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과 SK하이닉스
최태원과 SK하이닉스
  • 연성주 기자
  • 승인 2017.09.2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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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도시바 반도체가 마침내 SK하이닉스의 품에 안겼다.
당초 지난 6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쉽게 인수하는 듯했으나 미국업체의 반발과 도시바의 몸값올리기 전략에 말려 인수 불발까지 갔다가 막판에 기사회생하게 된 것이다.
 
도시바 인수 소식에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이 60조원까지 치솟으면서 현대자동차를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섰다. 증권사들은 주가를 10만원까지 올려잡았다. 주가가 1년전에 불과 3만원 선에 머물며 시가총액 10위권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도시바 인수에 대한 시장에서의 평가를 가늠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적은 눈부시다.
2분기 매출 6조6923억원, 영업이익 3조507억원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이 30조원에 육박하고 영업이익은 13조~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SK그룹의 '캐시카우'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SK하이닉스 덕분에 SK그룹은 에너지 일변도에서 탈피해서 제조·에너지·정보통신 등을 모두 갖춘 그룹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은 현대전자다.
1990년대 현대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면치 못했고 김대중 정부시절인 1999년 빅딜로 LG반도체를 합병하면서 한단계 뛰어올랐다.
 
당시 빅딜을 취재했던 필자를 만난 김영환 현대전자 사장은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는 길을 택했다" 며 "현대전자를 세계 1위의 D램 업체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힌바 있다. 인수 성공에 흥분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했던 김 사장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또렷하다.
불만을 품은 구본무 LG 회장은 당시 중재를 했던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 그날 이후로 발을 끊었다고 할 정도였다고 하니 빅딜이 업계에 미친 파장은 컸다. 
 
현대전자는 막상 덩치를 불렸으나 LG에 지급한 2조5000억원의 양도비용에 발목이 잡혔다. 
금융비용 탓에 반도체 제조원가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여기에 인텔과 삼성전자의 저가공세에 마침내 현대전자는 백기를 들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승자의 저주'에 빠지게 된 것이다.
 
2001년 하이닉스로 이름을 바꾸고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10여년간 주인없는 '유랑생활'을 거치며 생사를 넘나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수조원의 누적적자로 채권단은 두 손을 들었고 공적자금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되자 하이닉스를 '스크랩' 하라는 여론이 비등했다.
전 직원이 감원과 내핍을 견뎌내며 기술 개발에 매진한 결과 해외매각이나 '스크랩' 보다는 회생시키자는 여론이 형성됐다. 마침내 2011년 SK그룹을 새주인으로 맞게 됐다.

SK가 인수할 당시 주변에서는 최태원 회장을 만류했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의 반도체 사업 진출을 모험으로 받아들였으나 최 회장은 2년간 반도체 산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져서 무난하게 인수했다.
 
이번 도시바 인수전에서도 SK는 초반에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직접 일본을 방문해 협상을 진두지휘하는 방식으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고 결국 반전드라마를 쓰게 된 것이다.
 
막판까지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
인수유력에서 인수확정으로 보도가 나갔다가 다시 백지화되는 등 며칠만에 상황이 바뀌곤 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도 포기하지 않고 도시바측을 설득한 끝에 인수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특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신의 한 수' 가 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의 결단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시작된 최 회장의 6년간의 반도체 영토확장은 매듭을 짓게 된 것이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 반도체용 특수가스 개발 전문업체인 SK머티리얼즈, 올해초 SK실크론을 연이어 그룹에 편입시켰다.
 
SK의 도시바 인수는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라고 본다.
일단 인수에 성공했지만 컨소시엄에 참가한 이해당자사가 많아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또 SK측이 얼마나 도시바 지분을 보유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계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최태원 회장의 뚝심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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