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금융인맥⑦] 6공...91년 관치인사의 절정을 이룬 은행계
[한국의 금융인맥⑦] 6공...91년 관치인사의 절정을 이룬 은행계
  • 임권택 기자
  • 승인 2018.03.23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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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은 관치인사가 절정을 이룬 해였다. 
 
당시 6공의 노재봉 국무총리와 정영의 재무장관은 금융권 임원 인사의 단임원칙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당시 공개된 금융인사 원칙은 은행장 중임불가, 복수전무제 폐지, 이사 1명 증원 등이다.
 
문제는 민영화된 시중은행에 주식 1주도 없는 정부가 인사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월권적 행위를 한 점이다.
 
▲   90년대 주택은행 광고
  
또 시행 1년도 안된 은행 복수전무제를 아무 설명도 없이 폐지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원칙하에 은행주총에서 임원들이 대거 잘려나갔다. 이 과정도 은행이 결정한 게 아니라 정부가 명단을 통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반면 이사 1명 정원 증원은 호남출신에게 돌아감으로서 TK독주에 대한 무마용이었다는 게 당시의 후문이다.
 
임원중임 불가 원칙에 따라 은행장급은 자행출신으로, 서열중시의 원칙이 지켜졌다.
 
조흥은행의 김영석 은행장은 수서사건으로 퇴임하고 김 행장과 서울상대 입행동기인 이종연 전무가 행장으로 선임됐다.
 
특히 제일은행에서는 당시 현직은행장인 송보열씨와 수석전무인 박기진씨와 치열한 별들의 전쟁이 벌어졌다.
 
현직은행장이던 송보열씨는 정부의 단임 원칙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밖으로 뛰며 유임운동을 했다.
 
수석전무였던 박기진씨도 권부실세들에게 줄을 대 별중에 별인 ‘은행장’되기 위해 힘겨루기를 했다.
 
결과는 권부실세쪽에서 낙점을 해준 박기진 전무의 한판승이었다.
 
이어 국책은행 인사에서는 안승철 중소기업은행장이 물러나고 재무관료인 이용성씨가 임명됐으며, 이상철 국민은행장은 유임됐다.
 
당시 한국은행 총재 물망에 올랐던 김명호 부총재가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그해 5월27일 노재봉 총리가 퇴임하고 정원식 총리가 들어서면서 이용만 은행감독원장이 재무부장관으로 입각, 금융계 인사에도 변화가 불어왔다.
 
이어 후속인사가 단행됐다. 황창기 외환은행장을 은행감독원장에, 홍재형 수출입은행장을 외환은행장에, 수출입은행장에 이광수 신탁은행장을 그리고 신탁은행장에 김준협 전무가 선임됐다.
 
이번 인사는 이용만 장관의 첫 작품으로 몇 가지 특징이 드러났다.
 
당시 금융계에서는 황창기 행장을 은행감독원장에 발탁하게 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왜냐하면 지난 82년 김건(전 한은총재)씨가 원장을 맡은 이래 줄곧 외부인사에 의해 꾸려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한은출신이 발탁되면서 중앙은행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당시의 후문이다.
 
또한 신탁은행장에 선임된 김준협 행장의 경우 , 이광수 행장이 떠나면서 김 전무를 강력하게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차석전무인 김준협씨가 수석전무인 손홍균씨를 제친 것이다.
 
한편, 시행 1년 만에 폐지됐던 복수전무제도 슬그머니 부활됐다.
 
91년 9월24일 신한은행은 이사회를 열어 이귀재 상무를 전무로 승진, 유양상 전무와 함께 2명의 전무를 두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당시 은행감독원은 복수전무제가 앞으로 은행마다 경영실적 등을 고려, 선별적으로 허용할 것이라 했다.
 
전무자리가 이같이 엎치락 뒤치락 해온 과정과 관련, 주목할 점은 이규성 재무장관 복수전무제 시행, 정영의 장관 폐지, 이용만 장관 선별허용 등의 과정에서 보듯 재무장관 얼굴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오락가락 한 것이다.
 
한마디로 금융권인사는 재무장관의 뜻에 따라 결정되는 관치인사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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