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매너-24] 글로벌 출세의 시작과 끝, 모든 것은 식탁에서
[비즈니스 매너-24] 글로벌 출세의 시작과 끝, 모든 것은 식탁에서
  • 신성대 동문선 사장
  • 승인 2018.08.2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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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매너 기본기 부재는 물론 ‘요리들로 전하는 마음 중심 메시지 전달 소통 대화법’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한국인들이 너무 많다. 
 
글로벌 무대에선 상대방을 서류상으로, 또 오피스 회의실 대담에서 뿐 아니라 반드시 비즈니스 식사 자리라는 창(윈도우)을 통해 상대방의 비즈니스 기량과 규모 큰 사안의 감당능력을 더블 체크, 트리플 체크한다. 식사매너를 지난호에 이어 연재한다. <편집자주>  
 
[신성대 동문선 사장]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M투자은행의 어느 해 연차보고서에 직원을 ‘대거’ 열두어 명 뽑았다고 자랑하는 내용이 책자 맨 앞부분에 대형 연수 장면 사진과 함께 나와 있어 의아해했던 적이 있습니다.
 
▲신성대 동문선 사장
 아니? 수백 명을 채용한 걸로 알고 있는데 고작 열두어 명이라니?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들이 말하는 직원이란 회사의 브레인 계층, 즉 오피서 그룹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글로벌 우량기업에선 평사원이나 하위직 종사자와 같이 기계 부속품처럼 수시 교체가능한 사람들은 인적 코스트(human costs·물격체)라고 부르고, 의사결정권을 지닌 브레인 계층으로 낙점된 이른바 패밀리급을 원래 의미의 직원(employees·인격체)이라고 부른다(1만여 명 중 3백여 명만!). 이 직원들을 채용할 때 3차 시험은 반드시 파트너급 임원과의 오찬 면접으로 치릅니다. 
 
대략 한 시간 반에 걸친 런천(luncheon) 동안에 구사되는 입사희망자의 테이블 매너를 보고, 먼저 1차 때 제출 서류에 기재된 사실의 진실성과 2차 때 필기시험 내지 에세이에 주장된 내용의 역량 수준을 재검증하고, 이어서 전문가로서 사회적 인격체 성숙 정도 및 회사를 대표하는 이로서의 사교성 수준을 테스트합니다. 
 
이를테면 인성과 사회성, 공공의식과 공사(公私) 구분 능력, 배운 지식을 현실화시킬 전문가적 역량, 지속 가능성 등. 이어서 식사 습관에 부정적인 요소가 없는지, 파티에서 누구나가 친숙하게 가까이 하고 싶은 매너를 지녔는지, 어떤 상대 기업의 식사 초대에 나가도 문제가 없을지 등등. 회사의 대표로서 각종 행사에 참석하여 회사 이미지와 품격을 높여 줄 수 있을지를 체크합니다. 
 
세부적으로는 식사를 하면서 몸자세가 올바른지, 시선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시야가 얼마나 넓은지 등도 빠뜨리지 않고 살핍니다. 냅킨을 펴고 접는 것에서 식사 내지 비즈니스의 흐름구조가 제대로 체화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가령 떨어뜨린 음식이나 도구를 처리하는 것을 보고 위기관리능력을 체크하고, 식당 종업원을 어떻게 부르고 주문을 하고 감사표시를 적절하게 하는지를 보고 나중에 사원이나 고객들을 다룰 수 있는 내공을 짐작하고 채점합니다.
 
이렇게 테이블매너라는 프레임으로 통상 42개 항목을 체크한답니다.
 
◇ 식사면접에서 '먼 훗날'의 운명이 벌써 결정  
 
아무렴 일반직에겐 그런 면접시험이 없습니다. 비즈니스 런천(luncheon)이란 정규 레스토랑의 비교적 격식 있는 오찬을 말합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간이식당이나 길거리에서 샌드위치,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로 점심을 때우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인적 코스트(human costs), 즉 일반직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들에겐 괜찮은 오피서들과의 런천을 할 기회가 퇴직할 때까지 전무합니다. 법인카드나 회사돈으로 점심 먹을 일 없다는 말이지요.
 
한국식의 학력에 따라 일괄 단체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는 간부급사원 채용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한국은 아직 똑같은 학력으로 똑같이 입사하여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해 근무 연한에 따라 직급이 반자동 올라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실제로도 대부분 그런 식으로 기업이 운영되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면접에서 집행부급 직원으로 결정되면 이후 줄곧 테스트하고 가르치고 훈련시켜 도제식으로 길러 나갑니다. 중상류층으로서의 전문가적 가치관과 오블리주(책임과 의무)를 제대로 지키고 있고 지켜 나갈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보고 처음부터 낙점해 키워 나가는 방식입니다. 
 
브레인급 관리직원인 이들은 바로 임원후보(executive candidates)로서 일반직과는 철저히 구분됩니다.
 
그들은 채용되자마자 목재마루에 노 형광등, 갓 달린 백열등 간접조명으로 키 큰 스탠드, 책상 위의 작은 스탠드가 있는 사무실에서 일하게 됩니다.
 
한국에서 나름 공부 좀 한다는 과학고, 민사고, 외국어고 나와 서울대, 카이스트, 하버드대학을 나온 많은 한국 젊은이들에게 이 오찬면접 낙점은 언감생심. 혹 채용된다 하더라도 이미 단순 일반직으로 분류되어 버립니다.
 
일반직에서 임원급으로 올라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드문 일인지는 간혹 국내에 소개되는 ‘성공한 한국인’들의 눈물겨운 경험담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그나마도 비유럽권에서나 있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매너와 품격 대신 관상이나 스펙으로 인재를 뽑아서는 한국 기업들이 진정한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란 요원하다 하겠습니다. 
 
들인 노력만큼 글로벌 일등기업이 되지 못해 애가 타는 한국의 모 대기업은 해마다 미국에서 글로벌 인재 영입 행사를 가진 다음 그 사진들을 국내 언론에 배포하는데 한 마디로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직접 행사를 주관하는 회장은 물론 해당 CEO의 글로벌 매너는 수준이랄 것도 없을 정도인데다 채용면접에 임한 젊은 인재들 역시 매너가 하나같이 낙제점들입니다.
 
저급한 테이블 매너는 물론 제대로 악수조차 못하고, 게 중에는 정장도 못 차려 입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이 그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왔고, 어느 그룹에서 어떤 대접을 받아왔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가 사진 한 장에 다 드러나 보입니다.
 
흡사 그 사회의 주류가 못 되는, 주류에 들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삼류들만 골라 뽑은 듯합니다.
 
그저 어벙한 한국 대기업에 얹혀 편안한 삶을 보장받은 행운아(?)들이지요. 글로벌 중상류층 오피니언 그룹에 절대 들 수 없는 그들을 데리고 글로벌 경영을 외치는 것 자체가 희극, 아니 비극입니다.
 
그러니 그들의 인적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주류사회의 고급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며 선도적 기업으로서 함께 성장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하겠습니다.
 
아무튼 인재를 구별하는 오너의 안목이 생기지 않는 한 글로벌 일류기업으로의 발돋움은 요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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