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매너-20] 리셉션에서 살아남기②
[비즈니스 매너-20] 리셉션에서 살아남기②
  • 신성대 동문선 사장
  • 승인 2018.07.0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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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대 동문선 사장]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예전엔 ‘코리안 타임’이란 말이 유명했었다.
 
▲ 신성대 동문선 사장
약속이든 행사든 도무지 정해진 제 시간에 치러지는 일이 없고 항상 이삼십 분 늦게 시작되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헌데 글로벌 사회에선 실상 그 ‘코리안 타임’이 정격인 경우가 있다. 바로 국제회의나 리셉션이다. 
 
◇ 식순이 있는 리셉션은 한국밖에 없다 
 
리셉션 초청장은 최소한 1달 전, 중요한 행사는 2달 전에 보내야 합니다. 이때에는 순수하게 초청문만 적은 초청장만 보냅니다.
 
특별한 경우에만 행사 내용을 적은 안내장을 함께 보내기도 하지요. 한국에서처럼 초청문과 식순을 한 장에다 인쇄해서 보냈다간 ‘상것’이 되고 맙니다.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전화 혹은 만난 김에 구두로 초청했다간 역시 ‘이상한 놈’으로 낙인찍힙니다.
 
또 서양에선 리셉션이면 부부동반 초청이 관행화 되다시피 했습니다. 해서 굳이 초청장에 별도의 표시를 안 해도 대개 부부동반으로 참석합니다. 그에 맞춰 음료와 음식을 준비해야 낭패를 당하지 않습니다. 
 
원칙적으로 모든 리셉션은 스탠딩입니다. 한국에서처럼 단상이 있고, 귀빈석을 따로 마련하고, 별볼일없는(?) 손님을 위한 테이블과 의자들 놓이고, 식순이 있는 리셉션은 세상에 없습니다.
 
해서 정각에 모든 손님을 입장케 해서 식순에 따라 개회사, 국민의례, 축사, 귀빈 소개, 경과보고, 동영상까지! 이는 완전 손님 모독입니다. 손님을 불러다 앉혀놓고 맹물 한 잔으로 박수치게 하고, 단체사진 홍보모델 역을 강제하는 것이니까요.
 
말이 리셉션이지 억지행사를 그럴듯하게 치르기 위해 서로 도우미 품앗이 하는 게지요. 정히 식순대로 행하자면 저들끼리 따로 치렀어야지 손님에게까지 강요하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챙겨주지 않으면 꿔다놓은 보릿자루만도 못한 단체장이나 정치인, 유명인사, 동원관객, 화환의 개수로 위세를 과시하고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자평하는 촌극! 박수부대에 의한 의례적인 축하에 삶의 의미를 찾는, 손님 개개인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허례허식 상조회인 셈이지요.
 
그나마 인심 좋으면 제 부하들 대접하듯 저녁 한 끼 먹여 보냅니다. 흡사 집단 자위행위에 몰입한 퍼포먼스 같다 하겠습니다. 아무튼 한국의 리셉션 매너 수준은 1945년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해방 전 일본식을 지금까지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거지요. 
 
아무튼 한국에선 리셉션다운 리셉션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주한 외국인들은 이런 이상한 나라의 괴상한 행사에 불려나가 후진매너를 인내하고 참아야 하니 그 고통이 여간 아닙니다.
 
문제는 이런 식의 전근대적인 행사에 타성이 젖은 한국인들이 글로벌 무대에 나가서는 하나같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비즈니스는 고사하고 정보수집, 사교, 인맥 형성이 제대로 될 턱이 없지요. 수 십 차례의 실수와 굴욕을 당하고서야 겨우 리셉션에서 어깨를 펴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미 이미지 다 망가진 터라 회복하는 데에 엄청난 에너지가 듭니다. 무엇보다 더 한심한 일은 한국인들은 모두가 이런 일을 똑같이 반복한다는 겁니다. 아무튼 리셉션이든 디너든 풍부한 화제 거리와 유머 없인 내내 지옥입니다. 
 
◇ 리셉션장에서의 행동요령 
 
리셉션장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넥타이 칼라는 리셉션 주최측 회사 로고색 또는 그 나라 국기색과 매칭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형태는 긴 타이보다 나비타이 시도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여성은 해당 색 스카프나 머플러를 준비하고 남녀 모두 가슴에 그 나라를 상징하는 꽃 국화(國花) 코사지까지 착용하면 의외의 환대와 주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선 자세는 똑바로 곧게 선 자세로 배 내밀고, 어깨 펴고, 턱 당기고, 눈은 크게 떠야 인격체로 인정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체적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셋째, 행사장 내 여유있는 공간에 완전히 들어서면 잠깐 서서 정중앙, 좌, 우 3방향으로 두 다리 고정, 상체 몸통 전체를 좌우15도 틀어 행사장 전체를 스캔하여 우선 인사할 대상자들, 중반 이후에 인사할 대상자들을 점찍어 놓습니다. 
 
넷째, 보행 자세는 선 자세를 그대로 유지합니다. 어금니는 다물지 말고 커피 스트로를 문 정도의 간극으로 띄워야 눈방긋 스마일 및 임기응변 멘트 구사가 비로소 가능합니다. 
 
다섯째, 인사는 눈 방긋 0.5초 뒤 말 인사 덧붙이면서 시선은 상대방 눈에 계속 고정된 상태에서 손이 나아가야 합니다. 한국식의 굽신 인사나 손 보고 굽신 악수는 금물입니다. 
 
여섯째, 비즈니스 명함과 사교 명함을 준비해야 합니다. 처음 인사한 사람과는 비즈니스 명함을 주고받습니다. 중요하게 관리해야 할 타켓인사라면 헤어질 때 다시 한 번 인사를 나누며 재차 자기 존재를 인식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는 별도의 사교명함을 주면서 "내일 꼭 전화 주십시오. 휴대폰 번호와 집 전화번호는 여기 있습니다."하고 아무 때나 피드백 해줄 것을 요청해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외국인에게는 아주 작은 선물을 같이 건네면 더욱 확실합니다. 
 
마지막으로 떠날 때 감사의 인사말 없이 그냥 가는 것은 말짱 꽝입니다. 그리고 사후 피드백은 결코 빠트려선 안 된다는 점 잊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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