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다운사이징 SUV의 정석" 쉐보레 이쿼녹스
[시승기] "다운사이징 SUV의 정석" 쉐보레 이쿼녹스
  • 황병우 기자
  • 승인 2019.03.11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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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진 차체를 바탕으로 여유로운 공간 확보해, 낮은 배기량에도 엔진 성능 만족스러워
경쟁모델 대비 다소 높은 가격과 고출력 가솔린 터보 파워트레인 부재는 아쉬운 부분

지난해 부산국제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처음 공개된 한국지엠 쉐보레의 중형 SUV 이쿼녹스를 다시 만났다. 지난해 여름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경험한 이후 두번째다.

두번째 만난 쉐보레 이쿼녹스로 가을바람이 가득 불어오는 강원도로 왕복을 다녀왔다.

 

두번째로 만난 쉐보레 이쿼녹스는 첫번째 미디어 시승에서 느끼지 못했던 다양한 매력들을 뿜어냈다. (사진=황병우 기자)
두번째로 만난 쉐보레 이쿼녹스는 첫번째 미디어 시승에서 느끼지 못했던 다양한 매력들을 뿜어냈다. (사진=황병우 기자)

쉐보레 이쿼녹스는 지난해 한국지엠이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뒤 등장한 첫차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준대형 세단 임팔라, 고출력 스포츠카 카마로SS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생산되는 완전 수입 모델이라는 점에 국내 소비자 눈높이에 과연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처음 시승했을 때에는 단순하게 크고, 공간 넓고, 이동수단으로서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그저그런 미국산 SUV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쿼녹스는 전장 4650mm, 전폭 1845mm, 전고 1690mm으로 현대차 투싼보다는 크고, 싼타페보다는 조금 작은 체구를 가졌다. 휠베이스는 2725mm, 중량은 AWD기준 1730kg으로 전체적으로는 르노삼성 QM6와는 유사한 수준이다.

전면부는 쉐보레 최신 디자인 컨셉을 적용해 이전 모델인 캡티바와 비교해 보다 스포티한 느낌이다. 후면은 전면부 보다는 깔끔하게 마무리했지만, 부분적으로는 심심한 느낌도 든다.

측면은 두툼한 C필러 덕분에 다분히 북미 SUV의 특징을 보여준다. 특히, 휠하우스를 다른 SUV들과 달리 플라스틱을 두르지 않아 기존 SUV들이 가진 역동적인 느낌은 조금 덜해 보인다. 도심형SUV라는 존재감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셈이다.

 

전동식 테일게이트가 적용된 쉐보레 이쿼녹스 후면부는 깔끔한 디자인을 가졌다. (사진=황병우 기자)
전동식 테일게이트가 적용된 쉐보레 이쿼녹스 후면부는 깔끔한 디자인을 가졌다. (사진=황병우 기자)

실내 구성은 쉐보레 중형 세단 9세대 말리부와 유사한 구성을 가진다. 특징적인 것은 실내를 장식하는 금속성 재질이 합성수지에 크롬도금을 입힌 것이 아닌, 알루미늄 등 진짜 금속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에 적용된 마이링크는 정식으로 서비스를 개시한 구글 안드로이드오토와 iOS12로 업그레이드된 애플 카플레이 덕분에 활용성이 크게 좋아졌다. 그렇지만, 내장된 내비게이션은 시인성이나 조작성에는 다소 아쉬움이 느껴졌다.

7개의 스피커와 앰프로 구성된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꽤 듣기 좋은 소리를 들려줬다. 방탄소년단의 힙합 및 댄스, 고 신해철의 하드락에서도 만족스러웠다.

앞좌석은 퉁풍과 열선을 모두 지원하며, 뒷좌석은 폴딩과 리클라이딩을 적용했다. 통풍 기능은 경쟁모델들이 뿜어내는 방식이라면, 이쿼녹스는 유럽산 고급차와 같이 빨아들이는 방식이다. 

운전석에 앉아 앞을 바라보니, 시인성이 꽤 좋다. 시동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우니 디젤엔진 특유의 진동이 느껴질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소음과 진동이 잘 억제된 듯 했다.

이쿼녹스는 기존 디젤엔진보다 소음과 진동이 우수하다는 평가로 '위스퍼 디젤'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는 GM의 1.6리터 CDTi 디젤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2.7mg.m의 성능을 발휘하며, 젠3 6단 자동변속기와 조합해 네바퀴를 굴린다.

전자식 AWD를 탑재하고 있어서 도로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두바퀴 굴림과 네바퀴 굴림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한 구성을 바탕으로 이쿼녹스는 리터당 13.3km의 준수한 연비를 보인다. 배출가스 저감장치로 LNT(DPF)와 SCR(요소수)을 모두 갖춰 유로6를 만족한다.

 

쉐보레 이쿼녹스 실내는 9세대 말리부와 상당부분 유사했다. (사진=황병우 기자)
쉐보레 이쿼녹스 실내는 9세대 말리부와 상당부분 유사했다. (사진=황병우 기자)

시동을 건 이쿼녹스에서 인상적인 것은 디젤엔진을 탑재했음에도 소음과 진동이 경젱모델 대비 우수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주행 중 정차시 작동하는 ISG(스타트&스톱)기능도 부드럽게 동작했다.

강원도의 오르내리는 길에서도 출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심지어 과거 2.0리터 디젤엔진들과 비교해서도 전혀 아쉽지 않았다. 물론 실제 수치 상으로는 경쟁모델들의 엔진과 출력 차이가 분명하지만, 실용구간에서는 충분한 수준이었다.

물론, 경쟁사의 2.2리터 디젤엔진이나 200마력대 중반의 출력을 내는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 SUV 디젤 처럼 폭발적인 출력을 내는 것이 아니지만, 도심에서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주행하는 동안 정숙성도 인상적이었다. 강원도의 다소 구불구불한 국도에서 안정적인 주행성능과 함께 승차감도 괜찮았다. 도로를 움켜쥐며 달린다는 느낌은 강하지 않았지만, 전자식 AWD가 구동력 배분을 바로바로 해주는 덕분이다.

서스펜션 셋팅은 주행성능보다는 승차감에 조금 더 우선시한 듯했다. 약간의 롤을 허용하는 정도로, 멀미를 유발하는 물렁물렁한 수준은 아니었다. SUV치고는 탄탄한 수준인 듯 했으며, 큰 진동은 물론 잔 진동도 잘 받아냈다.

ADAS(첨단운전보조장치)도 꼼꼼하게 잘 갖췄다. 긴급자동제동장치(AEB), 후측방경보장치(BSD), 차선유지보조장치(LKAS), 차선이탈경보장치(LDWS) 등 안전과 편의를 신경쓴 것이 보엿다. 

 

쉐보레 이쿼녹스는 아빠보다는 엄마에게 더 적합한 차량이라는 생각이다. (사진=황병우 기자)
쉐보레 이쿼녹스는 아빠보다는 엄마에게 더 적합한 차량이라는 생각이다. (사진=황병우 기자)

그러나, 앞차와 거리를 스스로 조절해 주행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가 탑재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최고 3600만원을 상회하는 가격(가격인하 전 3900만원)에도 해당 옵션이 없는 것은 경쟁모델 싼타페와 쏘렌토와 비교해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파워트레인이 디젤 한가지 뿐인 것도 아쉬운 점이다. 경쟁모델 처럼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2.0터보 가솔린이 어렵다면, 2.0 자연흡기 가솔린이라도 탑재할 수 있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쉐보레 이쿼녹스는 분명히 잘 만든 차량이지만, 국내에서는 다소 애매한 점이 있다. 최하 트림에도 기본사양을 상당히 많이 넣은 탓에 가격이 경쟁모델 대비 높은 편이다. 이를 상당부분 덜어냈다면, 상징적으로라도 2000만원대 중반 정도 가격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새로운 엔진이 기존 보다 좋다고 하지만, 한국지엠은 국내 브랜드와 비교해 숫자 마케팅에서 항상 뒤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쿼녹스에 2.0리터 디젤 또는 가솔린은 탑재했다면 최고 3000만원대 중반의 가격도 국내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었을 듯 싶다.

다운사이징 엔진을 통한 경제성이나 환경을 부각시키는 마케팅을 했다면, 아빠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커리어우먼이나 사커맘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을 했다면, 현재와 같이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경우는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한국지엠이 이쿼녹스에 대해 최고 300만원에 달하는 가격인하를 결정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난해 출시와 함께 합리적인 수준에서 가격을 결정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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