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매너-23] 왜 정격 레스토랑에서의 코스요리인가?③
[비즈니스 매너-23] 왜 정격 레스토랑에서의 코스요리인가?③
  • 신성대 동문선 사장
  • 승인 2018.08.16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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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매너 기본기 부재는 물론 ‘요리들로 전하는 마음 중심 메시지 전달 소통 대화법’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한국인들이 너무 많다.
 
글로벌 무대에선 상대방을 서류상으로, 또 오피스 회의실 대담에서 뿐 아니라 반드시 비즈니스 식사 자리라는 창(윈도우)을 통해 상대방의 비즈니스 기량과 규모 큰 사안의 감당능력을 더블 체크, 트리플 체크한다. 식사매너를 지난호에 이어 연재한다. <편집자주>
 
[신성대 동문선 사장] 단품요리나 한국식 한 상 가득 요리로는 비즈니스 식담(食談)이 참 어렵습니다. 달랑 한 가지 요리로 자신의 내공을 보여줄 수도 없을뿐더러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내기 어렵다는 말이지요.
 
 
▲  신성대 동문선 사장
그렇다고 한꺼번에 모든 요리를 쫙 펼쳐놓고는 복잡하고 산만해서 음식 각각의 맛을 음미하기도 힘들뿐더러 메시지를 체계적으로 전달하기 힘듭니다.
 
비즈니스 런천이나 디너에선 정규 코스요리를 먹으면서 차례차례, 즉 기승전결(起承轉結)로 암시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애피타이저로 탐색전, 엉트레(前食)로 얘기 꺼내기, 쁠라(本食)에서는 마음 굳혀주기, 데쎄르(後食)로 행동마무리시켜주기, 그리고 끝으로 반드시 피드백, 즉 구체적인 감사표시와 함께 다음을 위한 답례 등 후속 사후관리입니다.
 
코스별로 나오는 각각의 요리를 하나의 단어로 보고 그것에다 각각의 맛과 숨은 의미, 혹은 의도를 부여하며 대화를 이끌어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하나의 문장을 완성시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식사를 통해 음식들로 작문을 한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프랑스인들과 중국인들의 작문 능력이 세계 제일인 것은 바로 그러한 음식문화에서 기인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니까 비즈니스 런천 디너가 음식으로 하는 작문, 즉 일차적인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말로나 서류로 잘 할 수 있다고 백번 이야기 한들, 그리고 프리젠테이션을 아무리 잘 꾸민들 그것만 믿고 사업을 맡기거나 거래를 틀 수 없다는 말입니다.
 
해서 그 진정성과 그만한 내공을 더블체크로 보여줘야 하는데,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선 사전 식사메뉴 기획 및 현장 구사 식탁매너를 통해 간접적으로 증명해 보이는 것입니다.
 
가령 창의력을 중시한 사업 관계라면 특별한 재료나 특별한 요리 즉, 창의적인 메뉴로 대접하고, 치밀성을 요하는 사업이라면 사전에 아주 치밀하게 준비해서 상대방에게 명백히 전달될 재료 선택과 상대방 기호, 취향, 건강을 배려한 그만을 위해 맞춤형으로 고안된 레시피로 섬세한 맛과 멋을 내야한다.
 
장기간 끈질기게 헤쳐 나가야 하는 사업이라면 몇 시간 이상 조리시간이 소요되어 수일 전 사전예약이 필수인 요리종류 탐색, 선택, 주문과 이에 걸맞을 양념 레시피 및 곁들일 와인과 차 종류까지 철저히 사전준비해서 접대합니다.
 
그 외 각각의 사업 특성, 손님 전체와 각각의 기호와 주선된 자리의 성격에 맞춘 치밀한 준비로 그 사업에 최적임 파트너임을 간접적으로 표현해내어 상대를 감동시켜야 합니다.
 
급하게 식사를 하거나, 절제 없이 배불리 먹거나, 이것저것 한꺼번에 비벼먹는 사람은 기승전결식으로 생각을 잘 정리하지 못합니다. 분명 작문 실력도 남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집니다.
 
무계획적이어서 예측불가능한 사람으로 취급받아 신뢰가 떨어집니다. 식사를 통해 신뢰성, 치밀함, 창의성, 품격 등 자신이 보유한 상업적 신용의 넓이와 깊이를 비유적으로 증명해 보임으로써 ‘아, 저 정도라면 일을 맡겨도 잘 해낼 것 같다거나, 저런 친구하고 같이 일하면 재미있겠다!’라는 믿음이 생겨야 합니다.
 
그게 없는 사무실에서의 프리젠테이션은 이미 김 다 빠졌다고 보면 됩니다. 당연히 진행 중인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불안해할 수밖에 없지요. 속으로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과 일을 같이 해도 괜찮을까?’하는 생각에 점점 꼬치고치 캐묻고 따지며 확신이 들 때까지 이중 삼중 체크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왜 반드시 식사 접대냐? 골프 접대 같은 것도 있는데! 대답은 그게 시간과 경비가 가장 싸게 먹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대개의 한국 유학생, 관료, 공관장, 교수들은 이런 정규 런천 디너 경험이 전무한 실정입니다. 대사관이나 학회 등에서 주최하는 파티에서 공짜 음식 주워 먹은 경험이 대부분이지요.
 
이런 스탠딩 리셉션에서는 ‘포크앤나이프’가 아닌 ‘핑거푸드’, 즉 오드블만 주워 먹으며 명함교환이 고작입니다. 설사 그렇다한들 한국인들은 이런 기회마저 비즈니스 런천이나 디너로 발전시키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자기 돈 지출하기가 아까운 데다가 그런 런천 디너를 주재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 나라 사람이나 자기 돈 아끼는 쫀쫀이를 좋아할 리 없지요. 그래놓고는 주재원이나 공관 직원들을 골프장으로 불러내서 괴롭힙니다.
 
주재원들 역시 본국에서 오는 높은 양반들 골프 접대나 여행 가이드 하는 게 고작이다. 또 틈 날 때마다 가족들 관광시켜주고 높은 양반들 선물 사다 바치는 일에 경비 다 써버리고 정작 자기를 업그레이드 시켜 선진 오피니언 리더들과 친구 되는 일, 즉 글로벌 인적네트워크 구축에는 나몰라 해왔습니다.
 
해외파견 근무가 인사결정권자의 관심에서 멀어져 승진에 불리해질까봐 하루빨리 돌아갈 궁리만 하니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올 리도 없겠지요.
 
그러다보니 반대로 비즈니스 상대방으로부터 런천이나 디너 대접을 받고서도 거기에 담긴 메시지를 읽지 못한 채 그저 배만 채우고 나서는 정떨어지는 소리를 해대거나 엉뚱한 결정을 내리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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