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③] 갈길 바쁜 카뱅·케뱅… 발목잡는 은산분리 규제
[인터넷은행③] 갈길 바쁜 카뱅·케뱅… 발목잡는 은산분리 규제
  • 황병우 기자
  • 승인 2018.03.28 0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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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주택담보대출·카카오뱅크 신용카드사업 준비…대출 늘어 증자 필요하나 은산분리 규제에 발묶여
 
▲ 두 인터넷 전문은행이 새로운 사업이나 금융상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증자가 필수적이나 은산분리 규제로 자본금을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이미지=황병우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에 등장한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조만간 출범 첫돌을 맞이한다.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다음달 3일로 첫돌을 맞이하며, 이로부터 3개월 후인 7월 27일로 카카오뱅크는 출범한지 1년이 된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000억원 규모의 출범 이후 두번째 증자를 통해 카카오뱅크는 새로운 사업으로 신용카드 분야에 진출할 것이 유력시 되고 있다.
 
아직 출범 1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카카오뱅크 내부적으로 다양한 금융상품과 새로운 전산 시스템 도입과 구축 및 보안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카카오뱅크 측은 이번 증자를 통해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고 신 시장에 뛰어드는 것 보다는 현재 잘 판매 중인 대출 상품에 주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뱅크가 당분간은 전월세 보증금 대출 등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로는 ▲서민 대출로써 최근 규제 강화관련 영향이 제한적이고, ▲ 전세자금 대출 수요가 높으며, ▲상대적으로 위험가중치가 낮은 만큼, 카카오뱅크의 자본 부담이 적고, ▲타행대비 편의성이 높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이런 해명에도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신용카드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총알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은행계 카드사와 전업계 카드사들은 카카오뱅크의 향후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용우(왼쪽), 윤호영 공동대표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파이낸셜신문 자료사진)
 
금융업계가 카카오뱅크의 신용카드 진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이유는, 카카오뱅크 출범후 나타난 폭발적인 체크카드 발급 수요가 단적으로 증명한다.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를 발급한 카카오뱅크 고객은 올해 1월초 기준으로 전체의 74.5%에 달하는 약 373만명이 신청했다. 지난 2016년 금융권 전체 체크카드 누적 순증 규모 470만장의 80%에 맞먹는 수치다.
 
또한, 체크카드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들도 상당하다. 올해 6월 말까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및 밴(VAN)사업자의 ATM 총 12만대에서 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7월 말까지 가맹점에서 이용시 월 최대 5만원 캐시백 혜택도 준다.
 
기존 카드사들도 신용카드에 대해서는 각종 혜택을 주고 있지만, 카카오뱅크가 체크카드에서 보여준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신용카드에서도 펼친다면, 기존 카드사의 고객들이 상당수 이탈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카카오뱅크가 가맹점들을 대상으로 수수료 인하 등 까지 나서게 될 경우 시존 카드사들은 곤두박질 치고 있는 실적이 더욱 푹 꺼지는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도 있게 된다.
 
▲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6년 9월 펀드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펀드온라인코리아와 온라인 금융사업을 공동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일각에서는 펀드판매 시장이 진출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과 우체국에서도 펀드를 가입할 수 있게 하는 '자산운용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펀드 판매시장은 은행이나 증권사 등 상위 10개 금융회사가 과점하고 있기 때문에 수수료 등 펀드판매 가격차이가 거의 없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상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우체국이나 인터넷은행 등을 펀드 판매 시장에 진출하게 해 경쟁 유발과 비용 인하를 기대한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6년 9월 펀드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펀드온라인코리아와 온라인 금융사업을 공동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보이고 있지 않지만, 펀드 판매와 관련한 내부적인 시스템은 이미 구축된 것으로 알려진다. 
 
케이뱅크처럼 카카오뱅크도 모바일 방카슈랑스에 진출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손해보험 일부 상품이나 자동차 보험 등은 규격화가 가능한 점이 있어서 인터넷으로도 충분히 가입할 수 있는 만큼, 카카오뱅크의 보험판매 시장 진출은 시간 문제로 보는 것이다.
 
▲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 (사진=케이뱅크) 
 
케이뱅크는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아파트담보대출 출시를 위해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3월 중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적용한 전산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고객센터 응대 매뉴얼 제작 등 상품 출시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신용카드 사업 진출을 부인하고 있는 반면, 케이뱅크는 올해 안으로 신용카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신용카드업 인가를 준비 중이며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 하반기에 인터넷은행 중 최초로 신용카드를 선보이게 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모바일 방카슈랑스를 출시한 것을 이유로 올해에는 모바일 전용 펀드 판매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출범 당시 예·적금과 대출, 카드 상품 등 총 10개 상품을 선보였는데, 최근에 살펴본 바로는 17개 상품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사이에 상품 포트폴리오를 크게 확대한 것이다.
 
직장인K신용대출, 미니K마이너스통장, 슬림K중금리대출 등 총 불과 3개에 그쳤던 대출 상품은 현재 6개로 늘어났다.
 
케이뱅크에서 발급하는 '라인프렌즈X네이버페이' 체크카드2를 이용하는 경우 GS25편의점과 우리은행에 설치된 ATM/CD기에서 입출금 및 이체수수료에 대해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고, GS&POINT 가맹점 이용금액에 대해 GS&POINT도 적립된다. 
 
또한, 가맹점 결제금액의 1.2%를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적립해주며, 후불교통카드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1월말 기준으로 61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 케이뱅크는 광고모델로 영화배우 이병헌을 기용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으나, 올해 증자 계획이 삐걱거리면서 카카오뱅크보다 뒤쳐지고 있다. 사진은 이병헌이 출연한 케이뱅크 라인프렌즈 체크카드 광고의 한장면 (사진=케이뱅크)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각각 발빠른 행보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른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규제에 발목이 잡히며 '메기효과'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1분기 중 1500억원 규모의 두번째 증자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애초에는 지난해 말에 결정하려 했지만, 일부 주주사가 참여를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일정이 연기됐다. 올해 두번째 증자가 더욱 뒤로 밀어지는 경우에는 대출 상품을 운용하는 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와 비교해 상당히 나은 상황이지만, 마찬가지로 은산분리 규제에 발목이 묶여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5000억원 규모의 증자에 기존 주주들이 모두 참여하면서 쉽게 덩치를 키웠다.
 
그러나, 두번째로 추진되는 올해 증자는 지난해와 상황이 다르다. 2000억원은 보통주, 3000억원은 우선주로 구성해 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실권이 발생하면 그 실권주를 카카오가 인수할 계획으로,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산업자본인 카카오가 금액 제한 없이 인수할 수 있다.
 
은산분리 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인터넷 전문은행은 자본금을 늘릴 때 마다 매번 이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은산 분리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한정된 자본금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대출 규모를 늘려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고, 자본이 풍부해야 다양한 대출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데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은산분리란 규제로 '매기'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이끄는 KT나 카카오가 은산분리 완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어느 순간 투자를 중단할 수도 있다. 은산분리 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최대주주에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의 의결권 지분을 4%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여당은 법개정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 의결권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완화된 법률안을 내놨지만, 야당의 반대로 번번히 무산되고 있다. 야당은 50%까지 완화를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었던 지난 정권에서도 같은 내용의 특례법 제정을 추진한 바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에게 길을 열어주는 규제완화안이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도 자유한국당 등의 반대로 국회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지난해 2월 카카오뱅크 출범 전에 "인터넷전문은행 지분보유 문제는 출범 이후 경영 성패를 위해 첫 단추를 꿰는 전제조건"이라며 "국회와 금융당국이 조속한 해법 마련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금융위원회가 약속한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가 빨리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6·13 지방선거가 치뤄지는 날 까지 3개월여 밖에 남지 않음에 따라 전반기 국회 의정활동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얶다. 향후 국회에서 은산분리 규제 해소 논의는 지방선거를 마친 후 하반기 원구성이 완성된 후에나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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