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매너-10] 글로벌 신사들은 넥타이 칼러로 소통한다
[비즈니스 매너-10] 글로벌 신사들은 넥타이 칼러로 소통한다
  • 신성대 동문선 사장
  • 승인 2018.04.03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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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신문= 신성대 사장] 대화만이 소통이 아니다. 입으로 하는 말은 다양한 소통 방법 중의 하나일 뿐, 글로벌 상류층으로 올라갈수록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고품격 매너를 통한 이미지, 은유, 간접 화법을 많이 쓴다.
 
▲  신성대 동문선 사장
넥타이는 글로벌 신사들의 가장 고전적인 자기표현 및 소통 도구이다. 
 
◇일편단심 사적 취향 넥타이 코리아 신사들
 
간혹 주변에는 고집스럽게 한 가지 타입의 넥타이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국무총리나 국회의장과 같은 고위직 인사들조차 공식석상에 거의 대부분 같거나 비슷한 넥타이를 매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난해서 넥타이가 하나밖에 없는 건 아닐 테고, 아마도 자신의 검소함을 자랑하거나, 제가 유독 좋아하는 타입을 고집함으로써 올곧은 지조를 지닌 선비의 이미지를 내세우고자 함일 수도 있겠습니다.
 
혹은 주변에서 누군가가 그 넥타이가 본인에게 잘 어울린다고 코치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당연히 그 어떤 메시지도 담기지 않은 사적 취향의 어중간한 색상과 문양입니다. 하지만 이는 나랏일을 보는 공인으로서는 지극히 무책임하고 나태하고 안이한 행위에 속합니다.
 
그런 사람은 단벌 넥타이처럼 사고의 기본 틀이 '사적 개념'으로 '모노 타입'일 가능성이 큽니다. ‘고집’을 ‘일관성’인양 오해하면 그런 일이 생기지요. 공(公)이란 개인의 신념, 지조를 증명하고 실천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즈니스 소통 매너의 기본에 속하는 넥타이 코디 개념조차 없는 한국 정치인들의 무원칙, 중구난방은 안방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외교, 친선, 프로젝트 수주 지원을 위한 해외 순방에서 상대국 국민들이 터부시하는 색의 넥타이를 매고 나가는 어이없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비즈니스 소통 개념 없기는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요즘 한중간의 각종 세미나나 교류 모임이 빈번한데 이때 생각 없는 한국 대표들 중에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있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노란색은 황제의 색으로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금기시 하는 색이니 회의의 결과나 성과는 빤한 일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황족이 아닌 사람이 노란색 옷을 해 입었다간 참수형이었지요.
 
하여 신세대 망나니 졸부들 외에 중국 지도자들이나 지식인들이 노란색 넥타이를 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한 예로 지난 날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 때 만찬장에 노란색 한복을 입고 나간 적이 있었지요. 중국인들이 황금색을 좋아한다는 단순한 생각에 무례인 줄도 모르고 자랑스레 입고 나갔다가 당황한 중국 측에서 사진 배포를 중지시킨 소동이 있었습니다.
 
중국인들이 유달리 황금과 황금색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황금색은 황제의 전유색인 데다가 공산당의 이념으로 보자면 황금색은 봉건적 전제군주의 색입니다.
 
그러니 남의 나라 여성 대통령이 마치 자기네 나라 황제인양 노란색 옷을 입고 나오는 것을 곱게 여길 리가 없겠지요.
 
글로벌 리더라면 글로벌 매너는 물론 상대국 로컬 문화와 매너까지 세심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 아베 총리의 넥타이, 독일 국기의 노란색, 유러기의 노란별과 앙상블! 메르켈 총리의 연한 하늘색 상의는 단정하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2014.3.9. [연합뉴스] 
 
◇ 넥타이 칼러 코디의 글로벌 기본 황금율 
 
글로벌 세계에서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고 돋보여야 할 때에는 붉은색, 그리고 자기를 낮추고 상대를 높일 때에는 파란색, 보다 경쾌하게 나가고 싶을 땐 밝은 하늘색을 택하는 것이 정격입니다.
 
이렇게 매고 나가면 모두들 그 은유적 메시지를 인식하기 때문에 가장 무난합니다.
 
좀 더 확실하게 드러내고 싶으면 자국 국기(또는 회사 로고)의 색과 문양에 가깝게 디자인된 넥타이를 맵니다.
 
제멋에 겨운 화려하고 현란한 곡선 무늬 디자인은 금물. "Less is more!" 공인이라면, 비즈니스맨이라면 선과 면이 단순명료한 격자무늬 혹은 비스듬한 줄무늬여야 합니다.
 
그런가하면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자국기색에 맞춘 넥타이를 매고 다닙니다. 넥타이는 사적 영역이 아니라 철저하게 공적 영역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한국 정치인이나 관료들의 넥타이는 붉은색과 파란색 두 가지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 큰 프로젝트를 수주하러 가거나 측면 지원하러 해당 국가를 방문하는 총리나 장관, 국회의장이라면 반대로 그 나라 국기(업체 오너라면 두 말 없이 입찰주관 기관이나 회사의 로고) 색을 딴 넥타이로 상대의 호감을 끌어내야 합니다.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은 태극기 문양으로 디자인된 넥타이를 매고 나와 한국인들로부터 많은 호감을 산 적이 있지요.
 
비즈니스맨의 경우는 자기 회사 로고색 매칭 코디하거나 파트너 회사의 로고색, 혹은 합작 프로젝트 엠블렘색에 맞추는 것이 기본입니다. 신제품을 발표하는 경우에는 튀지 않게 그 배경색에 맞추어 상대적으로 제품이 부각되도록 해야겠지요.
 
생뚱맞게 튀는 복장에 화끈한 유색 넥타이를 하고 나가는 것은 완전 난센스입니다. 자칫 제품을 자랑하러 나온 건지 자기 자랑하러 나온 건지 헷갈리기 때문이지요.
 
앞서 말한 자동차 판매사원이라면 넥타이는 무조건 고객의 회사 로고색에 맞추는 것이 기본입니다. 아무렴 공사(公私)와 피아(彼我)를 구분도 못하고 개인적 취향만 부추기는 어처구니없는 이미지 메이킹으로는 장사 다 망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인들이 대충 알고 있는 넥타이 칼러 코디법은 글로벌 선진문명권 관행, 즉 소통과 홍보의 기본 원리와는 크게 벗어나 있습니다.
 
그 원인은 정규 비즈니스 무대에 나서 본 적이 없는 접객서비스업 출신의 CS강사들 때문이라 할 수 있지요. 넥타이 컬러에 대한 비즈니스 소통개념 없이 그날그날 기분 나는 대로 아무 색을 골라 매거나 연예인 흉내 내기로 글로벌 공적 무대에 나섰다간 바보 취급당합니다. 
 
▲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코보센터 '2015 북미 국제 오토쇼' 개막 전야제. 붉은색 넥타이로 매칭.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 다임러 AG 회장이 '450 AMG GLE 쿠페'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즈니스는 운(運)이 아니라 디테일이다. 
 
근자에 글로벌 신사로 떠오르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넥타이 대신 행커치프를 소통도구로 즐겨 이용합니다.
 
그는 자국을 높여야 할 때는 자국기 중앙 파랑색 차르카(charkha, 물레, 법륜) 모티브풍 행커치프로, 친선을 강조할 때에는 상대국 국기색에 맞춘 행커치프를 꼽고 정상회담에 임합니다.
 
“까짓 넥타이 하나가 뭐 그리 대수라고!”하고 불평할 수도 있습니다만, 만약 상대가 그 나라의 고위 관료거나 유명인, 거래 혹은 합작 파트너, 국제적인 금융인일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의 사소한 기분 하나에도 일의 성사 여부, 투자액의 더하기 빼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재삼 강조하지만 비즈니스 무대에서 넥타이 등 액세서리의 코디는 개인적 소관이 아닙니다. 철저하게 자기가 속한 회사나 기관의 매뉴얼을 따라야 합니다. 임원급 인사라면 넥타이는 물론 행커치프나 배지를 통해, 여성라면 머플러나 브로치를 통해 비즈니스 무대에서 오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글로벌 비즈니스 본선무대는 철저하게 계산되고 다듬어진 고품격 매너로 승부하는 전장(戰場)터입니다. 낭만적이고 사적인 감성으로 포장된 에티켓을 비즈니스 매너인줄 착각하고 올랐다간 바로 죽음입니다.
 
"God is in the details!'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게 큰 영향을 끼친 독일 출신 미국 건축가 루드비히 미스 반 데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의 말입니다. 사소한 차이가 승부를 가릅니다.
 
그런 미세한 것들이 상대방의 호감을 끌어내고 일의 성사 여부에 영향을 미칩니다. 디테일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런 걸 운(運)이라고 말하지요. 아무렴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하루 열두 번인들 넥타이를 갈아매지 못할 까닭이 없겠습니다.
 
화장실 나오면서 손 씻는 것처럼 습관이 되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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