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이광구 전 은행장 실형… 시중 은행들 후폭풍 휩싸이나
'채용비리' 이광구 전 은행장 실형… 시중 은행들 후폭풍 휩싸이나
  • 황병우 기자
  • 승인 2019.01.11 1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원,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징역 1년6개월 선고…재판결과 행장·회장 연임에 상당한 영향 가능성 주목
 
▲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법원으로부터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우리은행을 비롯한 주요 시중은행들은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사진=황병우 기자)  
 
지난해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사태가 발생한 이후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됐다. 일부 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들은 무혐의를 받았지만,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은행장으로는 처음으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법원으로부터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여타 시중은행들은 긴장하면서 향후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재판 결과가 연임 가도에 꽤 상당한 수준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된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도 채용비리 관련 국민은행 임직원들의 재판을 앞두고 있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재희 판사는 10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행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도망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법정구속했다.
 
이 전 행장은 주식회사의 경우 독자적인 인재상을 추구할 수 있는 재량이 인정된다며 채용 비리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그의 채용 절차 관여 행위가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은행 자체가 공공적 성격을 가지고 있고 은행이 가지는 사회적 위치를 고려하면 은행장의 재량권이 무한으로 확대될 수 없고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우리은행이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지만, 다른 사기업과 달리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고 금융위기가 오면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등 공공성이 일반 사기업보다 크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결국, 은행장이 공채 과정에서 불합격 처분을 받아야 할 지원자를 합격대상자로 탈바꿈하게 한 것은 은행장의 재량을 넘어섰다고 본 것이다.
 
▲ 고위 공직자나 주요 고객의 자녀·친인척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10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 
 
> 은행권 '채용비리 후폭풍' 휩싸일까? 재판결과 재선임에 영향 불가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도주 우려'라는 이유로 법정구속되자 회장과 행장 등이 관련 재판 중인 다른 시중은행도 일종의 '본보기 판결'로 보고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재판 진행 상황과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 전 행장과 이번에 재판을 받은 임직원들이 한 저지른 행위가 '조직적으로 저지른 채용비리 사건'이라고 법원으로부터 규정되면서, 상당한 충격과 함께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현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대상에 오른 임직원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혐의에는 올랐으나 불기소된 임원을 방출하기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번 선고로 우리은행은 '채용비리'라는 불명예의 관을 결국 안게 됐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올해 3월 주총에서 결정될 연임 여부에 대해 이번 판결이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함 은행장은 지난 2015년 신입 공채에서 지인인 국민은행 관계자로부터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이를 인사부에 전달하며 잘 봐줄 것을 지시해 서류전형 합격자 선정 업무에 관여 및 방해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함 은행장은 서류전형 이후 합숙 면접에서 자신이 인사부에 잘 봐주라고 한 지원자들이 통과하지 못한 경우가 있으면 이들을 합격시키라고 지시하기도 했으며, 2015년과 2016년 공채에서는 인사부에 '4:1비율로 남자를 더 많이 채용'하라고 지시를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함 행장은 지난해 6월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8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1심 판결은 올해 말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채용비리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KEB하나은행 함영주 행장이 지난해 6월 1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 청사로 들어서는 모습 (사진=연합)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신한은행장으로 있던 2015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지원자 30명의 점수를 조작하고,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지원자 101명의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조 회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큼 사안이 중대하다고 본 점을 고려했을 때, 법원에서 조 회장의 혐의 사실을 인정한다면 조 회장의 연임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도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채용비리에 연루된 국민은행 전현직 임직원들이 아직 재판 중에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논란 역시 재점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10월 인사팀장 오모 씨와 전 부행장 이모 씨, 인력지원부장이던 HR총괄 상무 권모 씨가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김모 전 HR본부장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고, 양벌규정에 따라 국민은행에도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이들은 항소 후 2심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번 이광구 전 행장 재판 결과가 2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KB국민은행노조는 지난해 11월 말 KB국민은행 채용비리 수사에 대한 선고결과에 대해 '꼬리자르기'에 불과하다며 시민단체와 함께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노조와 시민단체는 재판에서 채용비리 피의자들이 범행을 결심한 이유가 '윤종규 회장의 지시'였다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1심 판결문 내용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 KB국민은행 노조는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수사와 법원의 채용비리 1심 판결에 이의 제기와 함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사진=황병우 기자) 
 
1심 판결을 받은 국민은행 전현직 임직원들은 항소 한 후 2심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국민은행은 이번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의 재판 결과가 2심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 전 행장의 채용 지시가 법원에서 업무방해로 인정되고 주요 은행장으로는 처음으로 실형이 선고된 만큼 채용 비리 혐의로 기소된 다른 은행에 대한 향후 판결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검찰은 주요 은행인 국민·하나·우리은행과 지방은행인 부산·대구·광주은행의 채용 비리 의혹을 수사했다. 검찰은 12명을 구속기소 하고, 26명을 불구속으로 기소했다.
 
이중 부산은행 성세환 전 은행장, 대구은행 박인규 전 은행장, 하나은행 함영주 은행장, 우리은행 이광구 은행장 등 4명의 은행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박인규 전 은행장은 지난해 9월 대구지법에서 채용 비리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실형을 선고받았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 전 행장만을 보고 판결한 것 같지가 않다"며 "비슷한 건으로 재판 중인 사람은 당연히 현직에서 물러나야 하고 구속감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 · 발행일 : 2009-03-25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