 큰 흐름은 케인지언 처방의 부작용을 각국이 얼마나 현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가에 따라 그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위기 전과 같은 호황은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위기 후 세계경제의 당면과제는 출구전략의 이행과 함께 각 경제주체들이 빚을 어떻게 갚아나갈 것인가로 요약되기 때문이다.

비록 글로벌금융위기에 직접 노출되지는 않았으나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상 한국경제는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다. 그 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확장적 통화 및 재정정책 수행을 주된 배경으로 한다. 따라서 출구전략과 관련하여 가계부채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과제이다.

2009년 말 현재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및 판매신용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총 733.7조원에 달한다. 가계부채는 외환위기 직후 단행된 금융자유화조치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1997년 gdp 대비 48%에서 ltv, dti 등 관련규제를 조기에 도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78%로 대폭 늘어났다. 이 수치는 100%에 달하는 미국, 영국보다 낮으나 oecd 평균 65%를 상회한다.

가계부채가 이토록 늘어난 것은 가계신용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것 이외에도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따른 현상도 함께 반영한다. 고령화 추세로 그 비중이 높아진 40∼50대 연령층이 富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부채와 자산이 함께 증가하고 있으나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순자산은 연령대가 증가할수록 늘어나 은퇴시기인 55∼64세에서 정점에 달한 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주택 등 부동산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높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부의 축적수단으로서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현실은 쉽게 설명될 수 있다.

매년 늘어나는 가계부채가 비록 개인에게는 합리적 경제행위일지 모르나 잠재적으로 국민 경제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에서 발간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신용카드사태 이후 가계부채는 소비지출에 負의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동 효과는 최근 확대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특히 중간소득계층의 소비가 부채상환 부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 하겠으나 금융자산보유비중이 낮을수록 부채상환 부담이 소비에 미치는 負의 효과는 커진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가계부채가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일 뿐 아니라 부채가구의 재무건전성이 훼손될 때 자칫 국민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함의를 가진다.

비록 가계부채가 해마다 증가하고는 있으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은 아니다. 부채상환 부담의 지표인 채무상환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 20%이상 높아졌다가 위기 후 유례없는 저금리기조로 인하여 14% 대로 크게 감소하였으며, 가계대출 연체율도 0.5% 정도의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한편 중상위 소득계층(3~5분위)의 부채가 전체 가계부채금액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등 부채는 소득이 높은 가구에 집중되어 있으며 자산 대비 부채가 상대적으로 많은 가구의 부채비율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등 가계부채의 상환위험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이상의 논의는 가계부문을 통합하여 하나의 대차대조표상에서 볼 때 자산증가가 부채증가를 동반하나 부채증가율이 자산증가율보다 낮기 때문에 순자산도 함께 증가한다는 요지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재무건전성에 대한 낙관론은 집값상승과 저금리에 따른 결과론일 수 있다. 자산증가율이 부채증가율보다 상대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개인부문의 금융부채대비 금융자산 비율이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산증가가 집값상승에 의해 주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글로벌금융위기에 대응한 초저금리기조는 한편으로는 가계부문의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데 기여했으나 또다른 한편으로는 부채를 늘려 가계의 잠재적인 부채상환위험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가계부문의 재무건전성은 부동산가격하락, 가계부채의 차환위험에 크게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자산에서 차지하는 부동산의 비중과 가계부채규모를 감안하면 당연한 귀결이다.

향후 금리정상화과정에서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제약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급격한 노령화 추세로 인하여 경제주체들이 소득보다 부동산과 같은 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증대되고 있고, 은행권 가계대출잔액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60%에 이르는 현 시점에서 부동산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금융 뿐 아니라 실물경제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우려가 있다. 또한 금리상승으로 인한 가계부문의 채무부담 증가는 전체적으로는 크지 않을지라도 저소득계층은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출구정책 수행과정에서 가계부채의 급작스런 축소조정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덧붙여 고용, 소득, 물가 등 안정적 거시경제운영을 통해 부동산시장의 안정에 비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고정금리 대출비중을 높이고 가계대출 장기화 등 가계금융 선진화를 유도, 가계부채상환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 원고의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한국은행의 공식견해와 무관합니다.

-김 경 수-

[전]한국금융학회 부회장

[현]한국금융학회 감사

[현]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현]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원장


출처:국회경제정책포럼(대표의원 정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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