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매너-35] 멋스럽게 차 마시기
[비즈니스 매너-35] 멋스럽게 차 마시기
  • 신성대 동문선 사장
  • 승인 2019.03.1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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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문화’는 14세기 터키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19세기 들어서면서 유럽에서 문학과 철학 담론을 꽃피우고, 정치와 사상 논쟁이 벌어지고, 새로운 예술 사조가 빚어지는 곳으로서의 기능을 카페가 맡게 되었습니다.

◇ 받침 접시는 인격

신성대 동문선 사장
신성대 동문선 사장

동서양을 막론하고 차를 내놓을 때 찻잔만 달랑 내놓는 법이 없습니다. 반드시 밑에 접시를 받치지요.

영화를 보다보면 간혹 차를 마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야외나 공사판, 기숙사 식당이나 휴게실 같이 격식을 따질 수 없는 곳에서는 셀프서비스로 잔 받침 없이 머그잔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응접실이나 레스토랑에서는 반드시 잔받침이 따라 나옵니다.

이때 한국인들은 예외 없이 받침 접시는 테이블에 그대로 둔 채 한 손으로 잔만 들어 입으로 가져갑니다.

바로 이런 상투적인 장면 하나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는 바람에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짝통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 서구에선 서민이라 해도 한 손으로 찻잔을 들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데 한국의 최상류층에 속하는 회장님 및 사모님은 물론 심지어 대통령, 장관까지! 그러니까 인물의 신분과 매너가 일치하지 않아 거북한 것이지요. 영화 뿐 아니라 심지어 커피를 파는 기업들의 광고 이미지도 하나같이 그 모양입니다. 커피를 수입해 팔 줄만 알았지 매너(문화)가 뭔지도 모른다는 뜻이지요.

왜 이렇게 익숙한 이미지를 그 많은 커피마니아들조차 따라하지 못할까요? 비록 차문화가 발달하지 못했다 해도 우리는 제사상에 차나 술을 올릴 때에 반드시 잔받침을 받칩니다. 안타깝게도 이 매너가 커피문화에 따라오지 못한 겁니다.

손님을 맞을 때 방석을 내놓는 이유가 설마 바닥을 더럽히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 듯 받침 접시 역시 테이블에 차를 흘리지 말라고 내놓는 것이 아니다(사진=임권택 기자)
손님을 맞을 때 방석을 내놓는 이유가 설마 바닥을 더럽히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 듯 받침 접시 역시 테이블에 차를 흘리지 말라고 내놓는 것이 아니다(사진=임권택 기자)

손님을 맞을 때 방석을 내놓는 이유가 설마 바닥을 더럽히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 듯 받침 접시 역시 테이블에 차를 흘리지 말라고 내놓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마시는 사람도 항상 받침 접시로 잔을 이동시켜 자신의 품격을 유지해야 합니다. 찻잔은 언제나 ‘세트’란 사실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세 살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는 다시 말해 매너는 3살 때부터 배워야 한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차(커피)를 단순히 입가심용 기호품으로만 여겨 마시는 데만 열중하는 한국인들. 이런 지극히 초보적인 에티켓조차 지키지(배우지) 못해 글로벌 무대에서 후진 국민으로 취급받고 있으니 동방예의지국으로서 체면이 영 말이 아니지요.

점잖은 자리에서의 숙녀라면 받침 접시가 없이 나오는 차나 머그잔 커피는 차라리 마시지 않는 것이 품위를 유지하는 지혜입니다.

게다가 이왕이면 잔이 작은 에스프레소(쁘티 카페)를 시키는 것이 우아하게 보이는 데 유리하다. 숙녀가 커다란 잔을 들고 차를 마시는 그림은 격이 떨어집니다.

더하여 접시와 잔을 잡는 자세와 손가락의 모양새로도 세련된 우아함을 표현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커피의 맛, 향, 상표에 대해 지나치게 장황한 품평을 늘어놓거나 감탄사를 남발하는 것은 오히려 천박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또 많은 한국인들은 식후 디저트로 차를 마실 즈음이면 거의 대부분 자세가 흐트러지는데 이는 매우 심각한 실수입니다. 반드시 허리를 곧추 세운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글로벌 중상류층 오피니언들이나 명문가의 사람들은 차를 마시는 중에서도 격조가 남다릅니다. 대화 중 테이블 위의 찻잔을 들고 놓는 중에도 결코 상대방에 대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찻잔을 보지 않고 들었다 놓았다 하는 데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습니다. 차를 입에 들이키는 순간에도 시선을 유지시켜 상대방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는 것이지요.

 

◇ 커피, 맛이 아니라 멋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합니다. 매너를 알면 차 마시는 폼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의 내면 깊숙이 다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자기존엄도 지킬 줄 모르는 사람이 협상 상대, 고객,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고 배려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선진시민은 없습니다.

글로벌 비즈니스 본선무대에서 처절한 실전 경험이 없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그깟 커피 받침접시 하나 가지고 뭘 그리 심하게 따지느냐? 그냥 편하게 마시면 그만이지!”라고 관대하게 말합니다. 아무렴 상대방의 무매너를 지적하는 것 역시 결례이기 때문에 면전에서 내색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은 거기까지입니다. 업무적 관계 이상으로 절대 발전시키지 않습니다. 진정한 파트너,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리하여 거래가 끝나면 바로 무대 밖으로 차버립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인격은 존중되어야 마땅하지만 문명사회에서 품격의 차이는 없을 수 없습니다. 구별짓기는 인간의 본성! 반상(班常)의 구별이 없어지고 직업에 귀천이 없어졌지만 인품의 차이는 결코 없어지지 않습니다.

품격이 없거나 모자라는 사람은 그 격(格), 즉 매너를 무시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들지만, 나름대로 품격을 지녔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매너란 인간존엄의 표현이자 인격적 가치의 척도이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매너란 글로벌 마인드로 세상을 보는 시야와 상대방에 대한 인식, 그리고 당당히 대우 받기, 전인적 소통능력, 협상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선 차 또한 소통의 도구입니다. 얼마나 귀한 차를 마시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마시느냐,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느냐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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