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인수·합병' 능사 아니다.
저축은행 '인수·합병' 능사 아니다.
  • 윤동관 기자
  • 승인 2010.04.2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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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론, 기업 시너지 효과와 합병 후 거대 파워
부정론, 무조건적인 m&a 또 다른 부실 초래
올 초까지만 해도 활발히 논의됐던 저축은행의 인수합병 ‘바람’이 최근 적정 가격에 대한 서로의 시각차이로 잇단 고배를 마시고 있는 반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으로 m&a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저축은행 인수· 합병(m&a)시장에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그러나 m&a전문가들은 기업 간 인수합병이 단순한 짝짓기로 시너지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주식담보대출이나 자산운용 측면에서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m&a는 기업의 시너지 효과와 합병 후, 거대 파워를 가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무조건적인 m&a는 또 다른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저축은행에 대한 인수 합병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이에대한 부작용 우려도 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특히 m&a 인수 실패의 경우 매수자와 매도자 간 ‘적정가격’에 대한 서로의 견해차가 높게 나타나고 있고,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일부 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오면서 부실자산에 대한 인수에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인수· 합병(m&a)시장 ‘희비’ 교차
하지만 저축은행의 m&a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는 데는 그동안 대형저축은행들이 m&a시장에 나온 저축은행들을 인수했지만, 4~5월에는 일반기업이나 증권사, 사모펀드 등이 관심을 갖고 m&a에 나서고 있어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적기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최근 부국증권은 경기 부천 소재의 삼신저축은행 인수와 관련 인수가격차를 좁히지 못해 사실상 무산됐다.

부국증권 m&a관계자는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저축은행 인수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협상가격에 대한 견해차로 포기했다”고 말했다. 삼신저축은행 대주주는 500억 원대를 예상한 반면 부국증권 측은 절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은 지난 5일 알파에셋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3주 만에 가격차로 협상이 결렬됐고, sk케미칼도 임플란트 제조업체 오스템임플란트 인수에 실패했다.

증권사 m&a담당자는 “금융위기 직후 무리하게 m&a를 추진한 기업들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어 활성화될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적정가격을 나타내는 기업가치 대비 현금흐름을 보여주는 영업이익은 업종별로 6~10배가 평균이지만 최근 매각가는 이보다 못 미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알파에셋자산운용을 비롯 키움증권이 푸른2저축은행 인수를 포기한 것도 부동산 pf 처리 문제에 대한 협상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푸른2저축은행은 하나대투증권에서 출자한 사모펀드(pef)와 매각협상을 진행 중이다.

푸른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매각가 등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지만 1500억 원대로 예상되면서 매각협상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cj인터넷이 인수하려는 게임하이도 가격난항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서울저축은행은 동양종합금융증권과 ktb투자증권이 인수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동양종금이 서울저축은행 인수에 나선 데는 리딩투자증권이 사모펀드를 통해 w저축은행(구 영풍저축은행)을 인수해 많은 수익을 낸 성공 사례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동양종금이 내년 종합금융사업 라이센스가 만료되는 것에 대비해 이
를 보완할 수 있는 업권의 회사 인수를 모색해 온 것이 m&a시장에 본격 뛰어든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으로 저축은행 m&a탄력
아울러 동양그룹 벤처캐피털 자회사인 동양창업투자는 최근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명을 동양인베스트먼트로 변경했다. 이번 사명 변경은 기업구조조정, 인수합병(m&a), pef 투자 등을 아우르는 투자전문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기업 이미지 통합 차원에서 이뤄졌다.

한편 m&a에 적극 나서고 있는 기업들은 예전처럼 차입금이 아닌 자체 자금을 바탕으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들 기업들은 그동안 논의만 무성했던 저축은행의 m&a가 경기회복으로 점차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예금보험공사가 설립한 가교은행은 예쓰저축은행 인수의사를 밝혀 온 업체를 대상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가는 150억~200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자금력이 있는 sg위카스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예쓰저축은행의 자산은 2009년 12월말 현재 4500억 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프라임저축은행도 최근 경영지원본부 부장을 대표이사로 파격적으로 선임하면서 매각을 위한 절차를 서두르고 있고, 대부업계 1위인 아프로파이낸셜그룹(러시앤캐시)도 올해 안에 저축은행 인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기업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저축은행 인수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pf와 연계된 사업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m&a는 신규 사업의 진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고 핵심사업의 역량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을 부도나 위기상황으로 몰고 가는 경우도 있어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또 다른 금융전문가들은 기업과 저축은행, 저축은행 간 몸집 불리기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연체율이 높아지는데도 볼륨만 키우는 것은 다른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결국 빌려 준 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해 이런 부실이 누적되면 저축은행 자체가 흔들리고 이는 전체 금융시장 불안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자산운용 규제 강화 움직임
금융 당국도 이 때문에 저축은행의 자산 운용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현재 104개 저축은행의 올 2월 말 기준 자산은 85조4095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자산이 5조원을 넘는 5대 계열 저축은행(부산·한국·솔로몬·현대스위스·토마토)의 2월 말 기준 자산 규모는 38조9323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3.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에 대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최저치를 현행 5%에서 7%로 상향조정하고, 또한 지금까지 3개월 미만 연체 여신까지 정상 여신으로 인정했던 분류기준을 2개월 미만 여신에 대해서만 정상 여신으로 분류토록 강화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또 저축은행의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의 제한을 현행 30%에서 내년 25%, 오는 2013년 20%로 축소하고 건설업종과 부동산업, 임대업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이 전체 여신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규제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축은행의 m&a 등 몸집불리기로 인한 부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시사오늘 제공/유동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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