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는 새로운 관치
노동이사제는 새로운 관치
  • 연성주 기자
  • 승인 2017.11.2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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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을 앞세운 '노동이사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민간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다음달 발표할 혁신안에 민간 금융회사에도 노조 추천 이사를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 도입을 포함하고 있어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20일 열린 KB국민은행 주총에서 최대쟁점이 노조가 추천한 하승수 사외이사 선임 문제였다.
노조측은 "경영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이유를 들어 시민운동가 출신의 하승수 변호사를 추천했다. 
이 안건은 찬성표 17.73%를 얻는데 그쳐 부결됐다. 9.68%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찬성했다.
 
자율경영권 침해를 우려한 절대 다수의 외국인 주주가 반대하면서 부결됐다.
국민연금은 정식 의결기구도 거치지 않은 채 실무자 회의에서 찬성방침을 정하고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문제는 노동이사제 논란이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당장의 불은 껐지만 내년 3월 정기주총에는 불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KB금융노조는 6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 주총에 해당 안건을 재상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뿐만 아니라 여당의원들까지 힘을 실어주고 있는 만큼 노조의 공세 수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이미 노동이사제 도입을 금융권 공통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독일의 사례를 주로 든다.
그러나 한국과 독일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독일 기업의 이사회는 경영위원회와 감독이사회로 이원화돼 있다.
 
경영과 관련된 결정은 대부분 경영위원회에서 하고 감독이사회는 경영위원회를 견제 감독하는 역할만 한다. 노동자가 참여하는 이사회는 감독이사회다. 
그러나 한국의 이사회는 일원화돼 있어 여기에 노동이사가 참석하면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현재 지분을 10%이상 보유한 기업이 85개, 5%이상이 190개에 달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연금이 새 정부 코드 맞추기에 나서면 파급력이 막강할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우리나라 대표기업의 최대 주주이거나 2대주주이다.
 
금융계는 더욱 심하다. 
국내 상장 금융지주사 7곳 중에서 국민연금은 5곳의 단일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이어서 금융회사에 부담이 없는 주주였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KB금융 주총을 계기로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을 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금융권 노조가 주주제안을 도구삼아 경영에 간섭하려고 할 때 국민연금이 지원군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노동이사제가 독일의 사례처럼 공공성을 확보하고 경영진의 전횡을 막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는 부작용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를 경영에 참여시킨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이는 현행 노사관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다. 경영판단과 인사권은 사측의 고유권한이다. 
 
사측이 고유권한을 침해받으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기업은 역으로 노조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규제를 없애라고 요구할 것이다.  
 
독일에서조차 기업의 53%가 "노동이사제는 경영에 방해된다"고 답하는 등 부작용은 심각한 편이다.
 
이처럼 노동이사제는 경영진의 횡포를 막는다는 본래 취지보다는 사측의 고유권한을 흔들어 경영 효율성을 크게 해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노조가 인사권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새로운 '관치'를 초래할 수 있다.
즉 금융권 노조는 정치권에서 내려오는 낙하산 인사에 관대하기 마련이다. 정치권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영진을 견제한다면서 오히려 민간 금융회사에 관치를 불러호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이사제를 섣불리 도입했다가 또 다른 '관치'를 불러오는 우를 범할수 있으므로 공론화과정을 거치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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