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매너-19] 리셉션에서 살아남기
[비즈니스 매너-19] 리셉션에서 살아남기
  • 신성대 동문선 사장
  • 승인 2018.07.0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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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대 동문선 사장]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예전엔 ‘코리안 타임’이란 말이 유명했었다.
  
약속이든 행사든 도무지 정해진 제 시간에 치러지는 일이 없고 항상 이삼십 분 늦게 시작되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헌데 글로벌 사회에선 실상 그 ‘코리안 타임’이 정격인 경우가 있다. 바로 국제회의나 리셉션이다. 
 
▲ 신성대 동문선 사장
어느 다자간 정상회의에서 혼자 정시에 생뚱맞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한국 대통령 사진을 보고 혀를 찬 적이 있습니다. 
 
다른 나라 정상들은 아직 아무도 제 자리에 앉아 있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이처럼 무게감 있는 국제회의에서 제 시간에 자리에 앉는 대표는 한국과 일본 밖에 없습니다.
 
무게감 있는 모든 국제회의에서 각국의 대표들은 항상 15분 지난 후에야 입장합니다. 그럼 정시는? 그건 실무요원들의 입장시간입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면 15분 쯤 지난 후에 입장하라는 안내를 합니다. 각국의 대표들은 5분이나 10분 쯤 지난 시간에 나타나 로비에서 서로 환담을 나누다가 15분이나 20분이 지난쯤에 입장해서 착석, 회의가 시작됩니다. 
 
로비에서 잡담?  실은 이 로비에서 그날의 주요 사안들이 결정된다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이 로비가 바로 식전 리셉션장인 셈이지요. 
 
그곳에서 각국의 대표들과 인사를 나누며 사전 막후교섭 약조를 재확인하거나 미진했던 것을 마무리하는 것이지요. “아, 어제 저녁 즐거웠어. 부탁한 그 문제 꼭 좀 부탁해!” “어이 반가워. 그런데 말이야, 이번에는 우리 좀 밀어줘! 다음엔 우리가 꼭 갚을게!” 등등. 진짜 글로벌 내공은 로비에서 발휘하는 것입니다. 
 
해서 로비할 일이 많은 대표가 남들보다 일찍 나옵니다.
 
대표들은 그렇게 로비에서 물밑 사전 담합, 조정, 확인, 교제, 환담하는 겁니다. 로비스트란 말이 왜 로비에서 나왔는지 짐작이 가지요. 
 
그리고 정상들 간의 국제회의에선 로비나 이동 중에도 영양가 있는 강대국 정상과의 대면(인증샷)을 차지하기 위한 자리다툼 또한 은연 중 치열합니다. 내공이 부족한 정상들은 그대로 뒤로 밀려나 들러리 신세가 되고 맙니다. 
 
양자 간 회동에선 서로 배려를 하기 때문에 자연히 돋보일 수밖에 없지만 다자간 회의에선 그런 것 없습니다. 각국 정상들의 진짜 글로벌 내공 수준을 가늠하는 자리지요. 
 
해서 때로는 독재자의 나라에선 사진조작으로 자국 정상의 위치를 바꿔 홍보용으로 내 보내기도 한답니다.
 
◇ 리셉션도 코리안 타임
 
리셉션 시간 역시 초청장에 명시된 대로 정시에 도착했다간 반드시 낭패를 당합니다. 그보다 일찍 도착하면 말 그대로 글로벌 등신 취급 받습니다.
 
처음 리셉션에 초대받은 대다수 한국인들은 정시보다 10분 전쯤 행사장에 도착했다가 현장 종업원들에게 쫓겨나는 민망한 경험을 하곤 합니다.
 
국제회의와 마찬가지로 15분 이후에 도착해야 합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과의 만나야할 사람은 그때 쯤 나오고, 거물들은 대개 30분 쯤 지난 후에나 나타납니다.
 
늦게 나타날수록 그들은 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리셉션 형식은 딱히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해서 바쁜 사람은 아무 때고 제 편한 시간에 왔다가 중간에 그냥 가버리면 그만입니다.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 초보자라면 남보다 일찍 나와 가능한 한 많은 사람과 인사를 터야겠지만, 이미 그 모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굳이 일찍 나올 필요도 없고 편한 시간에 나와 꼭 필요한 몇몇 사람들만 만나도 누가 뭐라 하지 않습니다.
 
해외에서 처음 리셉션에 나갔다가 사람들이 명함을 건네고 인사를 하며 2,3분 쯤 간을 보다가 휙 하고 등을 돌리는 것에 당황해 했던 경험을 가진 한국인들 많을 것입니다.
 
리셉션에선 한 사람과의 대화 시간은 대개 3-5분 내외 정도. 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려면 시간을 더 짧게 나눠야합니다. 차츰 내공이 쌓이면 쓱 하고 한 번 둘러보고는 자신이 오늘 만나야 할 사람을 금방 찍어냅니다. 리셉션은 본격적인 비즈니스 대화를 나누는 곳이 아니라 손님간의 네트워크가 목적이니까요.
 
따라서 주최측은 보다 효율적인 만남을 위해 리셉션장을 4-5개 존(구역)으로 나누어서 각 존마다 구역담당자를 정해 주어 적당한 인원 분배가 되도록 합니다.
 
그리고 각 구역담당자는 손님들의 부류나 목적에 따라 서로 연관이 있거나 필요한 사람들끼리 소개를 알선하지요. 저들끼리 그냥 잘 어울려 놀겠지 하고 방관하는 것은 호스트 자격 미달입니다.
 
아는 사람들끼리는 새삼 안면을 다지게 하고 낯선 이들끼리는 서로 사귀게 해서 이왕 영양가 있는 모임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중매해야 합니다.
 
백악관 같은 곳에서는 디너 중심이지만 가끔 상대국 정상의 위신을 세워주기 위해 식전 대화위주의 리셉션을 열어줄 때도 있고 곧 퇴임하는 사람의 경우 작별인사를 도탑게 나눌 수 있도록 식후 리셉션을 열어주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수상축하나 무엇을 기념하기 위한 일반적인 리셉션이라 해도 굳이 한국처럼 식순에 따라 의식을 치르지 않습니다. 주요한 내용만 간단하게 프린팅해서 입구에 붙여두어 보고 싶은 사람만 보게 하면 되지요.
 
또 수상자나 초대 귀빈을 알아보게 하려면 그들의 가슴에 꽃과 같은 코사지를 꼽으면 됩니다.
 
회원들간에 중요하게 의논해야 할 주제가 있으면 리셉션이 끝난 후에 그들만 따로 모여 토의하면 됩니다.
 
대개의 서양 리셉션은 1시간 정도로 끝내고 주요 인사들(보통 20명 내외)만 남아 착석 디너를 합니다. 이때에는 고급와인을 즐기지요. 보다 상류층 리셉션이라면 디너에 이어 댄스파티로 마감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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