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매너-5]잘 놀 줄 알아야 큰 물에서 논다
[비즈니스 매너-5]잘 놀 줄 알아야 큰 물에서 논다
  • 신성대 사장
  • 승인 2018.02.2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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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신문= 신성대 동문선 사장] 미국 주요 투자회사 주주총회가 시작되기 두어 시간 전부터 안쪽 방에서는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 거물급 대주주들이 너댓 테이블에 짝지어 둘러 앉아 트럼프를 즐긴다.
 
▲ 신성대 동문선 사장

패가 한 바퀴 돌고나면 파트너를 체인지해서 다시 논다.
 
이렇게 한참을 즐기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는다. 기실 주주총회의 중요 안건을 식전 노름판에서 다 사전 추인해버린 것이다.
 
그런 다음 강당에 나와 총회를 여는 것은 그저 박수치고 인증샷 남기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10여년 전 한국 굴지의 대기업이 처음으로 전 세계 VIP급 딜러 40여 명을 부부 동반으로 초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해외시장을 좀 더 개척해 보자는 의도였지요.
 
당시 모 부회장이 디너테이블 사이를 돌며 손님들과 악수하는 사진이 일간지에 실렸는데 “아이쿠, 이런!”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각 나라에서 초청받은 딜러들은 잔뜩 기대를 했을 겁니다. 부부 동반 초청이었으니 당연히 멋진 리셉션과 댄스파티를 기대하고 준비해 왔겠지요.
 
일부 손님들은 턱시도까지 입었고,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나온 부인들도 보였습니다. 헌데 바로 테이블에 앉혀 놓고 만찬이라니!
 
◇일그러진 한국적 소영웅식 환대
 
부부 초청 환대라면 디너테이블 직행이 아니라 우아한 스탠딩리셉션 파티 도입부가 필수입니다. 밥 먹으러 온 게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교제하고 교류하기 위해 한국에까지 온 것입니다.
 
테이블에 앉아서는 고작 옆 사람과 얘기를 나눌 수밖에 없지요. 스탠딩리셉션이라야 모든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유명 인사들과 만나 본국에 돌아가 자랑할 인증샷도 찍고, 회사의 여러 임직원들과도 만나 친교를 나누려고 온 것이지요.
 
 
 
특히 프랑스, 스페인 등 남유럽과 중국, 중남미의 구문화권에선 파티의 엔터테인먼트(단순한 유흥, 오락이 아닌 대접, 환대)를 매우 중시합니다.
 
헌데 부부 초청의 의미도 모르고, 디너테이블과 리셉션 중 어느 것이 딜러들을 초청한 목적에 맞는지조차 모른 채 그저 배고팠던 시절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물 안 세계관으로 먼 나라의, 그것도 각 나라 비즈니스 주도층 그룹의 꽤 잘사는 손님들을 부부 동반으로 불러다 앉혀 기껏 밥만 먹여 보내는 난센스를 저지른 것입니다.
 
1년 뒤 결과는? 당기순이익 전년의 20% 대로 추락, 본사인력 절반감축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회오리!
 
◇품격 있는 소통이어야 큰돈을 만진다
 
글로벌 선진문명권에선 놀 줄 모르는 부자는 등신 취급당합니다. 해서 상류층일수록 더 잘 놀지요. 훌륭한 스펙에 잘 나가는 엘리트 대기업 사원이 있다고 칩시다!
 
그가 얼마만큼 많은 일을 해내고 출세해야 글로벌 상류층들과 만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가 그 회사의 CEO가 되어서야 업무적인 만남이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정격 매너에다 제대로 놀 줄까지 안다면 중소기업 말단 사원이라 할지라도 세계적인 인물이나 부호와 친구 되는 일 그다지 어려운 일 아닙니다.
 
왜냐하면 먹고 노는 데는 계급장 없기 때문이지요.
 
 
 
당연히 품격 있게 노는 법을 모르고는 기관수요자를 공략하는 등 고급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가 없습니다. 에티켓 수준의 글로벌 매너를 어지간히 익혔다 해도 즐겁게 놀 줄 모르면 거기서 아웃입니다.
 
더 이상 상위로의 진입금지. 고품격으로 노는 법을 모르면 결코 글로벌 A급에 들 수 없다는 말입니다. 한국식으로 룸살롱에서 술 퍼먹이기, 성상납, 져주기 내기 골프, 리베이트, 뇌물 등 저질 접대로는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선 어림없습니다.
 
그런 건 기술도 자본도 변변치 않았던 시절에나 통하던 ‘노가다매너’로 국민소득 2만 불까지는 통했지만 이제부터는 쥐약입니다.
 
따라서 국정원 정예요원, 대기업 과장급 이상, 히든 챔피언 중소기업 경영진들을 전천후 세일즈맨으로 교육시키려면 제대로 노는 법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  각종 잡기는 사교의 기본이다.(사진= 연합)
 
◇각종 잡기는 사교의 기본기
 
글로벌 선진사회의 사교파티에서는 대개 디너 후에는 댄스가 이어지지만, 식전에는 각종 게임을 즐기기도 합니다.
 
따라서 오락을 위한 잡기, 간단한 도박이라 해도 여러 가지를 가지고 놀 수 없으면 비즈니스 역시 거기까지입니다. 에티켓이나 매너 못지않게 놀이 또한 소통의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와 마작은 기본입니다.
 
특히 범 중화권을 염두에 둔다면 트럼트 게임 중 ‘빅투’는 필수이지요.
 
이 게임의 장점은 재미도 재미지만 전략적 사고를 길러준다는 데 있습니다. 고스톱처럼 한 게임씩 끝나는 게 아니고, 마작처럼 3-4시간 전체 성적으로 승부를 냅니다.
 
이 게임에선 들어온 패가 중요한 게 아니고, 그 패를 어떻게 운용(플레이)하는가가 중요합니다. 1등을 할 건지, 2등을 할 건지 중간 중간에 적과 아군을 수시로 바꾸면서 흐름을 잘 타야하는 게임이지요.
 
그 외에도 숏게임으로 블랙잭도 필수입니다.
 
 
 
결혼식 같은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처럼 시간 단위로 쪼개어 예식장에서 올리는 결혼식이야 시간을 지키지 않을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들의 결혼식치고 제 시간에 치러지는 예는 거의 없습니다.
 
가령 홍콩이면 오후 6시에 결혼식이라 하면 실제 식은 8시쯤에야 치른다고 보면 됩니다. 그동안 뭘 하고 놀아야 하나? 당연히 일찍 온 하객들은 마작이나 카드로 시간을 즐깁니다.
 
한 참 놀다 잔치 준비가 다 되면 식을 치르고 장시간 축하주 건배 및 식사, 그리고 악단의 음악에 맞춰 춤추고 놀다가 한밤중 술이 깨면 각자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인도 상류층의 경우 대개 호텔 전체를 보름 쯤 통째로 빌려 결혼식을 치릅니다. 그들과 친구가 되려면 보름 중 최소한 일주일은 같이 놀아줘야 합니다.
 
테니스, 수영, 댄스, 카드놀이, 식사, 파티… 하루에 옷만도 다섯 번 정도 갈아입기 때문에 웬만한 가족은 봉고버스 한 대 분량의 짐을 싣고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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