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의 개척자, 이남기 선수
[인터뷰] 한국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의 개척자, 이남기 선수
  • 황병우 기자
  • 승인 2018.04.30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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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다카르랠리 중계 화면 속 모터사이클의 질주에 매료돼...'죽음의 랠리' 다카르 랠리에 도전이 가장 큰 소망
▲ 오프로드 모터사이클 이남기 선수(왼쪽)는 지난해 유라시아 횡단을 하면서 자동차가 고장이 나는 우여곡절에도 로마니아 내셔널 대회에서 우승을 일궈냈다. (사진=이남기 선수)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오토바이'리고 불리는 모터사이클을 바라보는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명절이나 공휴일에 시끄럽게 튜닝한 모터사이클을 타고 질주하는 폭주족이나, 배달음식을 싣고 다니면서 신호위반을 물먹듯이 하는 이들이 그러한 인식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모터사이클을 진정한 모터스포츠로 한국에 뿌리내리도록 오로지 한 길만 묵묵히 개척하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지난해 7월 유럽에서 열린 하드엔듀로 모터사이클 로마니아 내셔널 대회에서 우승한 이남기 선수가 바로 그 사람이다.
 
모터사이클 대회에는 크게 모터크로스, 로드레이스, 엔듀로, 트라이얼, 슈퍼모타드 등 5가지가 있다. 산악과 사막, 정글 등 험난한 코스에서 선수 자신과 승부를 펼치는 엔듀로 경기 중 더 험난하고 난이도가 높은 경기가 하드엔듀로다. 
 
본지는 국내외 하드엔듀로 모터사이클 대회에 출전하는 이남기 선수를 지난 2018 서울모터사이클쇼가 열리는 코엑스에서 만나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떤 계기로 모터사이클에 입문하게 됐는지에 대한 본지의 질의에 이남기 선수는 "1997년 어릴적 TV에서 쌍용차가 무쏘로 출전한 파리-다카르 랠리를 녹화 중계했던 것을 본 일이 있었다"며, "랠리카 보다는 그 뒤를 질주하는 모터사이클에 매료됐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 뒤로 효성 RX125 모터사이클을 통해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에 입문하게 됐다고 이 선수는 밝혔다. 
 
▲ 이남기 선수 (사진=이남기 선수 SNS)     © 황병우 기자
 
지난해 이남기 선수는 국산SUV 차량을 이용해 유라시아 횡단을 하면서 모터사이클 경기를 치뤘다. 그는 그 횡단 과정을 SNS(페이스북)을 통해 알리기도 했다. 
 
그는 유라시아 횡단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SUV의 고장으로 경기 일정이 빠듯해진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10일 정도로 여유있게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을 5일만에 이동해야 했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본 기자가 이남기 선수의 유라시아 횡단 후 쌍용차에서 새로운 SUV G4 렉스턴으로 유라시아 횡단을 했다고 이야기하니, 이 선수도 "쌍용차 횡단팀과 함께 이동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변했다.
 
이남기 선수는 지난해 하드엔듀로 경기에 출전하는데에 자신의 바이크를 이용하기 위해서 유라시아를 횡단했다. 자신의 컨디션을 최고로 유지하면서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지난해 5월 동해항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포루투갈, 루마니아, 터키 등 하드엔듀로가 열리는 유럽 내 여러 국가까지 장장 3만3000여km를 주행했다. 
 
자동차가 고장으로 멈춰버리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이남기 선수는 루마니아에서 열린 로마니악스에서 2위, 로마니아 내셔널 대회에서 1위로 우승을 차지했다.
 
로마니아 내셔널 대회에서 C클래스에 출전했지만, 변수가 상당히 많은 하드엔듀로 경기의 특징으로 인해 우승은 물론 완주도 예상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 지난해 유라시아 횡단 출발에 앞서 국산SUV 기아차 모하비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이남기 선수 (사진=이남기 선수 SNS) 
 
이남기 선수가 처음 알려진 것은 레드불과의 인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처음 해외 경기에 출전했을 때 한국에서 온 첫 선수라고 레드불 측에서 먼저 인연이 닿았다"면서 "레드불 덕분에 레드불 코리아와 지속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다"고 전했다. 
 
이남기 선수는 오프로드 모터사이클 스쿨 YP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YP아카데미를 통해 새로운 선수들을 양성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해외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아카데미 참가자와 공유하고 있다.
 
"해외에서 배운 여러가지들을 함께 공유하고 배우다 보면, 새로운 선수들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남기 선수는 향후 YP아카데미와 관련한 포부를 밝혔다.
 
최근 국내 모터사이클 업계에서 새로운 모터사이클을 출시하거나, 고객 대상 행사를 종종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남기 선수는 "제가 주로 해외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국내 모터사이클 업계에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며, "올해는 국내 모터사이클 업체와 자주 접촉하려고 한다"고 밝히면서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지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지난해 레드불 시투스카이(sea to sky) 2017 대회에서 모터사이클을 타고 장애물을 넘는 이남기 선수 (사진=이남기 선수) 
 
지난해 그는 우승을 차지한 로마니아 내셔널 대회에서 경기도중 넘어지면서 무릎 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걷는 데에는 큰 이상은 없지만, 아직은 약간 불편하다고 이야기 했다.
 
이남기 선수는 계속해서 하드엔듀로 경기에 출전하는 이유에 대해 "2020년에 다카르 랠리에 참전하고 싶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경기에 참가하면서 만난 해외 친구들 중에 수십년째 다카르 랠리에 출전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친구들의 경험과 노하우들을 얻어 다카르 랠리에 직접 출전하고 싶다"고 하면서 "만약 코리아 팀이 만들어진다면, 감독이 아닌 팀원으로 내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함께 공유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어느정도 체력적인 한계가 찾아오게 될 경우 오프로드 대신 온로드로 전향할 생각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남기 선수는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지만, 서킷에서 즐겨본 모터사이클은 색다른 즐거움이 있었다"고 하면서 "모터사이클 보다는 오프로드 자동차를 해보고 싶다"면서도 "기회가 된다면 온로드 바이크도 고민할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국제적인 모터사이클 대회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모토GP(Moto GP)다. 1949년 첫 대회 이후 약 66년 간 전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모터사이클 제조사가 있는 가까운 일본만 해도 모토GP 뿐만 아니라 슈퍼바이크 월드챔피언쉽 등 세계적인 모터사이클 대회를 꾸준히 열고 있다.
 
이남기 선수는 자신이 아닌 다른 국내 선수들이 더 많이 해외 모터사이클 경기에 출전하기를 바라면서, "함께 출전하는 선수들이 순위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나라의 문화와 경기 그 자체를 즐겼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전했다.
 
▲ 지난해 루마니아에서 열린 로마니악스 2017 경기에서 이남기 선수가 장애물을 뛰어넘고 있다. (사진=이남기 선수) 
 
그는 레드불과 몬스터에너지를 이야기하면서, "미국에서 열리는 모토크로스는 하드엔듀로에서 보여주기 위해 즉 흥행을 위해 커다란 돔 경기장에서 대회를 진행하지만, 유럽은 전통을 중시하기 때문에 그런 요소는 부족하다"고 유럽과 미국에서 열리는 모터사이클 경기에 대해서도 비교 설명하기도 했다.

이남기 선수는 올해에도 유럽 각지에서 열리는 하드엔듀로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다소간의 비용 문제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우리나라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알리는 민간사절단으로도 활동하는 이남기 선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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