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가상화폐 신화 혁명인가, 거품인가
[월요칼럼] 가상화폐 신화 혁명인가, 거품인가
  • 강동호 기자
  • 승인 2018.01.21 2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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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호 칼럼니스트    
[파이낸셜신문=강동호 칼럼니스트]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지난 18일 오랜만에 JTBC가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JTBC ‘뉴스룸’ 보도 방송이 끝난 후 1시간 22분 동안 진행한 “가상화폐 긴급토론”이다.
 
이날 토론에는 유시민 작가, 한호현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김진화 한국블록체인지협회 준비위원회 공동 대표가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유 작가와 한 교수는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며 도박, 또는 투기를 통해 높은 가격이 형성된 것은 거품이라고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반면 정 교수와 김 대표는 가상화폐의 필요성과 미래화폐로서의 의미를 강조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방송이 끝나고 대부분 언론매체나 네티즌들은 유 작가와 한 교수류의 가상화폐 투기론이나 부정론을 지지하면서 이에 찬동하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정 교수와 김 대표는 방어적이고 다소 자신감없는 태도로 주류 언론이나 네티즌들로부터 외면받는 듯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번 토론이 가상화폐 부정론자들의 승리일까. 또 그들의 주장이 과연 옳을까.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다가오는 가상화폐의 위세에 눌려 곧 목소리 큰 자들의 좌절과 부끄러운 커밍아웃이 또 한번 반복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보여진다.
 
이번 토론에서 정 교수와 김 대표가 수세적인 입장을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가상화폐 자체가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사상 초유의 최첨단 테크롤로지의 산물이라는 어쩔수 없는 한계 때문일 것이다. 신이 아닌 한 그 누구도 아직은 가상화폐의 실체를 정확히 알 수도 없고 정의할 수도 없을 뿐더러 더구나 미래의 위상이나 향방에 대해서는 더더욱 가늠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 속한다.
 
이번 토론에서 재미있었던는 것은 시청자들의 주류가 가상화폐에 긍정적인 2030세대가 아니라 비판적인 입장을 갖는 5060세대였다는 점이다.
 
TNMS 미디어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토론을 가장 많이 시청한 연령층은 상대적으로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고 가상화폐, 블록체인 개념에 생소한 60대이상 남자가 3.3%, 50대이상 여자가 4.1%의 시청률을 보였다. 반면 실제 가상화폐 거래에 적극적인 20대와 30대는 각 각 0.9%, 2.9%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다.
 
비판적인 세대가 유시민류의 부정론에 동조하고 있을 때 가상화폐 지지층인 2030세대는 가상화폐 거래소 창문을 넘나들면서 청와대의 게시판에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을 넣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실제로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20일 현재 청와대 게시판 반대청원 참여자는 22만명을 돌파해 조만간 청와대가 이 청원에 대해 어떻게든 의견을 내놔야 하는 상황에 다다르고 있다.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시가총액(349조원)은 지난해 12월 18일기준 처음으로 세계 ‘1등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331조원)을 넘어섰다. 세계 가상화폐 시장 규모(8167억 달러)는 네덜란드의 국내총생산 규모(8244억 달러)와 비슷하다. 이처럼 가상화폐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돌이켜 보면 10년전 나카모토 사토시(가명)라는 사람이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하여 개발해 낸 비트코인이란 가상화폐는 국민 개개인이 정부나 기업이나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거래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세뇨리지(seigniorage)란 화폐주조이익(화폐의 교환가치에서 발행비용을 뺀 몫)을 독점하고 있는 기존의 정부 입장에서는 법정화폐(legal tender) 이외의 가상화폐는 쉽사리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최근에 중국이 가상화폐 거래를 불법화하고 미국이나 일본은 규제와 육성을 병행하고 있는 등 국가마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책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바로 이 세뇨리지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무대에서도 2차대전이후 금융체제를 재편한 미국은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들어 국제적인 차원에서 세뇨리지를 독점하고 있다. 미국은 무역적자와 외채가 산더미처럼 쌓여도 달러가 모자라 고민하는 일이 없다.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미국의 연방준비은행(FRB)은 70년대초 금과의 태환을 거부한 이후에도 80년대 미국 달러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를 통해 세뇨리지를 만끽했으며, 지금도 아무도 미국의 '지불불능'을 걱정하지는 않고 있다. 미국은 그저 달러만 찍어내면 되고 이를 통해서 화폐발행이익을 챙긴다.
 
가상화폐의 등장은 이러한 기존화폐발행체제에 대한 도전이며, 국제무대에서는 달러가, 단일국가내에서는 중앙은행이 독점하고 있는 세료리지에 대한 분배 요구라고 할 수 있다. 유시민류의 가상화폐 부정론자들이 이를 도박으로 규정하고 거래행위를 사기라고 폄하할 지라도 세뇨리지 독점에 대한 반발과 이에 대한 도전은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다.
 
김진화 대표는 이날 토론에서 “가상화폐를 발행한 사람들은 '가상화폐가 장래에 금이 된다는 얘기'는 아무도 하지 않았다” 며 “금처럼 가치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기만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전 강연에서는 “가상화폐는 금 같은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인즉슨 가상화폐는 곧 ‘세뇨리지를 누리는 화폐’가 될 것이란 얘기다. 소신없이 말을 바꾼 김 대표의 태도는 유감스런 것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가상화폐나 블록체인의 원래 목표인 ‘세뇨리지의 분배’가 달성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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