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경기, 2분기 이후 완만한 회복 재개 예상’
LG경제연구원 ‘경기, 2분기 이후 완만한 회복 재개 예상’
  • 이근태 연구원
  • 승인 2010.03.1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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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전체적으로는 회복기조가 지속되고 있지만 환율의 움직임, 경기부양책의 집중 시기 등으로 국가별로는 경기의 흐름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4분기부터 성장이 정체되는 조정 국면을 맞고 있으나 세계경기 흐름과 환율변화의 시차효과 등을 감안할 때 2분기 이후에는 완만한 회복 기조를 재개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말 이후 우리나라 경기의 상승 활력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2009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0.2%에 그쳐 3분기까지의 고성장을 마감했고 올해 들어서도 1월중 제조업 및 서비스업 생산이 정체 내지 감소하는 등 지표들이 부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순환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상승기조가 둔화된 가운데 향후 경기상황을 알려주는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증가율도 1월중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 실업률이 급증하는 등 고용사정이 부진한 데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면서 소비자 기대지수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가 회복세를 마감하고 다시 하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와 국내 경제성장률 역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서브프라임 위기로 파생된 세계적인 수요위축을 비교적 빠르게 극복한 나라로 평가된다. 2008년말 위기발생 이후 세계경제는 2009년 1분기 -1.4% 성장으로 저점을 찍은 바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플러스 성장을 회복했다. 2분기와 3분기에는 평균 2.9% 이상 고성장 했는데 이는 주요국 가운데 중국과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그러나 4분기에는 우리 성장률이 0.2%로 크게 떨어지면서 세계경제 평균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경제는 완만한 회복을 지속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성장의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면서 세계경제와의 성장률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국가별로 보면 4분기중에도 중국과 홍콩,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 국가들이 2% 이상 고성장했고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선진국이 성장세가 꾸준히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유로국, 싱가포르, 인도와 함께 우리나라 등 일부 국가들은 4분기중 성장률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부문중 수출이 세계경기 회복 주도

국가별 경기회복의 흐름이 다르게 나타나는 가장 큰 원인은 수출이다. 수출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파급되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위축된 부문이지만 반대로 위기극복 과정에서 가장 빠르게 호전되면서 경기회복을 선도한 부문이기도 하다.

세계경제의 수요부문별 성장률을 보면 경기회복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 민간소비는 전기비 0.6%(연율기준 2.4%), 투자는 0.4%(연율기준 1.6%)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수출은 3.7%(연율기준 15.7%) 늘었다. 수출부문의 증가가 세계경제의 성장률을 1.0%p 끌어올려 하반기 평균 성장률 1.1% 중 대부분이 수출에 의해 설명되고 있다. 특히 미국경제는 확실히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는 형국이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의 수출증가율은 4.7%에 달해 성장률을 0.5%p(연율 2.1%)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일본의 경우도 전기비 5% 이상의 높은 수출증가세가 연말까지 지속되면서 경제성장률을 연율기준 3.5%p 끌어올렸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 성장의 대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4분기 수출이 전기대비 감소함으로써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크게 낮아졌다. 올해 들어서도 수출이 등락을 반복하는 조정 국면을 보이면서 경기회복 기조의 지속을 어렵게 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경기는 수출을 통해 꾸준한 회복 추세를 지속했지만 국가별로는 수출회복의 시점이 다르게 나타나면서 이것이 성장의 흐름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해볼 수 있다.

환율여건의 변화가 국가별 수출격차 결정

국가별로 수출회복의 시기가 다르게 나타나는 주된 요인은 환율이다. 우리나라는 2008년 10월 이후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수출에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했고 이러한 효과가 약 1~2분기의 시차를 두고 작용하면서 지난해 중반 우리나라의 고성장을 이끌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2009년 2분기 이후 원화가 강세기조로 전환되면서 이것이 4분기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데 크게 작용했다.

미국의 경우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가 지난해 1분기 대비 4분기에 9.2% 하락하면서 수출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주는 역할을 했고 이에 따라 수출의 활력이 연말로 갈수록 더욱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위기를 맞아 화폐가치가 크게 변하지 않았던 대만, 홍콩의 경우도 이후 화폐가치의 하락으로 수출의 높은 성장기여도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위기 이후 급격히 상승했던 엔화가치가 지난해 2분기 크게 떨어졌고 이후 상승 추세가 완만해 수출의 개선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지출의 규모와 시기도 국가간 경기싸이클을 다르게 한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지난해 세계의 평균 정부소비 증가율은 3분기까지 높아지다가 4분기에는 뚜렷한 둔화추세를 보였다. 경기부양책이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지출이 전기에 비해 크게 늘어나지 않는 한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는 줄어들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4분기 정부소비가 전기 대비 큰폭으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위기극복을 위해 상반기중 재정투입을 집중시킨 데 따른 것이다. 싱가포르, 인도 등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나라들은 정부소비의 증가율이 3분기에 비해 크게 줄면서 성장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었다.

2분기 이후 완만한 회복 예상

지난해 말 이후 우리나라의 경기둔화는 원화절상과 정부의 부양효과 감소에 따른 것이다. 빠른 회복기간 중 고성장 지속 예상으로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자산효과를 통해 성장을 더욱 촉진시키는 효과도 있었으나 현재는 이러한 효과도 거의 없어졌다. 우리나라는 위기직후 경기침체폭이 컸던 만큼 반등의 속도도 빨랐으며, 이 과정에서 단기적 추세 이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오버슈팅(overshooting) 현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다시 성장이 둔화되는 조정국면을 겪고 있는 것이다.

급격한 환율 변화나 재정지출 변화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 한 우리 경기는 세계경기의 흐름에 점차 동조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국별로 경기의 흐름에 차이가 있지만 세계 전체적으로 볼 때 경기는 완만한 회복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세계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연말로 갈수록 꾸준히 높아진 바 있다. 올들어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불안 문제가 유럽, 그리고 세계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가 중요한 리스크로 남아있지만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국들은 경기회복 추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imf 등 주요 전망기관의 예측대로 올해 세계경제가 3% 이상의 성장을 회복한다면 우리 경제도 향후 회복기조를 재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경기의 조정 국면은 1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별한 세계경기의 교란 요인이 없다면 2분기 이후 다시 회복기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재개된 원화가치 상승은 올 1분기까지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2분기에는 그 효과가 줄어들 것이다. 유럽의 재정위기 문제가 간헐적으로 대두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교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원화가치의 상승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정부의 예산집행이 가속되면서 재정부문에서의 부정적 효과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분기부터 회복이 재개되더라도 지난해 중반과 같이 세계적으로 월등히 높은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며 세계경제 성장률과 비슷한 완만한 회복에 그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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