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매너-7] 박수에도 격(格)이 있다
[비즈니스 매너-7] 박수에도 격(格)이 있다
  • 신성대 사장
  • 승인 2018.03.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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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대 동문선 사장] 한국인들만큼 박수에 인색한 민족도 드물 것이다. 아무렴 까짓 박수가 뭐 그리 힘든 것이라고 아낄까? 어디 박수뿐이랴! 미소나 입발림 추임새 역시 인색하기 짝이 없다. 
 
▲ 신성대 동문선 사장
그만큼 감정 표현에 서툴다는 말이겠다. 이런 현상에는 한국인 특유의 귀찮이즘이 깔려있다고 할 수도 있겠고,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체면치레(어쩌면 하인근성)도 한몫을 하고 있다 하겠다.
 
아무튼 글로벌리 노는 스타는 박수 폼부터 포스가 다르다. 
 
두 손을 합장하는 기도나 인사에 존중의 등급이 있다고 한다면 글로벌 매너에 무심한 한국인들은 예외 없이 설마 하고 갸우뚱합니다.
 
가령 불교의 나라 태국이나 미얀마에 가보면 그것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지요. 보통의 사람끼리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인사를 나눕니다.
 
그렇지만 왕이나 승려, 부처님에게는 코, 이마, 머리 위로 들어 올립니다. 한국에서도 부처님께 절을 올릴 때에는 엎드리되 이마를 바닥에 대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두 손바닥을 머리 위 하늘로 받듭니다.
 
 
손바닥이 곧 지평(地平), 그러니까 그만큼 자신을 낮춤으로써 한없는 존경심을 표현하는 것이지요. 즉 손의 높이에 따라 경외심의 정도를 나타낸다는 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무장(武裝)을 갖춘 무인(武人)들은 인사할 때 허리를 굽히지 않습니다. 대신 한 팔을 들어 올려 가슴 앞에 수평으로 가로지릅니다. 그 수평의 팔이 곧 지면(地面)인 셈이지요. 꿇어앉거나 엎드렸음을 대신 그렇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과거 중국에서는 대화 중 ‘황상(皇上)’이란 단어를 입에 올릴 때에는 반드시 두 손을 모아 쥐고 오른쪽 머리 위까지 들어 올려 존엄의 예(禮)를 표해야 했습니다. 그러지 않고 입으로만 “황상께서…” 운운했다간 바로 참수형을 면치 못하였습니다.
 
어디 일상생활뿐이던가요? 우리나라 왕조실록이나 고문서를 보면 문장 속에서 왕(王)이 나올 때에는 반드시 그 앞에 한 칸 여백을 남겨 예(禮)를 표했습니다.
 
또한 사대부들은 상대의 지위를 자신과 비교하여 각각 대문 앞, 마당, 마루, 안방에서 손님을 맞았습니다.
 
◇ 오른쪽 머리 위 올려치는 ‘높임 박수’가 글로벌 진품 박수
 
박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의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할 때 내건 죄목 중의 하나가 공식석상에서 박수를 헐렁헐렁하게 쳐서 감히 최고존엄자를 무시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 김정은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단상의 참석자들이 박수치는 걸 보면 모두들 이마까지 손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단하의 군중들은 모두 머리 위로 최대한 높이 올립니다. 남한사람들은 그걸 보고 독재자에 대한 맹목적 칭송의 표현이라 여기지만 실은 그게 서구와 중국 등 선진문명사회에서 공히 행해지는 글로벌 정격 박수 매너입니다.
  
대개의 한국인들은 박수칠 때 소리를 크게 내는 데만 신경 쓰지 그 손 높이에 따른 존경심의 차이에는 인식이 없습니다.
 
2002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빈번해지면서 선수들이 입장, 퇴장 할 때 관중을 향해 박수치는 모습이 개선되기도 했지만 아직도 많은 한국 선수들이 제대로 박수를 칠 줄 몰라 세계인 내지는 팬들과 소통하는 데에 감성 차원에서 상당히 미흡한 실정입니다.
 
특히 관중들을 향해 박수 칠 때 대개의 한국 선수들은 턱 밑에서 치고 나오는데 이는 저품격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는 행위입니다. 몰랐다는 변명이 용납되지 않는 “그 선수? 근본이 의심되는…” 대형사고입니다.
 
처형당한 장성택처럼 자기 배꼽 근처에서 박수를 치는 것은 상대를 그만큼 깔아본다는 의미이고, 명치나 가슴 부근에서 치는 박수는 ‘너와 내가 동격’으로 맞먹자는 내심의 표현입니다.
 
통상적으로는 눈높이까지 올려 치는 것이 환대와 칭찬의 정격 매너입니다. 이마 위로 높여 치는 것은 그만큼의 존경심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마 위로 올리되 오른쪽으로 당겨 치는 것은 글로벌 정품격으로 최고 존중의 의미를 담은 박수치기입니다.
 
그리고 이는 한국 교회에서 “우리 모두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의 박수를 올립시다!” 할 때 반드시 적용되어야 할 'Must' 매너입니다!
 
특히, 외국의 유명 영적 지도자를 초청한 국제적 대형집회에서는 반드시! 어글리 코리안, 국격 디스카운트 방지에 절대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 링이나 운동장에서 관중의 응원을 유도하거나 그라운드 동료들을 격려하기 위해 박수를 칠 때에는 무조건 오른쪽 머리 위로 두 손을 치켜 올려야 합니다. 넓은 실내경기장이나 그라운드에서 개개인의 박수소리 크기는 아무런 의미 없습니다. 오직 시각 이미지로 전달될 뿐입니다.
 
◇ 연설 후 풍성한 ‘높임 박수’, ‘돌진 악수’
 
요즘 각종 국제회의, 세미나, 포럼 등 모임에 나갈 기회가 많습니다.
 
이때 한국인들은 모두 앉은 채로 명치 아래에서 박수를 칩니다. 사회자나 연사가 직접 박수를 유도 내지는 강요해야 마지못해 치는 바람에 분위기가 내내 어색할 때가 많습니다.
 
초청연사가 자신이 마음에 정해놓은 주요 타켓 인사일 경우 스피치가 끝나면 좌우 눈치 몰수하고, 박수를 높이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는 연단에서 내려오는 연사에게 다가가 허리 꼿꼿이 세운 바른 자세로, 눈 미소와 함께 악수를 청하면서 “너무 감명 깊고 유익해서 많은 도움 받았다!”는 식의 입발림 상투문구들을 늘어놓으면서 명함을 주고받습니다.
 
운이 좋으면 그 유명 인사와 악수하는 모습이 저녁 9시 TV뉴스 장식용으로 매스컴에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같이 따라온 친구에게 인증 샷을 부탁, 두 사람이 악수하는 멋진 사진을 골라 연사에게 보내 주어 자신의 존재를 기억시킬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연단의 연사는 청중들 개개인의 박수소리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박수치는 시각 이미지(외양적 매너 모습)만을 기억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박수 하나 글로벌 신사 모양 잘 치는 연기연출만으로도 참석자들의 주목을 끌어 자신을 주요 인물로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거지요.
 
◇ ‘청각 전달’ 보통 박수보다 ‘시각 이미지 전달’ 높임 박수가 포스 만점
 
그리고 관중의 응원과 박수에 대한 답례를 해야 할 땐 역시 아래 레이건 대통령의 사진에서처럼 오른 쪽 머리 위로 두 손을 치켜들어 마주잡고 흔들어주는 것이 정품격 매너입니다. 이는 감사의 표시 겸 다음에 또 보자는 기약의 의미가 됩니다.
 
언젠가 국내 어느 케이블TV 여행프로그램. 경제사정이 어려운 중앙아시아 어떤 나라 허름한 재래시장의 아줌마 상인이 현지로케 촬영팀과 작별할 때 보여준 인사법이 바로 바로 이 ‘두 손 마주잡아 눈 미소와 함께 머리 위에서 흔드는’ 글로벌 정격 폼이어서 필자도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삼지연 관현악단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한 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
  
지난 2월 11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삼지연 관현악단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한 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아 들어 보였습니다.
 
공연단과 관중들에게 감사와 격려, 신뢰의 악수를 보낸 것입니다. 북한의 상류층은 남한보다 훨씬 글로벌 상류 매너를 구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드물게 서양인들도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할 때가 있습니다.
 
신사가 숙녀나 VVIP귀부인의 손등에 키스하기 할 때, 또 배우나 가수가 무대에서 수많은 관객들의 박수에 답례할 때에 아주 우아하게 상체를 굽혀 스테이지 바우(stage bow)를 합니다.
 
2002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관중들의 응원에 답례를 할 때 몇 차례 스테이지 바우를 한 적이 있지요.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가수나 연주자의 경우 지체 높은 신사나 여왕에게 하듯 커트시(curtsy)로 절을 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글로벌 무대에서 정품격 ‘소통 박수’ 시연 하나만으로도 신데렐라로 바로 뜰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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