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내년 예산, 신속·정확한 집행으로 효율성 높여야
[월요칼럼] 내년 예산, 신속·정확한 집행으로 효율성 높여야
  • 강동호 기자
  • 승인 2017.12.10 1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강동호 칼럼니스트
[파이낸셜신문=강동호 칼럼니스트] 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내년도 예산안을 지난 6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당초 정부안(429조원) 대비 1000억원 감소한 428조8000억원 규모다.
이는 올해 예산에 비해서는 7.1%(28조3000억원) 늘어난 수준으로 2009년(10.6%) 이후 증가폭이 가장 크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한 확장적 재정확대정책을 반영한 결과다.
당초 정부의 예산안은 이른바 ‘사람중심 지속성장 경제’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사회복지예산은 크게 늘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크게 준 것이 특징이다. 사회복지예산은 무려 146조2000억원으로 12.9%라는 최고 증가율을 기록하며 전체예산의 3분의 1을 넘겼다. 가히 ‘역대급’이다.
반면 지난 보수정권에서 꾸준히 투자해 온 사회간접자본은 무려 20%나 삭감됐다. 4대강 사업이나 도로, 항만, 전력, 수도 따위의 공공시설이 이에 해당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문화, 체육, 관광 분야의 예산도 8.2% 줄었다.
복지예산을 뜯어보면 내년 9월부터 시행되는 아동수당(1조1000억원), 기초연금 확대(1조7000억원), 부양의무자기준 완화에 따른 기초생활보장 인상(7000억원) 등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조가 그대로 반영됐다. 일자리 예산 역시 19조2000억원으로 12.4% 증가했다.
교육 예산도 64조1000억원으로 11.7% 늘어났으며, 군 장병 임금 인상안 등이 포함된 국방 예산도 전년 대비 6.9% 증가한 43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9년만에 최대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국가예산도 이제는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방향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고도성장 시대에 대규모로 투입되었던 SOC투자가 줄어든 대신 ‘사람과 노동’에 대한 투자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회구조 개혁과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위해서 국가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 변화의 타이밍을 놓칠 경우에 우리 공동체가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에 비하면 오히려 값이 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이 같은 정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체 규모는 1000억원 줄어든 데 그쳤지만 분야별로는 큰 변동이 있었다는 점이다.
내년도 확정예산안을 당초 정부 예산안과 비교해 보면 12개 분야 가운데 사회간접자본(17조7000억원→19조원), 교육(64조1000억원→64조2000억원), 문화·체육·관광(6조3000억원→6조5000억원), 환경(6조8000억원→6조9000억원), 연구·개발(19조6000억원→19조7000억원), 산업·중소·에너지(15조9000억원→16조3000억원), 농림·수산·식품(19조6000억원→19조7000억원), 국방(43조1000억원→43조2000억원), 공공질서·안전(18조9000억원→19조1000억원) 등 9개 분야는 늘었다.
반면 보건·복지·고용(146조2000억원→144조7000억원), 외교·통일(4조8000억원→4조7000억원), 일반·지방행정(69조6000억원→69조원) 등 3개 분야 예산은 줄었다.
일괄해서 보면 정부가 증액한 사회복지예산 등은 줄이고, 정부가 줄인 SOC예산은 오히려 늘렸다는 게 눈에 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잘 알려진대로 국회에 제출된 정부예산안에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등 선심성 예산이 크게 반영됐다는 얘기다. 반면 국회의원들과 이해관계가 별로 없는 분야의 정부예산은 삭감되는 비운(?)을 맞게 됐다.
지역구 예산 비중이 큰 SOC 예산의 경우 정부안보다 크게 늘면서 올해 심사 과정이 역대 어느 해보다 심하게 ‘나눠 먹기 식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내년 예산안에 확정된 SOC예산은 19조원으로 정부안보다 1조3000억원 증액됐는데, 이는 4대강사업 등으로 SOC예산을 크게 늘린 이명박 정부가 편성한 첫 예산인 2009년 예산에서 3조6000억원 증가한 뒤 9년 만에 가장 많이 증액된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 때는 4대강 사업이라는 단일 예산이 크게 늘었지만, 이번에는 국회의원들의 지역 민원성 예산이 급증하면서 역대 가장 지저분하게 SOC 예산을 늘린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헸다.
특히 자유한국당 마저 그동안 주장해오던 소신(?)을 꺾고 정부·여당의 입장을 추인해준 대가로 영남지역 SOC 예산을 많이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당도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의 ‘공약 사업’을 반영하기 위해 필요한 지지를 제공하는 댓가(?)로 호남 지역 SOC 예산을 크게 늘린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강원과 제주 등 다른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을 가급적 신속하고 정확하게 집행해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후반 이후 수출 증가가 경기회복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부의 재정 확대를 통해서도 경기개선의 지지를 받아야 3%대 성장 복귀 등의 현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또 지표상의 경기회복이 일자리 창출이나 서민경제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등 양극화가 여전해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과 복지 예산 등이 제 역할을 해야 하는 처지에 직면해 있다.
아울러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소득세 및 법인세율 인상이 원활하게 이뤄져 여기서 확보한 재원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할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따라서 기획재정부 등 각 정부부처는 최대한 신속하게 예산 배정계획을 확정해 공고하고, 사업발주 준비 등 집행을 위한 사전작업을 조속히 마무리해 내년 초부터는 집행공백을 최소화하고 ‘돈맥경화’에 빠져 있는 곳으로 돈이 잘 풀리도록 신속한 업무처리에 나서야 한다.
또한 재정집행을 철저하게 관리해 총액의 집행실적은 물론 각 분야 예산의 전달경로를 개선하고, 불용이나 이월을 최소화하는 등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으로 경기개선의 흐름을 강화하고 이를 일자리와 민생 회복으로 직결시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주간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
  • 등록일자 : 2009-4-10
  • 발행일자 : 2009-4-10
  • 간별 : 주간  
  • /  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일자 : 2009-03-25
  • 발행일자 : 2009-03-25
  • 간별 : 인터넷신문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편집위원 : 신성대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